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만약에… 형이 살아 있다고 하면 믿을래?”
“…뭐?”
치세 형의 말에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무엇보다 바라던 것 아니던가. 유태 형이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강혁우가 찍은 그 영상을 평생 지우지 못한 채 시달리더라도 괜찮았다.
그런 내 마음을 치세 형이 몰랐다고 하면 말이 안 됐고, 다른 멤버들 또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터인데, 장난으로라도 저런 말을 쉽게 입에 담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못 믿지. 말도 안 되잖아.”
이건 단순히 장난으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믿기 어렵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런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간절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보일 거 각오하고 하는 말이야.”
“…….”
“한승범을 만나 본 적이 있다고 했었지.”
맥락 없이 던져진 질문에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유태 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승범이 왜 나오나 싶었다. 하지만 그를 입에 담은 치세 형의 얼굴에 장난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랑 비슷하다는 생각 안 들었어?”
…무슨 의도로 저런 질문을 하는 거지?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도 순순히 치세 형의 질문에 따라 한승범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보자 내가 그와 유태 형을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던 게 떠올랐다.
그에 나는 자조에 가까운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했지. 유태 형이랑 닮았잖아. 표정이든 말투든 거의 빼다박은 수준이던데. 그런데 설마 고작 그런 거로 ‘한승범이 유태 형이다.’ 같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
“본인한테 확인도 받았어. 나머지 멤버들은 지금 다 형이랑 같이 있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만나서 대화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반쯤 농담식으로 뱉은 그 말을 치세 형은 부정하지 않았다.
차분하기만 한 형의 표정을 보며 슬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채 신음을 흘렸다.
‘다른 멤버들까지? 어쩌다가 이렇게…….’
닮은 사람은 정말로 ‘비슷한’ 것에 불과하고, 사람은 모두 죽으면 사라진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절대 바뀌지 않는 진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저렇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형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서 다들 미쳐 버리기라도 한 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정신병에 걸렸거나, 사이비에 빠졌거나.
정신 차리라고. 지금 다 속고 있는 거라고. 그런 말을 하며 멤버들을 끄집어 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멤버들에게서 형을 빼앗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걸 텐데.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을까?’
멤버들은 이렇게라도 위안을 얻고 있는데, 내가 만약 그것을 막으면 이미 충분히 고통받은 멤버들에게 또 상처를 주는 것 아닌 건가? 그런 생각을 하자 방금까지만 해도 가득했던 반발감이 단번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꾸며낸 채 입을 열었다.
“…응, 나도 만나 보고 싶다.”
* * *
[부재중 통화: 도련님 1 (50)]“이새화야?”
햄버거 젤리처럼 부은 눈을 꿈뻑거리던 제이가 내 핸드폰 화면을 발견하고 ‘으.’ 하는 소리를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제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저 한숨을 푹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
정말 ‘하…….’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핸드폰에 쌓여 있는 부재중 전화의 숫자를 보니 정신이 아찔했다.
‘…조졌군.’
최적현에게 전화를 건 이후로 바로 정신을 잃고 다시 한승범의 몸에서 깨어났다.
그러고 나니 불어 터진 놈들이 앞에 있어서 우선 달랬다. 고작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치세가 조인찬을 만나러 갔다고 하기에 식겁하여 제이의 핸드폰으로 녀석과 통화를 하는 데에 10분 정도의 시간을 썼다.
총 15분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려 50통의 전화가 쌓여 있었다.
내가 1년 동안 전화를 한 50통 정도 거는데 그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채워 버린 것에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 같아도… 갑자기 죽은 사람 목소리가 들리면 아주 당황했겠지.’
애써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니,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하는 파렴치한 생각이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저 입을 다물고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최적현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대뜸 속사포처럼 먼저 입을 놀렸다.
“미안하다. 잠깐 상태가 나빠졌는데 구급차를 부를 수는 없어서 너한테 연락했어. 그런데 그또 갑자기 괜찮아져서 타이밍이 이상하게 된 것 같다.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최적현은 내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던 중 스피커 너머로 뭔가가 우드득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사람의 신음 소리 같은 게 미세하게 들린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일단 최적현의 호흡이나 목소리가 일정했으니 대충 주위에 있는 사람이 만든 소음이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최적현을 앞두고 있으니 꼭 폭탄 해체를 하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져 머리털이 삐죽 솟았다. 한 번이라도 말실수를 하면 이 또라이가 혼자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런 걱정을 하고 있던 중, 드디어 최적현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또 원래 목소리가 아니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일이 있어서 잠깐 의식을 잃었는데 눈을 떠 보니까 갑자기 모르는 집에 내 몸이 있었어. 그 상태에서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고 했더니 뭔가 무리가 됐던 모양인지 통증이 좀 느껴졌고. 그런데 내 몸으로 구급차를 부르면 안 되니까 너한테 연락을 했던 거지. 그게 다야. 한승범의 능력에 관련된 거라는 사실 외에는 사실 나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거든.”
[그 일이란 건 스토커가 낸 사고를 말하는 거지?]“…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글쎄.]“…….”
[무사하다면 됐어. 일단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해.]기껏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줬더니 정작 내 질문에는 멀쩡한 대답이 단 하나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독백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정도였다.
최적현이 제대로 대답을 할 거라는 기대를 깔끔하게 버린 나는 바로 차운을 돌아봤다. 내가 사고를 당한 것을 알고 있는 이 중 최적현에게 삥 뜯기기 가장 적합한 놈이 바로 차운이었으니까.
하지만 차운은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나 아니야. 연락 안 한 지 한참 됐어요!’라며 입을 뻐끔거렸다. 표정에 진심이 가득 담긴 것을 보니 이놈은 용의선상에서 제외해도 되리라. 그리고 그다음으로 돌아본 제이는 아까부터 슬슬 전화 끊으라며 성을 부릴 정도로 최적현을 안 좋아했고, 그 옆의 남이훤은 최적현과 아예 인연이 없었다.
결국 세 놈 다 정답은 아닌 듯했다.
그러면 결국 최적현이 뭔가 소름 끼치는 수를 써서 정보를 얻어 냈다는 것이겠지. 역시 실제로 만나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 정체를 100% 확신해서 온 놈이라고 해야 할까. 녀석의 이런 면을 볼 때마다 참 소름이 돋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녀석에게 알려 줘야 하는 소식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그리고 멤버들이 몇 명 더 알게 됐어.”
[뭐를?]“내가 서유태라는 거 말이야.”
[…….]대충 ‘잘됐다.’는 격려나 ‘도대체 몇 명에게 들킬 생각이냐’는 농담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를 악물었는지 조금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프리즘 멤버들이 알게 되는 게 마음에 안 들기라도 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잠시, 최적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지금 거기로 갈게. 데려다줄 테니까 나와.]“…너 안 바쁘냐? 일정 꽉 차 있는 놈이 오긴 어딜 와.”
[그래도 사고 난 거잖아. 택시로 왔다 갔다 하려면 불편할 거 아냐.]“됐어. 이제 아무 문제 없는데 뭐 하러 오냐. 여차하면 멤버들 다 차 있으니까 멤버들한테 부탁할 거고. 알았지? 가서 네 일 해라.”
그렇게 고집을 부리며 대강 통화를 마치자 피로감이 몰려 왔다.
‘끝까지 안 오겠다는 소리는 안 하던데, 설마 진짜 오는 건 아니겠지.’
통화를 하는 내내 계속 나를 감시하고 있던 제이가 툴툴거리는 투로 중얼거렸다.
“결국 그 사람하고도 연락하고 있었던 거네, 남의 몸에 들어가 있어도 결국 서유태는 서유태구나.”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최적현과 프리즘 멤버들이 내 옆에 있었다.
프리즘 멤버들에게 내 정체를 밝히고, 내 몸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 뒀던 벽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서유태며 절대로 다른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그것을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한승범의 몸으로 전생의 인연들을 만날수록 점점 그것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돌아가고 싶어.’
나는 나의 삶을 쉽사리 포기하고, 다른 이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살아가기에는 그동안 이뤄 놓은 것이 너무 많았으며, 그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부와 명예를 포기하는 것까지는 견딜 수 있어도 이 인연들을 저버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단 말이다.
그것을 또다시 실감하니 이 생을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 만들어 두었던 ‘한승범’의 경계를 본래의 내가 점점 침식하고 있는 게 실감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일정 수준을 지난 순간부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게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앞에 있는 제이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
“무슨 부탁?”
답지 않게 뜸을 들이자 제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다가 작게 끄덕였다. 일단 말해 보라는 것이었다. 상당히 협조적인 태도에 조금 안도한 나는 그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그동안 계속 품고 있었던 소원을 말했다.
“나 서유성 좀 만나게 해 주라.”
그러자 제이는 눈을 크게 뜨더니 멍하니 나를 올려다봤다.
그 반응에 조금 멋쩍어진 나는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주저리주저리 놈을 봐야 하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왜, 얼마 전에 그놈 생일이었는데 챙겨 주지도 못하고 그냥 넘어갔잖아. 너도 아는 것처럼 서유성은 자기 생일에 워낙 관심이 없는 놈이라 다른 사람들이 챙겨 주지 않았으면 분명 평소처럼 지나갔겠지.”
“…형.”
“이렇게 궁상떨고 있는 거 알면 그놈 분명 질색할 텐데… 그냥 옛날부터 사람 사귀는 것도 잘 못하고 자꾸 사고만 쳤던 놈이라 혼자 잘 살고 있을지 걱정돼서.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으니까 얼굴 한 번만 보게 해 줘라.”
“잠깐만, 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제이가 내 어깨를 세게 움켜쥔 채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처음에는 프리즘으로 활동할 때부터 종종 들었던 ‘이제 유성이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그렇게 유난 떠는 건 비정상적이다’ 같은 농담을 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표정이 너무 심각하여 그게 아니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목소리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희게 질려 있었다. 그에 조금 당황하여 ‘왜 그러냐’는 말을 하자 녀석의 표정이 더욱 끔찍한 모습으로 일그러졌다.
“유성 형은 몇 년 전에 죽었잖아, 사고로!”
그 비명과도 같은 속삭임에.
나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