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서유성이 나 숨 좀 돌리라고 너희 보냈나 보다.”
프리즘이 드디어 함께하는 자리에 서유성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의 앞에서 우리의 재회를 알렸다.
“…형.”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서유성한테도 우리 만나는 거 보여 주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지금 너희 보면 요란 떨지 말라고 또 한소리 들을걸.”
알고 있다.
서유성은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았다.
– 내 생각이 나면 별을 올려다 보면 돼. 나는 항상 거기 있을 테니까.
서유성 본인조차 그런 말을 내게 했던 적이 있으니 분명 서유성은 이곳이 아닌, 밤하늘 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 해가 뜬 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던 탓에 이곳을 찾았다.
어쩌면 서유성을 찾아 헤매던 버릇이 다시 나온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이건 그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위안에 불과했다.
“하여튼 그놈은 너무 무뚝뚝해서… 너희들도 그것 때문에 참 고생이 많았지.”
뱉어 내고, 뱉어 내다 보면 내 안에 고인 그리움이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서유성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쓸쓸한 마음이 배가되어 돌아오는 걸 보면 역시 내게 이 방법은 맞지 않는 건가 싶어 입이 썼다.
“하, 지금 너희 얼굴 사진이라도 찍어 놔야 하는데. 핸드폰을 안 들고 왔네, 아쉽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나를 바라보는 멤버들이 하나같이 다 코찔찔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카메라 너머로 지켜본 녀석들은 항상 ‘프리즘 대선배님’ 같은 멋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내 앞에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 같았다.
‘이런 놈들을 두고 가려고 했다니…….’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하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이 안 갔다. 서유성을 향한 그리움이 늘어난 만큼, 프리즘 멤버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그리움이 점점 해소되어 가슴 속이 미어터지지 않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이제 그만 쳐다봐야 하는데.’
슬슬 적당히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멤버들의 얼굴이 뚫려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서유성한테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멤버들이 이상을 느끼기 전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나는 다급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에게 말을 걸었다.
“넌 살 좀 찌워야겠다. 가뜩이나 팔다리 얄쌍해서 허우적허우적 걸어다니던 놈이 거기에서 더 마르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리더 자리가 그렇게 적성에 안 맞았냐?”
“형한테 그런 말 듣기 싫어요. 안 봐도 뻔하지, 그 몸으로도 식사 대강 챙기다가 그 지경 된 거잖아. 그놈의 햄버거, 핫도그. 예전부터 쓰레기 같은 음식만 한가득 먹더니 내가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
‘이크, 잘못 건드렸다.’
그동안 차운의 몸이 꽤 마른 게 영 마음에 걸려 한번 핀잔 줬다가 배로 얻어맞았다. 약간 식은땀이 날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가늘게 뜨고 못 들은 척을 하던 나는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급히 화제를 옮겼다.
“이치세는, 뭐 항상 가장 걱정이 덜 되는 놈이긴 한데… 작업할 때 단 것 좀 줄여야겠더라. 그러다 이 다 썩는다.”
“네에, 알겠습니다아.”
그런 나를 키득거리면서 지켜보고 있던 이치세는 능청스레 대꾸하더니 차운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러자 차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남이훤은 술 좀 줄이고. 이제는 내가 옆에 있으니까 무리해서 납골당 가는 것도 하지 마. 기껏 잘나게 태어난 얼굴에 다크서클이 계속 심…….”
그냥 아무 생각없이 속마음을 줄줄 뱉은 말에 남이훤이 고개를 삐딱하게 들었다. 그리고 입꼬리를 부드럽게 끌어 올리며 조금 능글맞은 투로 말했다.
“잘나게 태어난 얼굴?”
내가 곁에 있으니 이제 좀 살맛이 났는지 원래의 성격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았다. 그에 괜히 말했다는 생각을 하며 모르는 척을 하자 녀석은 내 어깨 위에 팔꿈치를 올리더니 ‘그래, 형이 봐도 내 얼굴이 좀 잘나긴 했지?’ 하고 장난을 걸었다.
나는 그를 밀어내며 ‘이렇게 오버하지만 않으면.’ 하고 심드렁하게 대꾸한 후, 조인찬을 올려봤다.
“너는 앞으로도 무릎 치료 꾸준히 받고 상태 안 좋으면 주변에 제대로 말하고 무리하지 마. 다친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아프다는데 뭐라고 하는 새끼 있으면 죽여 버리고.”
“…응.”
그리고 줄곧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어렵사리 꺼냈다.
“무릎이 안 좋은 줄도 모르고 너를 몰아세우는 짓을 해서 미안했다. 잘 살펴보고 제대로 원인을 찾아야 했는데 그때는 겉으로 보여지는 결과만 나아지게 만들면 너를 괴롭히는 것들이 모두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리더로서 많이 미숙했다.”
조인찬이 처음 부상을 입었을 당시를 언급하며 사과하자 녀석은 당치도 않다는 듯 숙이고 있던 얼굴을 퍼뜩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울상이 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어물어물 말했다.
“…아니야. 나는 그냥 무서워서 숨겼던 거야. 내가 약해진 모습을 형한테 보여 주면, 버림받을까 봐……. 그게 무서워서 한심하게 먼저 형한테 상처를 주려고 했던 거고.”
“…….”
“내가 잘못했어. 진짜, 후회 많이 했어. 그런다고 해서 내가 했던 짓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뭐 그렇게 미안한 일이 많고, 또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녀석은 벌벌 떨리는 두 손을 서로 얽은 채 정신없이 사과의 말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녀석의 손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차갑게 식어 버린 손위로 내 온기가 점점 옮겨 붙는 것을 확인하며 이전에 조인찬이 ‘한승범’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 그 멤버가 혹시라도 모진 말 해도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진심이 아니라 그냥 불안하고 초조해서 제정신 아닌 상태로 하는 말일 테니까.
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위해 너무 많은 걸 희생하고 숨기며 괴로워했다.
우리는 자신을 찌르는 날붙이들이 혹여나 내가 사랑하는 이들마저 상처 입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해와 거짓으로 만든 탑을 쌓아 올렸고, 그 결과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조차 두려워질 정도로 높은 곳에 홀로 고립되어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날붙이에 찔리는 것보다 서로를 잃는 것에 더 크게 고통받는 미련한 이들이었으므로 그 행위는 결국 하책에 불과했다. 정말 우습게도 우리는 벼랑 끝에 몰릴 대로 몰려 그 간단한 사실마저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네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이제는 알게 됐으니까… 그러니까 이젠 괜찮아.”
그런 생각을 하며 자조를 흘리곤, 작게 증얼거리자 덜컥 들이마신 호흡이 턱 멈추는 소리가 나더니 손의 떨림이 멈췄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걸. 안 그러냐?”
“…….”
“…그때 분명 우리는 너무 어리고, 여유가 없었던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잘못에서 배운 것들이 있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과거에 머물러 있었기에 더 이상의 후회는 필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결국 서로를 끝없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과 도망치고 숨어드는 것은 서로를 상처 입힐 뿐이라는 것 그리고 언제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다.”
그들을 절대 잊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붉은빛이 선명한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흐트러트렸다. 그리고 멤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 완전체 컴백 안 한 지 한참 됐더라. 언제까지 세라들 기다리게 할 거야, 이제 정신 차리고 퍼뜩퍼뜩 활동해야지.”
그러자 내내 조용히 서 있던 제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붙잡았다.
“형은?”
“…….”
“기껏 다시 만났는데, 프리즘으로 같이 활동 안 하고 싶어? 형도 속으로는 계속 그리워했잖아. 우리랑 함께 섰던 무대들도, 세라도!”
나는 그 말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입을 꾹 다문 채 팔다리를 쭉 뻗어 멤버들의 앞에 보여 주었다. 그리고 덤덤하게 현실을 말했다.
“…그립지. 그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
“…….”
“이렇게 다시 살아나서 너희들이랑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과분한 행운이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한 선택에 책임져야지.”
내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리고 ‘우리는 형 없이는…….’ 하고 끝맺음이 뻔한 말이 들려왔다.
나는 그에 정색을 하며 녀석들의 말을 잘랐다.
“나 없이는 활동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 내가 뭐라고 대답할 것 같냐.”
“지, 지랄하지 말라고…….”
“…….”
‘아니, 그 정도로 심하게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다가도 프리즘 멤버들과 함께 활동했을 즈음의 나는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닥치기로 했다.
“그래, 내가 어떻게 꾸려 놓은 그룹인데 그걸 이렇게 포기해. 세라들은 또 어떡하고. 나만큼 소중한 사람들이잖아. 너희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그러자 멤버들은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린 동물처럼 시무룩해지더니 아주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보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 나는 ‘나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말을 뒤늦게 덧붙이며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저번에는 막… 알아서 몸이 회복되고 그러던데. 원래 몸은 그렇게 안 되는 건가?”
그를 잠자코 듣고 있던 차운이 일단 되는 대로 찔러 보는 듯 내게 물었다. 사실 아무 사전설명 없이 이렇게 들어 보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정말 황당한 점은 차운의 바람이 어쩌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뒷걸음에 쥐 잡는 격이라고 해야 할까.
‘저번에 내 몸이 버젓이 살아 있는 걸 봤으니까.’
“형,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러나 사고 현장을 보지 못한 조인찬이 조금 식은 표정으로 차운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는 속마음이 훤히 드러나는 표정에 차운은 조금 수치스러운 듯 귓가를 빨갛게 물들이더니 다른 멤버들을 돌아봤다.
“너희도 회복되는 거 봤잖아!”
“…….”
“…….”
하지만 그 도움 요청이 무색하게, 다른 멤버들은 마치 아무 말도 안 들리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버렸다. 다들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조인찬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자신도, 그런 번거로움을 스스로 감수할 생각도 없는 것이다.
그러자 배신감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벌린 차운이 마지막으로 나를 돌아봤다.
‘이걸 어떡하냐.’
내 몸이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면 만약 그게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멤버들의 실망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사실상 나는 내 몸이 그 이상한 집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니 섣불리 그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운아.’
“…그때 정신을 잃어버려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결국 마지막 희망이었던 나마저 모르쇠를 시전해 버리자 차운은 그냥 헛소리를 한 사람이 되어 버린 채 조인찬의 공허한 시선을 적나라하게 마주하며 홀로 파들파들 떨게 되었다.
나는 그런 차운을 잠시 동정하다가 방금한 거짓말을 속죄하듯 멤버들의 등을 두드리며 장난식으로 말했다.
“뭐, 회사를 하나 차려야 하나. 그러면 소속사 콘서트를 주기적으로 하거나 자주 볼 수 있잖아. 너희를 그 회사에 계속 둘 수도 없고…….”
“…정말?”
단번에 멤버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나는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방금 내 입으로 업보를 쌓았다는 자각을 뒤늦게 하면서도, 어쩐지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렇게 하려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니까… 우선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이 모든 일의 끝에는 결국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그렇게 믿으면서.”
“…….”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