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판테이온은 멤버들 간의 조합이 그렇게 조화로운 편은 아니었다.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그룹이 현실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을 고스란히 계승한 것이다. 때문에 결과만을 보자면 일반적인 그룹 노래보다는 개개인이 특기로 하는 장르에서 조금 더 두각을 드러내는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프리즘은 단순한 실력 만이 아닌 멤버 개개인의 합까지 고려한, 내 까다로운 주관 아래 찾은 최적의 해답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판테이온이 프리즘의 노래를 커버하게 되면 당연히 부족함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찬성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조인찬의 일을 겪고, 사람들의 반응에 질릴 대로 질려 일종의 트라우마를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치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프리즘 멤버들과 함께할 즈음에는 이런 일 따윈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내 아이들을 이렇게 과보호하게 되었는지… 정말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왜, 당신 눈에는 우리가 프리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여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말에 다른 멤버들의 눈동자가 나와 이화영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삐 움직이는 여러 개의 눈동자 속에서도 이화영의 푸른 눈동자는 나를 흔들림 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모를 것 같아? 당신은 우리가 프리즘의 노래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해서 대중 앞에서 창피당하기만 할 거라고 확신한 거잖아.”
나는 그런 이화영과 조용히 시선을 마주치고 있다가 소파에 천천히 몸을 기대 앉았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으며, 나는 네 이야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차근차근 말해도 괜찮다는 무언의 표현을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
그러자 그사이 이화영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한 템포 호흡의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날이 선 말투로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본인이 가장 익숙한 언어로 다시 말을 꺼냈다.
[나도 알아. 우리가 프리즘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것쯤은.]갑작스레 등장한 영어에 도유다가 ‘헝?’ 소리를 내며 고개를 삐걱거리더니 슬금슬금 백기량의 옆으로 기어갔다. 백기량에게 통역을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젠은 애초에 대화를 들을 생각도 없으면서 그냥 도유다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순둥이들.’
프리즘 같았으면… 아마 지금쯤 숙소가 개판이 되었을 것이다.
그놈들도 이제 나이를 꽤 먹었으니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이 판테이온 멤버들의 나이였을 즈음에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주제에 일단 꼬우니까 멱살부터 잡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 같다.
나는 올망졸망 모여 있는 판테이온 멤버들을 보며 조금 안도하고, 다시 이화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와 프리즘 사이에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의 간극이 있다는 거 나도 인정해. 한 업계의 정점에 오른 사람들이잖아. 그 정도의 커리어를 쌓는 동안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재능을 쏟아부었을지,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최선을 다해 준비한 무대로 평가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몇 번이나 찾아올까. 이건 우리에게 위기가 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큰 기회일 수도 있어.]주먹을 꽉 움켜쥔 채 내게 호소하는 모습이 꽤 절박해 보였다.
단순히 욱하는 마음에 불평불만을 난잡하게 표출하는 것이 아니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고, 그동안 줄곧 그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돼.]지금 이화영이 저런 말을 하는 이유는 본인의 실력에 성이 차지 않기 때문일 터였다.
‘최근 들어 조금 정체기에 빠지긴 했지.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고.’
나는 멤버들이 겪고 있는 정체의 원인에 대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사람은 원래 큰 압박감과 긴장감 속에서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며 크게 성장하는 존재다.
하지만 판테이온 멤버들은 지금까지 그럴듯한 위기를 맞이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당신의 보호 속에서 위기 한번 없이 너무 쉽게 성공을 손에 쥐었어.]그리고 그 원인은 아마…….
‘나겠지.’
나는 지금까지 판테이온 멤버들의 모든 무대와 활동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장점은 부각시키며 단점은 숨기는 방향으로 멤버들에게 응당 찾아왔어야 할 위기를 모두 회피했다. 판테이온 멤버들의 활동이 커리어적인 면에서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였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모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애초에 문제가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드는 노력은 생각보다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 제 삼촌을 닮은 이 도련님은 그 명석한 머리로 자신을 검열하고, 끝내는 정체의 원인을 찾아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곧 당신의 곁에서 떠나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해. 지금 이 상태로는 당신이 사라지자마자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 다른 현실에 부딪치게 될 텐데, 아무 대비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나는 더 이상 회피하고 싶지 않아.]‘저놈 인생에 합리화가 있긴 할까.’
원체 쟁취욕이 강한 데다가 실패를 향한 두려움이 확연히 적은 놈이니 꽤 그럴 법한 이야기였다. 저것은 분명 아이가 스스로 도전하도록 만들고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카밀라의 교육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거 아들 한번 잘 키웠네. …한국어 말투는 날 보고 배워서 좀 문제지만.’
나는 오만상을 짓고 있는 이화영의 얼굴에서 무의식중에 카밀라를 찾으며 픽 웃음을 흘린 후,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프리즘에게 제대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이화영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었다.
프리즘 놈들이 그런 프로그램의 출연을 수락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마 일적으로라도 내 얼굴을 보겠다는 광기에서 비롯된 일이겠지. 어쩌면 출연 조건에 ‘판테이온의 출연’을 제시했을지도 몰랐다.
‘프리즘 멤버들은 다른 사람한테 아예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하여 그놈들이 일도 아닌데 후배들한테 조언이나 하고 다닐 성격들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바쁜 놈들이니 이번 기회가 아니면 웬만해선 프리즘에게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디메리트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선택지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지. 성장에 위기와 실패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나는 득과 실 중에 어떤 게 너희들에게 치명적일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
“…….”
“사람들은 너희가 조금이라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비웃기 시작할 거야. 프리즘의 능력과 커리어가 마치 본인들의 것인 양 너희를 무시하고 조롱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할 거고.”
그렇게 말한 후 ‘정작 프리즘 멤버들은 너희의 도전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 절대 비웃지 않겠지만.’하고 덧붙이자 이화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그것만 있으면 충분해.’라고 답했다.
“나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떠받들리고 싶어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서 지금까지 노력한 건데, 이 상태로는!”
“부족하겠지. 하지만 아이돌은 대중의 평가와 관심으로 살아가는 직업이잖아. 아무리 네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어. 너희 중 대다수는 대중에게 조롱당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마지막 말은 굳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단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이단비는 이미 대중들에게 조롱당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뻔히 알고 있고, 그걸 선택할 용기와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지. 스스로 정체를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
“하지만 어쩔 수 없어. 한번 음 이탈이 난 것만으로도 조롱당하는 환경에서는 결국 안정적인 음으로 구성한 노래들만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건 개인이 저항하기 힘든 문제거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며 도전하지 않는 이의 세상은 점점 좁아지기만 한다.
정말 모순적이지만, 결국 실패를 향한 각박한 태도의 대가는 퇴화인 것이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나 막상 조롱할 수 있는 것이 눈앞에 아른거리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 사회는 너희의 성장을 기다려 줄 정도로 성숙하지 못해.”
사람은 성장해야 한다.
그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따분함을 느끼지 않고 언제나 새로움에 감탄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도전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남겨야 하지만, 예쁘게 포장할 수 있는 수준 이하의 실패는 겪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보는 이가 민망함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그 누구도 완벽하게 예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그랬다.
– 그냥 잠깐 산책 갔다 오는 거지, 뭐. 내가 딱 우승 따올 테니까 우리 형은 뒤에서 편하게 구경이나 하셔!
–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갔어. 실제로 완벽하게 해냈으니까 됐잖아.
사람들은 대중의 가혹함을 견디지 못하고 꺾이는 새싹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치세나 서유성 그리고 다른 프리즘 멤버들처럼 모든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존재들은 어느 시대에든 나타났으니까.
‘나는 이놈들이 무대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면 했는데.’
“…미안하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내가 사랑하는 이 업계는 어느 순간부터 변질되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현실을 내가 아끼는 아이들의 앞에 들이밀어야 하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에 무거운 마음으로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리자 갑자기 내 앞에 서 있던 이화영이 무릎을 꿇고 앉아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내 손목을 붙잡은 채 대뜸 말했다.
[나는 괜찮아. 괜찮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어.]“…….”
[내가 안전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더 우선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이 직업을 꿈꾸지 않았을 거야. 그냥 어머니의 곁에서 편하게 사업을 물려받았겠지. 하지만 이제 그 정도로는 만족 못 해. 나는 이미 나 자신을 더 발전시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 버렸거든. 당신이 알려 준 거잖아.]나는 분명 우리의 문을 걸어 잠가 내 아이들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고른 아이들은 그에 만족할 만큼 나태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레이즈라는 사람들도 분명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출연 제의를 수락한 걸 거야. 본인들이 지금까지 쌓아 온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나 프리즘과 비교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지.”
“…….”
“실패를 겁내지 않는 사람만이 일류가 될 수 있어,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우리의 도전을 지켜봐 줘.”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눈빛은 왜 이리 찬란하게 빛나는 것인지……. 저런 얼굴을 봐 버리면 가뜩이나 하고 싶지 않았던 말들을 더더욱 하기 어려워지지 않나.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의 고배를 맛보지 않아도 될 텐데 왜 사람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걸까.
– 대상, 프리즘 축하합니다!
– 프리즘! 또다시 기록 갱신입니다!
그것은 분명 그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과거의 나는 지금 판테이온 멤버들과 똑같은 상황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하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답이 나와 헛웃음을 흘렸다.
“…한번 해 봐.”
나는 판테이온 멤버들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이 업계와 프리즘 멤버들을 믿는다.
“나는 너희가 선택한 길을 뒤따라갈 테니까.”
그렇기에 아무리 세상이 탁해져도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한줄기 빛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굳게 믿기로 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