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동료 가수들이 말하기를, 서유성의 정말 무서운 점은 폭발적인 음역대를 가지고 있어 매 무대마다 엄청난 고음을 내지르면서도 절대로, 악을 쓰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서유성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꼭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목소리가 악기다’라는 추상적인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 수없이 많은 고비를 넘어
더 높은 정상을 향해 달려
서유성의 노래는 언제나 소름 끼치도록 깨끗했다.
어떤 음을 내든 그 소리가 나는 게 당연한 악기처럼.
‘본인이 낼 수 있는 최고음에서조차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음정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지.’
축복받은 성대, 정확한 음감과 박자감, 올바른 발성,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녀석은 다른 가수들이 어떻게든 서유성 파트의 ‘음’을 소화하더라도, 서유성‘처럼’ 부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극찬을 받기까지 했다.
초반에는 녀석의 타고난 한계 탓에 ‘감정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것마저 오래가지는 못했다.
– [초고음 바로 다음에 무반주 파트 넣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 치사하다고 생각함 서유성 호흡 파르르 무너지는 부분에서 질질 짰다]
– [┗ 서유성: 울어!
나: 엉엉]
– [보컬 테크닉 완벽한 애가 이제는 감정 싣는 것까지 익혀 버리니까 극락임 서유성은 진짜 보컬의 신이다…… 이 새벽에 혼자 벅차오름]
– [서유성이 이렇게 감정 표현을 잘 했던가ㅜ 역시 감정은 나이 먹고 경험이 늘면 해결되는 문제였구나 노래 너무 좋다 원래 엄청 무뚝뚝한 애가 저렇게 하니까 더 크게 와닿는 것도 있는 듯]
나이 먹으면 해결되기는 개뿔.
내가 기억하는 한 서유성은 항상 그 모양이었다. 누가 지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머릿속으로는 언제나 딴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노래 가사는 왜 죄다 헤어지고 궁상떨고 있는 건지 끝까지 이해 못 했단 말이다.
때문에 무능한 프로듀서를 만났다면 서유성은 끝까지 단순히 고음만 잘 지르는 가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거울 봐라. 여기랑 여기에 힘 줘.
– …….
– 이해를 못 하겠으면 외우라고, 안무처럼.
하지만 서유성의 프로듀서가 도대체 누구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서유성의 재능을 그렇게 땅바닥에 버릴 생각이 없었다.
–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숨 한번 파르르 떨어 주고, 응? 재채기할 때처럼 눈물 쥐어짜라고. 너 연기 못하니까 감정 억누르는 것처럼 간간이 고개 숙여서 얼굴도 가려. 마이크 들고 내리는 것도 좀 이렇게 격정적으로 하면 좋고.
어차피 인간의 모든 감정 표현은 대개 근육의 움직임으로 나타나기에 연습을 하면 얼마든지 흉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호흡의 떨림, 붉게 물든 눈가, 찌푸린 눈썹을 적당히 꾸미면 슬픈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최적현이 그렇게 사람들을 속여 먹었지…….’
서유성은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지 읽는 능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그를 활용하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노래만큼은 장르에 따라 표현해야 하는 감정이 명확했고 모든 무대마다 연습할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얼마든지 완성도 있게 감정을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원로 가수들 경연 프로그램 같은 데에 기어 나가서 우승해 오지.’
서유성은 백기량처럼 정확한 음과 박자를 낼 수 있었고, 나기 젠과 같이 무대에서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깡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화영을 능가하는 무대 장악력과 도유다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음역대를 타고났다.
놈에게는 약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인성 빼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재능의 덩어리들만 한가득 모인 프리즘의 멤버들에게 압박감을 안겨 줄 수 있는 존재라 하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괴물이 완전히 점령했던 노래를, 다른 가수가 아무리 열심히 커버한다 한들 대중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보통 커버 무대는 원곡과 완전히 색다른 느낌으로 접근해서 최대한 덜 비교당하게 만드는 전략을 취하지만…….’
고연차 아이돌이 그 연차만큼 많은 무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리즘은 이젠 기억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많은 콘서트와 연말 무대를 거치며 매번 새롭게 편곡된 [지배>를 선보였는데 다른 느낌을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헉, 이것도 이미 프리즘이 했던 거구나’, ‘아이쿵, 또 비교당하겠네.’ 하고 뒤통수 얻어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 와중에 프리즘 멤버들은 무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지배>에 익숙해져서 계속 실력이 늘었잖아.’
서유성의 파트가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나머지 멤버들의 파트는 쉬운가, 묻는다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프리즘 멤버들에게 [지배>를 처음 들려줬을 때 멤버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 …형 지금 금연 중이에요? 아니면 스트레스가 쌓였다든가…….
가장 먼저 차운은 내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
내가 뒤지게 짜증이 나서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그 곡을 쓴 거라고 여기는 듯했다.
– 아니.
– 그러면 우리한테 서운한 거라도 있어?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서유성 때문에 뒤지게 짜증이 난 상태였고 [지배>는 그 분노를 담아 어디 한번 고생 좀 해 보라고 쓴 게 맞았다. 나버지 멤버들은 그냥 불똥이 튀어 얻어맞은 것뿐이고.
– …이건 이 주일은 필요하겠네.
이치세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노래를 조용히 듣더니 곧바로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주일 조금 덜 되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약간 살이 빠진 상태로 나타나서는 내게 작업물을 들려주었다.
– 한번 들어 볼래?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짜 올게.
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그 랩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내가 뭐 하나 고르기는 제대로 골랐구나 싶었다.
– 내 파트에 3옥 도가 연달아 있는 것 같은데 이거 착각인가? 나 보컬 멤버 아닌데.
– …어쩔 수 없었어, 그 앞에는 조인찬 파트고 뒤에는 보컬 멤버들 샤우팅 애드립 있어서.
– 아, 샤우팅 계획이 또 있으셔? 나는 또 악보 보고 최고음이 3옥 레인 줄 알았잖아. 나는 그나마 살려 준 거니까 그냥 감사하라고. 응, 알았어.
남이훤은 포기가 빨랐다.
그놈의 입을 쓸데없이 많이 놀려서 문제긴 했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내긴 했다.
‘그때 다른 가수 뮤비 출연해 주느라 연습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그렇게 매번 소리 소문 없이 해내는 거 보면 그놈도 참 대단하단 말이지.’
– 형이 제일 동선 이동이 많네. 우리 편하게 해 주려고 일부러 이렇게 짠 건가…….
– 노래 좋다, 형. 형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우리 이 노래로 무대 하면 엄청 멋있겠지?
조인찬은 처음에는 조금 난처한 듯 웃었지만, 이내 노래와 안무가 마음에 들었는지 상기된 얼굴로 연습에 전념했다.
– 어쨌든 해야 하는 거잖아. 노래는 기가 막히게 좋은데 우리가 못 하겠다고 버릴 수는 없으니까.
– …형 연습 영상 줘. 댄스 브레이크가 어려워서 하루라도 빨리 카피해야 해. 걸림돌 되기 싫어.
그때 유제이는 아주 예민해졌던 것 같다. 아득바득 이를 악물고 내 뒤를 쫓아오기 위해 잠까지 줄여 가며 내 영상을 돌려봤던가.
‘그놈도 돌이켜 보면 참 독하단 말이야.’
그렇게 [지배>는 프리즘의 역대 활동곡 중에서 가장 긴 준비 기간을 거쳤다.
곡이나 뮤비의 완성 자체는 다른 활동곡보다 훨씬 빨랐는데, 준비가 오래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멤버들이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뜩이나 엄청 잘하는 놈들이 죽어라 노력했는데 후배들이 그걸 어떻게 따라잡냐고.’
그 노력에 보답하듯, [지배>는 역대 최고의 히트를 쳤고 그렇게 [지배>는 프리즘과 세라에게 자부심과 같은 곡이 되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활동기가 끝나고도 우리는 계속해서 최고 히트곡인 [지배> 무대를 할 수밖에 없었고, 무대를 거듭할 때마다 멤버들의 실력은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 노래 덕분에 멤버들 실력이 엄청 늘었지.’
[이 맛 못 잊어서 돌아온다] [와 ㅋㅋㅋㅋ 역시 원곡자는 못 따라잡는구나 커버 무대 보다가 오리지널 보니까 격이 다르다] [┗ 프리즘은레전드다프리즘은레전드다프리즘은레전드다] [프리즘이 이미 다양한 맛으로 다 말아줬는데 커버 무대를 뭐하러 보나여 아 그냥 입덕하고 주는대로 받아먹으면 된다고 ㅋㅋ] [솔직히 다른 그룹이 잘 커버해도 다 저주받은 지배로 보임 프리즘 무대를 봐 버려서 이제 다른 거로는 만족이 안 되는데 어떡하죠] [┗ ㅁㅈ 저번에 되게 잘한 그룹도 비교당하면서 조롱받더라 프리즘처럼 못할거면 안햇으면 좋겟고 어차피 다 못할 테니까 걍 하지 마] [┗ ㄹㅇ 이제 지배 커버는 프리즘을 향한 리스펙 표현 or 본인들 실력을 향한 과신 이거 둘중의 하나로밖에 안 보임]곡의 주인들이 정점을 찍어 버린 와중, 후발 주자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결국 여러 그룹의 처참한 실패로 대중들은 지배에 ‘아이돌 처형곡’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누가 커버한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히죽거리며 ‘어디 얼마나 못하는지 보자’ 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걸 뽀짝뽀짝 병아리들을 데려다 놓고 강제로 커버하게 만든다고?
‘이번 경연, 아주 개판이겠군.’
이건 프로그램이 너무 잘돼서 쓸데없이 흥분한 제작진들이 선을 넘은 것이었다.
아예 수습이 안 되는 짓을 저질러 주셨다.
‘그래 놓고 자기들끼리는 눈치없이 우리 좀 쩌는 것 같다고 좋아하고 있었나.’
나는 충격에 빠진 출연진들의 반응에 흡족하게 미소 짓고 있는 제작진들의 얼굴을 보며 깊게 한숨 쉬었다.
“하아…….”
나는 판테이온 멤버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부심 또한 있었기 때문에 웬만해선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편이었다. 그게 멤버들의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을 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도 했고.
‘답이 없네, 그냥.’
그런데 그런 내가 안 된다고 하면, 그건 그냥 안 되는 것이었다.
봐라, 이번만큼은 그 이화영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
프리즘 멤버들은 어차피 남 일이니 그냥 실실 웃고 있었겠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어떻게든 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지배> 커버 무대를 해야 한단 말이다.
이번 경연은 우리의 실력을 선보일 기회가 아니라, 어떻게든 넘어야 하는 고비에 가까웠다.
뒤지기 조롱당하기 싫으면 이 위기를 제대로 버텨 내야 했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눈동자를 굴리자 다른 출연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
‘프리즘과 비교당하는 게 문제라면, 다른 비교 대상을 만들면 되잖아.’
아, 널려 있었다.
프리즘 대신 처발려 줄 희생양들이.
왜, 간혹 있지 않은가. 뒤지게 못하는 애들 사이에 그럭저럭 잘하는 애가 있으면 ‘쟤만 살아남았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판테이온은 그 ‘쟤’가 될 예정이었다.
프리즘을 뛰어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적어도 압도적인 차이로 나머지 그룹을 이기긴 해야겠다.
내 새끼들 어디 가서 지고 살지 말라고 만든 노래인데… 이 노래로 져?
그것도 다른 그룹 새끼들한테?
‘XX, 그건 안 되지.’
“흐, 하하, 하하하!”
고개를 푹 숙인 채 비식비식 웃음을 흘리자 도유다가 불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형, [레전드 싱어>는 우리한테 맡긴다고 하시지 않았…….”
“일어나.”
“므에?”
쫑알거리는 말을 칼같이 차단하고 살벌한 표정을 짓자 도유다가 말하는 감자 같은 얼굴을 하곤 나를 올려봤다. 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바보 개의 정수리를 잡아 무 뽑듯 위로 끄집어 올리곤 씹어먹을 것처럼 겁에 질린 멤버들을 응시했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낙오되는 놈은 연습실 창문으로 던져 버릴 거야.”
“…….”
“우리는 [지배>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그룹이 될 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