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프리즘 멤버들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여겼다.
다른 사이 좋은 그룹이 서로를 두고 ‘가족 같다’고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리는 단순히 일을 함께하는 동료나 친구가 아닌, 서로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진짜 가족’이었다. 유태 형을 첫째로 두고 내가 막내로 있는 일곱 명의 형제 말이다.
‘유태 형은 나한테는 첫째 형보다는 부모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기형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관계를 가졌냐 하면 아마 다들 변변찮은 가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손에 자란 조인찬부터 시작하여 부모님의 그림자에 억눌려 살았던 남이훤, 보육원에서 자랐던 차운 그리고 서씨 형제와 나까지. 어떻게 한 그룹에 이런 놈들만 한가득 모인 것인지 우리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었기 때문에 RH 엔터테인먼트나 강혁우의 폭력성이나 그릇됨을 미리 깨닫고 그만두지 못했던 것일 수도, 실패하고도 돌아갈 자리가 없었기에 더욱 악착같이 버텨 성공해야만 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가족으로 삼았다.
그리고 적투성이인 이 세상에서 서로의 무조건적인 아군이 되어 주기로 하였다.
[故 서유성]그런 우리에게 멤버의 죽음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졌을지, 그것은 우리 외에는 그 누구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를 끔찍하게 아꼈던 유태 형은 더더욱.
– 자, 다들 인사해라. 오늘부터 들어온 연습생이다.
서유성을 처음 만났을 적, 나는 그저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그가 유태 형과 피가 이어진 가족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두 사람의 이목구비와 풍기는 분위기에는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유태 형과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겼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는 직선적인 느낌이 강해 남성미가 강하게 느껴졌던 유태 형과 다르게 좀 더 곱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령 끝이 조금 구부러지도록 곱슬기가 있는 머리카락이라든가, 긴 속눈썹과 끝이 붉은 눈매, 눈물점, 유태 형보다는 얄쌍한 골격 등이 사납기 그지없는 인상의 제 형을 똑닮은 그를 그나마 부드러워 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 서유성을 보고 있으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
나중에 유태 형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두 형제 모두 어머니의 얼굴을 물려받은 게 맞았지만, 서유성은 유태 형보다 훨씬 더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어머니의 골격을 더 단단하게 키우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서유성과 똑같아 보일 정도로 말이다.
미디어에 노출된 모습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서유성을 두고 유태 형과 쏙 빼닮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형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그와 정반대로 말을 하곤 했다.
서유성은 유태 형과 달랐다.
차가운 분위기, 외견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유하고 따뜻한 내면을 가지고 있었던 유태 형의 동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서늘한 사람이었다.
서늘하다는 표현을 쓰는 게 과연 옳을지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서유성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을 쉽게 현혹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어투와 외견 같은 껍데기를 두르고 있는 이새화와는 정반대로 말이다. 서유성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완전히 무관심하고 그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면을 가지고 있는, 무미건조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 보려 해도 그의 비정상성을 말하지 않고서는 서유성을 묘사할 수가 없었다. 그는 범상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들이 한가득 모인 프리즘 안에서도 유달리 돌출된 존재였다.
– …쟤 좀 이상하지 않냐?
– 나는 서유성만 보면 좀 소름 끼치더라.
그의 성격에 이상함을 감지한 이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정도였으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을지는 예상이 갈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서유성은 머리가 아주 좋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학습’하는 것에 아주 능했고, 그가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 형은 혼자 내버려 두면 금방 무리를 하니까.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줘야 해.
바로 그의 친형과 관련된 상황에서 말이다.
– 아버지나 다른 새끼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서유성 포기 안 할 거야.
유태 형은 종종 서유성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문제 행동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고 했으니 분명 우리보다 그것을 더 잘 알고 있었겠지.
– 나는 이 그룹이 꽤 마음에 들어.
아마 서유성이 다른 멤버들과 나름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가 바로 유태 형일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동생을 홀로 그 정도로 키우기 위해 형은 도대체 얼만큼의 사랑을 쏟아부었을까.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서유성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잃게 될 거라고는, 형도 정말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리즘 멤버들과 매니저가 다 함께 바다 여행을 갔던 날, 서유성은 실종되었다.
당시 멤버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씨 악화 탓에 숙소에서 나가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했기 때문에 다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상태였고, 유태 형은 이미 프리즘에서 탈퇴를 한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 그 자리에 없었다.
아마 서유성은 새벽에 홀로 바다의 근처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던 것 같았다. 멤버들의 의견에 따라 바다에 갔을 뿐, 평소에는 물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서유성이 바다에 빠지는 일 따위가 왜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서유성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고 며칠 뒤, 이새화는 형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큰 충격에 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줄 알고 심장이 곤두박질치는 줄 알았다. 유태 형에게 서유성은 그 정도의 무게를 지닌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형은 며칠 뒤 이새화와 함께 다시 나타나 동생의 장례식에서 묵묵하게 상주 역할을 다했고, 그동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함께 있으면서 사고가 난 줄도 몰랐던 프리즘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 자신을 자책하자 조용히 그러지 말라는 말도 했었던 것도 같았다. 우리의 앞에서 얼핏 의연해 보이기까지 한 차분한 모습에 나는 형이 그래도 이번 일을 잘 이겨 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후 실제로도 문제없이 활동을 잘 이어 갔고.
하지만 이왕이면 본인이 먼저 언급하지 않는 이상 형의 앞에서 유성 형에 대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무리 극복했다 하더라도 오랜 상처를 들쑤셔 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설마, 유성 형의 죽음을 완전히 잊어버린 양 유성 형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할 줄이야.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나는 형을 붙잡은 채 몇 년간 입에 담는 것조차 하지 못했던 사실을 뱉었다.
“유성 형은 몇 년 전에 죽었잖아, 사고로!”
그 말을 들은 형은 절망이라는 단어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을 응시한 채 한참을 보냈다. 꼭 큰 충격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그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며 조바심을 느낀 내가 절박하게 형의 어깨를 흔들며 물먹은 목소리로 형을 부르자 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그랬지. 유성이는 죽었지. 내가 그걸 어떻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유성이가 죽었을 리가 없지 않냐’는 반응이 나오지 않고 뒤늦게라도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망상? 기억상실? 아니면 아까 사고가 났을 때 머리를 잘못 부딪히기라도 한 건가?’
머릿속에 수많은 가능성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낌새가 아주 이상했지만, 너무 혼란스러웠던 나는 그냥 이 상황을 그저 단순한 해프닝으로 덮어 버리기 위해 과장스러운 태도로 평정심을 꾸며 냈다.
“형, 사고 때문에 많이 피곤한가 보다. 잊어버릴 게 따로 있지.”
최대한 의연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하자.
그렇게 다짐하며 벌벌 떨리는 손을 아래로 내려 숨기고 있던 중, 형이 입을 열었다.
“…차운은?”
“머리 아프다고 다른 방에 자러 갔어. 그 형 원래 멘탈 약한 거 알잖아.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아예 녹다운됐나 봐.”
“그래? 그럼 일어나면 먹이게 운이 약 좀 사다 줄래?”
그 말을 들은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다행이었다. 잠깐 밖에 나가서 숨을 돌리고 오면 더 이상 위태로운 형의 앞에서 내 동요를 보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금방 다녀올게, 형.”
* * *
‘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더라?’
작업실을 코앞에 두고 형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중, 새카만 차가 작업실의 앞에 마구잡이로 멈춰섰다. 그리고 고가의 수트를 빼입은 화려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내려 거침없이 내게 다가왔다.
‘…이새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곱상한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대놓고 불쾌한 티를 냈다. 나는 예전부터 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유태 형의 보호자라도 되는 양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게.
‘당신이 여기는 어쩐 일이냐’는 날카로운 말을 뱉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의 목소리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유태는.”
인사치레를 집어치운 채 대뜸 뱉은 말은 역시나 유태 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는 느긋하기만 하던 사람이 잔뜩 날이 서 있었다. 평소의 부드러운 어투를 모두 때려치운 말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나는 퉁명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
“쉬고 있어요. 전화로 들어서 알고 있잖아요, 지금 컨디션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거. ”
“…쓸데없는 소리 한 거 아니겠지.”
쓸데없는 소리?
말을 두루뭉술하게 돌려서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무의식중에 움찔 몸을 떤 나는 아까의 상황과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유성 형은 몇 년 전에 죽었잖아, 사고로!
‘아니, 그건 아니겠지. 형도 처음에만 조금 놀란 거지, 금방 정신 차렸으니까.’
형은 내 말에 금방 기억이 돌아온 듯 침착함을 되찾았고, 심지어 서유성이 죽은 이후에도 한참 동안 멀쩡하게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이미 알고 있고 극복한 일을 다시 말한다고 해서 별다른 일이 생길 리는 없었다. 그렇게 합리화를 한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어 말했다.
“사고 외에는 별일 없었습니다. 어련히 때가 되면 알아서 돌아갈 거고요.”
그러자 그는 내 대답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바로 나를 앞질러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허락하지 않은 침입에 ‘이게 무슨 짓이냐’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이 방 저 방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확인하더니 내게 다시 윽박질렀다.
“서유태 어디 있어!”
어디 있기는, 방금 당신이 확인하고 온 가장 큰 방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새화는 꼭 형이 이 자리에 없는 것처럼 말하는 거지?
이새화의 반응에 순식간에 불안감이 몰려온 나는 다급하게 작업실 안으로 뛰어들어가 방 안을 확인했다.
“…….”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사람의 온기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는 방이었다. 나는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아까까지 여기 있었는데.”
그러자 이새화는 이를 악물더니 형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작업실 곳곳에 있는 나머지 방들을 모두 열어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형이 있었던 침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고, 형의 핸드폰과 지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들려오는 것은 녹음된 음성뿐이었다.
점점 심장이 빨리 뛰며 손발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너, 서유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모든 방을 뒤지고도 형을 찾지 못한 이새화가 내게 돌아와 내 멱살을 움켜쥔 채 살벌한 투로 물었다. 그 말에 영문도 모르는 채 고개를 끄덕이자 이새화는 얼굴을 사색으로 물들이고는 거친 말을 내뱉더니 본인의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작업실을 돌아봤다.
그리고 뒤늦게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형?”
형이 사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