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야, 너희 한승범이랑 뭐 있냐?”
“…….”
“아니, 그렇잖아. 죄다 친화력 말아먹어서 지들끼리만 모여 다니던 놈들이 갑자기 본인들 파티에 새카맣게 어린 후배를 부르질 않나,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하질 않나. 이번에 [레전드 싱어> 기획할 때는 제작진들한테 판테이온 섭외하라고 했다면서?”
프리즘 멤버들이 ‘한승범’과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확신하고 있는 듯한 말에 조인찬은 마른침을 삼켰다.
‘매니저들이 보고한 건가?’
촬영 중간중간에는 매니저에게 핸드폰을 맡기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때 ‘한승범’에게서 연락이 오는 것을 매니저가 목격한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들켰다면 더 이상 부정할 방법은 없었다.
“…그냥 치세 형 통해서 요즘 조금 친분이 생긴 것뿐이야. 방송은 그냥 지금 현역에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애들 추천한 거였고. 레이즈도 똑같이 추천했으니까 이상한 억측 하지 마.”
조인찬은 어떻게든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애써 적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강혁우는 입꼬리를 삐딱하게 들어 올린 채 그런 조인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부정하기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초조하지는 않았을 텐데. 표정근의 미세한 떨림과 눈동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도 강혁우에게 단서를 안겨 주는 듯하여 온몸이 경직되었다.
이제는 강혁우가 눈앞에 있다는 압박감보다 서유태의 정체를 들킬 수도 있다는 초조함이 더욱 커져 조인찬의 머릿속이 하얗게 번질 즈음, 강혁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이치세. 내가 그놈 겉으로는 실실 웃고 다녀도 속은 딴판인 거 뻔히 아는데, 도대체 왜 갑자기 본인 작업에 후배를 끼운 거야. 온갖 거물 작곡가들 붙여 줘도 서유태 외에는 다 마음에 안 든다고 까던 놈이. 한승범이 그렇게 마음에 든대? 서유태만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그때 당신 때문에 멤버들 옆에 가지도 못했는데.”
“아아, 맞아, 맞아. 그랬지. 어딜 가든 다 보고하고 허락받으라고 했으니까. 그때도 네가 알려 줘서 한승범이 그 파티에 있다는 걸 알았던가.”
그 말에 조인찬은 덜컥 숨을 멈췄다. 본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서유태가 큰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상기된 탓이었다.
서유태와 프리즘 멤버들은 조인찬이 그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지금껏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무너트린 강혁우는 마치 남의 일을 떠들 듯, 아무 죄책감 없이 그날의 일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 스토커 새끼랑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는 확실히 제대로 쳤다고 우기던데… 정작 한승범은 상처 하나 안 남아 있으니까 그걸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나랑 관계도 틀어진 마당에 한승범을 치려고 했다는 자백이 왜 아직도 안 나온 건지도 모르겠고…….”
“…….”
“내가 그 새끼한테 준 차에 크게 찌그러진 자국이 지금 두 개 남아 있거든. 하나는 임승훈 치고 남은 흔적인데 나머지 하나가 도대체 뭐였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뭐 사물 들이박은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나 동물 들이받았다기에는 그 근방에 신고된 게 아예 없어. 경찰들도 그게 도대체 뭔지 계속 수사는 하고 있는데도 도통 짐작이 안 간다고 하더라. 운전한 장본인한테 아무리 물어봐도 ‘나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던데.”
그리고 마지막에는 천역덕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
“너 그날 뭐 본 거 없냐? 너도 거기까지 가긴 갔다면서, 핏자국 같은 거 못 봤어?”
조인찬은 그 말을 듣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듯 얼굴을 마구잡이로 움켜쥔 채 중얼거렸다.
“…당신, 제정신 아니야. 사람을 죽일 뻔했으면서… 고작 신경 쓰이는 게 그거라고?”
“당연히 신경 쓰이지. 누구 하나 손댔다가 제대로 못 끝내면 나한테 돌아오거든. 봐, 지금도 한승범이랑 엮일 때마다 일이 이상하게 어그러지는 거.”
“…그러면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됐잖아. 괴롭히지 말고 그냥 두면 그런 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멀쩡하게 살 수 있었잖아!”
급기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소리치기까지 하자 강혁우는 픽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서 조인찬의 발을 구두 굽으로 지르밟으며 속삭였다.
“야, 진정해. 어차피 너한테 한승범은 그냥 남 아니야? 그놈이 어떻게 되든 말든 너랑은 상관없잖아. 왜 그렇게 흥분해.”
그 말에 조인찬은 계속 떨리던 손을 꽉 말아 쥔 후, 숙인 고개를 천천히 들고 제 아래에 있는 강혁우를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내려보며 조용히 말했다.
“원래 정상적인 사람들은 다 그렇게 남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이익을 탐하지 않거든. 누군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같이 분노를 터트리기도 하고. 당신같이 무능해서 다른 사람 등골이나 빼먹어야 그럭저럭 잘살 수 있는 놈들은 영원히 이해 못하겠지만.”
“…뭐?”
“그런데 당신이 말했듯, 원래 본인이 저지른 짓은 언젠가 돌아오는 법이잖아. 그걸 알면서도 자기 팔자 꼬고 있는 게 멍청해 보여서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자존심 상해?”
“…….”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나니까 불안하지? 어떻게든 수습하려면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마음대로 쥐고 흔들어야겠는데, 다른 프리즘 멤버들이 옆에 있으면 상대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굳이 굳이 멤버들 없는 시간 뒤져서 찾아온 거잖아, 겁나서.”
아무리 프리즘의 안에서는 가장 유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프리즘은 프리즘.
조인찬은 서유태가 거론되자마자 곧바로 태도를 달리하며 강혁우의 속을 죄 긁어 놓는 소리를 뱉었다. 지금 당장 자신보다는 ‘한승범’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강혁우의 시선을 돌려 놓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거 어떡해. 당신, 그 영상 없이는 나 하나도 제대로 감당 못하잖아.”
“이 새끼가 미쳤나…….”
지금까지 자신에게 반항 한번 못 했던 조인찬이 매서운 말을 뱉자 순간 눈이 돈 강혁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파앗!
그에 조인찬이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움츠린 찰나의 순간, 강혁우의 자켓 주머니 안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그러자 뺨을 후려치려던 팔이 우뚝 허공 위에 멈췄다. 그리고 강혁우는 인상을 팍 찡그리곤 그 팔을 그대로 내려 주머니를 뒤졌다. 곧이어 화면을 확인한 그는 신경질적으로 한숨을 푹 내쉬곤,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쳤다.
“급한 일 있는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
그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부하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뭐야, 무슨 일이야.”
[임승훈이 달리와 나눈 대화 내역이 남아 있었다고……. 범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그 증거가 유출되어서 이미 기사로 일파만파 퍼져 버렸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대화 내역은 주기적으로 다 삭제하게 했을 텐데!”
[그게… 임승훈이 줄곧 삭제하지 않고 숨겼던 대화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내가 저번에 불시에 확인했을 때는 깨끗했어!”
[…한번 핸드폰을 잃어버린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그 핸드폰에는 아직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XX, 그게 말이 돼? 이미 잃어버리고 한참 지난 핸드폰을 어떻게 찾았다는 거야!”
강혁우는 급격히 쏟아지는 스트레스에 눈가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리고 되는 대로 욕설을 지껄이며 귀에서 핸드폰을 떼곤 재빨리 기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COMA-1 소속사 RH 엔터테인먼트 ‘사생 커뮤니티’ 공작 통해 경쟁 가수 음해] [RH 엔터테인먼트 강혁우 이사, 사생 커뮤니티 운영자 조종 의혹] [RH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상부 지시로 사생 팬에 경쟁 가수 신상 유포 인정 ‘한승범 위협한 남성 사생, RH 도움으로 방송국 들어가…….’]이미 덮을 수 없을 정도로 기사가 퍼져 SNS는 온통 RH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와 ㅋㅋㅋㅋ 씨 한승범 사생 때문에 고생한 건 알았는데 그게 ㅅㅂ 쟤네 때문일 줄은 몰랐죠 진짜 끔찍하다…] [ㄷㄷ 그럼 프리즘도 저렇게 경쟁가수 제거한 거냐?] [┗ 그건 아닌 듯 그쪽은 뭐 딱히 저런 쓸데없는 짓 안 해도 처음부터 탑이었음 그냥 COMA-1 애들이 판테이온한테 존나 딸리니까 쫄려서 저런 거 아냐 ㅋㅋ] [소름 돋음 어느 순간부터 이미 잘하고 있는 이단비 욕하는 여론 세지면서 COMA-1 애들 올려치는 사람들 많아지길래 뭔가 했더니 그것도 다 RH 짓이었네?] [┗ 나는 아직도 이단비가 왜 그렇게까지 욕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 ┗ 222 그냥 물타기로 애 존나 팬거임 근데 가수들이 악플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뻔히 알고 있는 소속사에서 이딴 짓을 벌였다고? ㅋㅋㅋ 아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해당 내용이 담긴 기사를 가장 먼저 올린 신문사는 최적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었다. 임승훈의 발언이 그대로 담겨 있는 글들을 확인하자마자 강혁우는 주변 가구를 발로 차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이, XX!”
강혁우가 마지막으로 본 임승훈은 다리를 잃은 본인을 그 누구보다 가여이 여기고, 억울한 마음으로 정당한 범의 심판을 바라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껏 극진히 도와주었던 강혁우의 외면에 큰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그가,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리를 처벌하길 바라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설마, 이 대표가 연루된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될 경우, 지금까지 RH 엔터테인먼트가 행한 커뮤니티 공작이 까발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임승훈은 지금까지 강혁우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가 저지른 모든 악행에 연관되어 있었던 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거지?’
임승훈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내친 것? 아니, 다른 선택을 했어도 결국 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임승훈을 내친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을 것이다. 애초에 달리가 한승범을 제대로 죽이기만 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 그 망할 놈의 핸드폰만이라도 임승훈의 손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무리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아도 찾지 못했던 그 핸드폰을 이제 와서 어떻게 찾았다는 말인가. 잃어버렸다는 말이 거짓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도 임승훈은 처음, 달리와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자신에게 애걸복걸하며 증언을 요청했을 정도니까.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나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프리즘 멤버들마저 최근에 와서야 그를 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리까지 불편해 병실 밖으로도 거의 벗어나지 못하는 놈이 도대체 어떻게 핸드폰을 되찾은 거지?
‘분명 한승범을 만나고 돌아온 그날,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임승훈이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은 자신이 임승훈에게 한승범을 회유하도록 지시한 날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 순간, 임승훈은 불현듯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이사님, 한승범하고 무슨 접점이라도 있으셨습니까?
– 왜?
– 이사님께서 한승범한테 뭔가 원한 생길 만한 짓을 저지른 건 아닌가 싶어서요. 한승범은 본인이 서유태의 협력자라고 했지만, 저는 영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상할 정도로 이사님을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법이잖아요, 누군가를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혐오하면.
…만약, 이 모든 일이 한승범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라면?
강혁우가 그 결론에 이른 순간, 이번에는 조인찬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혹시라도 핸드폰에 떠오른 이름을 강혁우가 볼까 조인찬은 몸을 뒤로 물리며 화면을 확인했다.
“…….”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조인찬이 전화를 받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상대는 ‘지금 거기 강혁우 있지.’라고 묻더니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곤, 바로 지시했다.
[나와.]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당장 나와.]서유태의 목소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