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형, 저 기다리지 말고 컴백해요. 저 괜찮아요.”
그 말에 나를 뒤따라오던 멤버들이 숨을 삼켰다.
다들 이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중에 도유다의 부상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 터였다.
“…….”
나는 병실에 들어온 이후로 아래로 내리깔고 있던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시야에 흐릿하게 아른거리는 붉은 머리칼을 천천히 지워 냈다.
‘도유다도, 멤버들도 지금은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겠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또 조인찬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유짱, 그거 무슨 말…….”
“다들 나가서 밥이라도 먹고 와.”
나는 잔뜩 흥분한 채 곧장 도유다에게 향하려는 젠을 팔로 막아서며 차분히 말했다. 그러자 멤버들은 내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선 후 항의하듯 나를 불렀다.
“승범아.”
“리다, 저는!”
특히나 도유다와 아주 각별한 사이였던 젠은 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의 상태를 보고도 재차 같은 말을 뱉었다.
“잠깐 나가 있어, 괜찮으니까.”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분명했다.
어차피 멤버들은 도유다가 활동에서 빠지는 일 따윈 납득하지 못할 것이고, 어떻게든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도유다는 사람들의 말과 부상의 피로로 상당히 몰려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1대 다수의 대화로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조금만 기다려.”
지금 도유다가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사람은 이 팀의 리더인 나여야만 했고, 그게 나의 책임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태도를 굽히지 않자 멤버들은 조금 주춤하며 고민하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다들 아마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터였다. 놀라기도 했을 거고. 그런 와중 과연 멤버들은 팀의 앞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나를 온전히 믿고, 가장 중요한 시점인 지금을 내게 선뜻 넘겨줄 수 있을까.
멤버들에게 꽤 당당하게 요구한 주제에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던 나는 멤버들에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이화영이 곧바로 뒤돌아 병실을 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이 녀석의 뒤를 따라 하나둘 병실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고맙다.”
나는 그런 멤버들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러자 멤버들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등을 도닥이는 우강원의 손길에 이끌려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멤버들이 병실의 문을 닫고 나간 후, 나는 도유다의 옆으로 걸어갔다.
녀석은 나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상황이 생길 거라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에 내색하지 않고 침대 옆의 간의 의자에 앉으며 부러 평온한 투로 말문을 열었다.
“다리는 좀 괜찮냐. 수술하고 한동안은 움직이기 불편할 거라고 하더라.”
“…형.”
“조금 회복하고 나서 재활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유증이 덜해.”
“형, 저 농담 아니고 저 진지하게 말한 거예요. 정말 판테이온에서…….”
도유다는 내가 자신의 말을 장난이라 치부하고 묵살한 것이라 착각했는지 이불을 꽉 쥐었다. 그리고 축축해진 눈망울로 제 손을 내려보며 겨우 말했다. 나는 툭 건드리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꾸역꾸역 똑같은 말을 반복하려는 도유다를 응시하며 물었다.
“판테이온 활동에서 빠지면 앞으로 뭘 할 건데?”
“…….”
도유다는 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분명 그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일 테지.
“활동을 중지하고 재활에 집중하고 싶은 거라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상관없어. 판테이온이 꼭 네 인생의 전부인 건 아니니까. 앞으로도 쭉 길게 활동을 할 거라면 오히려 그게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지. 그런데 지금 너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저는 짐덩이잖아요. 제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뼈 붙을 때까지는 걷는 것조차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고집을 부리겠어요.”
도유다는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장 먼저 현실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판테이온에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을 자신의 고집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 말을 쭉 듣다가 덤덤하게 대꾸했다.
“결국 네가 안 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말이네.”
그 말에 도유다는 속을 꿰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입술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더니 결국에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의 도유다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제게 쏟아지는 말들이 두려워 지금 쥐고 있는 것을 손에서 놓으려는 것에 불과했다. 일단 그것까지 파악했다면 내가 도유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여럿 있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고 해서 아예 활동에서 빠져야 하는 건 아니야. 우리 그룹 멤버들은 노래 실력이 뛰어나니까 보컬 위주의 곡으로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너한테 킬링 파트를 준 다음 무대에서는 그 부분만 소화하고 퇴장하는 방법도 있어.”
“…형이 저한테 그렇게까지 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 방법도 어쨌든 멤버들한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건 맞잖아요. 당장 형만 해도 퍼포먼스 위주 곡에서 장점이 드러나는 멤버니까요. 그걸 제가 방해해 버리면 불만을 느끼는 분들이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거고요. 게다가 제가 무대에 서 있기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기까지 또 몇 달이 걸릴 텐데, 그걸 어떻게 기다려요. 원래대로였다면 지금부터 바로 컴백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저를 기다리고 있다간 몇 번 활동하지도 못하고 활동 기간이 끝나 버릴 거예요. 저는 멤버들 발목 잡기 싫어요.”
도유다의 활동을 위한 여러 대책을 말하자 녀석은 눈썹을 찌푸린 채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대꾸했다. 원래대로라면 저렇게까지 깊게 생각할 놈이 아닌데, 줄줄 외는 것을 보니 댓글에서 사람들이 말했던 내용인 것 같았다.
“누구 하나가 약해지더라도 같이 떠받들어 주는 게 가족이고, 멤버라고 했잖아. 아까 멤버들 표정 못 봤냐. 젠은 거의 ‘유짱 없이는 활동하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소리나 할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설마 널 빼놓고 나머지 멤버들이 희희낙락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 말에 방금전 멤버들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도유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멤버들이 결코 자신을 탓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연한 이야기까지도 지금의 녀석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는 도유다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도유다에게 어른으로서, 녀석을 이끄는 리더로서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녀석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고민했다.
침묵이나 거짓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유다는 내가 진실을 말할 때마다 큰 안정감을 얻는 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놈은 경연을 앞두고 과호흡이 왔을 때도, 우강원과 나 사이에 부정적인 기류가 돌았을 때 도유다는 언제나 진실을 바랐고, 그를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원체 공감력이 뛰어난 아이라 그랬다.
– 제발! 제발 말 좀 하라고! 형이 그럴 때마다 미치겠으니까!
– 어딜 가겠다는 건데. 내내 입 다물고 있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고!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내가 지금까지 멤버들을 위하고자 취했던 침묵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내가 지금부터 도유다에게 말할 것은 지금껏 나를 지키고 있었던 단단한 껍데기를 한꺼풀 벗겨 낸 나의 속마음이었다.
“나는 무서웠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네게 뛰어가는 동안 참을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
“하지만 너는 더 무서웠겠지. 지금도 그럴 거고. 그러니까 이렇게 성급해진 거야.”
녀석의 눈시울이 단번에 붉어졌다.
그리고 울음을 참느라 빵빵해진 볼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칭찬하듯 녀석의 둥근 뒤통수를 만진 후, 입 안에 맴돌던 말을 어렵게 꺼냈다.
“쉬어도 괜찮아. 잠깐의 정체가 네 가치를 결정해 주는 건 아니니까.”
나 자신에게도 이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미 한번 실패를 겪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삶을 향한 나의 태도를 바꾸지 못했으니까.
이것은 나의 천성이며 수십 년간의 생을 통해 이미 견고하게 다져진 내 삶의 방식이었다. 따라서 아마 앞으로 평생 변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면 노래를 연습하면 돼. 무대에 설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의 무대를 보면서 배우면 돼.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걸 얻을 수 있거든.”
스스로 지키지 못할 말은 타인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련한 서유태는 조인찬에게 그 말을 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아끼는 이들이 나보다 현명한 삶을 살길 바랐기에, 그때 그 녀석을 따뜻하게 감싸 주지 못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기에 고해하듯 그 말을 뱉었다.
“너는 지금 뒤처지거나 짐이 되는 게 아니야.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움닫기를 하고 있을 뿐이지.”
그러자 녀석은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는지 눈물방울을 이불 위에 뚝뚝 흘리며 솔직하게 제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는 이 그룹이 좋아요. 죄송하지만 속마음으로는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끝까지 버티고 있으면 다들 저를 욕할지도 몰라요. 가뜩이나 우리 팬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라 개인 팬덤 성향이 강한데…….”
“왜, 내가 마음대로 그렇게 결정한 건데.”
물만두처럼 축축하게 젖은 얼굴을 소매로 벅벅 문지르며 대뜸 그렇게 말하자 도유다가 코를 킁 훌쩍이더니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곧 소속사 통해서 내가 쓴 글이 공개될 거야. 네가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해지면 곧 너와 함께 꼭 완전체로 돌아가겠다고. 그러니까 뮤즈들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대쪽 같은 판테이온 리더는 도유다 없이 활동할 생각 없다고 다 소문내야지. 너 수술하는 동안 이미 소속사 윗사람들이랑 그렇게 하기로 상의 마쳤어.”
나는 벙찐 채 가뜩이나 큰 눈망울을 더 크게 뜨고 있는 도유다를 향해 쐐기를 박아 넣듯 말했다.
“도유다가 앞으로도 계속 판테이온으로 활동하는 것, 판테이온이 도유다를 기다리는 것 모두 내가 결정한 거라는 뜻이야.”
“형, 그건!”
“그러니까 격한 춤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까지는 회복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라고. 그놈의 댓글 그만 읽고. 그러면 그 뒤에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는 나를 말리려는 듯 다급하게 몸을 벌떡 일으키려는 도유다의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잘 먹고, 잘 자고, 너를 소중히 여겨 주는 사람들의 곁에서 신중하게 선택해. 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 속에서 결정을 내리려 하지 말아.”
사실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추론을 통해 가장 리스크가 적은 선택지를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지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인간 따위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완전무결한 선택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생각했다.
너희를 올바른 길로 끌고 가는 이는 내가 아니라고.
“그리고 그 선택조차 버거워지는 날이 오면…….”
다른 이의 첨언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 선택한 길을 답이라 여기며 후회 없이 나아가라.
“내가 같이 감당해 줄 테니까. 후회도, 두려움도 전부 나한테 맡기고 네가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아.”
“…….”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나를 원망해도 좋아. 그러라고 리더가 있는 거 아니겠냐.”
그러면 나는 너희의 뒤를 따라 걷겠다.
그리고 너희가 넘어지고 주저앉을 때마다 손을 내밀어 주는 이가 되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