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프리즘은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그룹이다.’
이는 프리즘이 새긴, 타 그룹이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를 칭송하는 목적으로 주로 사용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오직 긍정적인 의미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의미로도 독보적, 나쁜 의미로도 독보적.
후자의 경우 프리즘의 아이돌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비판의 여지가 다분한 면들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아이돌답지 못하긴 했지.’
싸가지 없다고 소문나고, 무섭다고 소문나고, 담배 피운다고 소문나고, 욕한다고 소문나고, 멤버들끼리 개같이 싸운다고 소문나고. 온갖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도 프리즘은 항상 꾸준히 욕을 처먹어 왔다.
그도 그럴 만한 게 모두가 알고 있듯 프리즘은 영 유순하지 못한 성깔의 소유자들이 한가득 모인 그룹이었고, 딱히 그것을 숨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반성도 안 했고.
소문들도 다 틀린 말 하나 없고 다 맞는 말이었다.
뭐 어쩌겠는가. 맞는 걸 아니라고 해서 뭐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 [(사진) 서유태 흡연실에 있는 거 파파라치한테 찍힘ㄷ]
– [┗ 아 ㅅㅂ 엿날리는데? 파파라치가 너무 심하게 따라다녀서 개빡쳤나봄]
– [┗ 담배 숨기고 얼굴 가리는 것보다 파파라치에게 엿 날리기를 선택하는 아이돌이 내 오빠라니…]
– [┗ 아이돌이 흡연????ㅋㅋㅋㅋ 돌았냐? 아이돌이면 아이돌 답게 굴어라 좀;;]
– [┗ ┗ 어 ㅋㅋ 니가 빠는 애들도 다 펴 ㅋㅋ 뭔;;]
– [┗ 숨어서 실내 흡연할 바에야 대놓고 흡연실 가는 기개에 감명받았다.]
– [┗ 헉헉헉헉헉헉헉]
– [┗ ┗ ?]
– [┗ ┗ ???]
사실 생긴 것부터 우리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룹은 아니지 않던가.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 ‘불법 행위는 절대 저지르지 말 것, 본업에는 항상 프로답게 임할 것’, ‘팬들에게 언제나 감사할 것’. 내가 정해 놓은 최소한의 규칙들을 반드시 지키며 그 외에는 욕을 하는 사람이 있든 말든 우리의 방식을 고수하자.
따라올 사람은 따라오고, 못 따라오겠으면 말고.
그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프리즘이었다.
– 우리는 유태 형이랑 같이 데뷔 안했으면 활동 오래 못 했을 것 같아. 성공은 했겠지만.
– 치세 형 빼고 나머지는 백 퍼센트 비뚤어졌다.
– 나도 비뚤어졌을 수도 있지. 이래 봬도 나름 고충이 있거든?
그리고 그게 나의 방식이었고.
물론 멋대로 행동한 만큼 욕은 뒤지게 처먹었지만, 결국 우리는 성공했다.
매출과 순위가 프리즘의 성공을 증명했다. 프리즘이 지금까지 낸 곡 중에서 히트하지 못한 곡은 단 하나도 없었고, 단위 자체가 다른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으며 우리를 사랑해 주는 수많은 세라와 함께하게 되었다.
– [무대에서 여친이랑 신호 주고받고 음주운전하고 실력도 없고 얼굴도 안 잘생긴 애 vs 큰 사고 안 치고 비주얼 피지컬 미쳤고 본업은 미친듯이 잘하는 대신 성격이 좀 과격함 근데 나한테는 다정해♥ 닥후 아님?]
– [앞뒤 다른 게 더 소름끼쳐서 이렇게 걍 다 오픈하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해 프리즘 애들은 그냥 보여지는 모습이 다니까 팬들이 뭐 눈 감아줄 것도 없어서 마음 편하다]
– [다 꺼져 우리끼리 잘 사랑할게]
– [응 그렇게 욕해도 우리 애들 차트 위의 나그네임~ 결과가 증명해주죠?]
– [매니저한테 갑질한다는 소문도 솔직히 웃겨 그 매니저가 끌고 다니는 차 서유태가 뽑아준 거 알긴 하냐 말만 무뚝뚝해서 그렇지 다 잘해줌…]
– [┗ 나도 줘]
그렇게 그룹 전체가 삐딱선을 타며 얼렁뚱땅 그룹 활동을 이어 가면서도 유난히 독보적으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놈이 있긴 했다.
내가 정해 놓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면서 말이다.
– 유태야, 이훤이가 또…….
남이훤이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윗사람과의 관계였다.
–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 기를 제대로 눌러 놨는데 그 사람이 자존심 상해서 자기 촬영 못 한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촬영 스태프한테 연락이 왔어. 이훤이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라 보기 좀 그랬나 봐…….
– …….
차운은 애초에 밖으로 잘 나오질 않았고, 이치세는 프리즘에서 넉살이 좋은 유일한 멤버였으며, 조인찬은 말재주가 좋지 않아 남들 앞에서 말을 삼가는 편이었고, 서유성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으며, 제이는 알아서 여우같이 처신을 잘했다.
그렇게 나머지 멤버들이 연예계 생활을 유지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행동을 절제하고 있는 와중, 오직 남이훤만이 종종 사고를 치곤 했다.
‘아랫사람 괴롭히지 말라고 했더니 윗사람들을 다 물어뜯어 놓고…….’
나도 ‘강강약약’의 처세를 유지하는 편이긴 했으나 남이훤은 나와 결 자체가 달랐다. 내가 ‘약한 사람은 감싸고 강한 사람은 더 강한 힘으로 누른다’였다면 남이훤은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관심 없고 윗사람은 꼬우니 엿 먹이겠다’에 가까운 놈이었다.
– 내 커리어에 똥칠할 거면 그냥 꺼지라고 해, XX. 그 실력도 없는 대가리 빈 새끼 찡찡대는 거 들어주는 거 보니까 연출 팀도 머리에 든 게 없…….
– 말버릇 조심 안 하지.
– 촬영에 피해 주지 말고 하차하라고 해요, 형.
아마 녀석은 엄격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영향으로 윗사람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반발심이 생겼던 것 같다.
– …그 새끼가 먼저 프리즘 이름발로 주연 딴 거라고 떠들고 다녔어. 실력 있고 얼굴 되면 공백기 있었어도 비중 있는 역할 따는 게 당연한 건데 열등감에 쩔어서 그렇게 주둥이 놀리면 열이 받지, 안 받아? 나는 그냥 잘하는 거 아니고 존나 잘한다고.
그런 문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남이훤은 작품에 나오는 족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연기상을 휩쓸고 다녀 러브 콜을 미친 듯이 많이 받게 되었으니 결과는 괜찮았다. 그냥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 대가리만 터졌지.
정말 그즈음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남이훤이 나를 ‘윗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거부하지 않고 잘 따랐던 게 정말 기적 같았다. 아마 프리즘이라는 울타리가 녀석에게는 꽤 기꺼웠던 모양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프리즘 멤버들에게는 또 잘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 유태야, 빨리 와 줘! 운이랑 제이 또 싸워! 내일 스케줄이라 상처 생기면 안 되는데!
프리즘에서 가장 많이 싸웠던 멤버들은 성격이 잘 맞지 않는 차운과 제이가 맞았다. 그러나 그 둘의 죄질이 가장 안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둘에게 재밌다고 싸움을 붙이는 것은 주로 남이훤이었기 때문이다.
– 하던 거 계속해. 멱살 잡고 싸워.
– …….
– …….
– 왜, 방금까지만 해도 피 터지게 싸웠잖아. 내 앞에서는 못 하겠어?
개처럼 싸운 차운과 제이를 혼내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내 뒤에서 쪼개고 있는 남이훤이 눈에 들어왔다.
– 나는 그냥 있는 사실을 말해 준 것뿐인데… 형 나 혼낼 거야?
– 나 피해자야. 이거 봐. 쟤네가 던진 물건에 맞아서 멍들었어. 나 아포, 아야, 아야!
그렇게 능숙하게 아양을 떠는 놈을 혼내기도 뭐하고 안 혼내기도 뭐하지 않은가.
남이훤은 그런 영악한 놈이었다.
“그래서, 뭐야?”
‘하필 이놈을 이런 상황에서 마주하게 될 줄이야.’
남이훤이 제이와 차운이 투닥거리는 것을 보며 그렇게나 즐거워했던 이유는 분명 프리즘이라는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 생겼고, 그 울타리 안에서 그런 시시콜콜한 순간을 보내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기 때문일 터였다.
그 때문인지 녀석은 폐쇄적인 경향이 심한 프리즘 멤버들 중에서도 유난히 프리즘 멤버 외의 다른 존재에게 강한 반감을 느꼈다. 나 외의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완전히 거부했고 말이다.
그런 남이훤은 프리즘에 하나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로 어떻게 변했을까.
“야, 내가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안 들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옆에 있을 때보다 지금의 녀석은 훨씬 더 예민해졌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저보다 어린 후배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나쁘게 행동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한승범의 몸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제대로 짜증 났군.’
얼굴만 봐도 대충 감이 왔다.
늦은 시간까지 이루어진 촬영 때문에 단순히 피곤하고 예민해진 것과 방금 들은 대화 내용이 가볍게 흘려넘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던 것도 한몫했겠지만, 그 외에도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깊게 가라앉은 샛노란 눈이 나를 비스듬히 내려보고 있는 것을 조용히 마주 봤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해 봤자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제아무리 나를 찍어 누르려 해 봤자 그게 먹히겠는가, 나는 서유태인데. 차라리 울든, 우울한 모습을 보이든 걱정이 될 만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터였다.
“들립니다. 선배님께서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얼굴로 차분히 대답하자 남이훤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운 형이 협박당하고 있네 뭐네 떠들어 댔잖아. 사실인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왜 여기에 온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하라고.”
‘들을 건 이미 다 들었다는 거군.’
방금 자다 일어난 주제에 또 중요한 내용은 알차게도 들으셨다. 안타깝게도 ‘별말 안 했는데… 무슨 이야기요?’ 같은 모르쇠로는 오히려 남이훤의 화를 키웠으면 키웠지, 상황을 회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짧은 시간 동안 계산을 마친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쉰 후, 설명하기 시작했다.
“더 설명할 것도 없이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저는 거짓말은 전혀 하지 않았고요. 운 좋게 임승훈 씨와 개인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아까 그 정보를 알게 된 겁니다.”
“네가 우리 일에 왜 관여하는 건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차운 선배님과 인연이 생겼고, 도움을 드리기로 약속했으니까요.”
표면적인 이유를 입에 담자 남이훤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헛웃음을 뱉었다. 그리고 바로 웃음기를 지운 후 경고하듯 말했다.
“한승범아, 못 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야?”
“…….”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냐고. 너한테 메리트가 하나도 없는데 굳이 꾸역꾸역 우리 일에 상관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아아, 그래. 대충 감 온다. 우리 덕 좀 보려고 들러붙는 거지? 내가 너 같은 애들 한둘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유태 형 있을 때도 질리도록 그런 버러지들 쳐 냈는데 이 짓거리를 아직도 해야 하네?”
슬슬 노골적인 적의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이치세가 부드럽게 녀석의 팔을 붙잡으며 말렸다.
“훤아, 승범이 나 도와주려고 온 거야. 내가 부탁해서.”
그러자 남이훤은 이치세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며 나를 붙잡은 손아귀의 힘을 강하게 했다.
“하, 천하의 이치세가 남의 도움을 받아? 유태 형 외에는 필요 없으면서 이제는 얘 감싸자고 거짓말까지 하네. 야, 뭘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이러냐? 얘가 언론에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면 프리즘은 끝장인데, 의심도 안 하네?”
이치세의 얼굴이 서서히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이훤아, 형이 말했잖아. 아니라고.”
남이훤은 평소와 다른 이치세의 모습에 잠깐 주춤하더니 더더욱 가만히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악물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관여하지 마, 프리즘 울타리 마음대로 넘나드는 거 역겨워서 토할 것 같으니까.”
그 말이 끝난 순간 이치세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남이훤도 물러서지 않고 이치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나는 바로 이치세의 손을 아래로 강하게 누르며 둘의 사이를 막아섰다.
그리고 두 놈을 진정시키기 위해 부러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불쾌하게 여기셔도 괜찮습니다. 제 앞에서 구역질을 하든 말든, 저주를 퍼붓든, 욕을 하든 원하는 대로 하시죠.”
“…뭐?”
“이번 작업만 끝나면 바로 사라지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선배님의 눈앞에 얼씬거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해 주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