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프리즘 멤버들은 단적으로 말하면 ‘강혁우의 손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존재였다.
멤버들 개개인의 능력이나 성향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냥 프리즘이라는 공동체 속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분위기가 그랬다.
아마 강혁우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아마 똑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프리즘 멤버들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매우 확고한 주관을 가지게 되어 다른 이의 말은 잘 들으려 하질 않았으니까.
– 작품 보는 눈 더럽게 없어서 속 터지겠네. 작가 네임 밸류 하나 보고 작품 고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대본을 봐야지.
– 회사 직원들이 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는 거 엄청 말리더라, 이미지 망가진다고. 그런데 뭐… 프로그램 하나 잘못 나가서 망가질 정도의 이미지는 그냥 제대로 망가트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고집 부리고 왔어.
특히나 본인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의 방해가 들어오면 더욱 그랬다.
재능의 덩어리들을 모아 놓은 프리즘 멤버들보다 뛰어나고, 그를 멤버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이들이 있어 봤자 얼마나 있겠는가. 때문에 결과적으로 프리즘은 리더인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지시는 듣지 않는, 독립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다.
‘강혁우는 원래부터 자존심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그걸 견디는 게 쉽진 않았을 거야.’
그렇게 은연중에 ‘선을 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하는 프리즘 멤버들을 보며 통제력을 잃었다는 생각에 쫓기기 시작한 강혁우는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어떤 강박을 얻게 되었다.
[거짓말하지 마. 네가 제대로 못 해서 실패한 걸 별 핑계를 다 대 가면서 둘러대네. XX, 이런 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해?]본인의 권위가 위협당하는 상황에 필요 이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과잉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 말이다.
‘굳이 무리해서 프리즘 멤버들의 약점을 잡으려고 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멀쩡한 방법으로는 멤버들을 기 싸움으로 이겨 먹을 수 없으니 나름 효과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프리즘 멤버들이 강혁우의 영향으로 과하게 예민하고 배타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 것과 비슷하게 강혁우 또한 프리즘 멤버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지금 달리를 적으로 돌려 봤자 본인에게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강박이라는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설령 그로 인하여 본인의 계획이 어그러지고 적이 늘어나게 되더라도 말이다.
“…왜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요?”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강혁우와 달리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 왜 그렇게 못되게 말해? 너는 내 친구인데.
내가 방송국에서 실제로 달리를 마주했을 때, 그가 단번에 태도를 바꾸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그를 돌이켜 봄과 동시에 달리가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 인물이 본인에게 적개심을 드러낼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바로 날을 세울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리고 달리가 지금 본인이 처한 상황보다 앞서 강혁우의 말투에 일차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왜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냐고. 내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줬잖아.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무슨 꼴을 당했는데……. 그럼 예쁘게 말해야지.”
지금 달리가 굳이 ‘예쁜 말투’에 집착하는 이유는 뻔했다.
녀석에게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말투와 표정과 같은 일차원적인 요소에 의존하여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야 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지금 엄청난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이었다.
달리는 타인과의 교류가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애초에 그의 부모 외에 다른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눠 본 경험이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달리는 지금, 이 상황과 가장 비슷한 기억, 부모의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졌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디서 건방지게… 어른한테.”
달리과 강혁우의 관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이어졌다.
어쩌면 지금 달리는 자신의 부모가 본인을 위협할 때 했던 말을 모방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 행동은 분명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강자의 언행을 흉내 내 강혁우에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심리적인 압박을 떨쳐 내기 위한 것이겠지.
[하… 이래서 정신병자 새끼들은 써먹는 게 아닌데.]“…뭐?”
[내가 왜, 이 XX아. 시킨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해낸 주제에 어디서 건방지게 맞먹으려 들어? 야,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해 줘? 네 애미 애비가 너 죽으면 찾기라도 할 것 같냐? 너 며칠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는 동안 신고도 안 했어. 정신차려, 새끼야.]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더 강한 반응을 내놓으면 달리는 완전히 패닉에 빠지게 될 것이다.
“헉, 헉…….”
아니나 다를까, 강혁우의 매도를 듣자마자 달리는 손가락이 이상한 각도로 꺾이든 말든 함께 묶여 있는 반대쪽 손을 피가 나도록 벅벅 긁고,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 병적인 행동을 무관심한 얼굴로 내려다보다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후, 핸드폰의 전원을 꺼 버렸다. 내가 원하는 만큼 달리를 자극하는 것에 성공했고 이쯤이면 이제 만족했으니 강혁우에게 용건은 없었다.
“이제 알았어? 강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
“당신은 이용당했던 거야.”
허리를 굽힌 채 나지막이 속삭이자 달리는 급기야 눈물을 질질 짜기 시작했다.
나는 축축하게 젖은 볼을 닦아 주며 짐짓 다정한 투로 가식적인 말을 시작했다.
“원래 당신은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잖아.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흑, 모르겠어. 나는 정말 그냥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응, 알아. 부모님이 동생처럼 당신을 사랑해 줬으면 했던 거잖아.”
나는 달리라는 인물을 나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니, 이해라는 말까지는 너무 과분했고 그냥 대가리 굴러가는 꼴이 훤히 보인다고 해야 할까.
“맞아! 어,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
“나는 다 알아, 네가 모르는 네 마음까지도.”
저새끼 마음 따윈 모른다.
관심도 없었고 공감도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해 두면 저 멍청한 놈은 정말로 내 말이 지 마음인 줄 알고 스스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내 말에 휘둘리기 시작할 것이다.
“왜 당신 아버지가 그렇게 당신을 때린 건지 알고 있어?”
“…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기사로 막 퍼져 나가서, 그것 때문에 다른 가족들한테 피해가 갔다고 했어.”
달리는 나약하고 비겁한 심성을 가져 본인이 저지른 일들을 감당하고 책임질 만큼의 그릇이 되질 못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제 잘못을 회피하고, 다른이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예 습관이 되어 버린 인물이었다.
“맞아, 그럼 그 정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몰라, 몰라…….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다 펴져 있었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 원망의 화살을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돌리는 것. 그것뿐이었다.
– 다, 다 너 때문이야. 이사님이 너 때문이라고 했어.
나는 강혁우가 내게 했던 짓을 똑같이 되갚아 주는 것이다.
그가 취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법으로.
“잘 생각해 봐, 당신한테 먼저 접촉을 시도한 건 강혁우와 임승훈이었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동안 몇 번이고 집에 그 사람들의 부하들이 찾아오지 않았어? 이미 그때부터 당신의 집 주소와 가족들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거야.”
달리에게 커뮤니티의 운영자 정보를 스스로 알아 낼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없었다.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나에 대한 정보를 강혁우에게 받지 않고 스스로 알아냈겠지. 따라서 강혁우가 먼저 그에게 접촉했을 것이라는 정보는 그저 당연히 추론되는 사실에 불과했다.
그리고 강혁우의 수하들이 그의 집에 자주 방문해 감시를 하려고 했던 것은 평소 강혁우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있음직한 이야기였다. 실제로도 최적현이 달리를 감시하는 동안 다른 미행 차량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는 정보를 들었고.
하지만 그를 달리가 알아챌 리는 만무했기 때문에 내 지적은 녀석에게 그럴듯한 신뢰성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마치 내가 이 상황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협력자처럼 보이기 시작하겠지.
약점을 잡힌 것도 아닌 주제에 고작 강혁우 같은 놈의 말에 휘둘린 인간이 뭐 얼마나 대단한 머리를 가지고 있겠는가.
“설마, 설마…….”
나는 혼란에 빠진 채 말을 더듬고 있는 달리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정해진 답으로 유도하기 위한 편향된 정보를 차례차례 제시하되, 그를 휘두르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거짓은 내가 아닌 그의 입에서 먼저 나와야만 했다.
“그 사람들이 한 짓이었어? 도대체 왜!”
“그래야 당신이 나를 원망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테니까. 당신은 그냥 장기말일 뿐이었어. 그동안 강혁우나 임승훈의 태도를 보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적 없었어? 당신처럼 머리 좋은 사람이 그걸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기억해. 나를 쓰레기처럼 봤단 말이야! 처음부터 나를 이용하고 버리려고 했던 거였어!”
그래야 거짓 속에서 어떤 위화감을 발견하더라도 스스로 그를 메꾸는 바보 같은 짓을 알아서 해 줄 테니까.
‘당연히 그랬겠지. 강혁우는 원래 자기 외에 다른 인간들은 모두 다 무시하니까.’
나는 멋대로 피해망상에 빠져들고 있는 달리를 보며 조소를 참다가 임승훈의 핸드폰에서 확보한 대화 내역의 일부를 보여 주었다.
– [커뮤니티에서 적당히 정신 이상한 새끼들 찾아다가 숙소 주소랑 개인 정보 알려 주고 겁 좀 주게 만들어. 어차피 연예인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새끼들은 대가리가 정상이 아니라 빨간 줄 그어져도 한승범 얼굴 볼 수 있게 해 준다고만 하면 발바닥도 핥을 테니까.]
그를 본 달리는 배신감이 역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문자 속에 있는 말이 그렇게 틀린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무슨 터무니없는 말로 모욕당하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 위기에 빠졌을 때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잖아. 그 사람들이 당신을 이상하게 부추겨서 이용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까지 부모님과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무책임하지 않아?”
“…다 그놈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였어. 강혁우한테 내가 힘들었던 만큼 똑같이 돌려줄 거야. 죽여 버릴 거야!”
나는 강혁우를 향한 적의를 드러내는 달리를 향해 의도적으로 표정을 싸하게 굳히며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동안 노골적인 멸시를 담은 눈으로 그를 내려보자 달리는 불안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말했다.
“왜, 왜 갑자기 대답 안 해 줘? …내가 뭐 잘못했으면 그냥 말해 줘. 무서워…….”
인정과 공감, 다정한 말 한 마디.
그가 그토록 자신의 부모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들을 안겨 주곤 단숨에 태도를 바꿔 버린다.
“강혁우는 하루의 대다수를 경호원들의 옆에 있어서 접근하기 어려울 텐데 정말 할 수 있겠어? 고작 사람 하나 차로 쳐서 죽이는 것도 못한 네가?”
“그건 너니까……. 내가 너를 어떻게 이겨.”
그리고 이 상황에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두려움을 이용한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품게 되는 복종은 그에게 그리 생소한 것이 아닐 테니까.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이런 것 하나도 스스로 결정 못 해? 이제 애처럼 굴 나이는 지났잖아.”
나는 달리가 상상속 ‘부모’의 위치에 나를 끼워 넣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그의 부모가 했을 법한 말을 뱉으며 놈과 시선을 맞췄다. 그러자 그는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떨며 필사적으로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그러면 임승훈은? 임승훈은 할 수 있을까? 쉬운 사람부터 차례대로 하면 되잖아!”
그리고 드디어 내가 바라던 정답이 나오는 것에 굳혔던 표정을 온화하게 풀며 칭찬하듯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헤, 다행이다. 기분 풀렸어?”
어차피 달리가 강혁우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은 임승훈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겁 좀 줄 수 있을 정도로’ 라고 해야 할까.
달리가 기존의 부모에게 품고 있는 두려움은 이용하되, 그들이 안겨 주지 않았던 다정한 말을 포상처럼 던져 주어 나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 이게 내가 달리에게 거는 암시였다.
“나 열심히 할게! 정말로 실망 안 시킬게!”
네 보잘 것 없는 반성과 사과 따위에는 관심 없다.
가서 네 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라.
그리고 평생 동안 멍청하게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남은 인생을 시궁창에서 낭비해라.
그것이 내가 네게 내리는 벌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