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다른 멤버들과 매니저가 모두 잠든 밤, 나는 최적현의 연락을 받고 숙소 밖으로 빠져나와 녀석의 차에 몸을 싣게 되었다. 그리고 최적현이 운전을 해 달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채 창문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던 중, 나는 한숨을 푹 쉬곤 운전석에 앉은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가셔.’
최적현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얼굴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고, 딱히 내게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대략적인 계획은 말을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화는 필요하지 않을 텐데, 왜 저런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을 찜찜하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왜.”
그를 견디다 못한 내가 먼저 말을 꺼내자 최적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딴청을 피우다가, 내가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으니 드디어 제 속을 털어놓았다.
“…그냥, 네가 왜 굳이 이렇게 리스크를 감수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불만이야?”
“…아니,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잖아. 그저 네 계획대로 그 스토커를 이용하면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야.”
나는 달리를 이용하여 임승훈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생각이었다.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니 당연히 경찰이 조사를 하게 될 거고 그 과정에서 달리가 나의 이름을 언급하면 일이 꼬이게 될 가능성이 컸다.
‘최적현은 그걸 걱정하는 거겠지.’
그것은 나 또한 염두에 두었던 내용이었기에 녀석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
“그걸 아는 놈이 사람을 그렇게 패 놨다는 게 신기하네.”
그 말에 최적현은 긴 속눈썹을 겹치며 눈웃음 짓곤 ‘나는 그냥 적당히 공포감을 심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손을 봐 두라고 말했을 뿐이야.’라고 대꾸했다. 천연덕스러기 짝이 없는 언행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을 즈음,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기사야 덮을 수 있고 경찰 조사야 증거 부족으로 문제없이 풀려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하지만 문제는 네가 대중의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는 연예인이라는 거지. 조사 과정에서 네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큰 파장이 일어나게 될 텐데 괜찮겠어?”
말하는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사람을 패고 묻어 버려도 아무 문제 없이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태도 아닌가. 그에 나는 ‘도대체 법과 정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는 생각을 무심코 했다가, 이내 언젠가 최적현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리곤 그저 자조를 흘렸다.
– 법도, 경찰도, 정의도 끝까지 그놈들을 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잖아. 내가 손을 쓰는 순간까지도 네가 나를 대신해서 믿었던 모든 것이 너를 지켜 주지 않아서.
나는 그토록 믿었던 정의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결국에는 그를 저버린 채 과거의 내가 혐오했던 짓을 지금 당장 하러 가는 이 아니던가. 그런 내가 최적현을 지적해 봤자 나 자신의 모순에 꼴이 우스워지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한 것이었다.
‘만약 강혁우가 벌이고 있는 불법적인 사업에, 강혁우와 협력 관계에 있는 조폭들에게 제대로 된 제재가 가해졌다면 서유성은 그놈들에게 살해당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사고나 감정을 깊게 이해할 능력이 없었던 최적현은 내가 웃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도 별 반응 없이 대화를 이어 갔다.
“사람을 써서 임승훈이나 강혁우를 해치게 만들고, 그 가해자 역할을 떠맡은 사람까지 아무 증거 없이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후환이 없다는 거… 이미 알고 있잖아. 피해자도, 가해자도 죽어 버리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그 가해자는 도대체 어떻게 구해 올 생각인데.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빚더미에 떠앉은 가장을 이용하는 거? 나머지 가족들의 편안한 삶을 보장해 주는 대신 사람 하나 죽이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스스로 목을 매달라고? 너는 내가 정말로 그걸 원할 거라고 생각해?”
“…네가 관련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싫어하는 건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저번에 그 기자처럼 알아서 죽게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 아니면 법이 피해자인 네가 안심할 수 있을 만큼의 처벌을 내려 준다든가. 너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테니까.”
“…….”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강혁우나 임승훈 같은 인간들은 본인의 생존이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에 무슨 짓을 당해도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법이 그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지. 결국 네가 원하는 결말을 위해서라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해야 하고, 너도 결국 거기까지는 이해하고 있으니까 달리를 이용하려는 거잖아. 나는 그 리스크를 조금 덜어 주기 위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뿐이지, 네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결국 나만 생각한 선택지인 거잖아. 나는 어떤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죄 없는 사람들을 휘말리게 만들 생각은 없어. 그게 내가 스스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기 위해 정해 둔 최저한도야. 그리고 어차피 경찰 조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확실히 계획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한승범을 범죄자로 만들 생각은 없거든.”
“…딱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나도 반대할 이유는 없지. 굳이 네가 싫다는 짓을 해서 또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거든.”
‘한승범을 범죄자로 만들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자 최적현은 적당히 그 정도면 만족한다는 듯 둥근 대답을 내놓았지만, 곧 도로를 바라보며 ‘왜 달리는 되고, 다른 사람들은 안 되는 걸까. 그 스토커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고, 네가 원망하는 강혁우와 임승훈에게 가담한 사람이니까? …잘 모르겠어, 내 눈에는 다 똑같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사람을 분별하는 행위가 네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기라고 하는 건가.’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혀 입을 열었다 닫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녀석이 그냥 정말 궁금해서 중얼거린 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 무언가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버렸다.
“…….”
…그것은 분명 결국 지금의 내가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내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사람의 죄질을 판단하고, ‘죄 없는 사람은 휘말리게 하지 않았다’는 제약에 만족하며 죄책감을 덜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일 터였다.
* * *
긴 운전 끝에 최적현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사람이 전혀 없는 어떤 외진 공장이었다.
“네가 오늘 여기 왔다는 사실은 나 외에 아무도 모를 거야. 직원들도 다 자리 비우라고 했거든. 우리 직원들은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뒀기 때문에 함부로 정보를 흘리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지.”
“…‘직원’ 같은 소리 하네.”
사람을 산 채로 집어 와서 패는 놈들이 과연 녀석이 경영하는 번듯한 회사의 직원이 맞긴 할까. 최적현이 그들을 ‘직원’이라고 부를 때마다 그런 의문이 들었다.
한숨을 푹 쉬고 그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의자에 사지가 묶인 채 얼굴에 헝겊을 뒤집어쓰고 있는 달리였다. 대충 상태를 훑어보니 최적현이 사진을 준 시점에서 시간이 상당히 흘렸기 때문에 상처는 많이 회복된 것 같았다.
실제로 본 달리는 사진과 다르게 완전히 축 늘어져 아예 저항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아마 이제는 벌벌 떨 기운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이겠지.
‘최적현은 나가라고 해야겠어. 괜히 얼굴이 보여지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최적현을 향해 나가라는 손짓을 했지만, 녀석은 태평한 얼굴로 내 옆에 계속 서 있기만 했다. 결국 내가 주먹을 치켜든 후에야 최적현은 활짝 웃어 보이더니 느긋한 걸음걸이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녀석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후, 나는 달리에게 천천히 다가가 얼굴에 씌워 둔 헝겊을 벗겼다.
갑자기 쏟아진 빛에 달리는 한참 동안이나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드디어 내 얼굴을 발견하곤, 말도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한승범?”
“정신이 좀 들어?”
“말도 안 돼.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간단하게 달리의 외침을 무시한 나는 근처 테이블에 놓인 달리의 핸드폰을 들어 가장 통화기록의 가장 위에 있는 번호를 확인했다.
‘…역시, 달리는 계속 강혁우의 지시를 받아서 움직이고 있었군.’
아니나 다를까, 강혁우의 번호였다.
나는 그를 눌러 달리에게 보여 주며 물었다.
“이 사람 강혁우 이사지? 당신한테 나를 죽이라고 명령했던 사람.”
그러자 달리는 정곡을 찔린 듯 어깨를 흠칫 떨더니 낑낑거리며 제 몸을 내게서 떨어트리려 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녀석을 묶어 둔 의자가 넘어지자 바닥에 추하게 짓이겨진 얼굴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너 때문에 우리 가족이…….”
그에 나는 목소리를 죽이라는 듯 입 앞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작게 쉬, 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짐짓 다정한 투로 녀석에게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나는 당신을 해치려고 온 게 아니니까. 오히려 도와주려고 온 거지.”
“신고 좀. 아니, 아니야. 경찰은 안 돼……. 이사님한테 전화하게 해 줘!”
“전화하고 싶어? 그럼 하게 해 줄게.”
내 대답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는지 녀석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를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당신을 해치려고 온 게 아니라고.”
그리고 정말로 강혁우에게 전화를 연결해 주자 달리는 처음에는 의심하는 듯 머뭇거리며 내 눈치를 보더니 곧 핸드폰의 마이크 부분에 입을 대고 다급히 소리쳤다.
“도, 도와주세요.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데리고 와서 괴롭혔어요. 도와주세요!”
[…무슨 헛소리야. 쓸데없는 소리는 됐고, 한승범은?]하지만 강혁우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달리의 헛소리를 무시한 채 곧바로 본인이 지시한 일의 결과를 물었다. 달리는 순간 그것에 기분이 상한 듯했지만, 강혁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이상 그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열었다.
“시킨 대로 쳤는데, 시킨 대로 쳐서… 어, 어어어?”
그러더니 중간부터 갑자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듯 머리를 마구잡이로 흔들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보며 상황이 내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작게 미소지었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기억이 안 나. 방금까지만 해도 기억했는데. …내가 무슨 말 했지?”
혼란을 가득 담은 채 두서없이 쏟아진 말에 핸드폰의 스피커에서 적나라한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강혁우 특유의 거친 말이 이어졌다.
[거짓말하지 마. 네가 제대로 못 해서 실패한 걸 별 핑계를 다 대 가면서 둘러대네. XX, 이런 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해?]그러자 핸드폰이 있는 쪽으로 그의 눈동자가 휙 돌아가더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파르르 떨리던 놈의 호흡의 떨림이 뚝 멈췄다.
그리고 정적이 흐르더니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녀석의 입술을 타고 흘러 나왔다.
“…왜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요?”
“왜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냐고. 내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줬잖아.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무슨 꼴을 당했는데……. 그럼 예쁘게 말해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