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그 원본을 본 이후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임승훈을 불러냈다.
최적현은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라며 나를 붙잡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 무서워.
– 도와줘, 형…….
‘…또 그 소리가.’
하루빨리 조인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내가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금만 해도 영상 속 조인찬이 내 이름을 울부짖는 소리가 귀에 울리고 있는데 휴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녀석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내게 휴식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었다.
저번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문제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적현이 나를 억지로 막지는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끼이익.
계속 들리는 조인찬의 목소리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즈음, 문을 열고 방 안에 기다리고 있던 상대가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한승범 씨.”
담담하게 인사를 건네자 익숙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저번에 봤을 때는 임승훈의 목소리를 듣는 게 꽤 버거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 게 참 신기했다. 이제는 임승훈을 봐도 더 이상 동요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의자에 가만히 기대 앉은 채 녀석이 쥐고 있는 새로운 핸드폰을 향해 눈짓을 하며 말했다.
“핸드폰, 무사히 잘 바꾸셨나 봅니다. 그렇다면 돌려드릴 필요는 없겠네요.”
“역시 승범 씨가 제 핸드폰을 가져간 거였군요. 돌려주세요.”
그러자 임승훈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불쾌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제 소심한 척은 그만두기로 한 건가.’
아마 지금까지 그 핸드폰을 내가 얻은 것인지 아니면, 술에 진탕 취했던 본인이 잃어버린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겠지. 후자이길 미친 듯이 기도했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앉으세요.”
대충 녀석의 속내를 읽은 나는 놈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기를 지시했다. 그러자 녀석은 망설이는 듯 주춤거리다가 그 자리에 선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보자고 하신 건지. 우선 그것부터 말하시죠.”
‘역시 경계하는군.’
임승훈이 나와 또다시 희희낙락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을 거라는 사실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임승훈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본인이 배신한 서유태의 협력자,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위험 분자일 테니까.
하지만 임승훈은 어떤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앉아.”
거부는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나는 오늘 임승훈의 머릿속에 분명히 심어 넣을 생각이었다.
네가 앞으로 따라야 할 사람은 강혁우가 아닌, 나라고.
그러니 상황 파악 똑바로 하라고.
“내가 그 핸드폰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그거로 무슨 짓을 할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
“내가 당신이라면 내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의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텐데.”
경어를 집어치운 채 뱉은 위압적인 어투의 경고에 눈에 띄게 당황한 티를 내던 임승훈은 결국 쭈뼛쭈뼛 건너편의 의자로 걸어가 엉거주춤 앉았다. 그리고 어느 한곳에 고정되지 않는 시선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임승훈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다 알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아무리 그렇게 노력한들 내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녀석이 이 자리에 나온 순간부터 주도권은 이미 내쪽으로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임승훈은 이미 내게서 도망쳤던 전적이 있었다.
그리고 술기운이 달아나고 머리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상태에서 생각해 보니 신경 쓰여 미칠 지경이었을 것이다. 한승범이 서유태로부터 도대체 얼만큼의 정보를 들었는지, 서유태는 어디서부터 얼만큼의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프리즘 멤버들과는 어떤 관계를 쌓고 있는지. 그리고 본인의 핸드폰은 누구의 손에 들어갔으며, 어째서 도망치는 자신을 끝까지 쫓지 않았는지 같은 사소한 의문들까지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리고 정말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면 임승훈은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는 안 됐다. 놈은 내 부름에 따라 이 자리에 나온 순간부터 본인이 내가 쥐고 있는 무기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도대체 제게 왜 이러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강혁우 이사가 벌이는 일에 휘말린 것뿐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오해?”
내 무슨 말이라도 할까 봐 제법 무서웠는지 녀석은 물어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줄줄 변명을 뱉었다. 나는 그에 임승훈의 차림새를 노골적으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받을 거 다 받아 놓고 휘말렸다고 내빼면 곤란하지. 그 정도 명품들을 펑펑 사 대기에는 당신 능력 수입은 역부족일 텐데.”
저번에는 이것을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지적할 여유가 없었다. 강혁우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받기 위해 우리를 배신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보지 않으려 해도 눈에 보였다.
임승훈이 그렇게 금전을 맹목적으로 좇아야 했던 이유가.
‘티가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았다.
내가 처음 최적현을 만났을 즈음, 녀석이 즐겨 착용했던 의복들과.
‘부잣집 도련님을 동경하기라도 하는 건가.’
분명 지금 녀석은 최적현의 행색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시기의 최적현은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고, 임승훈은 최적현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없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적현은 품목별로 각 고집하는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본인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놈이었고, 그런 녀석이 사용했던 옷과 장신구를 우연의 일치로 완벽하게 똑같이 착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됐다. 심지어 임승훈에게 어울리지도 않았으며 놈의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물건들뿐인데 그것을 꾸역꾸역 연속으로 고집할 정도의 집착을 보이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고생이 많겠어, 자랑하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프리즘 선배님들의 앞에서는 일부러 허름한 옷이나 입어야 하고 이렇게 뒤에서나 그 사람을 따라 하고 있어야 하니까.”
‘따라 한다’는 말에 임승훈은 수치심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마치 제 밑바닥을 들키기라도 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채 사정없이 놈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 정도 소비를 하려면 턱없이 부족했겠지. 그 사람은 당신의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으니까.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르고 강혁우에게 붙은 건가?”
“…….”
“프리즘 선배님들이 지금 당신 꼴을 보면 뭐라고 할까. 멤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의 인생을 짓밟았는데, 단순히 비난하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겠지.”
강혁우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그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는 투로 말하자 놈이 몸을 덜컥 떨더니 버럭 소리 질렀다.
“도대체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순 엉터리 아닙니까!”
하지만 그 필사적인 부정보다 벌벌 떨리는 손끝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게 느껴졌던 나는 놈의 발악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요동치는 녀석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린 나는 겨우 호흡을 고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증거?”
녹음기와 비디오 플레이어, 서류들을 후두둑 테이블 위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의아한 낯을 하고 있는 놈의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속삭였다.
“널린 게 증거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뭐?”
“뭣하면 골라도 좋아, 어떤 증거가 당신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을지.”
나는 경악에 빠진 임승훈을 두고 테이블 위에 떨어진 물건들을 손끝으로 하나하나 훑으며 떠들기 시작했다.
“조인찬 선배님을 케어하기 시작한 이후로 소비가 늘어났지. 강혁우가 분명 메신저 정리 하라고 했을 텐데, 뒤통수 맞을까 봐 그 말도 안 듣고. 술에 취해서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말도 자주 들었을 텐데, 참 사람이 변하지를 않아.”
임승훈의 지출이 모조리 적혀 있는 서류, 강혁우와 나누었던 메시지 내력, ‘내가 죽인 게 아니다’는 소리를 연신 뱉으며 용서를 비는 목소리가 녹음된 녹음기를 포함한 여러 증거들이었다.
“대중들이 사람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아?”
“…….”
“별 말도 안 되는 증거로도 대단한 걸 알아낸 양, 어떻게든 엮어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서 팔아 주거든. 그게 돈이 되고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이 정도로 구색 갖춰 놓으면 당신 인생은 그냥 끝이라고 봐야 하지.”
이중 하나만 공개되어도 임승훈의 삶은 완전히 초토화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임승훈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는지 놈은 창백한 얼굴로 그것들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를 잡아 어떤 사진의 앞으로 얼굴을 처박게 만들었다.
그리고 손끝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나긋하게 말했다.
“나는 다 괜찮지만, 그래도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건… 이건데. 기억나나 모르겠네.”
내 손가락이 멈춘 곳은 내가 고작 어제 손에 얻은 그 원본 연상의 한 부분이 찍힌 사진이었다.
“어떻게 이걸!”
놈은 그걸 눈에 담자마자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아마 금방 알았을 것이다. 직접 가 봤든, 편집 영상을 봤든, 본인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 장소가 그대로 찍혀 있었으니까.
“조인찬 선배님에게 강제로 그 짓을 한 날, 저항하지 못하도록 제압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잖아.”
“…….”
그 사진 속에는 임승훈의 얼굴 또한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조인찬의 저항이 너무 심해 원본 영상 중에 유일하게 복면이 벗겨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임승훈이었던 것이다.
부정할 수도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본인의 얼굴을 확인한 임승훈은 초라하게 몸을 떨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바라는 겁니까.”
바라 마지않던 그 물음에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은 채 숨을 골랐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짓이기고 있던 놈의 머리를 놓고 조용히 말했다.
“강혁우의 몰락.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요. 강혁우는 조폭과 연관됐는데 내가 무슨 수로 그걸 도와요.”
“그걸 돕지 않으면 원본 영상을 세상에 공개해서 네 인생을 모조리 다 망쳐 놓을 거야. 미리 말해 두지만, 나 하나를 어떻게 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 내가 죽으면 원본 영상과 당신의 신상정보가 바로 인터넷에 업로드되도록 조치해 뒀으니까.”
“프리즘 멤버들과 사이가 좋은 것 아니었어요? 원본 영상이 공개되면 조인찬도 같이 끝장이야!”
임승훈은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는지 급기야 조인찬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입을 찢어 버리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그걸 티 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숨을 가볍게 내쉬고 무미건조한 투로 대답했다.
“상관없어.”
“…뭐라고요?”
“상관없다고, 프리즘 멤버들의 인생이 망하든 말든. 나는 강혁우만 해치우면 그거로 됐으니까.”
그 말을 뱉은 순간,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을 의식할 새도 없이 임승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당신, 서유태의 협력자 아니었어요?”
“서유태의 협력자라고는 했지. 그런데 프리즘의 협력자라고는 안 했는데.”
“프리즘을 지키는 게 서유태가 원하는 거야! 이건 서유태를 배신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도망칠 길을 찾느라 혼비백산하여 이제는 내 이름마저 들먹이는 모습에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걸 당신이 말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