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프리즘 선배님들 차례에 출연할 수도 있어요!”
‘누가, 뭐에 출연을 해?’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리에 떠오른 감상은 ‘아, 맙소사.’였다. 하지만 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고도 내가 놀란 마음에 어찌 반응할지 모르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멤버들은 그저 히죽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하…….”
그에 한숨을 푹 쉬자 똑같이 푸근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매니저가 멤버들의 사이를 가르고 나오며 내게 말했다.
“정말! 승범 씨, 프리즘 분들이랑 친분이 그렇게 깊었으면 말을 하지 그러셨어요!”
“…예?”
프리즘과 친분이 있다니, 이건 또 어디에서 나온 소리인가.
Survive IDOL의 트레이너와 연습생 관계 정도의 관계라면 나 아닌 다른 멤버들도 똑같이 해당될 텐데 굳이 나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 알고 있다.
‘굳이’ 프리즘이 출연하는 시기에 출연 제의가 왔다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등이 쎄했는데 어떻게 모르나.
‘이 자식들이…….’
이건 백 퍼센트 프리즘 멤버들이 힘을 쓴 거다.
그중에서도 ‘주도자는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차운은 예능 프로그램 관련 인맥이 아예 없으니 아닐 테고, 남이훤은 이런 장난질을 주도하기보다는 부추기는 것에 특화된 놈이었기 때문에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조인찬은 지금 당장 회사에 휘둘리느라 특별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치세랑 제이군.’
프리즘 안에서 나름 자랑할 수 있을 만한 사회성을 가지고 계신 그 두 분이었다.
나는 처리해야 하는 놈들을 빠르게 파악한 후 묵묵히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저 잠깐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혹시 프리즘 분들이랑 통화하러 가시는 거예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멈춰서자 흘끔흘끔 눈치를 보던 매니저가 ‘너무 염치없는 부탁인 건 알지만, 안 불편하시다면 이 앨범에 이치세 씨 사인 좀… 나중에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옛날부터 이치세 씨 팬이거든요!’ 하고 아주 수줍게 소리쳤다.
‘아, 망할.’
아주 프리즘 멤버들이랑 엄청 친하다고 소문이 제대로 난 것 같았다.
순식간에 눈앞이 아찔해진 나는 천장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채 눈을 질끈 감았다.
“…….”
내가 파티가 열리기 전까지 이치세와 남이훤의 연락을 무시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임승훈과 강혁우에게 ‘한승범은 언제든지 원본 연상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위기감을 심어 주기 위함이었다.
결국에는 나를 붙잡는 남이훤을 외면하지 못하고 프리즘 멤버들을 만나러 가 버렸다는 점에서 조금 에러가 생기긴 했다만, 그래도 그것까지는 ‘프리즘 멤버들을 이용하기 위해 열심히 속이고 있는 것이다.’라고 둘러댈 수 있었다.
하지만 RH 엔터테인먼트의 수족이 있고 카메라가 있는 장소에서 프리즘 멤버들과 엮여 버리면 그들이 언젠가 의심을 품게 될지도 몰랐다.
…XX, 나는 프리즘 놈들 앞에 두고 표정 관리 제대로 할 자신 없단 말이다.
‘정체 털어놓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놈들 사고치고 뻔뻔하게 걸어 나오는 걸 이렇게 금방 경험하게 될 줄이야.’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계획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런 짓을 꾸미다니. 어디에서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달리를 상대하고 온 이후로 복잡했던 머리가 아예 새하얗게 초기화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나는 매니저를 향해 그냥 고개를 주억거린 후,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이치세의 신곡이 컬러링으로 나오더니 곧이어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 형 하이! 무슨 일이야?]본인 노래를 컬러링으로 설정해 두는 눈부신 자존감의 주인공은 바로 이치세였다.
“무슨 일이긴 뭐가 무슨 일이야. 모르는 척하지 마. 설마 프로그램 미팅 한다는 게 이 짓거리 꾸미는 거였냐?”
그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아아, 그거?’ 하고 상투적인 반응이 들리더니 꽤 길게 정적이 이어졌다. 보나마나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며 머리를 굴리려고 하는 것이겠지.
“하나, 둘.”
나는 마치 애들을 상대하는 부모처럼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러자 숫자가 3으로 넘어가기 전, 이치세가 말끝을 늘이며 다급히 대답했다.
[아니이, PD님이 뭐 괜찮아 보이는 후배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해서 대답해 준 것뿐이야아.]이치세가 애교 섞인 말투를 취하는 것에 전화기 너머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유태 형이야?] [비켜 봐. 나도 인사 좀 하게.] [야, 야, 그냥 영상통화로 바꿔. 진짜 답답하네.] [차운 시끄러워.] [방금 누구냐, 나한테 반말한 사람?] […….] […….]그리고 전화가 툭 끊기더니 곧바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형, 밥 먹었어?] [들어갔으면 들어갔다고 연락을 해야지. 연락 하나도 없어서 걱정했잖아.]화면 속에는 나와 서유성 그리고 제이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다 함께 모여 있었다. 조인찬은 화장실에 있긴 했지만.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멤버들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우글우글 몰려 있는 거야, 징그럽게.”
그러자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차운은 제이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다가 유제이가 지금 스케줄을 나가서 자리에 없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난 후에야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냥 멤버들 다 같이 붙어 있기로 했어. 적어도 우리 앞에선 조인찬한테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개인 스케줄 불려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이랑 붙어 있게 하려고.] [진짜 옛날 생각 많이 난다. 도대체 몇 년 만에 숙소 생활 하는 거야.]그 말에 조인찬이 쉐이빙 폼이 묻은 얼굴을 냅다 화장실 밖으로 내밀고 ‘숙소 아니고 내 집인데 갑자기 다 쳐들어온 거잖아!’ 하고 외쳤다. 하지만 프리즘 멤버들은 그것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이열, 우리 인찬이, 형들한테 지금 화낸 거야? 다 컸네?’ 하며 킬킬거릴 뿐이었다.
[억, 맥주 엎었다.] [남이훤 저럴 줄 알았다. 엎은 거 다 핥아 먹어라.] [개소리하지 마.]떠들썩하게 모여 있는 멤버들을 화면 너머로 바라보고 있던 나는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질 않아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러자 내 얼굴을 흘끗 본 이치세가 아까까지만 해도 필사적으로 회피하려 했던 ‘프로그램 출연 제의’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까지 하며 모두의 주의를 돌렸다.
[프로그램 제의는 그냥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접점이 없을 것 같다고 제이가 한 거야. 게다가 형이 지금 있는 그룹이 좀 궁금하기도 했고.]“궁금하다고?”
[그냥, 형이 지금 같이 있는 애들이 어느 정도인지 봐 두고 싶어서. …우리를 두고 간 곳인데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인 오합지졸이면 좀 별로잖아.]이치세 특유의 능글맞은 어투는 평소와 똑같았지만, 말에 묘하게 가시가 있었다. 그에 눈살을 찌푸리자 이치세는 ‘농담, 농담’ 하고 별 신용이 가지 않는 말을 뱉으며 경쾌하게 웃어 보였다.
[형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그 프로그램 하나로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거야.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다른 후배들과 똑같이 대할 거니까 걱정 마.]너희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말이 무심코 터져 나올 뻔했지만, 꽤 낯부끄러운 소리라는 것을 뒤늦게 자각한 나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입을 닫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형이 얻었다는 그 원본 영상으로 협박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괜찮아. 형이 얻은 그 증거들로 세라들한테 우리의 결백을 완벽하게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그게 어떻게 괜찮아.”
연예인은 잘못을 했든, 안 했든 자극적인 화제로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다. 조인찬의 원본 영상은 특히나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X 같아도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냐.’
때문에 원본 영상을 손에 넣고 태의의 아버지를 증인으로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대중의 앞에 까발리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만 했다.
‘결국 언론전을 벌일 수가 없으니 그놈들을 협박하는 것 외에는 크게 써먹을 군데가 없다는 거지.’
[우리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팬들은 우리 말을 우선적으로 들어 줄 거야.]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무기들이 협박 외에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본 영상과 증인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리즘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 ‘팬’이라는 존재를 지킬 수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안도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프리즘 멤버들이 지금과 같이 조인찬을 감싸려 들고, 나와의 접촉을 꾀하는 등 대담한 행동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그 덕분이었다.
[이미 돈은 충분할 정도로 벌었잖아. 뭣하면 일반 대중들 앞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 버리고 콘서트 위주로 돌려 버리는 것도 괜찮지. 그래도 어차피 세라들은 우리를 따라올 거고, 우리는 그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 거긴 하지만.]“…….”
[그러니까 겨우 어렵게 재회했는데 괜히 그 새끼들 눈치나 보면서 피해 다니는 미련한 짓 하지 말자, 우리. 그러다가 또 이상한 일 생겨서 못 만나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바보 같잖아.]‘이걸 좋은 변화라고 봐야 할지, 나쁜 변화라고 봐야 할지…….’
그 마음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또 아니라 결국 녀석을 타박할 수 없었던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 위에 손을 올린 채 중얼거렸다.
“…그래, 별문제는 안 생기겠지. 어차피 임승훈은 곧 처리할 거니까.”
[뭐라고? 못 들었어.]“됐어, 그냥 혼잣말이니까. 그런데 왜 하필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건데. 서바이벌은 대부분 편집 자극적인 거 알고 있잖아. 아직 우리 멤버들은…….”
[응? 잘하면 문제될 거 없잖아.]프리즘의 주가가 정점을 찍었을 때 겁도 없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우승을 쟁취한 이치세 씨가 저렇게 말하니 무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주 세상 사람들이 다 지 같은 줄 알지.’
그사이, 화장실에서 나온 조인찬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 아련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 무대 위에서 실력 비교당하는 게 그렇게 무서우면 뭐하러 가수 하는 건데.
그에 나도 과거에는 이치세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기억을 떠올린 나는 다급히 통화를 마무리했다.
“…됐어. 판테이온 멤버들이랑 상의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 거절 당하면 다른 프로그램이나 알아봐라.”
그리고 뒤통수를 신경질적으로 긁다가 다시 거실로 나갔다.
“레이즈 선배님들도 나온다는 소문 있었어요. 승범 형한테 도청 능력으로 스리슬쩍 확인해 달라고 하면…….”
“안 돼. 저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멤버들을 향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 도유다의 정수리를 움켜쥐며 단호하게 말하자 녀석은 나를 빙글 돌아보더니 이내 ‘으헝’ 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안 돼.”
저렇게 물에 젖은 개 같은 얼굴로 나를 똘망똘망 바라봐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애석하게도 최근에 크게 코스트를 소비한 적이 있었고, 곧 또 필요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줄여야만 했다.
이를 악물고 도유다와 젠의 시선을 외면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기대하는 와중에 이런 말 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 프로그램 반대다.”
“…왜요?”
“어쨌든 프리즘 노래를 커버해야 한다는 거잖아. 다른 가수면 몰라도 프리즘은 안 돼. 득보다 실이 크니까.”
내가 그 말을 뱉은 순간, 줄곧 조용히 있던 이화영이 입을 열었다.
“왜, 당신 눈에는 우리가 프리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여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