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활동 기간이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나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유다와 시선을 맞추다가, 다른 멤버들의 얼굴을 모두 돌아본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판테이온은 활동 종료인 거지.”
그래,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미래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 했던 그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했다.
“…너무 아쉬워요.”
그러자 도유다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나는 그런 녀석의 턱 아래를 손가락 등으로 툭툭 건드리곤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처음 프로그램 출연 결심했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거잖아.”
앞으로 이 몸에 얼마나 더 머무를 수 있을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따라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그룹 활동을 무책임하게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멤버 하나가 빠지는 게 그룹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미 프리즘을 통해 겪어 보며 통감하지 않았던가.
나는 결국 판테이온에도, 프리즘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미안하다.”
묵묵히 사과의 말을 뱉자 멤버들은 ‘안 된다’는 대답을 들은 것보다 더욱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만 했다. 그 얼굴들을 보고 있으니 납덩이를 얹은 것처럼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기만 했다.
“내가 없더라도 나머지 멤버들이 함께 모여서 활동을 하는 건 너희의 자유야. 하지만…….”
나는 다른 가능성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지만, 이내 제대로 끝맺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그룹들이 ‘우리 언젠간 다시 만나자.’라고 말해도 결국에는 대부분 재결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멤버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몇 년이 흘러서야 겨우 스페셜 무대 하나 꾸미면 아주 많이 노력한 거라고 봐야겠지.’
단순히 실력이 좋다고 해서 모든 연습생들이 데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콘셉트와 어울리며 서로의 단점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전체적인 그림에 적합하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멤버들이 선정되어 하나의 그룹이 탄생한다.
프리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일반적인 회사에서 제대로 계획돼서 만들어진 그룹이었다면 이단비와 우강원처럼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멤버가 함께 선택되는 일은 없었을 거야.’
성향, 실력 수준, 음색의 조화부터 시작하여 하다하다 체격 차이까지 고려하여 멤버를 선별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인기투표 결과로 멤버가 정해지는 서바이벌 그룹은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판테이온에서 일부 멤버들이 지나치게 튀거나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이 일곱 명을 데리고 판테이온이라는 주어진 틀 안에서 녀석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물을 도출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멤버 개개인의 최대치인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이 있었다.
“판테이온을 나가야 더 성공할 수 있는 멤버들도 분명 있어.”
우강원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외견과 신체 능력, 낮은 목소리 덕에 벌써부터 여러 디렉터의 눈에 든 것 같았고, 백기량은 퍼포먼스 위주의 곡보다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발라드에 재능이 있었다.
‘아마 [레전드 싱어>의 2차 경연에서 도유다에게 밀려나고, 본인도 그 사실을 눈치챘겠지.’
또 이화영은 다른 멤버들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혼자 튀는 면이 있어 그룹보다는 솔로 가수로 대성할 놈이었다. 젠과 도유다는 매일 록 장르의 앨범을 함께 들었으며 해가 뜰 때까지 악기 연습을 하곤 했다. 이단비는 워낙 담대한 아이라 무엇이든 잘하겠지만, 특히나 예능에 특출날 것 같았다. 아직 어리니 언제 어떻게 하고 싶은 게 달라질지도 몰랐고.
“각자 하고 싶은 것도 다르잖아.”
판테이온은 멤버마다 가진 재능이 너무 달랐다.
벌써부터 현실의 한계가 이렇게 즐비한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계약과 관련된 문제는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은 상태 아닌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필사적으로 버텨 온 대형 소속사로 돌아가야 하는 멤버도 있었고, 판테이온의 짧은 활동 기간만을 염두에 두고 나고 자란 나라와 피가 이어진 가족들을 떠나 한국에 온 멤버도 있었으며,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거액의 계약금이 필요한 멤버도 있었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 그룹들이 이런 식으로 끝나. 딱히 그 사람들이 우리에 비해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게 아니야. 그냥 이게 현실일 뿐이지.”
지금 멤버들의 망설임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지극히 당연한 희망이자 구체적인 수단 하나 없는, 망연한 어리광일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둥지 밖으로 나가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지만, 애당초 삶은 이별과 만남의 연속이며 때로는 슬픔과 아쉬움을 극복하고 날아가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저 아이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 이화영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나는 더 넓은 세계로 갈 거야.”
멤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이화영은 고요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늘의 색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새파란 눈동자는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선명한 꿈이 새어 나와 여전히 찬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당신이 이 그룹에 남아 있든 말든 상관없어.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는 바로 한국을 떠나서 지금까지 당신에게 배운 걸 바탕으로 내 꿈을 펼칠 거야. 당신이 도달한 곳보다 더 높이 갈 수 있도록.”
“한, 한국을 떠난다고요? 이렇게 갑자기요?”
갑작스러운 이화영의 폭탄 발언에 멤버들은 당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이화영은 그 반응을 모두 보고도 목석같은 얼굴로 눈을 한번 깜빡일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거지.”
그 말에 도저히 ‘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할 수 없었는지 도유다는 벌어진 입을 우물거리기만 했다. 이화영은 녀석에게 잠깐 시선을 주더니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집안이나 어머니 덕분에 이미 데뷔하기 전부터 세계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어. 내가 앞으로 얻을 모든 성과들이 온전히 내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것까지 껴안고 계속 나아갈 거야.”
“…….”
“익숙한 환경에 머무르면 안락하고 편하겠지.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야.”
아마 이화영은 멤버들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마음을 먹으면 꼭 해야 하는 놈이었고,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나나, 카밀라 정도였지만… 그 두 사람 모두 이화영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녀석의 꿈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중,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단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기량 형, 뮤지컬 제안 들어온 거 말 안 할 거예요? 강원 형도 영화 배역 제안 들어 왔잖아요. 계속 숨기고 있을 수는 없어요, 형들. 각자 인생이 걸린 일인만큼 최대한 솔직하게 털어놓아야죠.”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았냐며 아연실색하여 놀란 두 연장자가 입을 떡 벌리자 이단비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곤 ‘매니저 형이 통화하는 거 우연히 엿들었어요.’ 하고 대꾸했다. 그리고 쭉 한숨을 내쉬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도 판테이온 활동을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역시 마음처럼은 안 되네요. 그래도 가끔은 형들이랑 같이 무대 하고 싶었는데…….”
타앙!
아쉬움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젠이 손바닥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그리고 대뜸 부딪친 손을 말아쥐며 내 앞에 들이밀곤 이런 말을 뱉었다.
“책임지십시오, 리다.”
애들이 열심히 상의하는 동안 혼자 냉장고 근처에서 계속 바스락거리더니 기어코 이상한 걸 또 주워 먹은 듯했다. 빨갛게 변한 피부와 폴폴 풍기는 술 냄새에 어이가 없어 미간 사이를 찌푸리자 젠은 개의치 않고 주먹을 박자에 맞춰 흔들며 앙코르를 외치는 것처럼 웅얼거렸다.
“책임져. 책임져. 책임져. 책임져.”
“…뭘?”
녀석은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이화영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리고 이화영의 무릎 위에 발랑 엎어져 푸우우 술 냄새가 나는 숨을 뱉었다. 불쾌함과 귀여움이 각각 80%와 20% 정도로 느껴지는 기묘한 표정을 지은 젠은 이화영을 진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의도적으로 내리깐 목소리로 속삭였다.
“Beautiful, rich, man.”
찡긋 윙크를 하며 한다는 말이 고작 이화영 소개였다.
‘할 줄 아는 영어가 그거밖에 없는 거냐.’
너무 뛰어나서 나만 알고 싶은 어휘력이었다.
제발, 정신을 좀 차려라.
지금 이화영 표정이 어떤지는 알고 있는 거냐. 너 죽이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원래 이상한 애라 술에 취해서 저러는 건지, 원래 저런 건지 모르겠다.’
“미스터 리, 돈 많으니까 회사 세워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YT 패밀리 되는 겁니다.”
“싫어.”
‘이화영이 세우는 회사인데 왜 YT야.’
방금 이화영이 칼같이 싫다고 대답한 건 들리지도 않았는지 잔뜩 흥분한 도유다가 나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헉, 우리 같은 그룹은 못 돼도 같은 소속사면 가끔 무대 같이할 수 있잖아요! 바보가 간만에 머리 썼다. 우리도 가끔 돌아와서 쉴 곳 정도는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 말에 다른 멤버들까지 얼굴을 화색으로 물들이는 것을 본 나는 다급히 그를 막아섰다.
“이상한 바람 넣지 마. 이화영 같은 놈은 경영 못 해.”
“그러면 형이 하면 되죠!”
“…나도 마찬가지야. 말했지, 나는 이 일 외에 할 줄 아는 거 없다고. 이놈들이 회사를 물로 보고 있어!”
“아앙, 대신 해 줄 사람 없어요? 버스 태워 준다고 꼬셔요. 아, 싸다 싸. 연예계 1티어 판테이온과 프리즘을 한 번에 데려갈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누굴 믿고 맡겨. 뒤통수 맞는 거 이제 지긋지긋하거든.”
“형… 살면서 믿을 수 있는 친구 하나도 안 만들고 살았어요?”
“이 세상의 모든 사기가 그런 방식으로 시작된다. 교훈 하나 얻어 가서 다행이네.”
“아아, 불쌍한 우리 형… 친구가 진짜 없구나…….”
“…친구는 있거든.”
“그분 돈 없어요?”
“…….”
아니, 돈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다.
“일을 못해요?”
아니, 잘한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소름 끼친다.
내 침묵을 보며 희망을 얻었는지 도유다는 급기야 내 바지를 붙잡고 매달리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엉어어어어, 저 돈 잘 벌 수 있어요. 그분한테 저 개처럼 일한다고 해 주세요. 한 번마안, 응? 한 번마안!”
“놔! 바지, 바지 내려가!”
.
.
.
그 뒤로 숙소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거친 두 바보와 불안한 벨트와, 그걸 지켜보는 이화영의 경멸 섞인 시선.
이번만큼은 바보들을 막아 주지 않는 연장자들과 막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모든 일을 조용히 보고하듯 말하자 핸드폰 스피커 너머로 최적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이미 내가 할 말을 예상하고 있는 듯, 웃음기를 머금고 사근사근 대꾸하는 투가 상당히 열받았다.
“애들이 하도 울어 재껴서……. 마침 프리즘 애들도 이제 RH에서 나와야 하고…….”
[응, 나와야 해서?]말끝을 늘이며 내 말을 따라하는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홧홧했다. 꼭 입 벌리고 있는 짐승의 입에 제 발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결코 갑이 될 수는 없었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결국 바짝 마른 입을 가까스로 뗐다.
“…그, 연예계로 사업 확장할 생각 없냐.”
[…….]“크, 크게 벌게 해, 해 줄게.”
망할,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는 부탁하는 걸 뒤지게 못한다.
내가 살면서 남에게 부탁을 몇 번이나 해 봤다고 잘하겠는가.
[하하하하!]나는 스피커를 타고 들어오는 경쾌한 웃음 소리를 들으며 혀를 깨물었다.
원래 잘 웃는 놈이긴 한데 저렇게까지 꺄르륵 웃을 건 또 뭔가.
‘…그냥 나를 죽여라!’
소리 따윈 내지 않았는데, 내 반응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최적현은 또다시 쿡쿡 웃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하죠, 서 이사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