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아이돌에게는 활동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불려 나가는 스케줄이 있다.
바로 ‘아이돌 스포츠 대전’이었다.
그것은 10팀이 넘는 아이돌들이 출연하여 여러 스포츠 경기를 펼치는 특집 프로그램으로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번씩 개최된다.
‘이 프로그램은 도대체 언제까지 해 먹을 생각이지.’
사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출연이 그리 기껍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제대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아닌 아마추어들을 데려다 놓고 갑자기 경기를 시키면 당연히 부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식 대회처럼 경기를 위한 환경이나 부상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 놓는 것도 아니니까 더 위험하지.’
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만약 부상을 얻게 되면 그 아이돌은 어쩔 수 없이 이후 활동에서 제외되거나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활동을 강행해야 한다.
‘…멤버들이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뿐만 아니라 승부욕으로 인한 다툼과 구설수, 팬들 다 보고 있는데 연애질이나 하려 드는 출연진, 스태프들의 갑질이 꾸준히 문제 되는 주제에 홍보 효과는 미비한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에게 메리트가 거의 없었다. 특히나 판테이온처럼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어떻게든 그룹을 홍보해야 할 필요가 없는 그룹에게는 더더욱.
다들 싫어하는데 도대체 뭐 하러 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냐는 이야기는 아직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아이돌 스포츠 대전은 앞으로도 큰 사고가 생기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다들’ 싫어하지 않으니까.
아이돌 스포츠 대전을 싫어하는 것은 아이돌과 아이돌 팬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이며, 일반인들은 아이돌이 다치든 안 다치든 크게 관심이 없으니 아는 얼굴들이 꽤 나와 나름 볼거리가 많은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방송국 입장에서 아이돌 스포츠 대전은 효자 프로그램이었고, 그것을 굳이 폐지할 필요는 없었다.
– 스포츠 대전은 나가야 해요……. 왜 나가야 하는지는 제발 물어보지 말아 주세요.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처음 우리에게 아이돌 스포츠 대전의 스케줄을 알려 줬을 때 매니저가 지었던 공허한 미소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감이 왔다.
‘분명 방송국에서 압박이 있었겠지.’
아이돌 스포츠 대전은 공중파 방송국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출연을 거부하면 자사 프로그램 출연에 불이익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꼭 그런 극단적인 방향이 아니더라도 방송국과 소속사 사이의 불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고 말이다.
‘가지가지들 하고 있어.’
판테이온의 활동이 끝난 이후로 멤버들이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터였다.
판테이온 멤버들은 어린 멤버들, 특히나 바보 둘이 내심 TV에서 계속 보던 아이돌 스포츠 대전에 로망을 가지고 있어 그리 큰 거부감 없이 참가를 수긍했다.
‘우리 병아리들은 뭣도 모르고 나가고 싶어서 난리였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돌 스포츠 대전을 준비하는 멤버들을 떠올리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날아가던 젠이 떠올랐다.
‘뭐, 바보 둘 중 하나는 벌써부터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 저 일반인입니다. 봐주십시오. 생명의 위협.
– 운동은 대충 하려고 하면 더 위험해.
국대급 유도 선수가 바로 옆에 있는데 하필 유도 종목으로 참가하게 되다니. 비극이 따로 없었다.
– 우리 그룹에 유도 유경험자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선택 과목에서 유도 선택하다 과거의 나기 젠 암살하겠습니다.
우강원은 형평성의 명목으로 대부분의 종목에서 출전 금지를 당했다.
그럴 거면 도대체 우리는 뭐 하러 부르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중간부터 해설로 끌려가고 코칭으로 100인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은 나름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젠도 일취월장하고 있고…….’
– 젠은 종주국에서 왔으니까 할 수 있어. 키도 크니까 금메달 딸 수 있지 않을까?
– 살려, 살려 주, 살. 죽이다 살.
아, 그렇다고 해서 젠과 합의가 된 건 아니었다.
– 유짱은 앉아 있습니다. 개미와 키리기리스. 인생의 짠맛을 느끼다.
젠이 우강원에게 무참히 던져지는 동안 도유다와 이단비는 오징어를 씹어 먹으며 쾌적한 환경 속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 갑빠 깼어요. 뒤에 개피.
– 아니, 단비 미쳤어! 개잘핵!
바로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축구 같은 종목에도 참가를 하던데, 아이돌들이 단체로 스케줄을 맞춰 연습을 하는 건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e-스포츠 쪽을 먼저 공략하는 듯했다.
뭘 계속 깼다고 하던데 나는 잘 모르겠다.
대가리인가?
‘그냥 대가리 깨는 거면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내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슨 듀오로 참가한다는 규칙이 있어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와 이화영은 우선적으로 배제되었다.
아, 이화영은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승마 종목에 참가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승마를 취미로 계속하던 놈이었기 때문에 아마 아이돌 스포츠 대전 정도의 수준은 녀석에게 완전히 우스울 텐데, 혼자 독주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화영이 적당히 봐주면서 할 성격도 아니고.’
하지만 이왕 나갈 거면 당연히 금메달은 따 와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그룹 놈들이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에 절망감을 느끼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다 죽여 버려.
백기량은 손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고, 딱히 특출난 운동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달리기와 탁구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화살이랑 어깨 수평이 되도록 의식하고.”
양궁이나 열심히 하기로 했다.
– …승범이는 너무 말라서 몸 쓰는 건 안 될 것 같아.
나는 우강원의 완고한 반대로 인해 몸을 과격하게 사용하는 종목에서 우선적으로 배제되고, 최종적으로 양궁 종목에 참가하게 되었다. 내가 서 있는 체중계의 글자를 확인한 후, 현실을 부정하는 얼굴로 나를 번쩍 들어 보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내 몸이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던 이화영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런다고 해서 잭잭을 한 팔로 훅 떠서 들고 다녔던 그 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다리 어깨 넓이로 벌리는 거 항상 의식해야 해요.”
나는 지금 양궁 훈련장에서 기본적인 훈련을 받고 있던 도중이었다.
‘설마 내가 살면서 이런 취급을 받게 될 줄이야.’
우강원의 의견에는 사실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키가 179cm인데 몸무게가 60kg을 조금 넘기는 게 말이 되나?
‘승범아, 살 좀 쪄야겠다.’
애가 이렇게 말랐는데 미친놈들이 한재운만 처먹이고 방치해 뒀다니, 대가리를 쳐 버려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었다. 심지어 지금 상태조자 내가 꾸역꾸역 운동을 해서 그나마 사람답게 만들어 놓은 몸 아니던가. 아이의 몸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정말 어디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다.
‘원래 몸은 조금만 운동해도 금방 근육이 붙었는데, 한승범은 근육은커녕 살도 잘 안 찌고…….’
정말 프리즘 멤버들이 말했던 ‘근수저’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모양이었다.
덜썩 큰 그놈들에게 듣고 싶지는 않은 말이었지만.
참고로 프리즘은 기본적으로 다른 아이돌들과 체급 자체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나 밸런스를 파괴하는 점, 죄다 무섭게 생긴 주제에 사회성도 말아먹어서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점, 예능 출연을 쭉 안 했고, 굳이 나갈 필요도 없었던 점, 바쁜 해외 활동으로 빠질 명분이 충분했던 점 같은 여러 요인이 겹쳐 이런 프로그램에 단 한 번도 출연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지금 다른 아이돌들은 다 한 번씩 해 봤을 양궁을 기초부터 배우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오, 승범 씨 되게 잘하는데요? 잠시 쉬는 시간 가졌다가 다시 갈게요.”
“네.”
…평화로웠다. 연습도 순조로웠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계속 복잡한 게 느껴졌다.
‘임승훈이 대응하기 전에 먼저 쳐야 해.’
최근 정신없이 겹쳤던 일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그를 바탕으로 바로 다음 행동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임승훈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강혁우의 옆에 붙은 거지? 분명히 리스크가 따를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강혁우는 그리 의리 깊은 인물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본인의 성에 차지 않으면 사람을 내치기 일쑤였고 처음에는 혹할 만한 대가를 쥐여 주지만, 뒤로 갈수록 상대를 협박하며 완벽하게 본인의 통제하에 두는 놈이었다.
프리즘 멤버들이 강혁우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 뻔히 알고 있는 놈이 아무 생각 없이 스스로 그 아래에 제 발로 기어 들어가다니.
‘…아무 생각 없이?’
깊게 가라앉은 채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순간 떠오른 의문에 숨을 멈췄다.
그리고 차근차근 사고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임승훈은 과연 강혁우의 아래에 아무런 대비 없이 자의로 넙죽 들어간 걸까? 강혁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있으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아니다’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처음 임승훈을 마주했을 때 믿고 싶어 했던 가설, ‘약점을 잡혀 강혁우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가 신빙성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아니었다. 임승훈과 대화를 나누며 인정했던 것처럼 임승훈에게는 약점이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임승훈의 약점은 서유태와 프리즘 멤버들을 배신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하지만 공범인 강혁우가 그것을 협박의 소재로 삼는 것은 자폭이나 다름없었다.
‘임승훈의 약점을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야. 그렇다면 임승훈은 자의로 강혁우의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고작 명품 몇 개나 살 수 있는 돈만을 목적으로 넙죽 따라가기에 강혁우는 너무 리스크가 컸다. 따라서 그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가 찾아낸 결론은 이것이었다.
‘욕심이 있으면서도 겁은 많은 성격이니 분명 보험을 마련해 뒀겠지. 강혁우가 본인의 목숨줄을 쥐고 흔들 때 맞서 싸울 수 있는 증거를 몰래 빼돌렸다든가.’
임승훈은 지금 강혁우의 심복으로서 강혁우가 저지르는 대부분의 악행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을 것이며, 여러 중요한 증거의 말소와 조작에도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강혁우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를 임승훈이 쥐고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건 연기일 수도 있어. 강혁우의 약점을 쥐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고, 들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아니면 프리즘 멤버들의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만약 지금 내가 한 추측이 사실이라면 임승훈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내가 쥘 경우, 판은 완전히 뒤집어지게 될 터였다.
‘그러려면 임승훈 근처의 인간과 협력을 하는 게 효율적일 텐데…….’
그런 결론에 이르자 태의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
‘아니, 그만두자.’
태의는 착해 빠진 놈이 맞았다.
태생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보기 드문 선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쉽게 변하는 게 사람이다. 조금의 위기와 유혹으로도 사람의 성격은 너무나도 쉽게 변하는데 태의도 임승훈처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승훈의 일로 타인을 향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느껴졌다.
내가 아끼는 놈들이 언젠가 배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겨 버린 것이었다.
‘만약 조인찬에 대한 이야기를 태의가 알게 되고, 언론에 그걸 흘리면 상황은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가겠지.’
유능하며 RH 엔터테인먼트와 긴밀히 접촉할 수 있는 이들 중 내가 마음을 놓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에 무거운 숨을 내쉴 즈음, 테이블에 둔 핸드폰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띠링!
[프리즘 이치세 선배님: 승범이 오늘부터 형 작업실로 출근해~ 답장 안 하면 소속사로 찾아갈 거야♥]…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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