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3)
23화
“리다, 내가 지켜주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외침과 함께 나기 젠이 쏜살같이 내게 달려들었다.
아마 C등급 연습생, 박상중이 내 몸에 손을 댄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쿠당탕!
‘이런 썅.’
대각선으로 달려들어 내 허리를 낚아챈 나기 젠에 의해 난간 쪽으로 강하게 밀쳐졌다.
그대로 멀대같이 길쭉한 젠의 아래에 깔린 건 덤이었다.
난간에 부딪치면서 다소 멍은 들었겠지만,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조금 놀라긴 한 건 같다.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귀에 시끄럽게 울릴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형! 괜찮아요?”
새하얗게 질린 얼굴의 아이들이 쪼르르 내게 달려왔다.
그중에는 나를 떠민 박상중도 포함되어 있었다.
‘표정 하고는.’
지가 밀어 놓고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것 좀 봐라.
표정만 봐도 뻔했다. 적당히 약하게 밀 생각이었는데, 내가 훅 떠밀려서 당황한 것 같았다.
“어, 괜찮아. 잠깐 미끄러졌나 봐.”
어차피 아이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더 불안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손을 흔들어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젠의 몸을 툭툭 쳤다.
“고맙다. 이제 괜찮아.”
“정말 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고개를 내내 처박고 있다가 겨우 든 젠이 눈썹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물었다.
목소리와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열아홉 살짜리였다.
동요를 잔뜩 드러내는 얼굴을 보니 양심이 쿡쿡 쑤셔지는 느낌이었다.
사람을 외관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했는데 분명한 내 실책이었다.
‘아니, 그런데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수상하게 행동했잖아.’
“다친 곳도 없고, 아무 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울망울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서둘러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정말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툭툭 털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그것을 본 후에야 아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시야가 깜깜해서 그랬는지 박상중이 나를 밀었다는 것은 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심장 뱉을 뻔.”
“저도요! 큰 사고 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형, 바닥 잘 보고 다니셔야 해요.”
“젠이 도와줘서 괜찮아.”
버석버석 건조한 젠의 머리를 주무르며 고마움을 표하자 놈은 민망한 듯 입술을 꾹꾹 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해야 할 일를 했을 뿐입니다.”
얼굴은 쌩 양아치처럼 생겨서는 갑자기 수줍게 구니 멤버들이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렇게 말 잘하면서 왜 여태껏 우리랑 말 안 했어?”
“한국어가 이상해서 실례되는 말을 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1차 경연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내내 젠의 얼굴과 분위기에 겁을 먹었던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런 거면 앞으로도 많이 얘기할 수 있겠네! 괜히 얼굴 보고 쫄았어.”
“쫄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많이 하겠습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와중, 혼자 섞이지 못한 채 멀거니 서 있는 놈이 있었다.
“…….”
이 모든 일의 범인, 박상중이었다.
박상중은 왜 내가 지금 당장 자기를 질책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놈이 내 몸을 떠미는 순간 나는 확실히 놈과 눈을 마주쳤으니까.
내가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눈치챘을 것이다.
‘와, 이 새끼. 사과 안 하네?’
놈은 흘끗흘끗 내 눈치를 보고 있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이마의 혈관을 가리며 화사하게 웃었다.
“친해지는 건 내일 하고. 빨리 들어가서 씻고 자.”
근처에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시간이 많이 늦은 상태였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위험한 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친화력을 불태우며 젠에게 말을 거는 아이들의 등을 떠밀어 계단을 벗어났다.
“형, 좋은 꿈 꾸세요!”
“그래.”
“젠, 내일 보자!”
각자의 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이들 사이에 은근슬쩍 함께 가려는 놈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물었다.
“상중아, 어디 가?”
놈의 몸이 귀신 마주친 사람처럼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딸꾹질까지 하는 것을 보니 퍽이나 애처로웠다.
‘그래, 뭐 하는 놈이었지?’
나는 기억을 되짚어 놈의 인적 사항을 생각해냈다.
박상중. 20세.
그 말인즉슨 나이 처먹을 대로 다 처먹었다는 말이었고,
내가 봐줄 수 있는 건 미성년자까지였다.
“너, 나랑 할 말 있잖아. 이게 어딜 토껴.”
– 아, 형 제발. 깡패 같아요.
도유다가 내게 습관적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으나 3초 내로 사라졌다.
어른의 대화를 위해 다시 인기척이 없는 계단의 문을 열어 놈을 끌고 들어갔다.
“애들 자니까 조용히 따라와라.”
“잠, 잠깐!”
잠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박상중의 절박한 외침 따윈 깔끔히 무시하며 놈을 벽에 몰았다.
그리고 문을 쾅 닫은 후 싱긋 웃었다.
“사람을 얼마나 개같이 만만하게 봤으면 남들 다 있는 곳에서 밀어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냐.”
새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딱 한 가지 조언을 할 수 있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기선 제압을 하고 싶다면 대가리부터 처박아라.
“야, 사람 요단강 건널 뻔하게 만들었으면서 어떻게 뻔뻔하게 그냥 가려고 해. 응?”
콰득.
놈을 사이에 두고 벽에 머리를 처박았다.
움직임을 감지한 전등이 정수리에 수직으로 떨어져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박상중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사자를 앞에 둔 생쥐처럼 숨을 멈췄다.
프로그램은 몇 달 동안이나 이어질 것이고, 나는 그동안 계속해서 이딴 식으로 놈의 방해를 받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나는 보여 줘야만 했다.
나는 미친 개또라이고, 너는 내 아래이니 개기지 말라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머리를 처박을 때마다 박상중의 몸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호흡을 방해하던 딸꾹질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진짜 착하게 살고 싶은데 왜 자꾸 너 같은 새끼들이 방해를 하는지 모르겠어. 너도 좀 적당히 알았어야지. 같이 연습하면서 감 안 왔냐? 내 성깔 개같은 거.”
완전히 공포에 빠진 놈의 얼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이마를 맞댔다.
“흐!”
겁을 집어먹은 놈이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중아, 말 좀 해. 열받아서 돌아 버리겠으니까 달래기라도 해 보라고.”
대답을 채근하자 그제야 박상중이 버벅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 나는.”
“나는?”
“죽이,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장난으로, 한 거였어.”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사실대로 불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설마 이렇게 창의성 떨어지는 대답을 할 줄이야.
“하하하! 하하!”
“…….”
“장난?”
한바탕 크게 웃고 그대로 놈의 멱살을 잡아 난간에서 냅다 꺾어 버렸다.
신이시여, 한 놈 보냅니다.
“으아악!”
절박하게 비명을 지른 박상중이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넌 이게 장난이야?”
“제발 이러지 마!”
“장난이라며.”
“살려 줘! 잘못했어!”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거짓말하면 가만 안 둔다.”
나는 녀석의 몸이 완전히 기울어지기 직전에 뒤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계단의 구석에 널브러진 놈의 앞에 앉아 살벌하게 시선을 맞췄다.
“강혁우 이사가 시켜서 나 계단에서 민 거잖아, 너. 아니야?”
바로 사건의 진상을 말하자 박상중이 숨을 들이켰다.
무슨 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낯빛은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죽었다 살아났다는 점에서 나는 예수와 어느 정도의 유사성을 보였지만 일단 정답은 아니었다.
“네가 그, 그걸 어떻게.”
“제대로 된 연줄만 있으면 쉽게 알 수 있지. 연습생들한테 데뷔 빌미로 말 같지도 않은 짓은 다 시키고 버린다고. 설마 지저분한 짓이나 일삼았던 애들을 데뷔시켜 줄 거라고 생각했어?”
물론 구라였다.
강혁우는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새어 나가는 것에 굉장히 민감했다. 거의 세뇌와 감시에 가까울 정도로 관계자들의 입을 통제하는데, 정보 제공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내용이 진실이었다.
강혁우는 연습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기만 할 뿐,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버린다고?”
“그래. 까딱해서 잘못되면 그냥 버리는 거지. 너도 알 거 아냐, 강혁우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소비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상중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으로는 놈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결정타가 필요했다.
“그런데 네가 데뷔하고 말고는 그 사람이 정할 문제가 아니야. 내가 결정하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본 사람이 있어. 너도 알잖아?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나기 젠.
박상중은 그놈이 자신을 대척하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고로 나는 박상중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증인이 생겨 버린 셈이었다.
‘아이돌은 스캔들이 한번 터지면 망한다고 봐야지.’
눈앞의 데뷔에 눈이 멀어 잠시 잊은 듯하였다.
현실적으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강혁우가 아닌 본인이 저지른 일이다.
“제발, 나는 강 이사님이 시켜서 한 것뿐이야! 그 사람이 그랬어! 팔다리 하나라도 부러트려 놓으라고!”
뒤늦게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 박상중이 무릎을 꿇고 내게 매달렸다. 나는 놈의 팔을 뿌리치고 손을 내밀었다.
“꼴값 떨지 말고 핸드폰 내놔.”
“…안에 대화 내역은.”
놈은 내가 강혁우 이사와의 대화 내역을 원한다고 생각했는지 핸드폰을 꺼내며 쭈뼛거렸다.
“없겠지. 강혁우 이사가 매일 통화 기록이랑 대화 내역 삭제시키잖아? 위치 추적도 되고.”
“…정말 정보 제공자가 있구나.”
입을 떡 벌린 박상중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손을 흔들자 드디어 핸드폰이 손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나한테 기어오를 생각은 하지도 마.”
건성으로 대답하고 박상중의 얼굴에 핸드폰을 대 잠금을 해제하고 마음껏 조작하기 시작했다.
[강혁우 이사님] [김찬솔 대표님] [박영현 디렉터님].
.
.
‘역시.’
주소록을 열어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다.
강혁우는 특정인들과의 유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아마 이 주소록에 등록된 이름들은 내 스캔들과 죽음에 어떤 방식이든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이름들을 눈에 새기고, 키패드를 꾹꾹 눌러 내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 확보.’
통화 기록에 남은 내 번호를 삭제하고 핸드폰을 박상중에게 던졌다.
“으앗!”
“봐줄게.”
“뭐?”
“봐준다고. 대신 너도 대가를 줘야겠지?”
“…뭘 원하는데?”
“내가 전화 걸면 착신음 3번 전에 받아. 나오라면 재깍재깍 나오고.”
“왜?”
“왜긴 왜야. 네가 헛짓거리 못 하게 감시하는 거지.”
귀찮아서 감시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봉 하나 잡은 셈 친 건데 사실대로 말하면 도망칠까 봐 구라 좀 쳤다.
안 봐준 것 같은데, 라며 중얼거리는 게 들렸지만, 벽을 발로 쾅 차자 쓸데없는 소리는 쏙 들어갔다.
“용건 끝났으니까 가서 잠이나 자. 애들 앞에서 티 내면 뒤진다.”
문을 열고 고개를 까딱 움직이자 내 지시에 따라 걸음을 옮기던 박상중이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눈치를 보다 웅얼거렸다.
“진짜 나는 너한테 악감정 없어. 그냥 그 사람이 시켜서 한 거지. 연습 도와준 것도 고맙고… 미안하다.”
“…….”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려는 놈의 사정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저런 말을 해 봤자 가식으로 느껴질 뿐이다.
“어쩌라고. 빨리 꺼져.”
“아, 알았어!”
내 발길질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박상중이 허둥지둥 본인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놈의 촐랑거리는 뒤통수가 사라질 즈음, 깊게 숨을 뱉었다.
고요한 어둠 속에 홀로 남은 나는 그제야 주머니에 내내 들어 있었던 작은 물건을 꺼낼 수 있었다.
가벼운 질량의 그것을 손바닥 안에서 휘리릭 돌리고, 돌출된 부분을 꾹 눌렀다.
[제발, 나는 강 이사님이 시켜서 한 것뿐이야…….]그러자 밑바닥의 미세한 구멍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사람이 그랬어! 팔다리 하나라도 부러트려 놓으라고!]“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상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