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최근에 승범 씨 쫓아다니다가 신상 공개된 그 스토커, 아직도 승범 씨 따라다녀?”
그의 말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달리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본 순간, 언젠가 봤던 커뮤니티의 글이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 [┗ 좀 옆동네에서 유명했던 사생 있음 그룹에서 제일 인기 많고 얼굴 잘난 애들한테만 닉네임 바꿔 가면서 들러붙는 또라이]
‘달리는 나를 스토킹하기 전에도 다른 그룹 센터들을 쫓아다녔다고 했으니까…….’
녀석이 말하는 ‘나 따라다녔던 스토커’와 달리는 동일인물이 맞는 듯했다.
하필 달리에게 시달린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이 한자리에 함께 있다니, 이렇게 우스운 일이 또 어디 있나 싶었다.
‘1군 그룹이 모조리 여기 모여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처음 달리를 마주했을 때, 이상한 냄새가 지독하게 난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달리에게 이상하게 여길 만한 부분이 고작 그것뿐이었겠는가. 냄새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다 지적을 하면 끝이 없었기에 나는 굳이 그것을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아까 마주쳤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다시 맡아 보니까 그 향이 맞는 것 같아.”
그런데 고작 그것으로 이렇게 책을 잡히게 될 줄은 몰랐다.
‘무슨 탐지견도 아니고……. 저런 걸 어떻게 일일이 맡고 기억해.’
향기 정도야 달리와 접촉을 한 사이에 묻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놈에게서 빼앗은 소지품에서 나는 향이 묻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통 향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날아가기 마련이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애초에 달리랑 직접 만나 본 사람도 얼마 없을 거고.’
“정말요?”
나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곤 침착하게 손에 남아 있는 거품을 마저 물로 씻어 내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기하네요, 그런 걸 다 아신다니.”
“…….”
“…기분 탓 아닐까요? 그런 말 들으니까 괜히 무섭네요.”
‘이 정도면 충분한가?’
보통 사람들이 저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고심하여 내보인 반응이었다.
나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반응이 없는 편이었으니 내 성격대로 대답을 해 버리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달리와 내가 연관되어 있다는 건 최대한 숨겨야 해.’
하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레이즈의 센터는 여전히 고개를 삐딱하게 기운 채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한번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후각이 예민해서 생수 하나도 가려 마시고, 사람을 냄새로 기억하는 일이 많다고.”
“…….”
“그랬더니 그후부터 내 주변에 계속 이상한 향기가 나더라.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멤버들이 쓰는 향수도 아니었고, 솔직히 향도 일반적인 향수랑은 많이 달랐거든. ‘굳이 이런 불쾌한 향을 쓰는 사람이 과연 내 주변에 있을까’ 하고 찾아봐도 도저히 그 주인을 알아낼 수 없었고.”
‘하…….’
그의 설명에 도대체 왜 저놈이 저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건지 슬슬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점점 상황이 내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핸드 타월에 손의 물기를 닦았다.
‘…아주 이곳저곳 다 들쑤셔 놨네.’
“그리고 특정 사생 계정으로 내 사생활 관련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오기 시작했지. ‘오늘 내가 왔다 간 거 눈치챘냐’는 글까지 붙여서.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그 스토커가 일일부러 이상한 향 만들어서 뿌리고 내 근처 맴돈 거야. 내가 알아보고, 기억하고, 특별하게 여겨 줬으면 좋겠으니까. 그런데 지금 너한테서 그 냄새 난다고. ”
“제 옆에 아직도 그 스토커가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녀석은 조금 흥분한 듯 격양된 투로 외쳤다. 화장실의 텅 빈 공간에 울리는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다시 평소와 같이 무뚝뚝한 얼굴로 녀석의 얼굴을 올려봤다. 이쯤 되면 내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녀석의 눈에는 잘 안 들어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그 스토커 때문에 속을 썩였던 적은 있었지만, 저번에 경찰을 부른 이후로는 마주친 적은 없습니다.”
그와 상반되게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민소매 사이로 드러난 녀석의 상반신에 피가 몰리며 피부가 조금 붉어졌다. 아마 그동안 본인을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 또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주먹을 꽉 움켜쥔 채 가만히 서 있던 놈은 바닥으로 시선을 처박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승범 씨 눈에도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지. 안 당해 본 사람들은 절대 몰라. 어디 장소 옮기기만 해도 잔뜩 긴장해서 그 스토커 향수 냄새 나는지 안 나는지 살피게 되는 내 모습이 얼마나 불쾌하고 비참한지.”
“…….”
“그런데 나는 아무리 경쟁 상대여도 내가 정말 힘들었던 일로 고생할지도 모르는 후배한테 장난질은 안 해. 그러니까 내 말 흘려듣지 말고 잘 들어. 혹시라도 주변에 그놈이 아직도 붙어 있는 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왜 이렇게 구구절절 본인 이야기를 떠드는가 했더니 그냥 그 스토커 때문에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까 촬영을 할 때는 하도 덤벼들어서 성가시다는 인상이 단단히 고정되어 버렸던지라 그냥 내게 시비를 거는 줄 알았다.
‘촬영할 때는 잡아먹을 것처럼 굴더니 갑자기 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프리즘으로 활동했던 시절, 레이즈의 데뷔 무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해 줬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감사 인사를 하러 굳이 굳이 찾아온 놈들에게 비슷한 말을 해 줬던 것 같았다.
– 됐어. 이런 일로 찾아올 바에야 나중에 후배들한테 무슨 일 생기면 걔네나 좀 도와줘라.
– …아마 너희가 정말 힘들어했던 일로 똑같이 고생하고 있을 거다.
‘설마, 그 말을 아직도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냥 빨리 돌려보내려고 아무 말이나 한 거였는데, 그 뒤에 찾아오면 오히려 귀찮다는 말을 더 길게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아예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단단히 기억 미화를 해 버린 모양이다.
세월이 이 정도로 흘렀으면 그냥 잊어버려라. 그 말을 한 장본인도 이렇게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왜 그것을 그렇게 열심히 기억하고 따르고 있는 건가.
‘내가 무슨 부처도 아니고.’
마음은 기특했으나 이런 도움은 오히려 내게 방해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녀석이 내게 관심을 끄도록 만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일단 회사 쪽에는 사생 관련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도 그 스토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으니 조심할 거고요.”
“그럼 됐다.”
그 말을 듣고 녀석은 꽤 안심했는지 숨을 돌리더니 다시 여유만만한 투로 말했다.
“그리고 이건 이거고 경연은 경연이니까 우리가 봐준다거나 뭐 그런 이상한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
아무도 그런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약간의 망신살을 타고난 듯한 그를 식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도중, 녀석의 핸드폰에 알림이 울리며 배경 화면으로 설정된 사진이 나타났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 손이 찍힌 사진이었다.
처음에는 대충 자기애가 충만하여 본인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해 놓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화면을 다시 눈에 담자마자 나는 곧 무언가가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음?’
사진 속의 마이크가 프리즘의 커스텀 마이크였다. 그리고 마이크를 쥔 손과 연결된 두툼한 팔뚝에는 국화 문신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내 손인데?’
설마 세라였나 하는 의문을 갖다가도 ‘뭐, 저 정도 사진은 딱히 팬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느낌이 좋아 쓸 수도 있겠지’ 하고 고개를 저을 즈음, 방금 도착한 연락을 모두 확인한 라이즈의 센터가 주머니에 다시 쑤셔 넣더니 이만 가 봐야겠다며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볼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아까 그말 하나 하려고 나를 쫓아온 거였나.’
아무 미련 없이 척척 걸어가는 뒤통수를 가만히 보고만 있자 얼마 뒤, 화장실 안으로 칫솔을 문 이치세가 걸어 들어왔다.
“엉, 헝 앙영.”
“…방금 나간 애 내 팬일 수도 있어.”
대뜸 건넨 말에 이치세는 치약 거품을 세면대에 퉤 뱉더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눈썹을 위로 치켜든 채 말했다.
“퉤, 성화? …팬일 수도 있는 게 아니라 형 팬이잖아. 그것도 진성 팬.”
“…….”
“설마 이제 안 거야?”
“…….”
“아이고, 이 둔한 형아야. 쟤 형한테 이름 한번 불리고 싶어서 형 뒤꽁무니를 그렇게 졸졸 쫓아다녔는데 그걸 이제 알면 어떡해.”
‘아.’
세라면 세라라고 진작 말하지, 그것도 모르고 엿을 먹여 버리지 않았나.
팬은 언제나 사랑으로 대하는 게 내 철칙인데.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공성화.”
“으음.”
괜찮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처음 만난 이후로 몇 년이 흘렀는데 이제 와서 이름을 기억하려 드는 작태에 이치세가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녀석이 웃든 말든, 나는 입을 헹구느라 숙인 놈의 등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괬다.
“그래서, 남이훤은?”
“아아아아! 아파! 팔이 너무 말라서 팔꿈치가 송곳 같아.”
“남이훤 어디 있냐고.”
“아아! 유제이랑 같이 흡연실 갔다가 안 나오고 버티는 중. 형 피한다고!”
한승범의 몸으로 흡연실까지 못 쫓아가는 건 또 언제 귀신같이 알아챘나 모르겠다.
“머리 좀 썼네?”
“나는 잘못 안 했잖아! 왜 나를 괴롭혀!”
남이훤의 폭주를 말리지도 않고 끼룩거리면서 같이 쪼갠 주제에 말이 많았다. 나는 내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변명을 하는 이치세의 등 위에 완전히 체중을 실은 채 조곤조곤 말했다.
“아니, 하나 본보기로 삼아서 정문에 걸어 두면 두 번 다시 나한테 도전하는 새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말에 놈은 선명한 공포에 잠식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 나도 흡연실 가서 나오지 말걸’ 하고 애처로운 혼잣말을 했다.
“담배 필 줄 모르면서, 뭘. 버틸 만한가 봐, 떠들기도 하고.”
예전 같았으면 내 체중을 감당하기 어려워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버텨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몸은 꽤 할 만했는지 미동없이 버티고 있던 이치세가 거울 너머로 나를 흘끔 올려봤다.
“…….”
그리고 싸늘하게 죽은 내 눈동자를 마주하자마자 헉, 하고 숨을 집어삼키더니 다시 고개를 세면대 아래로 처박았다. 나는 그 눈동자를 끝까지 쫓아가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프리즘은?”
“일곱 명이서 하나아악.”
“네 동생 살리고 싶으면 가서 잡아와. 내가 직접 가서 잡으면 나도 내가 어떻게 해 버릴지 모르겠으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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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치세가 ‘사랑한다, 훤아’를 외치며 남이훤을 내 앞에 떨구고 간 후로 일은 벌어졌다.
나는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핸드폰을 차분히 내려봤다.
“…….”
핸드폰에 띄워 둔 것은 짧은 영상이었다.
영상의 초반에는 ‘저는 감히 형님의 권위에 도전했습니다.’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가슴팍에 붙인 남이훤이 긴 다리를 고이 접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내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남이훤은 토끼 콘셉트의 걸 그룹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박자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추기 시작했다.
[바니, 바니, 바니 츄]물론 머리에는 깜찍한 토끼 귀 머리띠를 쓰고 있었다.
아,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말해 두자면 이런 불길하고 뭔가 잘못 연성된 것 같은 2m 바니를 굳이 내 손으로 창조하는 취미는 없었다.
[러브 파워, 츄!]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애교가 좋다고 하시니… 직접 하게 만들어 드리는 수밖에.
“등급 평가 촬영하겠습니다! 연차 낮은 그룹부터 무대 준비해 주세요!”
“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야옹 승범에는 바니 이훤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