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대화를 마친 후, 도유다는 끝끝내 지쳐 버렸는지 까무룩 잠들었다.
마취에서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쓸데없이 이상한 커뮤니티나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바통 터치를 하듯 도유다의 부모님을 병실에 들여보낸 후,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들 불안해하고 있을 테니 제대로 상황을 알려 줘야만 했다. 앞으로의 활동에 관해서도 설명을 해야 했고.
서둘러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가니 죄다 꼬질꼬질한 얼굴을 하고 있는 멤버들이 나를 발견하곤 고개를 퍼뜩 드는 것이 보였다.
“승범아!”
“리다!”
그리고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켜 세운 젠이 나를 향해 돌진했다.
“컥.”
나는 볼품없는 소리와 함께 허수아비 같은 몸을 휘청거리곤 내 허리를 들이받은 젠을 붙잡으며 버텼다. 하지만 젠은 내 반응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는지 바로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 냈다.
“유짱이 뭐라고 말했습니까? 다리 많이 아픈 겁니까? 그래서 활동 못 하다 입니까? …리다는, 리다는 그것 괜찮은 겁니까?”
어찌나 마음이 급했는지 평소보다 훨씬 더 어눌한 발음이었다.
나는 한 단어를 끝까지 뱉기도 전에 다음 단어를 꺼내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녀석은 숨을 조금 돌리더니 다시 허겁지겁 제 마음을 털어놓았다.
“…저는 싫습니다. 활동 조금 해도 같이가 좋습니다.”
그렇게 질문 폭탄을 던진 주제에 지금은 또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걸 보니 막상 본인이 원하던 답과 다른 말을 듣는 게 두려웠던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가슴을 졸이고 있으면서 아까 자리는 도대체 어떻게 비켜 준 건가 싶었다.
원래는 차례대로 설명을 할 생각이었으나 녀석이 워낙 급해 보였기에 나는 가장 먼저 결론부터 말했다.
“괜찮아. 도유다 없이는 활동 안 할 거니까. 오늘 저녁쯤 도유다의 상태나 앞으로의 활동에 관해 글이 올라갈 거야.”
그러자 멤버들은 내 말에 얼굴을 화색으로 물들이며 드디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 아마 다들 도유다 없이 활동을 강행하는 상황은 바라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짓다가 말했다.
“도유다는 수술 잘 마쳤고 지금은 자고 있어. 아까 눈을 뜨고 있었던 게 비정상적이었던 거고, 이제 드디어 마음이 놓인 거겠지. 병실에는 부모님이 계시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쉬게 내버려 두자.”
“…다행이다.”
내내 주먹을 꽉 쥔 채 내 말을 듣고 있던 백기량과 우강원이 바닥에 무릎을 굽히며 쭈그려 앉아 중얼거렸다. 도유다가 다쳤을 때부터 극도로 긴장하여 내가 시키는 대로 정신없이 움직이더니 드디어 긴장이 풀린 듯했다.
이단비는 언제나 그렇듯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그저 백기량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숨을 가볍게 내쉴 뿐이었다. 언젠가 녀석이 동생들이 아플 때마다 응급실에 혼자 뛰어가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었는데, 그 경험 탓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던 이화영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 무어라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저 표정이 나올 즈음에는 벌써 ‘한승범!’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을 텐데, 아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지켜보다가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시 이화영은 활동이 미뤄지는 게 싫은 건가?’
녀석은 다른 멤버들과 그렇게까지 친밀한 관계를 쌓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활동도 어찌 되었든 경제활동의 일종이고, 멤버들의 커리어가 될 텐데 그에 차질이 생기는 건 당연히 누구든 싫을 터였다.
실제로도 부상을 입은 멤버를 제외하고 활동을 강행하는 그룹은 더러 있었고, 그들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각자 상황이 달랐고, 우선하는 가치가 다른 것일 뿐이었다.
“나 개인의 의견으로 컴백을 늦추고 퍼포먼스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만약 그런 멤버가 있다면 미안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활동에 관한 말을 꺼내자 녀석의 표정이 더욱 신경질적으로 구겨졌다. 정체 밝힌 이후부터는 나한테 저런 표정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새삼 오랜만인 느낌이 들었다.
“공백기가 길어지는 건 분명 그룹 인지도나 팬덤 유지에 치명적이야. 특히나 판테이온은 프로젝트 그룹의 특성상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렇지.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우리 멤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왕 말을 꺼낸 김에 끝까지 설명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화영은 그 이야기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듯, 고개를 획 돌려 버렸다.
‘뭐야, 잘못 짚었나.’
나는 녀석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멤버들에게 마저 설명을 했다.
“도유다도 멤버들이랑 쭉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어. 아까 도유다가 한 말은 피곤해서 충동적으로 뱉은 말이었으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다같이 노력해서 뮤즈들한테 좋은 노래 들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그러자 멤버들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줄곧 조바심을 드러내던 젠이 험상궂게 얼굴을 구기더니 내 허리를 꽉 붙잡은 채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흐엉, 리다, 고맙습니다.”
직선으로 떨어진 눈물에 바지가 축축하게 젖는 것을 느끼며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애가 너무 심하게 울고 있어 뭐라고 하기도 참 그랬다.
…회색 바지를 입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그만 울어.”
“눈물이 말 안 듣습니다. 반항적 눈. 눈 네모나게 떠.”
젠의 말에 지금까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우강원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노력을 배신하듯 열심히 밀봉해 두었던 입술이 간간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큽.”
‘…최악의 상황에도 웃을 일이 생기는 게 인생이구나.’
공허한 눈을 하고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침착하게 젠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눈물을 닦아 주는 척하며 집중호우 경보 구역에서 골반을 자연스럽게 떨어트렸다.
“아주 잘생겼다, 잘생겼어. 이대로 사진 찍히면 끝장나겠네.”
“비주얼.”
“비주얼 같은 소리하고 있네.”
‘끼리끼리 논다더니…….’
Survive IDOL 출연 당시 도유다가 기어코 내 옷에 눈물 자국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주 지 친구랑 하는 짓이 똑같았다. 나는 젠의 얼굴을 벅벅 문질러 그나마 봐줄 만한 꼴로 만든 다음, 말했다.
“나는 이제 도유다 병문안 온 사람들 상대해 주고 와야 하니까 가서 식사들 좀 해. 나가서 밥 먹으라니까 아주 내 말 귓등으로도 안 듣지.”
“…승범이한테 식사 챙기라는 말 들으면 별로 와닿지가 않…….”
간만에 용기를 낸 백기량의 발언이었다.
나는 시선 한번으로 녀석이 입을 다물게 만든 후, 자리를 떴다.
* * *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와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멤버분이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태의 씨가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계속 찾아와 사과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내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놈을 보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짚었다.
멤버들에게 말한 ‘병문안을 온 사람’의 정체는 태의였다.
녀석은 본인이 사고를 낸 것도 아니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병원에 여러 번 찾아와 사과를 하려 들었다. 어차피 도유다는 부상과 수술로 피로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만날 수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도유다에게 사과할 수 없다면 나한테라도 하겠다는 건가.’
“…말씀하신 대로 저희 멤버가 의도적으로 도유다 님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강혁우 이사가 ‘판테이온 멤버들한테 져서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해서 멤버들에게 압박감을 줬고, 그로 인해 경기가 과격해졌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걸 제가 일찍 말씀드리고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본인이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다니, 참 미련하고 정직한 놈이었다. 이놈이 정보를 흘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던 나 자신이 순간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핸드폰은 촬영 중이라 만질 수가 없었고,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제게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것 아닙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태의 씨는 충분히 할 만큼 했습니다. 그러니 이만하면 됐습니다. 지금부터는 멤버분이 너무 사람들 말에 상처받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세요. 아마 도유다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겁니다.”
그에 조금 누그러진 투로 대꾸하자 태의는 더욱 울상이 되어 억눌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저희를 책망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나는 그 말에 잠시 가만히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내 품 안에 있는 놈들만을 싸고돌기에 급급한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어째서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느냐를 묻는다면 COMA-1 그룹이 아닌, 도유다를 위해서라고 대답해야 맞겠죠. 도유다는 마음이 약한 편이기 때문에 그쪽 멤버가 이번 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분명 크게 압박감과 죄책감을 느낄 게 뻔하니까요.”
“…….”
“그리고 태의 씨도…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건넨 말에 태의는 눈을 크게 뜨며 줄곧 바닥에 향해 있던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에 내색하지 않고 건조하게 이어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몰아가고, 실수를 저지르게 만드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태의 씨처럼 선한 사람이 그 안에서 얼마나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도요. …그렇기에 저만큼은 태의 씨를 더 이상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프리즘 멤버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한 나는 이만 가 보라는 뜻으로 눈을 길게 깜빡였다. 그러나 태의는 그 자리에 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목석같이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뭔가 이상을 느낀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태의가 사지를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곧 쓰러지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에 나는 녀석을 부축하며 다급히 말했다.
“더 이상 태의 씨가 죄책감 느낄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저는 한승범 님이 말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치 죄를 고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녀석을 보며 당황하던 중, 누군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동시에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나는 그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들어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남자를 눈에 담았다.
뒷모습만 보면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천천히 움직이는, 정형외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환자였다.
하지만 모자와 안경, 마스크로 철저하게 가린 얼굴과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큰 신장, 자연스레 시선을 끄는 연예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 들어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얼굴을 정면에서 확인한 간호사가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 인찬 씨 왔네. 어디 또 안 좋아졌어요?”
남자는 간호사의 말에 모자의 캡을 푹 누르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가 오면 통증이 심해져서요.”
모자 아래로 얼핏 붉은 머리카락과 녹안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