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모르는 사이에 의식이 끊겨 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아버지에 관한 꿈을 꿨다. 바다의 앞에서 아버지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똑같은 꿈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 제발 정신 차려!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를 가만히 되짚고 있으니 문득 ‘내가 그때 바다에서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그게 아버지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한 말이지?’
마치 물속에 잠겨 있는 듯 몽롱한 정신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서유성은 이미 죽은 뒤였으니까… 서유성은 아닐 테고.’
나는 그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굳이 물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대로 몸의 힘을 뺐다.
‘어차피 꿈속에서 그렇게 소리쳐 봤자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에게 팔을 덥썩 잡히고 천천히 끌어올려지는 느낌이 들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일어나, 형.
서유성의 목소리였다.
그 익숙한 목소리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허억, 헉…….”
그러자 꿈속의 광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현실 감각이 돌아오며 그토록 기대했던 서유성의 모습 대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한승범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
‘꿈속에서라도 나타나 주지’ 하고 순식간에 밀려오는 상실감에 낙담하고 있을 즈음, 다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게 잠에서 깰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거야, 유태야.”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최적현의 얼굴이 보였다. 녀석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며 뚜껑이 열린 물병을 건네주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몇시지?’
그러나 나는 곧이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물병을 받아 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그의 옷깃을 잡아 쥐었다.
“너, 뭐했어!”
녀석이 내게 쥐여 주었던 물병이 바닥에 떨어져 내용물이 꿀렁거리며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내 안의 깊은 불안을 적나라하게 토해 냈다.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지?”
나는 최적현이 내가 잠든 사이 또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봐 두려웠다.
최적현을 붙잡은 손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 괜찮아. 형은 그날 나랑 있었잖아. 응?”
제이처럼 ‘나를 위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잘못을 범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 나 때문에 너희들까지 더러워지면…….”
날카롭게 새어나온 말을 들은 최적현은 차분히 눈꺼풀을 깜빡이다가 내가 잡아당기는 대로 가만히 몸을 낮추었다. 그리고 붉은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가며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안 했어. ”
“…정말?”
“응, 아직 네가 정신을 잃은 지 20분도 안 돼서 그럴 틈도 없었는걸. 나는 네가 지금까지 계속 네 옆에 있었어. 유제이는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고.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평소 녀석의 말투보다 두 배는 더 느긋하고 부드러운 말투였다.
마치 진정하라며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내가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고 손을 거두었다.
“미안하다. 내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정신없이 사과를 하며 물에 젖은 바닥을 닦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최적현은 조용히 손을 뻗어 나를 제지한 후, ‘괜찮아’라고 말했다.
“…왜?”
그에 내가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리며 그렇게 묻자 녀석은 재차 똑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괜찮으니까, 일단 진정해.”
“…….”
그 말에 어째선지, 몸의 긴장이 훅 풀려 나는 그대로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아, 그래.’ 같이 모양 빠지는 대답을 한 채 말이다. 뭐라고 하긴 해야 하는데 마땅한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렇게 계속 떨리는 손을 내려보며 한참을 가만히 있자 최적현은 나긋한 투로 내게 물었다.
“후회해?”
“…아니.”
나는 그 질문에 무심코 깊게 잠긴 목을 움직여 목소리를 냈다.
스스로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흠칫 놀라기도 잠시, 나는 곧 내가 왜 임승훈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까지 동요했는지를 깨달았다.
“후회 안 해, 절대로.”
확실히 나는 이렇게까지 사고가 크게 일어나 임승훈이 두 번 다시 걷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하여, 나는 과연 똑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
아니,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나는 또다시 똑같은 선택을 취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속이 안 풀렸을 것 같아.”
사회규범과 신념을 저버린 나 자신을 향한 실망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러 버린 것에 대한 두려움, 죄책감을 느낄지언정 후회하지는 않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아 놓은 주제에 미안하다는 생각 또한 하지 않았다.
“서유성을 죽인 놈들이잖아.”
나는 그 점이 끔찍했다.
한편으로는 제이가 그것을 알게 될까 두려웠던 것 같기도 했다.
조용히 그 사실을 입에 담자 최적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차분히 대답했다.
“그래. 그거면 되는 거야, 유태야. 그게 중요한 거지.”
“…….”
“다른 건 깊게 생각하지 마. 그건 너를 더 괴롭게 만들 뿐이니까.”
나는 최젹현의 속삭임에 따라 길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임승훈의 얼굴을 떠올리머 생각했다.
‘있잖아, 형. 우리를 배신했을 때… 형은 도대체 어떤 기분이었어?’
그냥 궁금했다.
그 사람도 이렇게 끔찍한 기분이었을지.
* * *
사고 후, 임승훈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하고 짧은 회복 기간을 거친 뒤, 경찰로부터 체포된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았다.
– …김영기?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알게 되자마자 극심한 분노를 터트렸다.
– 나를 친 사람이 김영기였다고?
그는 지금껏 생판 남인 사람이 실수로 사고를 저지르곤 뒷수습이 무서워 그냥 도망친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보통의 뺑소니 범죄가 그러하듯 말이다. 하지만 뺑소니범이 잡히고 그의 정체가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 생각은 모두 어그러져 버렸다.
– 나 죽이려고 일부러 사고 낸 거예요, 그 정신병자 새끼가!
사고의 고의성을 의심하게 된 것이다.
사이가 틀어져 언젠가 불만을 터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 ‘우연히’ 자신에게 위해를 끼친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있어 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본인이 다른 이를 죽이도록 지시하며 알려 주었던 방법 그대로 사고를 일으켰다.
일반적인 사고를 당할 확률마저 그리 높지 않은데, 사실상 그러한 우연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반신이 마비될 정도의 심각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누렸던 생활, 직장 등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란 말이다.
–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바로 도망쳐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일반적인 사고였어도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었을 텐데, 이 모든 것이 계획된 범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를 터트린다.
그리고 그것에 임승훈도 예외는 없었다.
그는 분통을 터트리며 처벌을 통한 정의의 구현을 외쳤다.
프리즘 멤버들에게 더한 짓도 저질렀던 임승훈이 마치 손바닥 뒤집듯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긴 했다. 하지만 임승훈은 지금까지 서유태가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며 기피했던 자기 합리화를 이미 수백, 수천 번씩이나 거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망설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 이건 그냥 교통사고가 아니라 살인미수라고요!
결국 임승훈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수사기관은 계획된 범죄의 가능성 또한 놓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임승훈의 직장과 거주지 근처의 CCTV에서 달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성공했다.
– 그 교사 집안 첫째 아들? 맨날 이상한 짓만 하고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나이가 몇인데 집에 틀어박혀서 자기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잖아. 애가 좀 이상해요. 저번에 소문 돈 이후로 사람들이 처다보면 막 고함지르고 그랬거든.
– 뺑소니요? 어머, 나는 걔가 운전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운전하는 거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돈 없어서 여름 겨울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면서 차는 또 어떻게 구했대. 엄마 아빠 차 여기 멀쩡하게 있는데.
또한 수사 초반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과거 스토킹으로 벌금형이 선고된 적이 있었다는 정보, 달리가 평소에는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고 평소부터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여 달리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 ‘어, 어떡하지?’
달리는 이 당연한 수사 과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임승훈을 치고, 그대로 도주한 채 몸을 숨기고 있으면 곧 본인의 일상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애초에 그저 자신이 보기에 가장 영리해 보였던 서유태가 본인의 계획에 아무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괜찮을 것이다’라고 판단을 해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교통사고 관련 범죄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정말 극히 드문 일이었으며, 달리의 생각과 다르게 서유태는 그의 아군이 아니었으므로 그러한 기대는 무의미했다.
결국 달리는 속속무책으로 수시기관의 수사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큰 압박감을 느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당신 이전부터 임승훈 씨하고 연락하고 있었던 거 다 알고 있다니까? 증거가 다 남아 있는데 왜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하는 거야.”
“…….”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지?”
“…물 좀 주세요. 목이 너무 말라요.”
“진짜 목 마른 거 아니잖아. 또 거짓말이지. 다 안다니까 자꾸 이러네, 이 사람이. 소용없다고 몇 번을 말해. 이러면 우리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어.”
[(MEMO) 피의자 김영기. 만 28세. 남성. 무직.] [ip 우회하지 않은 채 작성한 모든 커뮤니티 게시글 증거 자료 확보 완료. 갈등 관계에 있는 다른 유저들을 향한 살해 협박.] [피해자와 피의자 사이의 연관성 → ???] [최근 6년간 실제 사람과의 교류 전무. 직업 X.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음. 대화가 매끄럽지 않고 말을 왜곡하여 듣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자주 함. 보호자 격으로 존재하는 대상의 인정을 갈구하며 유대감에 과도하게 집착함. 기대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극도로 흥분할 수 있음, 과시적 성향.]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 높음. 정신감정 의뢰 필요.]모든 피의자는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발언을 경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자백이 종종 튀어나오는 이유는, 전문적인 협상 기술을 익힌 전문가들에 의해 벌어지는 수사기관의 조사가 피의자에게 극심한 압박감을 안겨 주기 때문이었다.
설령 심각한 수준의 세뇌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모든 범행을 완벽하게 은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 그러면 저 화장실 좀 가게 해주세요. 이거는 진짜예요!”
“거짓말 안 하고 제대로 얘기하면 금방 끝날 걸 왜 자꾸 이렇게 회피하려 들지. 이러면 수사가 더 길어지기만 할 뿐이야. 우리는 절대 포기 안 할 거거든.”
달리는 본인이 저지른 죄마저 감당할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남탓을 할 만큼 비겁하고, 그릇이 작은 인간이었다.
“으, 으으으, 욱……. 제발요. 저 힘들어요.”
“고작 이런 거 가지고 힘들어하면 어떡해. 피해자는 지금 다리에 감각이 없는데.”
한두 번 정도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있어도 긴 수사 과정 동안 일관되게 하나의 거짓을 주장할 수는 없었고, 그리 영리하지 않아 그 거짓에도 모순이 있었다.
“…내가 잘못한 거 아니야. 다 시켜서 한 거란 말이야.”
그로 인해 점차 커져만 가는 압박을 견디지 못한 채, 달리는 결국 터져 버렸다.
유제이가 서유태의 알리바이 마련에 급급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누가?”
[★제3자 연루 가능성 있음.]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서유태는 모르고 있었을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