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도유다의 회복에 맞춰 긴 공백기를 슬슬 마무리한 우리는 드디어 두 번째 활동기를 준비하게 되었다.
도유다는 이제 깁스를 제거하고 아주 멀쩡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아직 격한 스포츠 활동은 아직 무리였다. 본방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 정도야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 본방 무대를 위한 수백, 수천 번의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됐다.
그 부분을 회사에 분명하게 어필하자 A&R 팀은 우리에게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 도유다 씨가 킬링 파트만 소화하고 퇴장하는 방식이 가장 깔끔하고 일반적이긴 하죠.
– 아니면 퍼포먼스 없이 스탠딩 마이크만 두고 아예 보컬에 집중된 무대를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나는 전자의 방식은 판테이온 보컬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도유다의 활용도가 너무 떨어지고, 후자의 방식은 대중들이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그림을 보여 주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그룹 멤버들은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겠지만, 퍼포먼스 능력 또한 억누르고 있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출중한 놈들 아니던가.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썩히지 않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궁리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었다.
– 1절까지는 판테이온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빈틈없이 넣었다가 도중에 도유다와 함께 아주 많은 인원의 댄서가 투입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판테이온 멤버들의 안무는 절제하는 대신 다인원을 활용해서 무대의 화려함은 떨어지지 않도록 해 보죠. 인원이 많으면 간단한 동작을 취하더라도 타이밍과 각도만 잘 맞추면 수에서 오는 압도감이 있으니까요.
결국 직원들은 나의 고집을 꺾는 것에 실패했고, 나는 바로 유능한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프로듀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곡은 몸이 편해진 만큼 보컬 파트를 저번 노래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어렵게 만들어 두었다. [지배>만큼은 아니었지만.
– 승범아, 이 노래 정말 우리가 부를 수 있는 거야? 보컬 파트 진짜 어렵다…….
– 다리가 놀면 목이라도 일해야지.
판테이온 멤버들에게 주는 일종의 숙제라고 해야 할까.
내가 없는 곳에서도 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짧디짧은 활동 기간 동안 녀석들이 내 옆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고 성장하길 바랐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조금 힘들더라도 다들 견뎌 내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멤버들은 처음에 가이드를 들었을 때만 조금 기겁했을 뿐, 연습이 시작된 이후로는 묵묵히 내가 준 숙제를 풀어 가기 시작했다. ‘한승범이 아예 불가능한 일을 우리에게 시킬 리가 없다’는 신뢰에서 비롯된 행동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변화를 보인 것은 팀의 메인 보컬 격에 해당하는 도유다와 백기량이었다.
도유다는 원래 가장 정석적인 실용 음악 보컬을 구사하는 놈이었으나, 그 록 페스티벌의 무대에서 주변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받고, 또 혼자 툭 튀는 것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젠의 목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보컬에 변화를 주었다.
나는 도유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재빠르게 감지하고 아무 언질 없이 해당 창법을 시도해 보기 좋도록 파트를 만들어 건넸다. 녀석이 지금 본인의 스타일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자 도유다는 처음에는 예전의 창법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나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 그때처럼 해 보고 싶어요. 뭔가 그 무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의 분위기나 젠한테 밀릴 것 같아서 어떻게든 발버둥 쳤는데 결과가 잘 나온 거였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계속 그렇게 해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했던 방식이랑 너무 달라서 맞게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고 해야 하나……. 열심히 바꿔 놨더니 사람들이 별로라고 할까 봐요.
나는 도유다만큼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 녀석에게 보컬과 관련된 부분에서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도유다가 내게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 터였다.
‘도유다도 본인이 다른 사람한테 노래를 배우기보다는 가르쳐야 하는 실력에 해당한다는 건 자각하고 있을 테니까…….’
지금 도유다에게 필요한 것은 보컬 스킬이 아닌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충고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나는 프리즘 멤버들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여 기어이 성공을 낚아채는 모습을 다 지켜본 이였기에 나름 해 줄 말이 있었다.
–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갈고 닦든, 새로운 것을 찾아 지금의 스타일을 버리든 정답 같은 건 없어. 지금 네 변화는 나쁘게 말하면 버릇이 생겼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좋게 말하면 특색을 가지고 보컬이 화려해졌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어떤 게 더 선호되는지는 트렌드에 따라 항상 변하는 법이야.
– …….
– 그런데 내가 겪어 본 바로는, 잘못된 길로 가는 게 무서워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더라.
도유다는 나의 대답을 듣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 … 고마워요, 형.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진중한 투로 인사한 후, 혼자 연습실에 틀어박혀 종일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결절이 올까 내가 억지로 연습실에서 녀석을 끌고 나와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Survive IDOL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했을 즈음 내가 억지로 연습실에 쑤셔 넣어야 했던 도유다는 이제 훌쩍 커서 사라진 것 같았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나보다 작았는데 이제는 키까지 커서는…….’
그렇게 도유다는 이것저것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보다가, 불안감이 생길 때마다 연습실에서 뛰쳐나와 내 작업실을 찾아왔다. 나는 그때마다 도유다의 노래를 들어 주며 스스로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을 가졌다.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조언을 쭉쭉 흡수하여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녀석이 노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게 오히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젠은 그런 도유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게 이런 소리를 하곤 했다.
– …리다, 유짱은 왜 조금 따라가면 또 두고 가는 겁니까?
나는 그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연습실 문의 작은 유리 칸 너머로 젠을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도유다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쟤 지금 연습실에서 너 노려보고 있는 거 안 보이냐.
– 오, 악귀 같습니다.
– 그래, 저런 놈이 두고 가기는 무슨. 너한테 따라잡힐까 봐 열심히 뛰는 건데. 그리고 그건 네가 저놈한테 경쟁 대상으로 보일 정도로 성장했다는 뜻이고.
– …맞습니까?
– 그래, 그러니까 가서 같이 연습하자고 해, 얼른. 풀 죽어 있기에는 갈 길이 천만리다.
서로에게 자극을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것만큼 이상적인 이야기가 어디 있겠나. 나는 몸이 근질거리는 듯 꾸물거리는 놈의 엉덩이를 툭툭 쳐서 도유다가 있는 곳으로 떠밀어 보냈다.
그리고 도유다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맞이했던 백기량은…….
– 다시 갈게.
– 미안.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갈게요.
무언가가 달라졌다.
백기량은 원래 박자와 음정이 아주 정확한 놈이라 레코딩을 할 때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놈이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부터는 레코딩 중 오케이 사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족스러웠는지 다시 해 보겠다며 스스로 말을 꺼내는 일이 늘어났다.
마치 지금 상태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고생 끝에 뽑아낸 결과를 확인한 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를 감지하고 감탄했다.
‘보컬의 깊이가 달라졌어.’
OST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룹에서 하나의 곡을 여러 명이 나누어 부르는 것과 혼자 한 곡을 온전히 끌고 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노래를 불러야 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 시기에 잠깐 시간을 가진 게 천운이었군.’
어린 재능들이 서서히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를 증명하듯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음원 파일을 들으며 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던 중, 매니저가 노크를 한 후 작업실에 들어왔다.
“승범 씨… 프리즘 이치세 씨한테 저희 쪽으로 계속 연락이 오는데 어떡할까요.”
처음에는 곧 있을 음악 방송 스케줄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프리즘의 이름이 거론되자 나는 숨을 삼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번에 회사까지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설마설마하긴 했는데, 정말 이렇게 매니저에게 연락을 하면서까지 내게 접촉하려 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직원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말이 새어 나갈 수 있는데!’
솔직히 이치세에게 연락이 왔다는 매니저의 말을 듣자마자 간담이 서늘했다.
임승훈과 더 밀접하게 접촉하게 된 이상 행동거지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놈들이 내 속은 모르고 내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오고 있다니.
‘연락하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이치세는 제이 같은 다른 프리즘 멤버들와 달랐다.
마음에 안 드는 상대가 있다고 해서 그를 교묘하게 함정에 빠트려 앞길을 막아 버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단 의미였다. 그러니 이 연락을 매정하게 쳐 내도 판테이온 활동에 큰 지장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녀석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두 번이나 주는 것 같아서.
‘…이 정도로 연락 안 받았으면 화가 나서라도 연락을 안 하게 되는 게 보통이잖아.’
골치가 아파 눈을 질끈 감은 나는 어렵게 입을 열어 대답했다.
“…스케줄 때문에 연락이 어렵다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연락 드리겠다고 둘러대 주세요.”
그러자 난감한 듯 조금씩 눈치를 보고 있던 매니저가 시선을 피하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마치 내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승범 씨가 그렇게 말하면 끝까지 기다릴 거라고 전해 달라고 말씀하셨어요. 파티도 승범 씨 안 오면 안 할 거라고…….”
말을 안 들어도 적당히 안 들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가.
‘내가 너희들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다 끝장인데, 왜 계속…….’
나는 그날 임승훈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 녀석이 강혁우에게 돌아가 어떻게 보고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코스트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 능력의 사용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 승범 씨는 아직 다른 기획사로 갈 생각이 없다고 하더군요. 너무 태도가 확고해서 이야기를 더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내가 능력을 통해 엿들은 바에 의하면 임승훈은 아직 나에 대한 정보를 강혁우에게 넘기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놈이 계속 그렇게 내 뜻대로 움직여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은 강혁우가 원본에 자신의 얼굴이 찍혀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로 인한 배신감과 내가 입을 열면 본인의 인생이 모조리 끝장난다는 압박감으로 내게 협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약점이 프리즘이며, 나는 그 원본 영상을 절대 다른 곳에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놈은 바로 나를 배신할 게 뻔했다.
아직은 안 됐다.
임승훈을 조종해서 얻어낸 정보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걸 벌써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아…….”
“제가 잘 거절해달라고 부탁드릴게요. 너무 걱정 말아요, 승범씨.”
마음이 심란하여 깊게 한숨을 쉬자 매니저는 나를 딱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걱정 말라는 듯 자신있게 말했다. 아마 못된 선배가 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치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에 대해 정정을 하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또 말씀드릴 게 있는데…….”
그러던 중 매니저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활동기에 프릭 씨가 있다는 사실 미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라도 기량 씨가 힘들어 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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