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범죄자 따위의 배경을 조사하고 그의 심리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체만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범죄 미화가 일어나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 줄 수도 있다는 부작용 또한 있었고 말이다.
– 그 사람들이 당신을 이상하게 부추겨서 이용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까지 부모님과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무책임하지 않아?
내가 달리에게 속삭인 달콤한 말들은 내가 달리가 저지른 범죄 행위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비로소 용인받을 수 있는 불쾌한 거짓말에 불과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 혹은 나보다 달리를 더 우선하는 사람이 나타나 피해자인 나에게 ‘결국 달리도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달리는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지만, 강혁우와 임승훈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라는 말을 하면 얼마나 복장이 터지겠는가.
나는 달리가 살아온 환경과 그가 받았던 고통을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부정하며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하는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달리라는 인물을 보다 완벽하게 통제하고 이용하기 위해 달리가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범위 그 이상으로 그를 이해해야 했다. ‘공감을 위한 이해’가 아닌 ‘분석을 위한 이해’ 말이다.
그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어떤 강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었으며, 그 사고의 결과 어떤 행동을 취할지 완벽하게 읽을 수 있어야지만 강혁우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빠져나가자 최적현의 차가 내가 서 있는 곳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된 카메라 등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운전석의 문이 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적현이 내 코앞으로 다가와 섰다.
“수고했어. 많이 힘들었지?”
인사치레 같은 말이었으니 그냥 괜찮다고 대답하고 흘려 넘기면 될 터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입이 안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서 있다가 마치 홀린 것처럼 멍하니 대답했다.
“…아니.”
어렵지 않았다.
달리를 조종하는 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쉬웠다.
그 사실을 방금의 대답으로 자각하자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강혁우가 우스워 보일 정도로 쉬웠어. 결국 멍청하게 달리를 적으로 돌려 버렸잖아.”
강혁우는 달리의 본인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판단력, 습관처럼 자리 잡은 폭력성과 부족한 사회성 등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달리를 이용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한승범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않았다면 달리는 아직도 강혁우의 아래에서 계속 이용당하고 있었을 거야.’
도덕성만 배제한다면 강혁우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나름대로 효율적인 판단을 한 셈이었다. 따라서 내가 강혁우에게 ‘안일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정말로 놈이 멍청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강혁우가 취한 책략이 성에 차지 않았을 뿐이었다.
더 치밀하게, 달리가 스스로 이상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그를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쉽게 떠오르는데 왜 강혁우는 그걸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내 방식이 윤리적으로 잘못됐으니까? 아니, 강혁우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너무 번거로워서 그런 건가?’
그리고 한참을 생각에 잠긴 채 서 있다가 깨달았다. 강혁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나와 똑같은 방법을 취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애초에 떠올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나는 마치 곱셈을 배운 아이가 하나하나 수를 세고 있는 아이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것과 같았다.
‘…설마.’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 유달리 특출난 부분이 있다. 그 수준이 미비하여 평생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제이의 눈썰미나 이단비의 단단함, 최적현의 행동력처럼 그 사람의 인생에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여 ‘재능’이라고 불리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지금의 나는 명백한 후자에 해당했다.
‘내가 지금까지 최적현이나 다른 프리즘 멤버들처럼 유난히 다루기 어려운 놈들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게 다…….’
그것을 자각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두려워졌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건가?’ 하는 의문과 동시에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관계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야. 나는 너희를 이용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정말 사랑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거였어. 너는, 멤버들은 달리 같은 놈과 다르잖아. 이렇게 아끼는데…….”
손이 경련하듯 떨렸지만, 내 의지대로 멈출 수가 없었다.
그에 눈을 질끈 감자 내 어깨를 잡아 강하게 흔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유태야.”
최적현 특유의 차분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녀석은 ‘드디어 이쪽을 보네’라고 말하며 부드럽게 눈웃음 짓더니 조수석에 나를 앉게 하며 물었다.
“여러 번 불렀는데. 못 들었어?”
몸이 흔들리기 전까지는 나를 부르는 줄도 몰랐다. 워낙 알게 모르게 장난을 많이 치는 놈이라 그냥 나를 놀려 먹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방금까지 녀석의 말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아.”
그것을 자각하고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자 최적현은 정갈한 모양의 손을 내 목 위에 올리며 물었다.
“괜찮아?”
그 짧은 질문 하나에 도대체 뭐가 괜찮냐는 건지, 내가 저지른 행동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아니면 지금 나와 본인의 관계를 지적하고 싶어진 건지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유태야.”
그리고 재차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순식간에 복잡해졌던 머릿속이 다시 암전되었다.
갑자기 텅 비어 버린 듯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
마치 당연한 수순인 양 뒤이어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에 마른세수를 한 나는 지금 당장 내게 최적현의 의도를 파악할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하였다.
“뭐가.”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날이 선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조금 놀라 몸을 뻣뻣하게 굳힌 채 ‘아, 미안하다.’ 하고 중얼거리자 최적현은 작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냥 좀 지친 것 같아서 물어봤어. 기분 상하게 했으면 미안해.”
이 상황에서 최적현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오직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한 목적 뿐인 사과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던져지는 것에 불현듯 아까 달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헤, 다행이다. 기분 풀렸어?
그에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퍼뜩 들자 최적현과 정면으로 시선이 맞닿았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것은 내가 달리의 표정과는 완전히 딴판인, 깊게 가라앉은 최적현의 얼굴이었다.
“…….”
설마 줄곧 저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건가?
붉은 눈동자를 꼼짝없이 마주하며 손이 닿아 있는 목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을 즈음, 최적현이 입을 열었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서유태.”
“…….”
“네가 달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네 소중한 사람들을 무의식중에 휘두르려고 했을까 봐? 다들 그래서 네게 맹목적으로 집착하고 따르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곡을 찔린 것 같은 느낌에 무어라 대답하지 못한 채 입술을 달싹거리고만 있자 그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유제이가 네 눈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른 눈치로 네가 원하는 반응을 바로바로 내놓을 수 있었던 덕분이었지. 이단비가 네 선택을 받아 그룹에 합류하고 그 뒤로도 너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꾸릴 수 있었던 건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회복 탄력성 덕분이었고. 너는 그 아이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해?”
“…아니.”
“그래, 원래 모든 사람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거야. 그게 당연한 거고.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무슨 의도로 행동을 취하고,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지. 지금까지 네가 프리즘 멤버들이나 나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설령 네가 원하지 않은 이득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너는 그걸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지 않고, 더 큰 도움으로 돌려주었지. 이게 애정이 아니면 뭐겠어, 유태야. 게다가 네가 정말 나를 이용하려고 했다면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해 준다고 해도 싫다고 그렇게 발악을 했으면서 이제와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는 프리즘 멤버들이나 최적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마음에는 거짓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적현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이어 말했다.
“지금 너는 그냥 너 자신에 대한 믿음이 깨져서 불안해진 것뿐이야. 너는 원래 이런 짓을 꺼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거지.”
“…….”
“그건 네 천성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이건 꼭 기억해 줘. 네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강혁우나 임승훈은 언제든 다시 달리를 이용해서 네 소중한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 그리고 달리는 이미 네가 그렇게 아끼던 한승범의 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 네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것들은 변하지 않아.”
그 뒤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달리는 나쁜 사람이었잖아.’, ‘그사람들이 한 짓을 똑같이 갚아 주는 것뿐이야.’ 하고 낮게 속삭이는 말들이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것이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우습게도 최적현이 오직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뱉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갔다.
“괜찮아졌어?”
“…어.”
이제 더 이상 손이 떨리지 않게 되었다.
* * *
최적현의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 기진맥진한 상태로 문을 열자 뭔가 평소보다 배는 업된 상태의 멤버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에 의아함을 느끼기도 잠시, 갑작스레 현기증이 느껴져 눈을 질끈 감았다.
‘일단 바닥에라도 앉아야겠어.’
그리고 현관문 앞에 있는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후, 천천히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중에 도어 록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뽀르륵 달려 온 도유다가 ‘어서 오세요, 형!’ 하고 기운차게 외치는 게 들렸다. 그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 주자 녀석은 내가 구두를 벗는 동안 간식을 앞에 둔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내 옆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지금 멤버들이 평소보다 상기된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신발을 신발장 안에 넣는 동안 도유다는 끝내는 참지 못하고 내게 어떤 말을 꺼냈다.
“형, 형! 이야기 들으셨어요?”
“아니.”
“[레전드 싱어>에서 출연 제의가 왔대요!”
“…레전드, 뭐?”
“떠오르는 신인들이 레전드 가수의 무대를 커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에요! 이번에 새로 제작되는 거래요!”
“…누구 마음대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나가. 인지도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닌데.”
“동경하는 선배님들께 직접 피드백을 받을 기회도 생기고, 인지도도 올라갈 수 있고, 빵빵한 제작비로 좋은 무대를 할 수도 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PD님 인맥 때문에 거절하기에는 눈치 보여요.”
‘아, 어른의 사정이란 말이군.’
그에 동태 같은 눈빛을 하고 있자 도유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내 등에 덥썩 달라붙어 소리쳤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프리즘 선배님들 차례에 출연할 수도 있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