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모든 스포츠 경기에는 반드시 의무 요원이 대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아이돌 스포츠 대전에는 그 규칙이 묵인되었다. 방송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전문 대회가 아닌 방송을 위한 대회였기 때문에 준비가 미흡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사고가 벌어졌다.
과연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선수진의 잘못인가. 의료진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한 제작진의 잘못인가. 아니면 이런 일을 한번 경험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똑같은 일을 겪게 만든 나의 잘못인가.
끊임없이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에 대해 답을 내리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 관내가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 …구급차는.
– 불렀어요. 119랑은 제가 계속 소통할게요.
나는 멤버들로 주변을 빙 둘러싸 사람들의 카메라에 도유다의 모습이 찍히지 않도록 하고 가장 먼저 구급차를 불렀는지를 확인했다. 그러자 정말 다행히도 사고가 벌어지자마자 우강원이 연차가 높은 출연진의 핸드폰을 빌려 왔고, 그 이후로 이단비가 구급대원들과 소통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답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응급 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안 나마저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명확한 대처 없이 상황을 방치하던 제작진들은 내가 응급 처치를 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소란을 통제하겠다며 주변 인파들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만 했다.
응급 처치는 사전에 제대로 지식을 습득하여 연습해 두지 않으면 막상 실제로 사고가 벌어졌을 때 혹시라도 잘못하여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들이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그것이었겠지.
차라리 모두 내 손으로 수습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애당초 이 정도로 미숙한 이들이 이 상황을 수습하려 해도 나는 안심하지 못했을 것이다.
– 기량 형은 딱딱하고 평평한 물건 구해 와. 없으면 신문지도 상관없어.
– 이화영은 매니저님한테 도유다 부모님들한테 연락드리라고 말씀드려.
무슨 정신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꼭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사실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기에 멤버들이 뭐라 대답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고, 그저 내가 질리도록 뒤져 봤던 ‘운동 중 부상의 응급 처치’의 순서를 따라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던 점은 멤버들이 그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내 지시를 잘 따라 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조직이 다치지 않도록 도유다의 다리를 신장 높이 위로 들어 올리고, 부목으로 발목을 고정했다. 제대로 된 응급 키트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신문지를 말아 옷으로 묶을 수밖에 없었고, 찜질은 내 지시에 따라 우강원이 편의점까지 달려가 사 온 얼음을 수건으로 둘러 만든 허접한 것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 괜찮아. 조금만 참아. 괜찮을 거야…….
나는 다리를 조금 건드리기만 해도 신음을 내지르며 내 팔을 밀어내는 도유다의 손을 억지로 내리누른 채 꾸역꾸역 응급 처치를 했다. 연신 괜찮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뱉었지만, 밭은 숨을 쉬며 고통에 발버둥 치는 녀석에게는 닿지 않았겠지.
그사이 도유다의 다리는 시꺼멓게 멍이 올라온 채 사람 다리가 아닌 것처럼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를 고문하고 있기라도 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도유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응급차를 타고 근처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녀석은 구급차가 흔들릴 때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고통을 참느라 손바닥의 안쪽에 손톱이 박혀 살점에 초승달 모양의 붉은 자국이 생겼다. 나는 그것을 보다 못해 내 손을 대신 쥐도록 했다.
– 골절과 탈구가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이 필요해요.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정복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부상 입은 부분이 너무 부어 있어서 붓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당장 수술은 어렵고…….
도유다의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붓기가 빠지자마자 최대한 빨리 수술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합 골절이기 때문에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의 회복조차 단순 골절보다 오래 걸릴 거라고. 인대 손상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그리고 언제부터 활동이 가능하냐는 매니저의 질문에는 한숨을 쉰 후, 이렇게 대답했다.
– 재활의 기본은 성급해지지 않는 거예요. 제가 언제부터 활동이 가능하다 말씀드려도 언제 또 불시에 상태가 안 좋아질지 장담할 수 없죠. 후유증도 남을 거고요.
그 말을 듣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도유다가 동아줄처럼 쥐고 있던 손이 얼얼했다.
– 승범아, 유다는? 어디 있어!
매니저의 연락을 받은 도유다의 부모님이 허겁지겁 병원에 찾아와 내게 그렇게 물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survive IDOL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부터 도유다의 부모님에게 ‘유다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나는 그들의 앞에서 일의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했다.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그 옆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단비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설명은 할 수 있었다.
이단비는 같은 팀의 연차가 높은 선배가 경기 중 무리하게 공을 뺏으려 들었고, 그에 대응하듯 상대 팀의 플레이 또한 점점 과격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던 중 빠른 속도로 공을 쫓던 도유다가 유난히 거칠게 플레이하는 상대 선수를 피하려다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로 인해 발목이 뒤로 꺾였을 때 바로 뒤따라 달려오던 이가 그 위를 짓밟았다고 했다. 아마 미끄러운 바닥과 풋살 경기에 어울리지 않는 신발 탓에 더욱 속도를 줄이기가 어려웠던 것이겠지.
– 유다는 지금 진통제를 맞고 누워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안에도 뼈와 근육이 짓밟혀 뭉개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상상되었다. 그 광경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도유다의 부모님들은 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최대한 덤덤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식이 링거 하나만 맞아도 가슴이 찢어지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데 수술이라니, 눈앞이 새하얗게 물드는 느낌일 터였다. 서유성이 있기에…… 아니, 서유성이 아니더라도 이미 프리즘과 판테이온은 모두 내가 지켜야 하는 놈들이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그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 …죄송합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도유다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도유다의 어머니는 나를 꽉 안으며 ‘그런 소리 하지 마.’, ‘응급 처치 잘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행동에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몸을 사리라고 강조하지 않았다면 도유다는 다치지 않았을지도 몰라.’
부상을 걱정하며 근육에 과도한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앞에서 달려오는 선수를 남들보다 빠른 타이밍으로 피하려 들지 않았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도유다는 내 말을 너무 잘 들어 부상을 입은 것이다.
[(HOT!) ㄷㅇㄷ 발목 다쳤대] [(HOT!) 아스대 도유다 부상 직캠]그것을 후회할 새도 없이, 커뮤니티에는 온갖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얼마나 다쳤는지,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 소문이 와전되어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과장된 소문에 팬들이 불안해할 것이라 생각한 나는 도유다의 부모님과 상의하여 녀석이 수술을 받고 재활 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도록 소속사에게 전달했다.
소속사 직원들은 나의 요구에 따라 빠르게 팬들에게 상황을 알렸고, 사고 상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의 입은 그리 쉬이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뭐 말이 다 달라 누구는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고 누구는 태클 걸려서 다쳤다고 하고] [경기 좀 밀리니까 그냥 엄살피운 거라던데 고작 발목 삔 거 가지고 촬영 다 중단시키고 119 부른 거 존나 어이없음] [뼈가 부러져서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했는데?] [┗ 뭔 개소리임? 출처가 뭐야] [┗ ┗ ㅁㄹ 커뮤에서 봄] [┗ ㄴㄴ 나 그때 현장에 있었음 몸싸움하다가 ㄷㅇㄷ가 넘어지고 그 뒤에 쫓아오던 애가 감속 못하고 그대로 꺾인 발목 밟은 거임] [┗ ┗ 으악 말만 들어도 진짜 개아플 것 같음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 [한승범 보니까 급박한 상황일수록 인성 드러난다더니 그게 찐이었던 듯 선배들한테 길 막지 말라고 정색하고 ㅎ..;] [┗ 한승범은 원래 써아사 트레이너한테도 자기 할말 다 했음 뭐 이제와서 인성 ㅇㅈㄹ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구경한다고 얼쩡거려서 한승범 지시대로 움직이는 강원이랑 단비 길 막은 게 도대체 몇 번이야 욕 박아도 시원찮은데 그정도면 양반인거지 한승범 응급처치하면서 손 떠는 거 본 사람들은 절대로 너처럼 말 못함] [헐 그러면 판테이온 활동 어떻게 되는 거임? 관테이온 퍼포먼스 개빡센데 ㄱㄴ…? 뼈 붙는데에만 n개월 걸리고 재활도 그만큼 걸린다면서] [┗ 이제 타협해야지 뭐… 퍼포 난이도를 낮추거나 활동을 미루거나 ㄷㅇㄷ를 빼는 방향으로 갈 듯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선택지는 최대한 피했으면 좋겠다] [┗ ┗ 아 ㅠㅠ 나 판테이온 퍼포 좋아했는데 너무 아쉽 ㅜ 조심 좀 하지 ㅠㅠ] [┗ ┗ 도유다를 빼야지 뭔 ㅋㅋ;; 상식적으로 애들 계약 기간도 엄청 짧은데 그걸 어떻게 기다려 줌 도프들 지새끼 활동 제외될까 봐 벌써부터 정치질 시작하는 거 짜증난다…] [┗ ┗ ┗ ??? 팩트 체크 1. 나 최애 대장 올괜임 2. 정치질이 아니라 걱정하는 거임 3. 다친 애 활동 제외하라고 떼쓰고 다니는 네 인생은 존나 한심하다 3. 네가 빠는 멤은 네가 이딴 식으로 행동해도 하나도 안 좋아함]그중 가장 뜨거웠던 화제는 정말 우습게도 ‘누가 도유다에게 부상을 입혔는가’였다.
도유다는 아직도 제 발로 일어서지 못해 잘잘못을 따질 단계가 아니었고, 고의성이 없었으니 부상을 입힌 누군가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욕할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었다.
[누구 때문임?] [┗ 코마원에서 제일 듣보인 애] [┗ ┗ 지 능력으로는 카메라에 얼굴 비추지도 못해서 잘나가는 애 옆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있더니 기어코 사고를 내네 급을 보면서 나대야 할 거 아냐] [EH의는 도대체 뭐한 거냐? 지네 팀 멤버가 존나 설치면서 남의 발목 분질러놨는데 옆에서 구경만 함?] [┗ 오… 여기에서 갑자기 죄없는 ㅌㅇ를 끌고 온다고… ㅈㄴ 얼척x]도유다의 발목을 밟은 이는 COMA-1 그룹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멤버였다.
그는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인 채 태의와 함께 허겁지겁 병원에 찾아왔다. 그리고 도유다의 가족들과 판테이온 멤버들, 우리 회사의 관계자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벌벌 떨며 연신 허리를 숙여 댔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본인을 죽일 듯이 욕하는 상황과 누군가에게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혔다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 죄송, 죄송합니다.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얼굴 찍히고 싶어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까…….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의 당사자였던 도유다는 사고가 벌어진 후 하루가 지난 시점인 오늘, 붓기가 조금 가라앉아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나는 도유다가 마취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녀석이 머무는 병실로 찾아갔다.
그러자 새하얀 병실에서 흰 환자복을 입고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도유다가 나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형, 저 기다리지 말고 컴백해요. 저 괜찮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