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사랑하는 어머니,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밥값을 하게 된 대한건아, MZ의 지배자, 도유다 인사 올립니다.]“…유다야, 아침부터 뭐 해?”
아침부터 편지지를 붙잡고 머리를 붙잡고 있던 중, 까치집 머리를 한 기량 형이 하품을 하다 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에 브이를 척 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편지 써요. 저 효자라서요.”
“아, 저번에 그 ‘Show me your parents’ 제작진분들이 너튜브 채널에 비하인드 영상 올린다고 요청했던 거구나……. 기한 아슬아슬하니까 서둘러서 써야겠다.”
“넹, 오랜만에 펜 잡아서 머리 깨질 것 같아요.”
“어제도 오랜만에 학교 다녀온 거 아니었어? 수업 들었으면 펜… 아.”
학교를 간다고 했지, 공부를 한다고는 안 했잖아요, 형.
기량 형의 질문에 무의 경지에 다다른 표정을 짓고 있자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이 들리고, 형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요? 나는 동정이 가득 담긴 기량 형의 시선을 못 본 척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흐음, 흠! 땃따따.”
[아, 편지 읽는 거 리액션 찍어 주세요. 저 지금 나가는 프로그램에 제출해야 해요.편지 제작진분들이 시켜서 쓰는 거는 아니에요.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유다 오늘 왜 저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아침부터 초코바 먹었습니다. 리다에게 비밀입니다. 공, 복, 혈, 당 증가하여 혼납니다.”
“…숨겨 주는 거 보니까 같이 먹었구나.”
“형처럼 눈치 빠른 사람은 싫습니다.”
“미안해…….”
[매일매일 1초도 빠짐없이 저를 걱정하고 계실 어마마마를 위해 최근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우리 자랑스러운 판테이온은 드디어 첫 번째 활동기를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우리 1위 여러 번 했는데 분명 엄마도 보고 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솔직히 우리만 나오면 예능 시청률 미쳤고 실시간 키워드 점령도 자주 하는데 우리 대세 맞는 것 같아요. 파하학. 전 밖에 나가서 겸손한 것처럼 굴 테니까 이건 엄마만 읽고 카메라에는 내보내지 말아 주세요. 알겠죠? 그냥 엄마 얼굴만 찍고 막 감명받은 척해 줘여.]
“그래도 이제 활동기가 끝나서 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유짱은 활동기도 마음 놓았습니다. 정신도 같이 놓았습니다.”
바보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 뭔가 진 기분이 들었던 나는 냅다 ‘나는 살 안 찌니까 괜찮다!’ 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말했다.
[솔직히 저는 진짜 신화 콘셉트 에바라고 생각했는데요. 승범 형 버스 잘 타서 꿀 빨고 있습니다. 엄마의 가르침 1번 사람 잘 사귀어라, 2번 눈치를 잘 봐라, 3번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저는 그 세 가지를 모두 잘 지킨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겠지요. 감개무량합니다.]“형, 방금 쓴 건 그냥 승범 형 덕분인 거 아니에요?”
내가 쓴 문장들을 유심히 보고 있던 단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딴지를 걸었다. 그 글귀를 쓰면서도 약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 그만 정곡을 제대로 찔려 갹 소리쳤다.
“남의 편지 마음대로 읽는 거 고솟감이야!”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달래지 마! 나 형이거든?”
그리고 다시 편지를 이어 썼다.
[프로젝트 그룹의 계약 기간이 너무 짧아서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쉬워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아 ㅋ 방금 좀 어른 같았다 ㅋㅋ.상남자로서 이런 말 하기 조금 새삼스럽고 수줍긴 한데 저는 이 그룹이 정말 좋습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까지 정을 주냐 싶으시겠지만… 아니, 만난 지 이제 1년은 되었으니 이런 말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SU 엔터테인먼트의 썩은 물이 되는 동안 학교도 제대로 못 나갔는데, 이렇게까지 친해진 사람들은 처음이잖아요.]
“유다야, 어머님께 저번에 보내 주신 반찬 감사하다고 전달드렸니?”
“아녀?”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대답에 터져 나갈 것처럼 작은 흰 에이프런을 맨 채 설거지를 하고 있던 강원 형이 눈썹을 들어올리는 게 보였다. 약간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강원 형의 부탁을 기억해 낸 나는 허겁지겁 편지에 글자를 적었다.
“지금 할게요.”
저번에 말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까먹었어요.]
“고마워, 그거 다 쓰면 산책 나갈까?”
“헐, 네네네네.”
[강원 형은 여전히 다정합니다. 맨날 저 데리고 산책도 나가 주고 춤도 잘 추고 까놓고 말해서 니콜라스 형 빼고 우리 멤버들 다 엄지손가락으로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져 줍니다. 아마 이 형 없었으면 우리 그룹은 하루 만에 파탄 났겠지요. 이런 사람에게 장가가고 싶습니다.]강렬한 산책의 유혹에 바로 넘어간 나는 서둘러 펜을 놀렸다. 그러자 편지지를 유심히 보던 팔척장신 바보가 몸을 꾸깃꾸깃 구긴 채 내 어깨에 머리를 박으며 말했다.
“유짱, 급하다? 글씨 못생겨졌습니다. 외국인도 아는 못생김.”
“쉿.”
까칠하게 검지손가락을 입술 앞에 댄 나는 바로 저 바보에 대한 이야기를 종이에 적었다.
[젠은 최근에도 본 거 기억하죠, 엄마? 저번에 집에 데려갔던 걔예요, 제 절친.엄마 아들이 좀 더 똑똑하단 걸 꼭 잊지 마세요. 나 엄마 닮아서 똑똑하잖아.
승범 형은 둘 다 똑같다고 했는데 그건 모함이에요.]
마지막이 중요하다. 마지막이.
1년 내내 사용하지 않았던 형광펜을 들어 밑줄을 쫙 칠 즈음, 이단비가 박수를 짝짝 치며 말했다.
“다들 아침 먹을 준비합시다. 유다 형은 바쁘니까 이어서 계속 쓰고요.”
“애면 애답게 구십시오, 이단비.”
“아니요. 수평적 사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협력해 주세요.”
멤버들 사이에 끼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렸으나 겨우 꾹 참은 나는 내 앞에 나타난 순서대로 멤버들의 근황을 이어 적어 내렸다. 엄마는 이미 멤버들을 다 알고 있겠지만, 굳이 써 봤다. 절대 편지 장수 늘리려고 그런 건 아니었다.
[단비는 아직도 좀 빡빡한데 요즘 우리랑 놀다가 좀 물들었어요. 제 눈에는 솔직히 지금 모습이 더 편해 보여요. 전에는 너무 버거워 보였거든요.]“…얘들아, 어지른 거 빨리 치워야 해. 안 그러면 승범이가…….”
[기량 형은 아직도 겁이 좀 많아요. 근데 저번에 엄마가 실수로 두고 간 복분자주 마시고 난리 난 거 생각해 보면 본성은 그게 아닌 것 같죠? 엄마가 술에 취했을 때가 진짜라면서요. 근데 이 형 명절에 형 부모님 집 못 가는 것 같던데 데리고 가도 돼요? 대답은 메시지로.]“죽지는 않을 거예요. 일단 승범 형이 화났을 때는 강원 형 뒤로 숨으면 안전하니까요.”
“…최, 최선을 다할게.”
벌컥!
긴장감에 가득찬 얼굴을 한 강원 형이 살벌한 주먹을 깜찍하게 움켜쥔 사이, 지금까지 계속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고 금발의 미남 두 명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캬.”
‘저 방 사람들은 어떻게 아침인데도 얼굴이 저렇게 샤방샤방하냐.’
돈이라도 내고 봐야 할 것 같은 광경이었다. 그것을 보며 감탄을 뱉은 나는 승범 형의 손목을 잡고 질질 끌고 나오던 니콜라스 형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니콜라스 형! 안녕히 주무셨어요.”
“…….”
오케이. 때로는 무시도 좋은 대답이 될 수 있지.
잘 못 자서 기분이 안 좋다는 무언의 대답일 수도 있었다.
…제발 그렇다고 해 주세요, 엉엉.
“형, 빨리 집중해서 편지 써요. 늦었어요.”
“네에, 단비 형.”
[니콜라스 형은 말수가 적어요. 대답도 잘 안 해 주고요. 모두한테 다 그러니까 딱히 담아 두고 있는 건 아닌데요. 그냥 그렇다고요. 지금 보니까 생각난 건데 저 집에서 실제로 가운 입는 사람 처음 봤어요. 부자들은 다 그런 건가요. 솔직히 맨날 할리우드 뉴스에서 보던 카밀라 리 아들이 옆방에 사는 거 아직도 적응 안 되는데 그래도 이겨 내겠습니다.]니콜라스 형에게 끌려 나온 승범 형은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내 머리를 툭툭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그에 고개를 번쩍 들어 방긋 웃자 정수리에 있던 손이 턱 아래로 와 다시 툭툭 내 얼굴을 만진 후, 떨어졌다.
[그리고 승범 형은 모르면 간첩이죠. 요즘 제일 핫하잖아요.]그 손길에 단번에 텐션이 올라간 내가 승범 형에 대한 칭찬을 한 바가지 쓰기 전, 갑자기 거실을 쓱 훑어보던 승범 형이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부터 초코바 먹은 놈 누구야. 내가 아침에 먹지 말라고 했지.”
“유짱입니다.”
“나와.”
호랑이. 귀신. 승범 형은 방을 훑어보기만 해도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아나 봐요, 엄마처럼. 뭘 몰래 할 수가 있어야지.]
“나기 젠도 나와.”
“헉, 간파당하다.”
.
.
.
그렇게 한바탕 아침부터 혼난 나는 다시 기가 팍 죽은 채 테이블 앞으로 돌아왔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한참을 꿍얼거리던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올려본 승범 형의 얼굴을 떠올렸다.
‘…실핏줄이 다 터졌던데.’
[근데요, 엄마. 요즘 승범 형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앞에서는 티를 전혀 안 내려고 해요. 우리한테 뭘 감추고 있는 것 같아요. 형한테 맨날 연락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없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이치세 선배님한테도 계속 연락 오는 것 같고…….]‘저번에는 니콜라스 형이랑 둘이서 계속 밤늦게까지 방에서 쑥덕거리고…….’
[요즘 피곤한 것 같은데 쉬지도 않고 계속 바쁘게 왔다 갔다 해요. 달리 사건이 있었을 때부터 계속 불안불안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승범 형은 자기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한테 전혀 이야기를 안 해 주니까 서운해요.…승범 형 괜찮겠죠?]
거기까지 적어 넣은 나는 아직도 남아 있는 편지지의 여백을 노려보다가 테이블에 볼을 문댄 채 식탁에 앉은 승범 형과 니콜라스 형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생각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적어 넣었다.
[이상한 건 그것만이 아니에요. 요즘 들어서 니콜라스 형이랑 승범 형이 이상해요.]그 말을 적은 찰나의 순간에 승범 형이 니콜라스 형의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니콜라스 형은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은 채 가만히 승범 형을 바라봤다.
“…….”
“익숙하지 않다고 무작정 거부하지 말고 한번 시도는 해 봐. 의외로 입에 맞을 수도 있으니까. 덩치가 있는데 제대로 먹어야지.”
승범 형이 그렇게 타이르자 니콜라스 형은 순순히 수저 위에 놓인 것을 입에 넣고 찝찝한 표정으로 그것을 씹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며칠 전부터 일어난 변화가 아직도 신기한 듯 벙찐 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순한 양처럼 굴었나, 니콜라스 리.’
벌써 혀 차고 인상 쓰고 자리 박차고 나가야 했을 니콜라스 형이 너무나도 얌전했기 때문이다.
승범 형도 그렇다.
반찬 챙겨 주는 건 동생 멤버들한테만 해 주던 것이었는데 뭔가 동갑내기, 심지어 본인보다 빨리 태어난 사람을 엄청나게 애 취급 하고 있었다.
‘원래도 좀 그런 느낌이 있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 너무 심해졌는데.’
[니콜라스 형 같은 제멋대로 마이웨이 인간이 남의 말을 듣다니 너무 쇼킹이에요. 원래도 승범 형 말을 그나마 듣는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식사를 모두 마친 니콜라스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활동기는 끝났지만, 곧 찾아오는 아이돌 스포츠 대전의 준비를 하기 위해 나가는 모양이었다.
“이제 승마 연습 가냐?”
그러자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식사를 하던 승범 형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어.”
“다녀와라.”
승범 형이 이전에는 하지 않던 배웅을 하자 니콜라스 형의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 올라갔다. 나는 그 생소한 광경을 보며 홀린 듯 멍하니 편지의 마지막 글을 적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니콜라스 형이 자주 웃게 되었습니다.]“…응, 다녀올게.”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어마마마, 저는 이제 죽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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