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형. 너무 연락이 안 되니까 매니저 형이 형 가족분들한테까지 연락…….”
“…누구?”
잠에 들기 전까지의 내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났지만, 애써 되찾은 안정이 멤버들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부터 모두 다 어그러진 것 같았다.
온갖 소리들이 귓가에 웅웅 울리며 다시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기 시작했다.
“대신 이모라는 분한테도 연락이 와서, 승범 형한테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셨어요.”
– 내 조카 몸 함부로 썼다가는 가만 안 둬요. 그 애가 못 이룬 행복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 주세요.
유난히 귀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 말을 곱씹자 내가 저지른 행동이 떠올랐다.
– 한승범도 자식 같은 존재였다고 했잖아. 아직 스무 살밖에 안 됐는데… 죽이려고?
‘한승범의 이모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버리면 어떡하지?’
순식간에 치미는 두려움에 다급히 안 된다며 소리쳤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것은 ‘이미 연락이 갔을 것이다’는 절망적인 말이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으스러트릴 듯 강하게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망연자실하여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왜 하필 그 사람한테 연락을 한 거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해 가족들에게 가야 할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가, 일이 더욱 커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 빈번하게 발생했다. 수사기관은 가족들과 우선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크게 다쳤을 경우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족과 사이가 안 좋은 백기량과 이단비도 매니저를 말릴 수 없었던 것이겠지.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리스크와 내가 가족과의 교류를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리스크, 그 둘 사이에서 멤버들은 후자를 고른 것이었다.
사람이 행방불명된 와중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회사와 우강원, 이화영, 도유다, 젠 같은 멤버들에게는 정상적인 가정이야말로 당연한 것이었다.
– 저번에 폭행 스캔들 터졌을 때 아버지께서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고. 선수 생활 그만두고 아이돌 하겠다고 말씀드린 이후로 나랑 말 한마디도 안 하셨는데… 깜짝 놀랐어. 역시 부모님은 어쩔 수 없나 봐.
– 엄마님 마지막 방송 보기 위해 일본에서 옵니다!
– 우리 유다 잘 부탁해, 승범아.
왜냐하면 그것만이 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였으니까.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가족은 가족. 결국에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서로를 위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가족이란 말이다.
“너도 동생이 있으니까 무슨 마음인지 알지?”
…내가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때문에 나는 멤버들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건 멤버들에게 연락을 한 만큼의 여유조차 잃어버렸던, 멤버들에게 내 사정이나 한승범의 가족들에 대해 지금껏 아무 설명도 해 주지 않았던 내 행동의 대가였다. 내가 마땅히 감당해야만 했다.
그러니 적잖이 놀랐을 멤버들에게 빨리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해야 하는데…….
“아니라고. 나 한승범 아니야.”
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형편없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넓은 방 안에서 맥없이 흩어졌다.
지금 나는 아마 충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직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겠지. 이래서 멤버들과 만나고 싶지 않았던 건데, 조금만 더 내 상태가 나아지고 나면 제대로 설명하려고 했던 건데.
변명처럼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프리즘 멤버들이 떠올랐다.
– 내가 형 말을 어떻게 믿어? 나는 형이 왜 죽었는지, 왜 그룹을 탈퇴했는지조차 아직 모르는데. 아니, 설명해 줄 생각이 있긴 한가?
그리고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여유가 생기는 거지?’
이전 생에서도 나는 끝까지 괜찮아지지 않았다. 조금의 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냥 버텼다. 아무리 기다려 봤자 적절한 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내가 괜찮아지더라도 멤버들이 모든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멤버들이 얼마나 크게 충격을 받을지, 그로 인해 무슨 행동을 할지 계속해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녀석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게 당시 내가 고를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멤버들에게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의문이 들곤 했다.
‘나는 이번에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건가?’
내 선택의 결과로 아무것도 모르는 멤버들은 자기 자신과 서로에게서 원인을 찾으며 병들어 갔다. 설명 하나 해 주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춰 버린 나를 억지로 끌어내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더 쉬운 일이니까. 나는 다시 눈을 뜨는 순간까지도 그것을 알지 못했고.
만약 멤버들이 지금 내 이상을 본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멤버들이 의심으로 스스로를 해치는 것을 놔둘 바에야 진실을 말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한승범의 이모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다시는 한승범의 이모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겠지.
모든 사고가 단발적으로 나타나 바로 사라지는 와중 아주 충동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에 대해 고심해 보기도 전에 입이 저절로 열렸다.
“나는 그냥, 내 자식 껍데기 뺏어서 살아 있는 쓰레기 새끼니까, 그러니까 이모한테 연락하지 마…….”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담은 말이었다.
마지막 음절을 기어이 뱉자 혀끝이 치아에 스치는 소름 끼치는 감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실수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손발이 저리고 안면의 피부가 차갑게 식다 못해 마비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후회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줄곧 마주하지 못했던 멤버들의 표정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혼란과 공포 그리고 거부감.
희게 질린 얼굴 위에 떠오른 감정은 그 세 가지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형? 잘 이해가 안 돼서…….”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멤버들은 내가 한승범이 아닌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마치 미친 사람을 보는 듯 적나라했다. 그것을 마주하고 있자 하니 ‘정말 내가 제정신이 맞긴 한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금, 좀 놀라서 그런가 봐. …승범아, 많이 힘들면 우리 같이 병원 갈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후회가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지 않았던가,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앞뒤 없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버렸다. 내 존재는 이해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내 존재를 부정당한 것 같은 절망감.
그리고 스스로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한 실망감에 잠식당하는 듯했다.
실패를 겪고,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옳은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고 전생의 나는 ‘그나마’ 작은 비극을 골랐던 것인가?
“…하하.”
다리의 힘이 풀려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 상태로 앉아 멍하니 바닥만 내려보고 있자 멤버들은 참을 수 없었는지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어깨를 흔들었다.
“승범아! 괜찮은 거 맞아?”
“형! 무슨 말이라도 해 주세요…….”
그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나는 입을 뻐끔거리다가 겨우 소리를 냈다.
“아.”
표정 관리가 잘 안 됐다.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깜짝 카메라였다고 하면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지금이라도 웃으며 농담이었다고 해야 하는 건가? 나는 한승범이고, 다른 존재일 리가 없는데 뭘 그렇게 다들 당황하는 거냐며 웃어 넘겨야 하는 건가?
모르겠다.
아무리 발악해도 깨진 유리컵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는 않는 것처럼, 이 상황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질 않았다.
하지만 불안감에 빠져 있는 멤버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들었다. 그리고 경련하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
“내가 실수했어. 잊어 줘.”
* * *
후회가 막심한 듯 ‘너희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다’며 중얼거린 이화영이 멤버들을 객실 밖으로 끌고 나간 후, 오직 둘만 남은 공간에서 나는 최적현에게 물었다.
“…네가 불렀어?”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최적현밖에 없었다.
분명 최적현이 이화영을 통해서 멤버들을 여기까지 불러들인 것이겠지.
최적현은 내 질문에 아까부터 계속 확인하고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작게 눈웃음치며 태평하게 말했다.
“응, 내가 말해 줬어.”
“내가 왜 이꼴이 된 건지는…….”
“간략하게는 설명해 줬지.”
“…왜?”
“불안해서.”
한 치의 망설임이나 고민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안전한 새장 안에 계속 가둬 두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 이미 한번 실패를 겪어 봤으니 이번에는 다른 걸 시도해 봐야지.”
“…….”
“파란 하늘 아래에 풀어두고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두는 거야. 네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 유의 깊게 지켜보고, 혹시나 일이 벌어져도 나를 대신해서 막아 줄 수 있도록. 판테이온 멤버들은 그중 하나라고 봐야지. 일종의 보험이야.”
“보험? …내가 내 문제에 저놈들 휘말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발악했는데 고작 그걸 위해서 말했다고? 이미 충분하잖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나는 네 목숨 붙여 놓으려고 살아 있었을 거라고!”
“아니, 부족해. 나는 이제 너를 믿을 수가 없거든. 네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 말에 덜컥 숨을 멈추자 최적현은 소리까지 내 가며 웃음을 터트리곤 이어 말했다.
“그렇게 죄책감 갖지 않아도 괜찮아. 이미 알고 있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던 거.”
“…….”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그 아이들에게 너를 위험에서 구해 내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종결시켜 준 장본인이 됐어. 이미 신뢰 관계는 충분히 구축했다고 봐도 되겠지. 그리고 너는 이번에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것에 대해 심하게 거부감을 드러냈으니까 앞으로 네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나한테 우선적으로 연락하게 될 거야. 너는 판테이온 멤버들 앞에서 유난히 긴장하는 편이니까… 무심코 ‘실수’하는 일도 줄어들겠지.”
“…아직 어린애들이잖아. 너는 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이런 일로 고통받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게 당연한 애들인데, 휘말리게 만든 거라고!”
“아니지, 유태야. 너는 네 멤버들을 너무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어. 고작 몇 주만 지나면 가장 어린 멤버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인이 되잖아?”
“웃기지 마. 네가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아도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멤버들이 몇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이가 많든, 적든 저 애들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야.”
“알고 있잖아, 나이 같은 건 나한테 아무 의미도 없는 거. 네가 유난히 그 부분에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길래 해 본 말이지. 나는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최적현.”
“게다가 나는 딱히 그 아이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아니야. 그저 진실을 말해 줬을 뿐이지. 저 아이들은 스스로 이곳에 오는 것을 선택했고, 본인의 의지로 내게 질문을 건넸어. 그 아이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이걸 더 원하고 있을걸? 네가 아무리 감싸고 돈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잖아. 슬슬 그걸 인정할 때도 된 것 같은데.”
할 말을 잃은 나를 두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막힘없이 쏟아 낸 놈은 내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정말 슬픈 듯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놀렸다.
“미안해. 많이 상처받았지? 멤버들이 네 정체를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는 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
“…….”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알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 몸으로 만든 인연들은 너를 이해해 주지 못해. 그러니까 모든 일이 끝나면 원래 몸으로 돌아가자. 알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