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기본적인 노래 숙지가 안 되어 있어?”
차운의 살벌한 질문에 레이즈 멤버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연차가 부족한 후배들의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지 그저 차운의 구두 근처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차운은 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 차분한 투로 말했지만, 오히려 후배들에게는 그게 더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급기야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끝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되자 판테이온 멤버들은 그의 긴장이 고스란히 옮았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차운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앞으로 숙였던 몸을 뒤로 기댄 채 다시 악보를 내려봤다. 그리고 다시 눈꺼풀을 깜빡 들어 올리고 레이즈의 멤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왜, 뭐가 그렇게 어려워서?”
진짜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스케줄이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혹은 ‘노래가 어려웠다’는 변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심지어 본인보다 스케줄이 빡빡한 공성화는 본인이 맡은 파트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았던가. 그 순간부터 변명은 독이 되기만 할 뿐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음정이나 박자를 잘 맞추지 못하는 문제는, 일단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연습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본인이 음정이나 박자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걸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그러면서도 이렇게 기본적인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명백한 연습 부족을 의미했다.
“…….”
‘제발 대답하지 마라’, ‘변명하지 마라’, 숨 막히는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다른 사람들이 그런 바람을 속으로 미친 듯이 되뇌는 사이, 레이즈의 멤버는 허리를 꾸벅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의 눈치는 있었던 모양이다. 저 아이도 연습생 생활을 거쳐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니 당연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나한테 죄송해할 필요 없죠. 멤버들한테 미안해해야지. 다른 멤버들 피드백받을 시간을 고작 본인 음정 박자 교정해 주는 거에 뺏어 간 거니까. 기본 중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무슨 평가를 받아.”
차운이 다른 멤버들을 언급하자 지적을 받은 멤버가 무의식적으로 공성화의 눈치를 봤다. 공성화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
턱의 근육이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니 이를 세게 악물고 있는 듯했다. 공성화는 평소에 카메라의 앞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놈이었는데, 저렇게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돌아가면 제대로 깨지겠네.’
하필 동경하던 프리즘의 앞에서 혹평을 받아 그런 건가?
지적받아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무슨 감정일지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차운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아마 이 뒤로도 스케줄이 있어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여유 시간의 반절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한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유성 씨 파트는 음역대가 높아서 부담스러운 건 알아요.”
“…….”
“그런데 프리즘 노래에 쉬운 파트는 없어요. 그러니 무작정 고음 유무로 파트를 분배하지 말고 각자의 단점을 최대한 회피할 수 있도록 고심해서 나누도록 하세요.”
“네!”
그리고 초침이 ‘12’를 향한 순간, 칼같이 판테이온 멤버들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다음, 판테이온 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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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판테이온 멤버들은 그래도 나름 준비한 무대의 80% 정도는 선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멤버들 모두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사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나의 주도하에 활동을 하는 동안 멤버들에게 이미 습관처럼 자리 잡은 상태였다.
‘연습을 게을리했으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것도 없이 바로 프로그램 하차시켰겠지.’
아무리 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내버려두기로 했어도 내가 정해둔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야 한다. 애초에 내가 고른 놈들 중에 불성실한 놈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때문에 레이즈처럼 연습 부족으로 지적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그 결과, 판테이온은 레이즈처럼 차운에 의해 무대가 도중에 중단되는 일은 없이 끝까지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 줬던 무대랑 많이 다르네요. 승범 씨가 한 건 절대 아닌 것 같고… 니콜라스인가?”
무대가 끝나자마자 내게 시선을 주고 있던 차운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그러자 이화영이 물에 빠진 고양이처럼 새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마른침을 삼켰다.
낌새를 보면 연습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제작진들이 먼저 건네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단 한 번의 무대를 보고 디렉터가 바뀌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누가 무대의 디렉을 봤는지조차 바로 알아챈 것에 놀란 듯했다.
“지금까지 판테이온이 보여 줬던 무대들처럼 댄서를 다인원으로 활용해서 판테이온만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것, 나쁘지 않아요. 아직 본인들의 능력으로는 라이브와 함께 소화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댄서분들을 활용해서 풀어 나가려는 것도 영리하고 좋아요.”
차운이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듣기 좋은 말을 몇 마디 늘어놓았다.
이 뒤로부터는 뒈지게 패기만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댄서가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요. 그런 상황에서 디렉터의 역량이 부족하면 지금처럼 구성이 전체적으로 지저분해 보이고 무대가 정신없어 보이죠. 지금까지 판테이온이 해 왔던 무대가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경험 부족이죠.”
‘이화영은 댄서들과 소통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할 때보다 언어적인 한계를 크게 느꼈을 거고, 결정적으로 무대를 구상해 본 경험이 부족해서 본인의 디렉에 확신이 부족했을 거야. 그러면 당연히 협업자들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센터라도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 줘야 하는데, 지금 유태 형 파트를 맡기에는 니콜라스 씨 춤 실력이 많이 부족해요. 이미 대중들은 프리즘의 무대에 익숙해져서 프리즘의 노래를 커버한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해야죠.”
‘내가 센터를 잡아 줄 수 없는 이상, 차라리 내가 탈퇴한 이후의 노래들을 고르는 게 나았을 거야. 하지만 이화영은 내가 있었던 시절의 프리즘을 동경하는 놈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하고 싶지 않았을 거고.’
“이미 완성형인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할 실력이 없어서 대신 다른 요소로 공백을 채우려 들면 오히려 퀄리티가 더 떨어져 보이는 결과가 초래되는데, 그게 지금 상황인 것 같아요.”
나는 1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프리즘의 무대에서 댄서를 활용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멤버들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하여 일곱 명의 멤버만으로도 무대가 꽉 차 보일 정도로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 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 [아 다른 그룹은 댄서분들이랑 왁자지껄하게 노는데 우리 애들 매번 ㅈㄴ 덩. 그. 러. 니. 자기들끼리 서 있는 거 언제쯤 안 웃기지]
– [┗ ?? ㅍ프리즘 댄ㄴㅆㅓ 없서요?]
– [┗ ┗ 프리즘은 원래 댄서 안 써요]
– [┗ ┗ 실화냐 이제 알았다……..]
반대로 판테이온에서 내가 지금까지 다인원의 댄서를 동원했던 것은, 판테이온이라는 그룹이 가진 퍼포먼스 능력에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보컬 평균 실력은 판테이온만큼 뛰어난 그룹을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사실 퍼포먼스는 내가 빠지면 크게 특출난 멤버가 없지.’
“프리즘은 센터가 메인 댄서잖아요. 편곡으로 완벽하게 곡 분위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퍼포먼스로 어느 정도는 보여 줘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에요.”
마치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내가 멤버들이 준비한 무대를 보며 느끼고, 굳이 입밖으로 내놓지 않았던 생각과 차운의 평가가 부드럽게 이어졌다. 판테이온의 약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차운의 평가에 판테이온 멤버들은 숨을 들이켜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화영은 수첩을 꺼내 들어 차운의 지적을 모두 메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차운은 작게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어투로 피드백을 이어 갔다.
“유다 씨는 아직 새로운 창법이 제대로 정립이 안 됐죠. 이건 본인 노래 많이 녹음해서 들어 보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 계속 생각하는 연습으로 해결되는 문제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목 관리 잘해요.”
“감사합니다!”
“젠은 아직 고질적인 발음 문제가 조금 남아 있네요. 일본인들한테 받침 발음이 많이 어려운 건 알지만, 노래만큼은 한국인 발음을 완벽하게 카피해서 부르도록 노력해야 해요. ‘외국인치곤 잘하네’ 정도로 만족하지 말고. 젠은 이제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잖아.”
“받. 침.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지적받은 멤버를 제외한 레이즈 멤버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피드백에 조금 놀란 듯하면서도 본인들은 이런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는지 저들끼리 눈짓을 하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공성화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채 바닥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웃어?’
레이즈 멤버들이 이만큼의 지적을 받지 않은 이유는 차운이 준비되지 않은 그들의 무대를 보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들은 평가받을 기회 자체를 날려 버린 셈이었다.
후배들이 아무리 최선의 무대를 보여 주어도 프리즘의 눈에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를 본방송까지 알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레이즈는 예전부터 공성화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한 그룹이긴 했지만… 기대 이하네.’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를 날려 버렸는데 당장 창피당하지 않고 이 상황을 모면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모습이 참 이상했다. 그들이 무슨 반응을 보이든, 차운은 아무 관심도 느끼지 못했는지 판테이온 개별 멤버들의 피드백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이단비였다.
“단비 씨는 판테이온에서 맡은 포지션이 뭐예요?”
“랩이랑 댄스입니다.”
“…….”
이단비의 대답에 차운은 생각이 많아진 듯 턱을 괴고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고요한 연습실에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똑딱똑딱 울리는 시간이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더 길어질 즈음, 이단비는 등 뒤로 숨긴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똑같은 얼굴로 침착하게 서 있는 듯했지만, 역시 긴장이 되긴 했던 모양이다.
그런 이단비를 보며 차운은 무어라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지 몇 번씩이나 입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하더니 결국에는 고개를 저어 버렸다.
“아니야, 잘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이단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게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잠자코 나를 바라보고 있던 놈은 이내 판테이온의 피드백을 해 주느라 시간이 오버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연 잘 준비해요.”
“수고하셨습니다!”
멤버들은 차운이 이단비에게 그 어떤 지적도 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나는 차운이 왜 이단비에게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는지,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본 것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차운은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 아이를 그 그룹에 넣은 것이냐’고.
‘이미’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다.
결국 이단비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재능의 영역, 그것이 부족했기에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없었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