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가로등조차 제대로 켜져 있지 않아 어두컴컴한 골목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그 광원이 반투명하여 뒤가 모조리 비치는, 게임에나 나올 법한 네모난 창이라고 하면 과연 평범한 생을 살아온 인간 중 몇 명이 그 이야기를 믿을 수 있을까.
[COST 부족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상태창의 은닉을 해제합니다.] [한승범의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감지했습니다.서유태(100)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YES/NO)]
믿으려야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에 멤버들은 모두 벙찐 채 그것을 올려볼 뿐이었다. 설마, 도를 넘은 깜짝 카메라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지만, 차갑기 그지없는 몸이 그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고통에 바르작거리던 몸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이 거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게 뭐냐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고의 연속으로 학습된 무기력함이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그저 허망하게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NO)]두 개의 선택 버튼 중 ‘NO’라고 적힌 버튼이 눌리는 것이 보였다.
[(NO)의 선택을 확인했습니다.]우리는 분명 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마치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조종하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글자를 읽을 새도 없이 빠르게 창 속의 글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신체를 복구하시겠습니까? (YES/NO)]스킬 사용 대상: 한승범의 신체
시스템 배려 대상 어드밴티지 발동!
잔여 COST를 모두 소진하여 해당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YES)]
이번에는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야 YES 버튼이 눌렸다.
그리고 COST라는 글자의 옆에 적혀 있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0이 되었다.
[잔여 cost 0사용 중인 스킬이 모두 중단됩니다.
서유태에게 적용된 기억의 실시간 삭제가 중단되었습니다.
정신 오염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유의해 주십시오.]
서유태의 이름이 또다시 언급되었다.
나는 그에 다시 한승범의 몸을 내려다봤다.
그에 곧이어 경고음과 함께 빨간 글자가 나타났다.
[(error!) 시스템 배려 대상이 아닌 다른 유저의 접속을 확인.추후 강행에 따른 추가 패널티 부과.]
그리고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처럼 퍼져 있던 피가 스멀스멀 한승범의 주변으로 모이다가 상처 부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영상을 역재생하기라도 한 것 같은 광경이었다.
[신체의 복구를 시작합니다. 중요도에 따라 복구가 진행됩니다. …… 0%]창 속의 숫자가 0%에서 1%로 올라간 순간, 한승범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 엎드려 있던 제이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아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분명 더 이상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희망을 버릴 수가 없어서, 나는 천천히 팔을 움직여 목 위를 손끝으로 짚었다. 그러자…….
쿵, 쿵, 쿵.
그날 옥상에서 느꼈던 맥박보다는 아주 희미했지만, 박동이 느껴졌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한승범의 맥박에 동조하듯 내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벌어진 일이 납득이 가든 안 가든 상관없었다. 그냥 지금 이 꿈만 같은 상황이 현실이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마찬가지로 한승범의 맥박을 확인한 이치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살아 있어. 지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자. 가장 가까운 병원이…….”
이치세가 얼굴을 화색으로 물들이며 병원을 언급하는 사이, 창 속의 숫자가 이번에는 3%로 증가하며 한승범이 미약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줄곧 한승범의 얼굴을 멀거니 내려보고 있던 제이는 그 모습을 확인한 후, 가로채듯 입을 열었다.
“안 돼.”
“…….”
“…작업실로 가자, 형은 추운 거 싫어하니까.”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형’이라며 한승범을 칭한 제이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진 몸을 든 채 일어섰다. 그리고 작업실을 향해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짧은 금색 머리카락이 제이의 검은 코트 위로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고, 제이가 채 품에 모두 담지 못한 팔 한쪽이 고장난 장난감의 팔처럼 밖으로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 듯하여 차운이 제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정신 차리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제이는 꿈쩍도 하지 않으며 한승범을 붙들고 작업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악물고 있던 차운은 이제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제이의 앞을 가로막으며 현실적인 말을 뱉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천운으로 맥박이 돌아왔어도 이미 장기는 다 망가졌을 거야.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이미 장기는 다 망가졌을 것’이라는 말에 눈물에 절어 문드러진 눈가가 경련하듯 꿈틀 움직이며 형형한 눈동자가 차운을 향했다. 그리고 완전히 다 상해 걸걸해진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어차피 지금 구급차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구급차가 안 오면 우리가 응급실로 데리고 가면 될 일이야!”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봐, 이게 사람이 다친 사고가 벌어진 현장으로 보여? 도로에 피가 그렇게 많이 쏟아졌는데 한 방울도 안 남고 다 사라져 버렸잖아. 창 속에 있는 숫자가 올라갈수록 형의 상태가 나아지고 있는 건?”
무미건조한 말투가 상황과 어울리지 않았다.
동요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홀로 담담한 태도를 취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가장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것 아니던가. 한승범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신고를 해도 구급대가 출동도 하지 않았던 걸 생각해 봐. 이번 사고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돼. 우리가 단체로 정신이 나간 게 아닌 이상, 형은 그 이상한 창 덕분에 살아난 거야. 앞으로도 그걸 통해서 나아질 거고. 그런데 우리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방해해 버리면 다 끝장이잖아.”
“…….”
“적어도 저 퍼센트가 채워지기 전까지는, 아무한테도 못 보여 줘.”
과연 이것을 두고 괜찮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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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이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고, 지금 한승범의 상태나 사고를 알리는 것에 대해 멤버들 모두가 묘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결국 우리는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아지면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가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침대 위에 한승범의 몸을 올려 둔 후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정말 놀랍게도 한승범의 상태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조금씩 회복되는 듯했다. 그리고 창 속의 퍼센트는 처음에는 가파르게 올라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주 느린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아마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우선적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그 여파를 뒤늦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한승범의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우리는 서둘러 빗물에 젖은 몸을 닦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하는 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나 유태 형이 추운 것을 아주 싫어했다는 사실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아 체온을 뺏어가는 물기를 닦아 내고, 한계까지 난방의 온도를 높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기다림 뿐이었다.
제이는…….
– 아무도 나가지 마.
처음에는 침대 옆에 웅크려 앉은 채 퍼센트가 올라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치세가 멤버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도망친 운전자가 혹시라도 주변에 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는 말을 꺼낸 순간,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 절대, 절대 못 나가.
– 제이야, 그냥 밖에 잠깐 나가는 거야. 갑자기 왜 이래!
이치세를 붙잡은 채 숨을 쉬기가 버거운 듯 허리를 반쯤 굽히고 제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적나라한 비명을 간헐적으로 내뱉었다.
– 그냥 내 말 들어! 제발!
쇠를 긁는 듯 날카로운 호흡을 몰아쉬다가 본인의 상태가 버거운 듯 바닥을 뒤꿈치로 쿵쿵 찍었다. 공포와 불안에 잠식되어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몸이 흔들릴 때마다 감지도 못한 채 한계까지 벌어져 있던 눈에서 굵은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바닥이 젖어 들었다.
– …나, 나 좀 살려 줘. 무서워서 미칠 것 같단 말이야.
한승범의 사고 이후로 외부의 모든 것이 우리를 죽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제이는 남아 있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조차 모두 잃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 알았어. 작업실 밖으로 절대 안 나갈게. 네가 원하는 대로 할 테니까 진정해.
결국 그 광경을 보다 못한 이치세가 그렇게 말한 후에야 유제이는 ‘미안, 미안…….’ 하고 꺼질 듯 작은 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비틀비틀 다리를 움직여 한승범이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분이 있으면 50초는 한승범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10초는 우리가 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러고는 다시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다시 한승범이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차라리 유제이의 시선이 닿는 곳에 우리가 계속 있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우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의 유제이를 앞에 두고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가뜩이나 유제이가 저렇게 강박적으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데, 장정 3명이 거기에 더 우글우글 모여 있는 것도 환자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고 말이다.
멤버들이 앉아 있는 거실에 쥐 죽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다들 생각이 너무 많아 쉽사리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승범을 두고 ‘형’이라고 부른 제이, 픽션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들, 한승범이 내게 마지막에 했던 말들까지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뒤엉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승범은 의식을 잃은 상태고, 그나마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 같은 사람은 제이였다.
하지만 정작 그 중요한 유제이가 저 모양인데 어떻게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바랄 수 있겠는가.
침묵 끝에 차운이 적당한 이야기를 겨우 꺼냈다.
“…유제이 약 먹은 것 같냐?”
이치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요즘 병원도 안 가는 것 같던데.”
“하아…….”
한숨을 푹 내쉰 차운이 눈가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쓸어내리고, 이치세가 눈을 질끈 감았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만한 게 구급차에 연락을 하고, 유제이를 막아서는 등 온갖 이성적인 판단을 다 도맡아 한 게 그 두 사람이었다. 결국 지금 상황을 결정한 것도 두 사람이었고.
그들이라고 해서 이 상황이 견딜 만한 것은 절대 아닐 터였다.
분명 본인들보다 동생인 나와 유제이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나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그런 의무감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 터였다.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과했다.
“미안해.”
“왜.”
“내가 그렇게 뛰쳐나가서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마. 이건 그냥 사고였어. 네가 조인찬을 생각해서 그랬던 거… 우리도 다 알고 있으니까. 죄책감 가지지 마.”
차운이 조인찬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이치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인찬이.”
“뭐?”
“내가 갈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는데……. 설마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사고 때문에 정신이 나가 조인찬을 잊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우리는 다급히 시계를 올려봤다. 그리고 이치세가 조인찬과 연락을 나눈 이후로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조인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망할, 최악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