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형이 차에 치인 이후로 거의 습관처럼 피우던 담배가 전혀 생각나질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반응이 왔을 텐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정신이 완전히 각성된 상태라 그런 것 같았다.
곤두선 신경 탓에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져 옷이 닿은 피부가 따가웠고, 거실에서 멤버들이 움직이는 소리나 시계 초침 소리나 같은 아주 작은 소리까지 모든 것들이 귀에 들어와 꽂히는 듯했다.
하지만 감각이 이상할 정도로 활성화되어도 상관없었다.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형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
몸이 회복되는 동안 형은 정말 시체처럼 손가락 하나 움직이질 않았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심장이 다시 뛰고 있으니 맥박을 짚어도 됐겠지만, 뭐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저 창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나는 그저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앉은 채 억겁같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진짜 행복했는데, 형이랑 멤버들이랑 다같이 있어서 정말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기억들이 모두 거짓 같았다.
[중요도에 따라 복구가 진행됩니다. …… 92%]이제는 제법 100%에 가까워진 숫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다.
“93… 93… 93…….”
이제 곧이었다.
곧 숫자가 100%가 될 거고, 형이 일어날 거다.
‘…아, ‘한승범’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언제부터 ‘형’이라고 부르고 있었지? 기억이 안 나.’
그러면 뇌를 갉아먹는 듯한 이 불안감은 눈 녹듯이 사라질 거고, 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멤버들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파티를 이어 갈 거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거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것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그러자 외투를 갖춰 입은 치세 형이 핸드폰을 든 채 현관 앞에 서 있는 게 바로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밖으로 나가려는 듯한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디 가?”
그 말을 뱉은 순간, 치세 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의 미친놈 보듯 경멸이 담긴 시선이 나를 향했다.
벌써 몇 시간 동안 멀쩡한 사람들을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묶어 두었다.
멤버들이 저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이야.”
생각보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정했다.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투에 ‘어?’ 하고 얼뜬 소리를 속으로 내뱉은 순간, 머리가 띵 울리며 눈앞이 흐려졌다. 그리고 눈을 벅벅 비빈 후 다시 뜨자 짜증과 경멸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이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고장난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드디어 제대로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싶었다. 형들이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볼 리가 없는데, 이제는 멀쩡한 사람들마저 나쁜 것처럼 만들 생각인가?
“승범이 상태도 안정된 것 같으니까 잠깐만 인찬이 집에 다녀오려고. 아무래도 우리 상황을 모르다 보니까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안 돼. 가지 마.”
나를 설득하려는 듯 부드러운 어투의 말에 의식하지 못한 사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꾸해 버렸다. 성대든 표정 근육이든 이 상황 자체든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통제되질 않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평생 있을 수는 없다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이미 운전자는 도망쳤어. 밖에 있는 건 그냥 도로에 평범한 운전자들이고, 똑같은 사고는 벌어지지 않을 거야.”
차분하게 돌아온 것은 정론이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저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생각만이 자꾸만 떠올라 미쳐 버릴 것 같았다.
“형이 그걸 어떻게 장담해. 그놈이 다시 찾아오면 어떡할 건데.”
“유제이.”
“…그냥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었단 말이야. 작정하고 죽이려 했던 거라고.”
“…뭐?”
이훤 형은 너무 코앞에서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먼저 뛰쳐나간 뒤, 조금 늦게 뒤따라왔던 치세 형과 차운 형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사고가 일어난 순간을 완전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형이 이훤 형을 쫓아 달려 나가자마자 바로 그 뒤를 따라갔으니까. 그런 내가 계획된 범죄의 가능성을 말하자 멤버들은 모두 넋이 나간 채 그 자리에 멀거니 멈춰 섰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치 쫓기는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골목이 좁고 코너가 많아서 운전하기 아주 까다로웠을 텐데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그 차에 흠집이라곤 하나도 없었어. 그럼 결국 졸음운전이나 음주 운전인 것도 아니라는 뜻이잖아. 차가 달려왔던 곳은 커브를 지나고 쭉 길게 이어지는 일직선 골목이라 이훤 형이나 승범 형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발견하지 못했을 리도 없었고. 그런데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사람을 쳤다는 건 애초에 작정을 하고 온 거 아니야?”
사고가 벌어졌을 당시를 떠올리자 검은자위의 둥근 곡선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벌어진 눈동자가 미친 듯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볼품없는 모습이 형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었다.
“게다가 이훤 형을 밀면서 형의 위치가 조금 바뀌니까 그쪽으로 핸들을 꺾었어. 보통은 반사적으로 사람이 없는 쪽으로 꺾을 텐데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경적 한 번 안 울리고 사람을 친 주제에 구급차도 안 부르고 상태도 확인 안 한 채 바로 도망간 건?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처음부터 형을 노리고 왔던 거지. 그런데 그 새끼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어!”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고를 모조리 쏟아 냈다. 형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번 토해 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형이 작업실에 있다는 걸 그 새끼가 도대체 어떻게 알았겠어. 분명 외진 촬영장으로 불시에 들이닥쳐서 그대로 데리고 왔다고 했잖아. 외부에 공개된 스케줄도 아니었고, 허가된 제작진 외에는 접근할 수도 없었을 텐데. 촬영장에서부터 쭉 따라왔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탁 트인 공터라서 따라오면 티가 날 수밖에 없고, 사생한테 쫓긴 세월이 얼마인데 이훤 형이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잖아. 결국 누군가에게 정보를 받아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계획적인 범죄야.”
“오늘 작업실에서 모이는 건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작업실이 어딘지도 모르는 이단비랑 우리밖에 모르는 일이었다고. 정보가 흘러나갈 구멍이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정말 우리밖에 몰라?”
“…그게 무슨 의미야?”
차운 형은 내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나는 부가 설명하듯 이어 말했다.
“부른 사람, 한 명 더 있었잖아.”
내 말에 차운 형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대답을 내놓았다.
“…인찬이한테서 정보가 새어 나간 것 같다는 말이야?”
“인찬 형이 원해서 그쪽에 정보를 넘겼든, 아니면 원하지 않았든 그 형으로부터 정보가 새어나간 게 맞다면 유태 형을 죽이려고 한 놈이랑 인찬 형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자 치세 형은 ‘그래, 이래서 인찬이한테 간다고 하니까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거구나’하고 수긍하는 듯한 말을 뱉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말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인찬이가 그놈이랑 관련되어 있다면 더더욱 지금 혼자 두면 안 돼.”
이렇게 필사적으로 설득했는데, 도대체 왜.
허망한 마음에 멍하니 형들의 얼굴을 바라보자 차분한 대답이 들려왔다.
“인찬이도 프리즘이잖아. 아니야?”
“…….”
“지금 우리의 울타리가 이 작업실 안이라면 인찬이도 그 안에 있어야지.”
할 말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잘만 돌아가던 머리가 완전히 멈춰 버린 것 같았다. 그냥 인찬 형에 대해 말하는 형들이 어쩐지 유태 형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입이 떨어질 않았다.
“아무 일 없을 거야. 될 수 있으면 인찬이도 같이 데리고 올게. 그러면 ‘형’에 대해 이야기해 줘.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으니까. 알겠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머리를 툭툭 어루만진 후, 치세 형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결국 막을 수 없었다.
그에 닫혀 버린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불안감이 물밀듯 밀려와 도망치듯 형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강박적으로 형의 몸 앞에 있는 창 속의 글자를 확인했다.
[신체의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 …… 100%]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형이라도 눈을 떠 줘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왜 눈을 안 뜨지?’
쨍그랑!
협탁에 놓여 있던 램프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내 팔에 빗맞아 바닥에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나는 정신없이 앞으로 걸어가 침대 위로 천천히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 상반신을 숙인 채 형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봤다.
고요 속에서 내 인내심을 시험하듯 재깍, 재깍하고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그 숫자를 새는 것이 어려워질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을 즈음, 나는 입을 열었다.
“…일어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정적이었다.
또다시 기다렸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형은 눈을 뜨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망연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떨리는 숨을 파르르 내쉬었다.
“왜 눈을 안 뜨는 거야! 이제 괜찮아진 거 아니었냐고!”
“유제이, 진정해!”
시끄러운 소리에 방에 들어온 형들이 방으로 뛰어들어와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형을 깨우기 위해 붙잡은 어깨를 거칠게 흔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형들은 거의 반쯤 들린 몸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에 기겁하여 나를 막으려 들었다.
“일어나, 서유태! 일어나라고!”
형의 의식이 돌아오질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형이 정신을 차리기만을 기다리던 나에게는, 절망적인 이야기였다.
*
“…….”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제이인가?
귀가 먹먹해 잘 들리지 않았다.
분명 사고 때문이겠지.
‘하필 한승범의 몸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내가 의도한 일이든, 아니든 빌린 몸으로 이렇게 크게 사고를 당하다니.
한승범이나 한승범의 이모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멤버들의 앞에서 사고를 당해 버린 것 또한 신경 쓰였다. 특히 제이는 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니 단순히 ‘알고 지내는 후배’가 사고를 당한 것보다 훨씬 더 크게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빨리, 일어나서 안심시켜 줘야 하는데…….’
그런데 마음과 다르게 몸이 돌처럼 무거웠다.
꼭 끈이 모조리 끊어진 인형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아등바등 필사적으로 근육에 힘을 준 후에야 겨우 상반신을 움직일 수 있었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낯선 천장이 보였다.
작업실도 아니고 다른 멤버들의 집이나 숙소도 아니었으며 병원 같은 곳도 아닌 것 같았다.
‘…뭐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광경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에 나는 숨을 삼킨 뒤, 서둘러 내가 있는 장소를 파악하려 했다.
‘…방?’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은, 꼭 최적현이 사는 집과 비슷한 공간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디지털 시계를 보니 사고가 난 이후로 꼬박 하루를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멤버들은 어디 갔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이 가슴으로 쏟아졌다.
그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소름이 끼친 나는 다급히 내 몸을 내려봤다.
그러자 한승범의 것보다 훨씬 크고 두터우며 근육과 뼈대가 선명한 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건, 내 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