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프리즘 시즌, [레전드 싱어>에 출연을 결정한 그룹은 현역 1군부터 떠오르는 신인까지, 총 다섯이었다. 그 라인업이 공개되고 사람들은 프리즘 시즌을 두고 지금까지의 [레전드 싱어> 출연진 중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하곤 했다.
그런 기대 속에서 찾아온 첫 번째 경연의 중간 평가.
그 안에서 프리즘 멤버들에게 호평을 받은 그룹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출연진이 ‘아이돌 처형곡’으로 유명한 [지배>를 회피하고 그나마 프리즘의 타이틀곡 중에서는 난이도가 낮은 노래들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그 원인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겠지만,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는 원인은 하나였다.
‘프리즘과 출연진들 사이의 실력차가 너무 커.’
제작진이나 주변 출연진으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아주 가관이었다.
– …이거 어려운 거 아니니까 빨리 해 볼까?
– 연습 제대로 했어요?
프리즘 멤버들은 서유성과 이치세의 파트, 그리고 댄스 브레이크처럼 눈에 띄게 어려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조차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출연진들은 애초에 프리즘이 기대하는 ‘기본’의 수준을 실감하며 완전히 멘탈이 나가 버렸다고 했다.
‘제작진들이 보기에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특히나 이치세를 멘토로 고른 그룹의 경우, 들고 있던 500원짜리 볼펜으로 비트를 치며 멘티 그룹의 편곡에 맞춘 랩을 즉석으로 짜 시범을 보여 주곤 ‘이렇게 하면 되지,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치세에 완전히 질려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단비는 ‘아, 이치세 선배님은 그런 면이 좀 있으시죠.’라고 공허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대부분의 프리즘 멤버는 이치세와 마찬가지로 출연진들이 준비한 결과물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본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을 바로 출력하여 시범을 보였다. 하지만 후배들은 모두 입을 벌린 채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모양이다.
프리즘 멤버들이 시범으로 보여 준 것을 본인들도 정말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 이번 피드백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본인들의 실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자각뿐이었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연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실력을 급작스럽게 향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던가. 때문에 지금 당장 그런 생각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결국 후배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선의 개선책’이 아닌 ‘지금 수준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타협점’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출연진들은 본인들의 문제점을 깨닫고 가진 능력 안에서 취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어차피 자신이 원하는 대로는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차운이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후배들의 무대를 보고 지금 부족한 점만을 상세하게 분석하여 알려 주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것도 나름 프리즘 안에서 연륜의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단순히 나머지 놈들은 후배들한테 별 관심이 없는 걸 수도 있고.’
– 차운 선배님 골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진짜로.
– 단비가 차운 선배님 고르자고 했지? 우리 단비는 무슨 신기라도 있는 걸까.
멤버들은 프리즘에 대한 온갖 흉문을 들을 때마다 차운을 지목했던 이단비와 그에 고개를 끄덕인 나를 아프리카의 아기 사자처럼 들어 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냐는 멤버들의 질문에 이단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대답했다.
– 그냥 차운 선배님이라면 잘해 주실 거라고 믿었어요.
Survive IDOL 촬영 중 차운이 이단비를 두고 했던 이야기를 실수로 이단비가 듣게 된 적이 있지 않았던가. 나는 그 경험이 이단비가 차운에게 가진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짐작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을 한 상대를 ‘좋은 사람’ 내지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 주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그래, 그게 이단비가 가진 힘이었지.’
어차피 나는 멘토 선택 과정에서 특정 멤버의 이름을 먼저 거론하지 않았을 테니 이번 결과는 이단비가 얻어 낸 것이라 봐도 무방할 터였다.
결국 이화영은 차운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무대 수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름 본인 딴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무대에 대한 평가가 바닥이었으니 도대체 뭘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홀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시간만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게 슬슬 한계에 달했을 즈음, 조금 시무룩한 낯을 하곤 내게 찾아왔다.
– …힌트.
– 뭐?
– 힌트 주면 안 돼?
아, 그 얼굴을 찍어서 최적현한테도 보여 줬어야 했는데.
내게 힌트를 달라 요청하는 이화영을 본 도유다가 ‘왜, 왜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얼굴로 사람을 겁박하는 거죠?’라고 외치긴 했지만, 내 눈에는 영락없는 잭잭 5세였다.
나는 결국 그를 이기지 못하고 작은 조언을 던져 주었다.
– 내가 언제 혼자 모든 걸 다 하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 설마 내가 했던 걸 네가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
– 주변을 잘 봐. 네 옆에 너보다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말 나밖에 없었는지, 너만큼이나 무대에 진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지는 않은지, 그걸 잘 찾아봐야지.
그 말에 이화영은 새벽을 꼬박 새워 가며 고민을 거듭하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댄서들이 모여 쉬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무대의 구성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Survive IDOL에서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제작진이든 주변 스태프든 단 한마디도 섞지 않았던 놈이 뚝딱거리며 댄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 첫 심부름을 보낸 것 같은… 그런 복잡한 심경이 든다.’
지금껏 이화영은 ‘서유태’의 틀에 갇혀 내가 했던 것은 모두 해내야 하고, 내가 하지 않았던 것은 본인도 모두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화영과 내가 가진 재능이 달랐고, 지금껏 쌓아 온 시간이 달랐기에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화영은 이번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나를 향한 동경으로 만들어진 속박을 깨트린 셈이었다.
‘앞으로 솔로 가수로 활동하려면 사람들과 협업하는 능력은 그룹 활동을 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해. 이번 기회에 그걸 배울 수 있게 돼서 다행이군.’
무대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연구하고 연습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주변에 수없이 많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입장에 있으니, 그들과 영리하게 협업하는 방법 또한 알아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이의 능력을 인정하며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전까지는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려 이화영이 배우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사람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듣지만 않으면 분명히 좋은 경험일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자연스레 가장 걱정이 되는 멤버가 있었다.
바로 지금 내 옆에서 미친 듯이 연습을 하고 있는 이단비 말이다.
지금 모든 멤버가 이화영의 무대 수정이 끝날 때까지 차운의 피드백에 따른 새로운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한 이단비는 지금까지 본인이 했던 연습을 무작정 반복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이다.
나는 허리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단비를 조용히 내려봤다.
무릎을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니 무리한 동작으로 관절에 피로가 꽤 쌓인 것 같았다.
“이단비, 슬슬 정리하고 쉬어. 이미 카메라도 철수했잖아.”
이번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에게 특별히 조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건 개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한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툭. 툭.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콧대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연습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형은 프리즘 선배님과 친분이 있죠? 그날 호텔에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계셨잖아요.”
그렇게 한참동안 정적이 이어지던 중, 이단비는 복잡한 머릿속을 드디어 정리했는지 겨우 입을 열었다.
“…천재들만 모여 있기로 유명한 프리즘 선배님들은 그만큼의 실력을 가지게 될 때까지 도대체 얼마나 연습하셨을까요.”
“…….”
“알려 주세요, 형. 저보다 적었나요?”
“…아니.”
아니었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뼈와 근육이 상하고, 잠을 자지 못해 쓰러질 정도로 연습했다.
대부분의 멤버가 다른 그룹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피를 토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처지는 곳이 프리즘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자 이단비는 고개를 더욱 숙인 채 다시 입을 열었다.
“형도 들으셨죠, 레이즈 연습실에서 공성화 선배님께서 멤버분들한테 하신 말씀.”
레이즈의 연습실은 지금 우리가 있는 연습실의 바로 옆이었다.
그렇기에 옆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우리에게도 그 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있었던 그 일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차운의 피드백이 있었던 날, 레이즈의 연습실에서 큰 소리가 났다.
그것은 공성화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격한 울분을 토해 내는 소리였다.
– 너희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나, 차운 선배님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적어도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면 안 되는 거잖아!
– 서, 성화야, 진정해. 우리가 미안하다니까…….
– 앞으로 살면서 프리즘 선배님들한테 우리 무대 보여 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 모든 걸 다해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나한테는 이번 무대가 정말 간절한데, 너희는 아니야? 또 나만 아등바등 발악하는 거야?
– …….
– 나 이번에 진짜 잘하고 싶어. 그런데 그거 나 혼자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공성화는 끝내 멤버들에게 애걸하기까지 하였다.
처절했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여유로운 척 내숭을 부리던 공성화가 연습실 안에서는 분하고, 또 분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 나 한 번만 도와주라.
그리고 그 뒤로 지금까지, 레이즈의 연습실에 음악이 끊기는 일은 없었다.
멤버들이 모두 퇴근을 한 뒤에도 공성화는 끝까지 남아 연습을 했다.
현재 1군의 우두머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룹의 센터이자 리더. 그가 얼만큼의 의지와 노력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간절함이 특별히 공성화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뒤에서 아무리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무대 위에서는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웃는다. 프리즘도, 그 전의 선배들도 모두 그렇게 버텼다.
“서유태 선배님은 평소에 잠을 길어 봤자 3-4시간 주무셨다고 들었어요.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매일매일 연습을 했다고…….”
프리즘 멤버들이 후배들에게 했던 ‘제대로’ 연습을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은 본인들이 했던 것처럼 연습을 한 게 맞냐는 의미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했을 것이다.
“프리즘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여기에 저보다 노력을 덜 하는 사람은 없어요. 차운 선배님은 제가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더 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수록 이렇게 될 걸 알았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거죠.”
한 업계의 정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그를 목표로 하는 이 중, 간절하지 않고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끝없는 노력이 경쟁력이 되는 영역은 이미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 안에서 가장 재능이 없는 제가 쉬어 버리면 어떡하겠어요.”
이단비는 지금 이 순간, 최전선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선배들을 보며 그 현실을 뼈저리게 느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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