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판테이온 멤버들과 함께 향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그들의 요청에 응해 최적현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대략적인 준비를 마쳤을 즈음, 판테이온 멤버들에게 최적현을 소개해 주었다. 딱히 친분을 쌓으라는 것은 아니고 딱 비즈니스적인 의미의 미팅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이화영은 어차피 자기 엄마 회사로 갈 예정이고 이상할 정도로 최적현을 불편해해서 그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지만…….’
다른 직원들이 있으므로 굳이 최적현이 멤버들을 만나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최적현을 다짜고짜 끌고 나올 수 있는 관계였으니 이왕이면 앞으로 회사를 이끌 대표의 낯짝 정도는 봐 두고, 계약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라는 의도였다.
나도 솔직히 최적현이 나나 이화영처럼 친분이 있는 대상을 대할 경우를 제외하곤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정도야 있었다. 나는 최적현의 사업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녀석이 그만큼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속이고, 이용했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잖아.’
지금도 최적현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데리고 가는 멤버들을 모두 동등한 사람으로 존중하기보다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우선하여 볼 것이며, 만약 본인이 판단하기에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내치겠지.
일견 매정해 보이는 그것은 최적현이 지금까지 성공을 거머쥔 방식이기도 했으며, 굳이 녀석이 아니더라도 여러 기업의 오너들 또한 공통적으로 취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경영은 이익을 좇는 활동으로 때로는 그렇게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런 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모든 일을 멤버들 위주로 생각할 게 뻔했기 때문에 초장부터 회사 경영에 손을 대지 않으려 했던 것이고.
‘장담하건대 내가 다 손대면 1년도 못 버티고 파산 난다.’
아마 앞으로의 행보는 지금 멤버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때로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때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때마다 나와 최적현 사이의 친분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내 부탁을 받아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최적현의 돈과 시간이 투자된 이상 녀석에게도 분명한 이득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최적현의 결정을 하나하나 걸고 넘어지며 멤버들을 완벽하게 싸고돌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설령 그렇게 싸고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내가 사라져 버리면 갑자기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지.’
따라서 나는 멤버들이 단순히 ‘형이 소개해 준 곳이니 별문제 없을 거야’ 같은 생각으로 쉽게 계약을 결정하지 말고 이 회사가 정말 함께하기에 괜찮은 곳인지 스스로 판단하길 바랐다.
– 나는 ‘최대한 많은 멤버가 함께한다’는 조건을 필수 조건으로 삼았을 때, 가장 나은 선택지를 만들어 제시한 것뿐이야. 만약 각자 뿔뿔이 흩어지면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해 주거나, 성향이 잘 맞는 회사를 선택할 수도 있을 테니까 잘 생각해 봐. 지금도 몇 명은 위약금 내 줄 테니까 오라고 하는 회사들 있지?
– …계약은 모두 너희의 선택이고, 한번 서명을 해 버리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리니까 잘 생각해 봐.
그 과정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대표의 인성에 특출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멤버들에게 사전 고지해 주는 것 정도였다.
생각을 해 보아라.
어느 누가 미친놈의 아래에서 일을 하고 싶겠는가.
‘잠깐 방심하면 애들 등쳐 먹을 것 같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까지도 이게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애들이 졸라서 일단 시작을 하긴 했으나, 일단 나부터가 최적현을 믿지 못했다.
– 정말,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 형, 왜 그래요. 왜, 자꾸 그렇게 사기라도 당할 것처럼 굴어요, 불안하게! 형 친구라면서요!
단 하나뿐인 친우에게 왜 일말의 신뢰도 느끼지 못했는가, 하면 가뜩이나 녀석의 돌발 행동에 평생을 시달려 온 와중에 녀석이 내게 대뜸 강혁우도 내밀지 않았던 불공정 계약서부터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 …계약 기간 10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보통 7년 차에 존폐의 위기를 겪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의 최대 전속 계약 기간이 7년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준 계약서가 그러한데 10년짜리 계약서라고? 차라리 7년 꽉 채워서 계약을 추진했다면 우리가 무슨 신인이냐며 태클을 걸었겠지만, 저렇게까지 질러 버리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 응, 10년.
근본 없는 기대감으로 빛나는 눈을 깜빡깜빡 뜨며 화사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 나는 곧바로 개같은 계약서를 내던지며 고함질렀다.
와장창!
– 꺼져!
그러자 최적현은 허공에 흩날리는 종이와 잔뜩 약이 오른 내 표정을 보며 뺨에 홍조가 올라올 때까지 웃었다. 그리고 내가 녀석을 두고 방을 나가 버리려 하자 그제야 제대로 된 계약서를 서랍에서 꺼내 왔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아까의 말미잘 같은 계약서는 모두 나를 농락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초롱초롱한 눈빛은 내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임을 깨달았다.
– 화났어?
나는 정녕 앞으로 저런 놈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회사가 망하지는 않겠지. 운영하는 놈이나 들어가는 놈들이나 죄다 능력 있는 놈들뿐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 멀쩡한 거 뽑아 놨으면 처음부터 이거로 들고 오라고!
– 하하하!
그냥 내가 스트레스로 졸도할 것 같았다.
멀쩡한 계약서를 이미 뽑아 놨으면서 굳이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따로 만들어 와 내게 들이미는 정성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최적현은 내 대가리가 터질 때마다 기묘한 쾌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날이 갈수록 화사하게 생기를 띠는 최적현과 시름시름 앓는 나.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나는 지금 녀석에게 무언가를 쭉쭉 빨아 먹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 새끼는 왜 장난도 꼭 그딴 식으로 치는 거지? 이게 다 친구가 없어서 그렇다, XX…….’
최적현은 도대체 언제쯤 나잇값을 하고 살까. 액면가와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짓거리지만, 나는 그놈의 나이를 알고 있었기에 도저히 너른 마음으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
– 자, 인사해라. 너희들이 바라던 회사의 대표가 되어 줄 사람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소개와 함께 최적현을 마주한 멤버들은 완전히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자 앞에 놓인 햄스터 같았다고 하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차운이 키우는 햄스터도 그렇게까지 새하얗게 질리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했다. 멤버들은 이미 최적현을 한번 만나고, 최악의 첫인상이 남아 있지 않았던가. 그날, 이화영이 멤버들을 다 끌고 최적현과 내가 머물렀던 호텔에 찾아온 그날 말이다.
– 제가 형의 친화력을 너무 많이 믿었던 것 같아요.
– 리다, 친구 그런 사람밖에 있습니까.
멤버들은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나는 거기에 대꾸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은 할 수 있었겠지.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1. 최적현은 내 친구가 아니라고 둘러댄다.
이건 구라였다. 이게 진실이라면 나는 이 나이까지 친구 하나 없는 놈이 되어 버리므로 이것만큼은 부정해야 했다.
2. 꼭 그런 놈들만 있는 건 아니라고 둘러댄다.
이것 또한 구라였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 뿐인 거짓말을 포기하고, 침묵을 선택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잘못한 걸까. 아직까지도 그 답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최적현이 아예 답이 없는 어그로 인간이라는 사실뿐이었다.
‘내 잘못 아니다.’
그렇게 최적현을 만난 이후로 꽤 길게 망설이던 멤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마음을 굳히는 듯했다.
– 나는 일단 여기에서 계약은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새로 생기는 회사는 아무래도 아이돌 활동에 치중될 수밖에 없잖아. 또 지금 소속사 대표님께서 내가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도와주셨던 분이라 도리는 다하고 싶어.
우강원은 그룹으로 데뷔하는 것이 아닌, 개인 연기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며 배우 매니지먼트까지 포괄적으로 맡고 있는 지금 소속사에서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은 후, 이쪽으로 바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백기량의 경우 회사가 사옥조차 제대로 없을 정도로 규모가 매우 작았고, 지금까지 나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백기량에게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해 주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계약에 대한 부담이 적어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 저는 계약 마무리하고 형 따라갈래요.
도유다는 오랜 기간 함께했던 SU 엔터테인먼트와 상호 협의하에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SU 엔터테인먼트는 소속사 내부 프로그램이 아닌, 외부 프로그램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유달리 도드라지는 멤버를 그리 반기지 않았고, 회사의 몸집이 큰 만큼 회사 이미지 관리나 연예인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웬만해선 좋은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 가려고 했던 것, 내부적으로 이미 다른 보이 그룹의 기획을 마쳐 버린 것이 도유다의 원만한 탈출에 크게 한몫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도유다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내보내 준 것 자체가 비공개로 준비하고 있었던 보이 그룹의 콘셉트가 도유다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어.’
연습생 시절, 월말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던 아이들을 떠올려 보면 도유다와 그리 잘 어우러지는 편은 아니었다. 딱히 외부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더할 필요 없이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그룹에 힘들 쏟는 SU 엔터테인먼트에서 굳이 콘셉트에 어울리지 않으며, 다른 그룹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추하게 붙잡을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겠지.
‘이걸 방출… 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별개로 나는 계속해서 붙잡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나의 경우 최적현의 회사에서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 사나이의 대화를 나누고 오겠습니다. 진솔하게 말하다, 절대로 통하다.
나기 젠은 아직 소식이 없었다. 솔직히 젠은 아직 한국어가 조금 서투르고 거기 소속사 대표도 영 평범한 정신의 소유자는 아닌 것 같았기에 불안했지만 일단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문제는 이단비였다.
이단비의 소속사는 현재 제대로 된 보이 그룹을 배출할 여력이 없었고, 이단비는 아직 솔로 로 활동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심산인 것 같았다.
‘다른 멤버들은 괜찮아. 남은 계약 기간 동안의 비전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그냥 의미 없는 기 싸움이잖아.’
이런 식으로 가면 이단비는 판테이온 활동이 끝나자마자 허송세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최적현은 이단비의 계약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슬슬 내가 처음부터 품고 있었던 불길함이 적중했음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최적현은 이단비한테 위약금을 감당하면서까지 데려올 만한 가치를 못 느끼는 거야. 다른 멤버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녀석의 입장에서 그 위약금은 별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선뜻 해결해 주지 않는 이유로는 여러 개가 짐작되었다.
일단 나는 이단비의 인생을 가장 우선하고 싶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었지 최적현이 고려할 부분이 아니었다.
‘사업은 자원봉사가 아니잖아.’
한 번 오너가 이런 대가 없는 손해를 무작정 감당해 주면 다음에도, 다른 멤버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회사는 그런 식으로 유지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최적현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지 않았고 말이다.
‘초장부터 명확하게 선을 그으려고 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완전히 이단비를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평상시대로였다면 진작 싫은 건 싫다고 얘기를 했을 텐데, 녀석은 이단비와 계약을 하겠다고도, 하지 않겠다고도 말하지 않은 채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최적현의 의중을 읽는 건 정말이지, 매번 쉽지 않았다.
나는 내 앞의 소파에 기대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최적현을 보며 깊게 한숨을 쉬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런데 말문을 뗀 순간, 이치세에게 전화가 왔다. 그에 최적현이 받아도 괜찮다며 눈을 길게 감았다 뜨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왜.”
[형 지금 인찬이랑 연락 돼? 내가 나오기 전에 뭔가 불안해서 주기적으로 계속 연락하라고 했는데 아까부터 메신저 확인도 안 해.]“…연락이 안 된다고?”
[지금 인찬이 빼고 우리 스케줄 때문에 전부 다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매니저들 느낌이 이상해.]“…….”
[계속 우리 눈치 보고 핸드폰 확인하려고 하는 거 보니까 무슨 일 있는 것 같아. 게다가 원래대로였으면 오늘 남이훤은 스케줄 없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급한 촬영이 잡혔고.]나는 순식간에 몰려오는 불길함에 주먹을 움켜쥐고 물었다.
“강혁우는!”
[회사에 없어. 매니저한테 물어보니까 다 대답을 피하는 것 같아.]나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덜컥 일어났다. 하지만 내 옆에서 그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던 최적현은 웃는 낯으로 내 빈 잔에 커피를 더 따라 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