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쾅!
“야… 넌 속도 없냐? 너 X 같다고 욕 퍼붓는 사람이 밥을 처먹었는지, 안 처먹었는지 그게 그렇게 신경 쓰여?”
“남이훤!”
벽에 몸이 강하게 밀쳐지며 난 소리에 작업실 안에 있던 이치세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남이훤은 이치세가 나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너 뭐야. 서유태 따라쟁이 뭐 그런 건가? 우리 멤버들은 비슷한 놈 하나 찾았다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거고?”
“…큭.”
체급부터가 다른 상대에게 멱살을 잡히니 압박된 목에서 변변찮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에 인상을 찌푸리자 남이훤은 힘 빠진 웃음을 슬 흘리더니 ‘이제야 좀 살아 있는 것 같네, 지금까지 내내 아무 반응도 안 하더니.’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설마 강혁우가 보낸 건 아니겠지. 프리즘 새끼들 지금 다 제정신 아니니까 대충 가서 서유태처럼 행동해 주면 좋다고 꼬리 흔들 거라고 연습이라도 시켜 줬어?”
“…….”
“죽은 사람 흉내 내면서 인생 낭비하면 마음이 좀 편한가 봐. 그런데 네가 아무리 그렇게 발악해 봤자 넌 고작 대체품이야. 죽어도 서유태는 못 돼. 왜? 서유태는 죽었으니까. 가루가 돼서 그 유골함에 담겼으니까! 영영 못 돌아와.”
남이훤이 몸부림치듯 분노를 토해 내는 동안 몇 번이고 몸이 흔들렸다. 나는 넋을 잃고 남이훤이 악을 지르는 모습을 바라봤다.
“내가 그거 인정할 때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쥐뿔도 모르는 새끼가 감히 서유태를 흉내 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 뜯어내고 싶어서 이러는 건데!”
항상 나른하게 가라앉아 있던 목소리가 형편없이 뒤집어져 버거울 정도로 요동치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호흡을 정돈할 새도 없이 분노를 터트리고, 악을 지르고 나니 어지러워졌는지 녀석은 몸을 뒤로 주춤 물리더니 허리를 굽히고 꺽꺽 넘어가는 숨을 몰아쉬었다.
“…헉, 내 앞에서 형처럼 행동하지 마. 헉, 진심으로,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핏줄이 터져 충혈된 노란 눈동자는 끝까지 원망의 빛을 담은 채 살벌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알겠다고. 차운 형이나 형이 왜 그렇게 쟤한테 연연하는 건지… 하, 너무 잘 알겠어서. 그래서 더 싫다는 거야.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 그런 말투로 말하지 마! 역겹다고!”
그리고 쇳소리가 나도록 위태롭게 숨을 쉬는 와중에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나를 향해 끊임없이 저주의 말을 뱉었다. 참담한 마음으로 비틀거리는 남이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녀석의 무릎이 휘청 꺾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짜악!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러자 남이훤은 제 몸에 내 손이 닿기도 전에 그것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 반동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부스럭 소리가 나며 신발 뒤꿈치에 무언가가 밟혔다.
아까 남이훤에게 건넸던 도시락이었다.
그것을 순간적으로 내려다보자 처음 남이훤을 만났을 때 방황하던 놈을 붙잡아 밥부터 먹였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 …뭐예요?
– 식사는 챙겨. 그래야 반항할 힘도 나지.
뭉개져 엉망이 된 도시락을 확인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남이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제 눈가를 강하게 내리누른 채 말했다.
“딱 봐도 감 오잖아… 나 정상 아닌 거. 연예인 인생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거 없어. 험한 꼴 보고 싶은 거 아니면 적당히 가지고 놀아.”
“…….”
“…너 나 괴롭히려고, 어디 한번 죽어 보라고 이러는 거냐? 그런 거지?”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를 박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최근 며칠 동안 남이훤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 했던 말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팠다. 남이훤의 자기 혐오가 녀석과 나를 함께 찌르고 있었다.
그에 내가 움직이지 못하고 멀거니 서 있자 이치세가 다급하게 녀석을 부축하며 말리기 시작했다.
“훤아, 알았으니까 일단 진정해. 숨 좀 쉬어.”
“…알아? 형이 내 마음이 어떤지 알기나 해?”
“…….”
“아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내가 그걸 바라는 게 이기적인 거지. 왜냐하면 형은 유태 형한테 아무 잘못도 안 했고, 나는 형 인생 망친 쓰레기 새끼들 중에 하나니까! …프리즘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나였잖아. 내가 아무리 이기적인 새끼여도 그건 알아.”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거 아니라니까. 너도 그렇게 될 줄 몰랐던 거잖아.”
“좋은 마음으로 그랬으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하지. 그것도 아니었는데 그게 어떻게 나 때문이 아니야.”
“…….”
“유태 형이 자기 아버지한테 정 뗐으면 좋겠어서 X 돼 보라고 일부러 그랬어. 그 새끼 아들 친구들 앞에서 쪽 한번 당해 보면 다시는 안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그랬다고. 유성이가 그 사람 말 들어주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훤아.”
“그 일만 없었어도 조인찬은 말실수 안 했을 거고, 그러면 형도 탈퇴하지 않았을 거잖아. 우리가 계속 같이 있었다면 지금쯤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는데, 그때 유태 형이 우리 옆에 있었으면 아무도 안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이렇게 만든 거야.”
이치세는 자신을 탓하고 있는 남이훤이 안타까운 듯 눈썹을 찌푸리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남이훤에게는 이치세의 마음이 닿지 않았는지, 이치세의 손을 뿌리치고 작업실을 나가 버렸다.
* * *
남이훤이 작업실을 나가고 이치세마저 스케줄로 자리를 비운 후, 멍하니 있던 나는 바로 기계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 너 나 괴롭히려고, 어디 한번 죽어 보라고 이러는 거냐?
무슨 정신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남이훤의 앞에서 하루 빨리 사라져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그대로 끊임없이 일을 하던 나는 결국 결과물을 뽑아낸 후에야 한 자세로 뻣뻣하게 굳은 몸을 풀었다.
‘…다행이다, 오늘 안으로 끝낼 수 있어서.’
마지막 디테일은 좀 보강할 필요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야 이치세나 다른 편곡가, 작곡가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였라 괜찮았다. 이로써 더 이상 남이훤을 괴롭히지 않고 프리즘 멤버들로부터 거리를 취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아 숨을 돌리던 중, 갑자기 도어 록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
삑, 삑, 삐비빅!
그러더니 문이 열리지 않은 채 정적이 이어졌다.
잘못된 번호를 입력한 모양이었다.
삑, 삑, 삑!
그리고 또다시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재차 들리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과정이 꽤 여러 번 반복되었을 즈음, 나는 소리 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누구지?’
이미 사생에게 크게 덴 적이 여러 번 있었기에 자연스레 바로 문 너머의 사람이 사생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됐던 달리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꼭 달리가 아니더라도 사생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
인터폰의 화면을 확인해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앞을 무언가가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진짜 사생인가?’
현관 카메라를 가리는 이유라곤 불순한 일을 꾸미고 있고, 그것을 집에 있는 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없지 않은가. 그에 나는 차분하게 핸드폰을 들고 매니저에게 상황을 알릴 준비를 했다.
“문 열어어.”
그러나 바로 인터폰의 스피커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바로 긴장을 풀고 한숨을 쉬었다.
“혀어엉, 서유태… 아, 맞다. 여기 치세 형 작업실이지……. 이치세에에.”
남이훤이었다.
혀가 꼬부라진 발음에 곤두세워졌던 신경이 허무하게 풀리는 것을 느낀 나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혹시라도 사람들에게 사진이 찍힐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자 벽에 등을 기대고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있는 남이훤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긴 사지를 꼬깃꼬깃 접어 거구를 웅크리고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술에 취한 것 같았다.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원체 어둡고 혈기가 없는 피부였기 때문에 홍조도 전혀 안 보였고, 겉보기에는 딱히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나 문을 연 순간부터 알코올 특유의 화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리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걸 보니 주량을 한참 넘을 정도로 과음을 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온 게 용한 수준이군.’
나는 그걸 확인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리고 놈의 몸을 붙잡아 작업실 안으로 끌고 왔다.
한승범의 몸으로 이 거구를, 심지어 의식도 나가 버려 더 무거워진 놈을 옮기려 하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이치세의 작업실은 또 어찌나 넓은지, 긴 복도를 따라 거실에 들어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술버릇이 안 좋다는 것쯤이야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걸 아직도 고치지 못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주섬주섬 팔을 어깨에 걸쳐 녀석을 침실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간까지는 가만히 있던 남이훤이 갑자기 이치세의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며 외치기 시작했다.
“치세 혀엉, 나 왔다고!”
방음 공사가 잘되어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어디 갔어!”
나는 실컷 주정을 부리는 남이훤을 지켜보다가 이제 슬슬 안 되겠다 싶어 놈의 몸을 붙잡고 차근차근 말했다.
“이치세 선배님은 스케줄 나가셔서 작업실에 안 계십니다.”
“…내가 싸가지 없게 굴었다고 이제 정 떨어져서 내 얼굴 보기도 싫어?”
“…….”
“형도 유태 형처럼 프리즘 그만둘 거야? 나 때문에?”
술에 취한 사람이 으레 그렇듯, 이치세가 작업실에 없다고 아무리 말을 해 줘도 들을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녀석은 최근 이치세에게 날카롭게 반응했던 것이 못내 신경 쓰였는지 허공에 대고 계속해서 이치세를 찾았다.
그렇게 시간이 상당히 지난 후, 멍하니 고개를 돌려보다 나를 발견한 남이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좀 봐. 완전 엉망이야.”
“…….”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사라져 줄래? 제발 내 가족들 건드리지 말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빌까? 네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할게…….”
“많이 취하셨습니다. 일어나세요.”
남이훤은 정말 빌기라도 할 것처럼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 모습을 도저히 그냥 두고볼 수는 없었던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놈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오늘 잘 주무시면 내일부터 안 오겠습니다. 약속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순간, 녀석의 손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싫어.’ 하고 중얼거리더니 툭 건조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형, 나 어떡해?”
마치 생전 내게 했던 것 같은 말투였다.
“인찬이가 약점이 잡혔다는데, 운이 형은 그거로 협박을 당하고 있고……. 뭐가 진짜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
“무서워, 멤버들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형은 계속 이랬던 거야?”
“…선배님.”
“우리는 언제쯤 형 없이도 잘 살 수 있게 될까.”
남이훤은 눈을 가물가물 감으며 꺼질 듯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그 자리에 바로 곯아떨어졌다. 나는 한참을 끙끙거리며 바닥에 고꾸라진 놈을 질질 끌어 침대 위에 올려놓고 불을 끈 후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남이훤의 어떤 말이 내 발목을 잡았다.
“…형, 가지 마. 내가 잘못했어.”
꿈결에 어렴풋이 뱉은 그 말은 내가 언젠가 들었던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아마 그 때의 기억을 꿈으로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이왕 꿈을 꾼다면 좋은 꿈을 꿀 것이지, 왜 하필 그걸 꿔서.
“…….”
나는 방을 나서려던 걸음을 돌려 녀석이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그러자 엉망으로 흩어진 백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한참을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느샌가 피로로 거뭇하게 내려앉은 눈꺼풀 사이로 눈물 방울이 얇게 떨어졌다.
조금 망설이던 나는 최대한 몸이 닿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서 녀석의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그리고 놈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 준 후, 방을 나섰다.
바람을 좀 쐐야 할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