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서유성이라는 인간에 대해 떠올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부조화’였다.
서유성은 남들이 웃을 때 웃고 슬퍼할 때 슬퍼했지만, 꼭 인간들의 파티에 섞여 들어온 인형처럼 기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래.
‘남들이 웃을 때만’ 웃었던 탓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즉,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교본이 없으면 타인의 감정에 아무런 반응도 내보이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본래 인간에게 있어 감정이란 것은 누군가에게 가르침 받지 않아도 자연스레 익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유성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한번은 지인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서유성의 앞에서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무너지는 모습을 얼핏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서유성은 그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표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상대를 내려보고 있었다.
– 이야기 끝났어?
정말 그뿐이었다.
여러 명이 있는 공간에서는 주위의 반응을 보고 적당히 감정을 흉내 내던 이가 독대를 하는 상황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다.
– …….
주변에 다른 목격자, 이를테면 유태 형처럼 본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이진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에 상대방이 보인 히스테릭한 반응에 서유성은 조금 곤란한 듯했으니까.
유태 형이 말하기를, 사람의 행동에는 반드시 동기가 존재한다고 했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마저 ‘내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화풀이를 하고 싶다’, ‘상대방이 내게 잘못을 했기 때문에 갚아 주고 싶다’ 등 말이 되든 안 되든 어떠한 의도 아래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서유성은 상대방에게 그만큼의 관심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 참고로 할 만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실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영화 속에 흔히 나오는 미치광이 살인마나 사이코패스 같은 개념으로 서유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유성을 마주하고 그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호기심 섞인 환상이 창조한, 극단적인 캐릭터성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형은 왜 그렇게까지 유성이를 싸고도는 거야? 솔직히 유성이도 이제 나이 먹을 대로 먹었잖아.
– 안 돼. 절대 혼자 못 둬.
– 왜? 괴롭힘 당할까 봐? 유성이는 어딜 가도 당하고만 있을 성격은 아니잖아.
– 아니, 나 없는 사이에 갑자기 감당 안 되는 사고 칠까 봐.
– 하하! 형 오바가 너무 심한데? 뭐 사람 때리는 것도 아니고.
– 그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거든. 어렸을 때도 잠깐 방심했더니 자기 건드린 동네 깡패 머리를 벽돌로 찍으려고 해서…….
– …진짜?
물론 서유성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특성 중 어떠한 것들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또 어떠한 특성들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적당히 ‘그러한 성향을 띠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지.
서유성은 여러 매체에서 다뤄진 사이코패스보다는 오히려 미지의 동물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고, 훈련을 받는다 해도 결코 본성을 버릴 수 없는 동물.
서유성은 타고나길 이 사회에 결코 어우러지지 않는 방향으로 태어난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길가의 쓰레기만도 못하게 취급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 점에서는 드문드문 유태 형의 곁에서 마주친 이새화라는 사람도 비슷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두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완성도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 아아, 유태가 속한 그룹의… 분명 인찬 씨라고 했죠. 기억하고 있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 사람의 누구나 단번에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꾸며 놓은 아름다운 외견과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의도대로 휘둘리게 되는 매혹적인 어투, 완벽하게 학습되어 위화감을 느끼기 어려운 감정 표현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
간간이 숨기지 못한 비정상성마저도 그를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 정도였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나나 차운 형도 제이가 언질을 주기 전까지는 그냥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환심을 사 그를 장기말로 이용하기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서유성은 그러지 않았다.
그 사람과 다르게 서유성은 사람의 시선을 잘 신경 쓰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감을 흉내 내는 것에 다소 어색함이 있었고, 때로는 소름 끼치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부감을 표하는 일이 생겨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듯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특성을 품고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아야 하는 직업을 유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는 필수였으며 본인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간혹, 본성이 새어 나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결국에는 그것마저 짓밟는 것에 성공했다.
– [서유성 가끔 혼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딴소리 할 때 신기하지 않냐 집중력이 얼마나 강하면 저러냐]
– [서유성은 자기 형이나 멤버들 없으면 항상 혼자 있어서 마음 아픔 88 사람들이랑 잘 못 섞이는 것 같던데 천재들은 고독하다는 게 ㄹㅇ인 듯]
서유성의 천재성이 그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천재의 기행은 때론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물론 서유성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책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에 오히려 열광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었다.
– 내 문제는 ‘결함’이야.
– …형이 슬퍼하니까.
서유성이 그렇게 열심히 껍데기를 두르고 사회에 섞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오직 제 형을 위한 일이었다.
야생성을 버리지 못하는 맹수들 중에서도, 간혹 한 인간과 비정상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나는 서유성과 유태 형의 관계가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유태 형은 다른 사람들이 서유성을 보며 느낀 감정을 절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형이 서유성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긴 했지만,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서유성이 주인의 앞에서 아양을 떠는 동물처럼 몸을 낮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형의 앞이라고 하여 완벽하게 평범함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 노래 연습한 기간은 한 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이 서유성의 입에서 나온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싸늘해지고 유태 형이 한숨을 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서유성은 그저 본인이 정말로 메인 보컬 포지션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연습생 경력이 없으며 노래를 연습한 기간은 한 달 정도라는 거짓 하나 없는 본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형이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으니까.
– 늦어서 죄송합니다.
유태 형은 서유성이 프리즘 멤버들과 잘 지내기를 바랐고, 서유성은 저항 없이 그를 따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몇 년간의 피를 흘리는 노력 끝에 이 자리에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포지션을 따지도 못했다’는 사실과 본인이 방금 뱉은 말이 멤버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는 서유성이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였다.
물론, 서유성이라는 인간의 이해도가 아예 없었던 그 시기에는 그런 사정 따위는 짐작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 ‘설마 연습을 시작한 지 한 달 됐다는 건가?’
가뜩이나 쟁쟁한 멤버들이 한가득 있어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며 겨우 버텼다. 저들은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더 혹독하게 노력했을 거라고. 나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 ‘…농담이지?’
하지만 규격 외의 천재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 희망이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메인 보컬 포지션이다.
그 자리를 저런 상대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 …….
서유성에게 먼저 미운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것은 아마추어의 마음이며 프로를 꿈꾸는 이라면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멤버들이 서유성을 무작정 반겼던 것은 또 아니었다.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두고 보자’는 생각을 품은 사람이 두 명, ‘저 새끼는 왜 물어보지도 않은 걸 저렇게 주절주절 떠드는 걸까’하는 생각을 품은 사람이 한 명. 전자가 차운 형과 유제이였고 후자가 남이훤이었다.
치세 형은 서유성이 한 달 동안 연습을 해서 들어왔든, 10년을 연습해서 들어왔든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턱을 괸 채 서유성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메인 보컬 포지션을 두고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는지, 본인의 재능이 서유성과 비교당해도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 그랬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많이 가르쳐 주세요.
방에 들어왔을 때 보였던 기계적인 미소와 함께 교과서 속에 나올 듯한 인사말을 뱉으며 고개를 숙이는 서유성을 보고 나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속이 울렁거렸다.
정말 이상하게도 단 한 달 만에 메인 보컬 자리를 꿰찬 서유성보다 그런 서유성을 보며 아무 열등감도 느끼지 않았던 치세 형이 부러웠던 것 같다.
…나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감정의 뿌리가 무엇이었을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 * *
함께 데뷔 준비를 시작한 이후, 프리즘 멤버들은 드디어 서유성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때마침 다른 일을 해결하고 오느라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지만, 아쉬움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서유성의 노래를 듣는 것이 무서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 이건 못 이긴다.’ 무심코 그런 생각을 품어 버리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서유태의 동생이라 ‘천재 형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서유성을 메인 보컬 자리에 앉혀 둔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마음이 편하기라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회사의 복도를 걸어갈 즈음, 서유성과 함께 있었던 차운 형과 제이가 연습실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둘러 다가가자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냐, 그런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떼자 차운 형의 목소리가 그를 가로막았다.
– …천재야.
그 찬사의 주인공은 정말 당연하게도 서유성이었다.
– 천재라고. 성격은 둘째 치고 노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불러. …하, 어떻게 형제가 쌍으로 이럴 수가 있지?
정확한 음정과 박자, 폭발적인 음역대와 대중적이면서도 특색 있는 음색.
서유성은 모든 가수가 꿈꾸는 재능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 그런데 웃긴 건 뭔지 아냐?
그런 전체가 우리 그룹에 있다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일 텐데.
–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어. 그동안 노래에 관심이 없어서 굳이 찾아서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창피하게도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내가 그동안 믿고 있었던 신념이 모조리 무너져 버린 것 같았다.
그때,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강혁우가 다가와 멤버들의 앞에서 말했다.
– 야, 미리 말하는 걸 잊어버렸는데 방송 나가서 네 가족 얘기는 하지 마라. 서유태 동생에, 공아연 아들로 만들어 둔 프리즘 이미지 네가 다 깨 먹으면 안 되잖아. 미혼모 자식이 뭐가 자랑이라고.
– 아이돌은 동정받으면 끝장이야. 알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