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미니 운동회의 결과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우강원이 종합 1등을 차지했다. 이화영도 나름 선방했으나 역시 전 운동선수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지막 미션 달리기로 순위가 바뀔 것도 같았지만, 우강원이 미션 달리기의 2등을 차지해 버려 결국 결과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동네 조기 축구에 나타난 메시도 아니고 조금 봐줄 만도 했는데 운동 앞의 그는 항상 진심이었다.
‘절경이었지, 그건.’
우강원의 미션은 [제일 시끄러운 사람 데려오기.]였다.
결국 우강원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한 후, 도유다를 어깨에 둘러 메고 뛰어 들어왔다.
다 큰 남자를 들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빠르게 뛰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하여 모든 연습생 중에서 최우선 순위로 노려졌던 나는 우강원의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와, 강원이 형! 형 팬 엄청 많아졌어요!”
“조금 창피하긴 한데. 그래도 감사해야겠지?”
미니 운동회와 팀 배정까지 마친 나는 간만에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는 중이었다.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기 전이었고, 몸에 피로가 한계까지 누적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로,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난리 났어요! 이대로면 완전 데뷔 안정권일 것 같아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자꾸 쫑알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비척비척 침대에서 일어나 두 놈들의 뒤에 갔다.
그리고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아침에 기분이 더럽단 말이다.
“시끄러워.”
“흐아악!”
뒤늦게 내 존재를 눈치챈 도유다가 태블릿을 위로 집어 던지며 비명을 질렀다. 허공에 붕 뜬 태블릿은 안정적으로 우강원의 손에 착지했다.
“승범아, 잘 잤어?”
“허으! 형, 언제 일어나셨어요?”
토끼처럼 동그랗게 눈을 뜬 두 사람이 나를 올려다봤다. 금방 일어나서 난리 난 머리카락은 덤이었다.
“그렇게 떠드는데 어떻게 안 일어나.”
“미안해. 우리가 깨워 버렸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 강원이 형 저번에 Heart BOOM! 무대 한 거 있잖아요. 그거 대박 났어요.”
대박?
분명 무대 자체는 애매했던 것 같은데 대박이 났다니 조금 의문이었다.
“1차 경연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그게 화제가 됐어? 방송 아직 안 됐잖아.”
“그 플러스 구독자들한테 선공개됐잖아요. 유출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어디 지켜지겠어요? 움짤은 벌써 돌아다니는 중이에요.”
‘움짤?’
우강원의 손에 있는 태블릿을 냉큼 가져와 스크롤을 넘기니 우강원이 손을 허우적거렸다.
“앗, 그건!”
무슨 스티커 사진처럼 블링블링하게 꾸며진 우강원의 움짤이 나타났다. 분홍색 볼 터치, 레이스와 리본, 하트 효과들이 우강원의 우람한 몸집 옆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우.꾸.(우강원 꾸미기라는 뜻).gif]아마 화제가 되는 것에 신이 난 팬들이 꾸민 것 같았다.
“…섹시하네.”
“…고마워.”
뭐라 해 줄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칭찬이나 해 줘야지. 괜찮은 칭찬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강원 선수가 저 가사 부르니까 진짜 내 심장을 물리적으로 터트려 버릴 것 같아.] [심장이 뛰는데 이게 무서워서인지 귀여워서인지 모르겠어요.] [이두박근이 내게 말을 건다…….]SNS의 실시간 핫 키워드를 쭉 내려 보니 우강원의 무대에 대한 반응이 이어졌다.
‘좋아, 이 상태라면 우강원은 문제없이 데뷔할 수 있겠군.’
“잘한 무대도 아니고 그냥 웃긴 거로 화제가 된 건데… 기뻐해도 될지는 모르겠어.”
본인의 사진을 내가 대놓고 살펴보는 것이 멋쩍었는지 우강원이 목덜미를 긁적였다. 나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뻐해야지.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는 게 아니야.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무대의 퀄리티와 방송 후의 인지도 상승은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무대를 준비한 연습생들은 조금 허탈할 수 있겠지만, 대중은 웃기고, 인상 깊은 것들에 이끌리게 되어 있다.
기업에서 노이즈 마케팅이나 B급 감성 광고를 계속해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남들은 돈 주고서라도 하는 것에 풀이 죽어 있어서는 곤란했다.
“그렇구나…….”
“단순한 화제로 그치지 않고 팬으로 유입이 됐다는 건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화제성을 기회로 실력을 증명하면 돼.”
“고마워, 말이라도 그렇게 해 줘서.”
“저 형은 그냥 하는 말 아닐걸요.”
팔 거치대로 내 아래에 짓눌려 있던 도유다가 쫑알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거짓으로 남을 칭찬하거나 위로해 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나와 같은 멤버가 된 이상 다음 경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정해진 결과였다.
도유다의 말에 주먹으로 손바닥을 통 친 우강원이 온화하게 웃었다.
“확실히 승범이 성격이면 그런 격려는 무리겠네!”
무슨 의미일까?
스크롤을 주르륵 더 내려 보니 자주 보이던 계정들 외에 다른 계정이 있었다.
[yeon01]‘아니, 이 계정은 왜 이렇게 팔로워가 많아?’
계정에 들어가 여러 게시글을 둘러봤다.
가장 많은 반응이 기록된 게시글은 제작 발표회 때의 내 사진을 보정하여 올린 것이었다.
[승범아 오래가자♥] [└ 와 이 사람 그 사람 아님? 프릭 레전드 홈마. 보정에서 겁나 티 나는데.] [└└ 야, 닥쳐.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해주는 거야. ㅈㄴ 눈치 없네.] [└└└ ㄹㅇㅋㅋ. 늦덕이라 데이터 사서 보정하셨나 보네. 아무렴 어때요. 데뷔하면 직접 찍어주실 텐데. 환영합니다!]“와! 엄청 유명한 사람이 형 홈마 됐네요! 대박!”
고개를 빼꼼 내밀어 태블릿을 본 도유다가 말했다.
“유명한 사람?”
“프릭 트레이너님 레전드 직캠 찍은 사람이요!”
나는 삼류 아이돌에게는 관심 없다. 프릭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어떤 팬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완전히 내 흥미 밖이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나름 레전드 직캠도 있네.’
“몰라.”
“형은 너무 이런 거에 관심이 없어요.”
“나는 내 팬한테만 관심 있어.”
“잘됐네요. 이제 형 팬이니까.”
“…….”
‘골치 아프네.’
그 정도로 유명한 팬이라면 프릭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놈의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심지가 얼마나 버틸지가 걱정이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 온 팬을 환영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계정에 대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 * *
팀 배정이 끝났으니 지금부터는 포지션을 정할 차례였다.
저번에는 제이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이 확정된 상태에서 합류했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포지션 배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새로 배정된 멤버들과 둥글게 모여 앉아 상의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리더는 승범이가 했으면 좋겠어.”
“최연장자는 형이잖아요. 리더 자리 넘겨도 괜찮겠어요?”
“나이가 리더십을 대변해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 더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양보해야지. 나이 많은 거로 으스댈 생각도 없고. 그리고 편곡을 승범이가 하게 될 테니까 우선적으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우강원도 나쁘지 않은데.’
포지션 배분을 진행하는 동안 지켜본 결과, 본인이 말하는 것과 다르게 우강원도 나름 괜찮았다. 기본적으로 태도가 유했고, 다정하게 멤버들을 이끄는 모습이 돋보였다.
“저도 그거엔 동의해요. 그럼 리더는 승범이로? 다들 동의해?”
“동의.”
“나도 좋다고 생각해.”
물론 나는 남의 지시에 따르는 건 딱 질색이기 때문에 내게 리더 자리가 넘어오는 것을 굳이 막을 생각은 없었다.
“하하! 우리, 너무 사이 좋은 것 같아!”
“그러니까. 저번 경연 때는 포지션 정할 때 너무 힘들었는데!”
평화로움에 행복한 듯 멤버들이 하하 호호 미소 지었다.
많이 웃어 둬라.
내일부터는 우강원이 아닌 나를 선택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그러면 리더는 정해졌네. 다음으로 넘어갈게.”
우강원의 부드러운 진행과 함께 노잼각을 읽은 카메라 감독이 다른 팀으로 떠나 버렸다.
“가셨다. 우리한테 찍을 게 별로 없었나 봐.”
“어떡해? 우리 멱살이라도 잡을까? 강원 형, 저 한 대만 때려 주세요. 방송 나가게.”
“미안해. 일반인한테 폭력을 가하는 건 조금 무서워서. 잘못 쳤다가 터지면 어떡해.”
카메라가 떠나 버린 게 아쉬웠다. 방금 말은 좀 재미있었는데.
방송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 자극적인 장면이 나와야 할 텐데, 이번에는 순한 놈들만 걸려 버려 어려울 것 같았다.
이번 멤버 중 그나마 자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나기 젠뿐이라고 해야 할까.
‘…젠?’
그러고 보니 젠이 없었다.
“젠은 어디 갔어?”
“A 연습실에 태블릿 가지러 갔다 온대. 우리 중에 태블릿 받은 사람이 그 친구밖에 없거든. 리더는 승범이가 했으면 좋겠다던데?”
놈이라면 그럴 줄 알았다. 누구에게 리더 투표를 하느냐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금부터 메인 보컬과 메인 댄서를 정해야 하는데 멤버 하나가 없어서는 곤란하단 말이다.
“언제 갔는데.”
“글쎄, 한 15분 전?”
우리가 있는 곳은 B 연습실이었다. 고작 스무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A 연습실에 가는데 15분은 너무 오래 걸렸다. 한국인 빨리빨리.
“너무 오래 걸리는데, 문 열고 나가면 바로 있잖아.”
“농땡이 피울 만한 애는 아닐 것 같아서… 다같이 데리러 갈까?”
“아니, 내가 데리러 갈게. 노래 고르고 있어.”
리더 감투 썼으니 일해야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A 연습실로 향했다.
“어떡해? PD님한테 말해야 할까?”
“아니야, 일 키우지 말자. 아마 그냥 따로 얘기만 하는 걸 거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싸늘한 감각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세워졌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연습을 진행하는 연습생들은 없고, 무리 지어 수군덕거리는 놈들만 한가득이었다.
“방송각 잡아야 하는데 방해했다고 찍히면 어떡해. 대본일 수도 있잖아.”
“아, 그러네. 대본인가!”
대개 어른 한 명 없이 어린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것은 불길함의 징조였다.
제작진들은 감독자 없이 미성년자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콘텐츠 제작자임과 동시에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연습실 하나당 한 명의 트레이너를 배정했을 텐데 트레이너는 어디 간 것인지 A 연습실에는 유난히 어린 연습생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뭐 사고라도 있었나.’
나는 어쨌든 우리 애만 쏙 빼 가서 연습을 속행할 생각이었다. 해결은 트레이너가 오면 알아서 하겠지.
“젠? 들리면 대답해.”
그런데 A 연습실에 갔다고 했던 젠이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연습실에 있는 연습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해 가며 젠을 찾자 아이들이 내 시선을 피하는 것이 느껴졌다.
‘젠에게 무슨 일이 있었군.’
“젠?”
아무도 젠의 행방에 대해 말해 주는 아이가 없었다.
이럴 때는 한 놈만 잡고 조지면 된다.
“너, 젠 어디 갔는지 알지? A 연습실에 태블릿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아이 하나를 잡고 대놓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입이 근질거리는 듯 제 옆의 다른 연습생을 흘끗 보며 눈치를 봤다.
“아, 저는…….”
“알려 줘. 무슨 일 있었던 거잖아.”
“말해도 될까?”
“승범 형이면 괜찮을 것 같아.”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던 아이들이 합의를 보는 동안 나는 쭉 연습실을 돌아봤다.
‘A 연습실의 담당 트레이너는 분명…….’
A 연습실에 배정된 트레이너는 분명 프릭이었던 것 같다.
벌써 불길했다.
“제작진분들도 안 계셔서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어떡해요?”
울망거리는 눈동자를 한 아이가 고자질하듯 내게 고했다.
“젠 형이 프릭 트레이너님이랑 말다툼하다가… 끌려 나갔어요.”
“카메라가 없는데 대본일까요?”
“크게 혼나지는 않겠죠?”
“정신 교육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