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서유태 선배님입니다. 그 원본을 손에 얻은 사람이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서유태 선배님이라니…….”
“…….”
태의는 내가 당황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나의 되물음에도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예상과는 달랐다. 보통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낄 만한 놀라움과는 차원이 다른 동요가 나를 덮치고 있었다.
‘원본을 손에 넣은 사람이, 나였다고?’
차운은 그 영상 때문에 강혁우가 시키는 대로 내 노래를 가져다 쓰고, 나를 모방하여 나온 신인에게 곡을 주어 그들을 합리화하는 것에 앞장서고, 그로 인해 프리즘 멤버들에게 원망을 받아 무너졌다. 차운이 여지껏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건 모두 그것 때문 아니었던가.
그런데 사실 나는 이미 그걸 손에 얻은 상태였다니, 이리도 허망한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도대체 왜?’
나는 도대체 왜 그 원본을 손에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용하지 않은 않은 채 그 옥상에서 떨어진 것일까. 그 의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은 혼란스러워하기만 할 때가 아니야. 정신 차려야 해.’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의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설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가설은 내가 갑작스럽게 다른 이에게 살해당해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가설은 내가 스스로 그 영상을 이용하기를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둘 중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전자인 것 같긴 했다.
‘상황을 고려해 보면 그 원본을 노린 강혁우와 그 수하들에게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실제로 임승훈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았고, 그 이유가 내가 본인들의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증거를 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꽤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 경우 강혁우가 나를 죽였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녀석이 최적현에게 그걸 완벽하게 감출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원본은 지금 행방불명되었다고 말했죠. 그렇다면 강혁우도 아직 그걸 손에 넣지 못한 것 맞습니까?”
“…예, 아직까지도 그 원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들쑤시고 다니고, 종종 저희 아버지에게도 찾아오고 있는 걸 보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또, 강혁우가 끝끝내 원본 영상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만약 강혁우였다면 그 영상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사수했을 텐데, 유일하게 그것의 행방을 알고 있는 나를 무작정 죽였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가설은 내가 자의로 그 영상을 세상에 내놓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었다.
조인찬은 본인의 의지로 그 클럽에 간 것이 아니었으니 분명 저항했을 것이다. 정말 다행인 일이었지만, 만약 조인찬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장면이 자극적으로 찍혔다면 그 영상은 증거로써의 가치가 대폭 낮아지게 된다.
‘대중에게 공개할 수 없는 증거는 언론전에서 큰 효력을 가지지 못해. 심리전으로 어떻게 끌고 가는지는 가진 사람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예인의 과하게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모습이 노출되면 대중은 그를 동정이나 무의식적인 불쾌함을 담은 시선으로밖에 보지 못하게 된다. 조인찬을 돕기 위해 확보한 증거가 오히려 조인찬의 연예인으로서의 인생을 끝내 버릴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어떻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겠는가.
‘그딴 식으로 협박을 하다니…….’
나는 조인찬의 영상을 빌미로 강혁우에게 감시를 받았던 시기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강혁우와 프리즘은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게 맞았다.
애초에 본인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마주하지 않는 한 강혁우가 그걸 대중들의 앞에 공개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았다. 프리즘은 RH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수입원이지 않던가. 프리즘의 존속은 강혁우의 이득으로 이어지고, 프리즘의 추락은 강혁우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영상이 공개되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그건 결국 강혁우의 불법적인 사업 또한 덜미를 잡힐 수도 있었다.
저울이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프리즘 멤버들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로 살아가는 놈들이고, 우리가 서로를 너무 아꼈기 때문일 뿐이었지.
– 나는 그냥 감방 다녀오면 돼. 그런데 너희는 그 꼴 못 보잖아. 아니야?
또 그것이었다.
강혁우가 말했던 것. ‘지킬 게 많기 때문에 약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혹시라도 위기가 찾아올까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었고, 벌벌 떨며 서로를 감싸 안기에 바빴다.
“…….”
나는 이를 악물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인찬에 관한 일은 내가 스스로 죽기를 결심하기까지 가장 마음에 걸렸던 일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 원본을 손에 넣었기에 죽음을 결심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그 원본을 손에 넣었기에 죽음의 위기를 마주하게 된 것인지. 어느 쪽도 가능성이 있었기에 쉬이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다시 태의와 차분히 대화를 이어 갔다.
“태의 씨는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듣게 된 겁니까.”
“아버지께 들었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아버님은 그 당시의 일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겠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제가 아버님을 한번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왜 만날 수 없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는 의도를 남아 태의를 가만히 응시하자 녀석은 아래로 내리깐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더듬더듬 대답했다.
“원본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조폭들이 저희 아버지를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완전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즈음 돌아왔는데, 정말 추레한 몰골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식사를 못하신 건지 몸은 야위어 있었고, 눈알이 퀭하여 총기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고요. …아버지는 그 이후로 낯선 사람을 보면 겁을 먹게 되어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한승범 님이 찾아가더라도, 별다른 대답은 얻지 못하실 겁니다.”
태의의 말을 듣자 녀석의 아버지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대강 감이 왔다. 원본 영상이 사라졌으니 강혁우와 그 수하들은 닥치는 대로 그에 관련된 이들을 잡아다 어떻게든 정보를 토해 내게 만들었겠지.
‘미친놈들, 어디까지 갈 생각인 거냐!’
“…그렇습니까. 안 좋은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은 나는 작은 목소리로 태의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듯 고개를 미친 듯이 젓고,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은 채 손을 벌벌 떨며 말하기 시작했다.
“분명 대답하셨을 겁니다. 그 정도의 폭력을 견딜 정도로 정신력이 강한 분이 아니니까요.”
“…….”
“…서유태 선배님이 죽은 건 자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마 저희, 저희 아버지 때문에 강혁우 일당에게…….”
어쩌면 본인의 아버지가 강혁우에게 원본을 가져간 이의 정체를 밝혔기 때문에 서유태는 그들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다. 태의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었을 그 가능성을 입에 담으며 패닉에 빠져 있었다.
“진정하세요. 태의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설령 태의의 아버지의 말로 인해 살해당했다 하더라도 태의를 탓할 생각은 죽어도 없었던 나는 단호하고 차분한 투로 녀석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는 원본을 얻은 다음 태의의 아버지와 별다른 정보를 주고받지는 않았을 거야. 신뢰할 수 없으니까.’
결국 내가 기억을 해야 했다.
그 원본이 어디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결국 오직 나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이런 중요한 기억을 잊어버린 거냐고.’
원래 몸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은 몇 번이고 겪었다. 하지만 기억에 관련된 문제는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문제는 한승범이 기억을 지운 탓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기억을 지우는 능력은 코스트를 소비하여 의도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승범이 내게 방해되거나 위해가 생길 만한 일을 일부러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승범은 본인의 그 개차반 같은 가족들마저 원망하지 않을 정도로 착한 아이일뿐더러, 그 아이는 나를 자신의 아버지처럼 사랑했으니까. 그것은 나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맹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승범은 ‘나를 위해’ 내 기억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살해당하는 기억이 남아 있으면 문제가 생길까 봐?’
하지만 나는 내가 살해당하는 기억 정도로 나자빠질 정도로 나약한 놈이 아니었다.
나는 분명 보통 사람들과 달리 어딘가가 뒤틀려 있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연관된 것만 아니라면 나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든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기억이 정확하게 남아 있었다면 그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내 목표를 쟁취했을지언정 한승범이 걱정할 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한승범은 굳이 무얼 위해 기억을 지워야 했던 것일까.
‘한승범은 도대체 뭘 걱정한 거지? 내게 뭘 숨기려고…….’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가, 이 느낌이. 최적현이 내게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매우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한승범과 최적현. 나를 절대적으로 위하는 이들이 내게서 어떤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내 성격이 어떤지 뻔히 알고 있을 놈들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숨겨야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끊임없이 사고를 전개하던 중, 갑자기 이명이 들리며 머리가 지끈지끈 울리기 시작했다. 기억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느꼈던 그 끔찍한 두통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윽!”
“한승범 님!”
극심한 통증에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자 태의가 다급하게 내 몸을 부축하며 내 안색을 살폈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할 새도 없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기억들에 나는 가쁜 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이전에 임승훈을 만났을 즈음, 떠올렸던 ‘유서’를 쓰는 기억이 다시금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 종이에 쓴 글의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는 것이었다.
[미안하다, 운아.]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돼. 나는 괜찮아.]그 기억 속의 내가 썼던 글은 세간에 공개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
[너희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나는 언제나 너희를 응원할 테니까.]남들에게는 유서라고 보일 수도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편지에 가까웠다.
해킹과 조사를 우려하여 완전히 폐기할 수 있는 종이에 작성한, 나를 이어 프리즘을 이끌고 있는 차운에게 남긴 고작 몇 장 안 되는 편지.
“하아, 하……. 윽!”
앞장에 적혀 있는 말은 뻔했다.
너희를 끝까지 제대로 이끌어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죄, 프리즘 멤버들을 잘 부탁한다는 당부, 내게 취했던 여러 행동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당연한 말 등 나의 적나라한 마음이 창피할 정도로 두서없이 나열되어 있었다.
[모질게 밀어내서 미안했다. 애들한테 사랑한다고 전해 줘.]그리고 뒷장에는…….
[인찬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봐라.]강혁우가 프리즘을 위험에 빠트렸을 때를 대비한 글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절망적이게도 그 편지는 당시의 내가 믿었던, 그것을 가장 손에 넣어서는 안 될 이 중 하나에게 건네졌다.
‘…임승훈!’
그것이 모든 상황이 꼬인 이유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