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겨우 이 정도냐. 실망했다.”
“…크윽!”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며 나를 올려보는 병아리가 다섯, 나름 자존심은 있어서 무릎에 손을 짚고 이를 악물며 버티는 병아리가 하나. 그리고 정수리로 떨어지는 연습실의 조명에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 그들을 경멸에 가득찬 눈빛으로 내려보는 나.
‘두둥!’ 같은 효과음이 날 것 같은 광경이었다.
“5초 준다. 일어나.”
물론 이곳은 흙먼지가 날리는 전쟁터의 한복판도, 무예를 겨루는 결투장의 위도 아닌, 거울 하나 놓인 연습실의 안이었다. 내 얼굴을 응시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멤버들 가운데, 도유다가 총대를 멨다.
“…형, 진짜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우리 지금까지 계속 연습했잖아요!”
“5, 1.”
“으아아악!”
“나 일어났어. …일어났어!”
차라리 다 같이 파업이라도 하면 연습이 중단될 수밖에 없을 텐데, 이 순한 놈들은 또 숫자를 세니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렸을 때부터 심어진 습관을 이기지 못한 건가?
아니, 그냥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일도 모르겠다.
작당 모의해서 반항하기라도 하면 내가 다 산 채로 묻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5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2초. 이것 사기 행위입니다. 고소하겠습니다.”
“연습도 아까 분명 스무 번 더 하자고 했는데 그 스무 번이 도대체 몇 번 반복됐는지 모르겠어요!”
“연습실에서는 내가 법이다.”
“딱히 연습실이 아니어도 맨날 그러지 않나…….”
숫자는 항상 그렇게 셌는데 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걸 지적하나 싶었다.
연습도 스무 번‘만’ 하겠다고 한 적 없었다. 스무 번 하고, 또 스무 번 하고……. 그래, 이것은 근육 운동의 세트와도 같은 개념이라고 봐야 했다.
“나보다 한참 체력 좋은 놈들이 벌써부터 힘들다고 우는 소리 하는 게 말이 되나?”
“으으, 으으으.”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래, 정신력이…….”
끓어오르는 전의를 미처 억누르지 못해 조금 있으면 머리카락이 초사X어인처럼 빳빳하게 위로 설 것 같았다. 멤버들이 눈물을 질질 흘리든 말든, 연습실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든 말든 상관없었다. 나는 간다. 물론 저놈들 질질 끌면서 말이다.
‘내가… 참 오래 참았다.’
마지막 경연을 위한 연습 시간이 주어지고, 우리는 [지배>를 위한 연습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 탄단지 지켜서 먹어라. 편식하다가 연습할 때 힘 안 난다고 하는 놈이 나오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까.
–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캡사이신 들어간 컵라면 처먹고 배탈 나는 정신 나간 머저리가 우리 그룹에 있는 건 아니겠지. 차운 선배님이 키우는 햄스터도 땅콩만 한 뇌로 그 정도 분간은 할 수 있다지. 정녕 그렇게까지 매운 맛을 원한다면 내가 인생의 매운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마.
– 차운 선배님이 햄스터 키우는 건 또 어떻게 아는 거예요! 게다가 햄스터는 캡사이신 먹으면 죽으니까 안 먹는 거잖아요!
– 죽여 주랴?
식사를 하고 격하게 움직이면 배가 아프니 보컬 연습에 전념하고, 소화가 어느 정도 되면 죽어라 춤 연습을 한다. 그리고 또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은 타이밍에 노래 연습을 시작하고, 성대에 무리가 갈 것 같은 타이밍에는 다시 댄스 연습을 시작한다.
– 형, 토 나와요.
– 삼켜.
그 둘 모두가 한계에 달해 버리면 프리즘의 무대를 느린 배속으로 재생하여 판테이온 멤버들 연습 영상과 비교 분석을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족집게 강의였다.
– 자, 프리즘 선배님들은 다들 피지컬이 좋으니까 작은 동작을 해도 크게 보이지. 반면에 이단비. 네 이 아기 치와와 같은 몸을 봐라.
– 단비 너무 많이 커서 이제는 승범이보다 몸이 다부지잖아…….
– 이 앙증맞은 팔다리로 그나마 비슷한 느낌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프리즘 선배님들보다 훨씬 더 크게, 세게 힘을 줘서 해야겠지.
– 네, 형.
–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보완한다고 해도 치와와로 범의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려워. 그래서 우리는 프리즘 선배님들처럼 모든 안무를 다 같이 소화하지 않고 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안무 구성이나 대형을 바꾼 거야, 센터에 댄싱 외의 요소로 임팩트를 채워 줄 수 있도록. 이해했어?
– 이해했어요. 그래서 강원 형 파트만 유독 변한 게 없었던 거네요. 피지컬이 비슷한 강원 형 파트에서 최대한 오리지널의 느낌을 챙기려고요.
– 맞아. 왜 이렇게 연출한 건지 제대로 이해하고 하는 것과 모르는 상태로 하는 건 차이가 크니까 앞으로 연습할 때마다 잊지 않도록 노력해.
– 글렀어요. 지적받아야 하는 사람과 지적해야 하는 사람 둘 다 우리 얘기를 아예 안 듣고 있는 것 같아요.
자투리 시간에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 마사지까지 빠트리지 않도록 챙겨 부상을 예방하는 등 한치의 낭비 없이 짜여진 계획 아래 멤버들은 24시간 밀착 케어를 받게 되었다.
자율적인 성장?
이미 1차 경연과 2차 경연에서 충분히 할 시간 줬다.
아기들 소꿉놀이에는 플라스틱 칼을 사용하지만, 전쟁에 나갈 때는 바주카포를 들어야 하는 것처럼, 지금은 단지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 쟤네 무슨 일 있어? 한승범 빼고…….
– 왜 저렇게 꼬질꼬질하지? 한승범 빼고…….
그렇게 매일같이 새하얗게 털린 채 터덜터덜 돌아다니는 판테이온은 출연진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었다.
그에 따라 정말 당연하게도 제작진들은 판테이온에게 중점을 두어 중간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한승범 씨가 혹독한 연습을 시킨다고 들었는데, 어떠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나기 젠은 이렇게 대답했다.
– 광기. 리다 지금 제정신 아닙니다.
–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는 안 해 봤어요?
– 제정신 아니라고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멈출 수가 없었다.
버스… 라기보다는 폭주 기관차에 가깝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 승범아, 만약에 우리가 운이 안 좋아서 1등 못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 …1등을 못 해?
– 만약에, 승범아! 만약에! 우리도 사람이라 예상 못 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잖아. 누구 하나가 갑자기 아프다든가…….
내 살벌한 눈빛에 두툼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우강원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부가 설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 필사적인 몸짓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골똘히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 그렇지. 가끔은 질 수도 있지, 사람인데.
– …….
– 그러면 사람을 포기해.
– 응?
– 그냥 ‘나는 연습하는 기계다.’ 생각하란 말이야. 다 사람처럼 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잖아.
‘이 정도로는 부족해.’
프리즘 멤버들은 딱히 [지배>를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이 정도의 연습량을 소화했다. 게다가 조인찬은 항상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썼고, 유제이는 그 연습을 모두 소화하고도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내 영상을 분석하다가 연습실 바닥에서 잠들었다.
‘그놈들이 몸이 좋고 체력이 괴물 같이 좋으니까 가능한 일이었긴 했지만…….’
이미 격차가 한참 벌어져 있는데 연습량조차 크게 차이가 나면 그놈들의 발끝도 못 따라가게 될 것이다.
“헉헉, 다른 연습실은 다 불 꺼져 있네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저쪽 집은 저쪽 집, 우리 집은 우리 집이야. 너 발끝 디테일 점점 뭉개진다.”
“…형, 우리 엄마 같네여.”
나는 다리를 달달 떨며 자포자기에 가까운 말을 중얼거리는 도유다를 두고, 옆 연습실을 흘끗 확인했다.
“…….”
도유다의 말대로, 다른 연습실은 레이즈의 연습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깜깜했다. 다들 벌써 연습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레이즈를 제외하곤 이미 글렀군. 의욕이 완전히 꺾여 버렸어.’
어려운 과제를 받았다면 응당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이번 마지막 경연에서 출연진들은 1차, 2차 경연보다 이번 3차 경연에서 더 적게 연습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포기한 것이다.
‘체르니 30 치고 있는 애들한테 갑자기 리스트 치라고 하면 당연히 얼타지.’
다른 그룹에는 3옥타브의 고음을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는 멤버나 복잡한 동작을 빠르게 카피하여 알려줄 수 있는 멤버가 거의 없었다. 가뜩이나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데 아예 기본부터가 안 되니 상당히 막막했을 것이다.
결과가 전혀 나오질 않으면 의욕이 꺾이는 것도 당연했고.
‘지금쯤 경연에서 빠질 핑계를 열심히 찾고 있을지도 몰라.’
원래 사람은 몰아넣으면 어떻게든 기지를 발휘하여 끝내주는 결과를 내놓긴 하지만, 일정 선을 넘어 버리면 그냥 과부화가 오고 마는 법이다.
다행히 우리는 보컬 멤버가 프리즘보다 많았기 때문에 여러 명이서 나눠 부르면 어찌저찌 서유성의 파트를 소화할 수 있었다. 도유다와 백기량은 이미 Survive IDOL에서 [지배>를 불러 본 경험이 있어서 다른 그룹에 비하면 아주 유리한 상태였고 말이다.
‘그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긴 하지만, 적어도 기본은 충분히 되는 상태라고 봐야지.’
몇몇 출연진은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던 것 같았다.
– 판테이온에는 이거로 이미 무대 해 본 멤버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메인 보컬 파트.
– 아, 부럽다. 그럼 아예 우리랑 출발점이 애초에 달랐던 거네.
꼬운가?
꼬우면 평소부터 다양한 노래를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흐헤헥, 그래도 다른 사람들 쉴 때 열심히 하니까 뭔가 이기는 느낌 들어서 좋아요. 우리 이러다가 마지막 경연 압살하는 거 아니에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이 상태로는 레이즈를 압도적인 격차로 이길 수 없다.
‘레이즈는 고점이 높은 대신 저점이 낮은 판테이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점은 낮지만 저점이 높아. 저번에 차운한테 지적받은 그 멤버를 제외하면 다들 실력은 좋은 편이니까. 공성화는 프리즘 무대를 거의 중독 수준으로 많이 본 놈이니라 연출도 괜찮을 거고.’
레이즈에서 유일하게 실력이 안 좋았던 그 멤버가 발목 부상 핑계로 마지막 경연에서 빠졌기 때문에 저점은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아마 지금까지 Survive IDOL에서 도유다 팀이 했던 무대를 포함해서 역대 커버 무대 중에서 가장 나은 무대를 만들어 오겠지.
‘레이즈는 모든 멤버들이 댄스 기본기가 아주 좋으니까…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와닿는 퍼포먼스를 무시할 수는 없지.’
퀄리티가 확 낮아지는 영역은 두 그룹 모두에게 다 있었다.
레이즈는 서유성의 음역을 커버할 보컬 멤버가 없기 때문에 키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키를 낮춰도 고음 부분이 상당히 높으니 현장 반응은 좋겠지만, 판테이온이 원키로 무대를 준비한 탓에 꼼수가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원곡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할 거고.
‘음 이탈이 나오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다 알고도 그런 결정을 내린 거겠지.’
반면에 판테이온은 개개인의 안무 퀄리티가 떨어지는 걸 구성으로 교묘하게 숨겨 뒀다.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는 퀄리티가 좋은 무대처럼 보였지만 멤버 개개인의 동작을 뜯어보면 레이즈와 비교가 되었다.
‘2차 경연 결과에서 포지션별 순위를 봤을 때부터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렇게 됐네.’
두 그룹은 상대의 강점을 약점으로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약점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그 외에도 랩이 문제긴 했지만, 그건 두 그룹 모두 똑같이 어려워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차이가 생기지는 않을 터였다.
“후…….”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빨간 헝겊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중앙을 오가고 있었다.
이제 승패를 가르는 것은 ‘남은 시간을 얼마나 현명하게 잘 보내는가’와 그 외 몇 가지 변수였다.
“…연습하자, 죽기 직전까지.”
그렇게 마지막 경연일은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