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당장 나와.]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조인찬은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다리를 움직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휘청휘청 긴 복도를 달려갔다.
“…XX, 저게 미쳤나.”
뒤에서 부하들과 바쁘게 통화를 나누던 강혁우가 욕설을 뱉는 게 들렸지만, 조인찬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현관문의 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문 손잡이 위에 손을 올리자마자 들려오는 강혁우의 경고에 잠시 멈칫했다.
“나가기만 해 봐. 다 죽여 버릴 테니까.”
“…….”
“말했잖아.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거야. 혼자는 절대 못 가지.”
‘정말 이렇게 가도 괜찮은 건가?’
불안감이 점점 몸을 불리는 듯했다.
만약 강혁우의 말대로 프리즘에 또다른 약점이 있다면 이렇게 도망쳐서는 안 됐다. ‘강혁우가 끝까지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멤버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적어도 멤버들만큼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가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조인찬은 그런 생각으로 강혁우를 집 안에 들인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야 하나?’
‘강혁우의 지시를 거스르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강혁우가 긴 시간동안 조인찬을 휘두르고 폭력을 행사하며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구축해 둔 사고의 흐름이었다.
‘…싫어.’
하지만 서유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흐름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깨져 버리고 말았다.
호랑이의 앞에서 어떻게 해서든 동료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고작 돌덩이 하나를 들고 대치하던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 줄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유일한 희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인찬은 그저 발악에 불과한, 승산이 없는 싸움 앞에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극도의 긴장감과 자포자기에 가까운 절망을 버렸다. 들고 있던 돌멩이를 내팽개치고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것과 같았다.
‘빨리, 빨리 도망쳐야 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불 번지듯 몸집을 키움에 따라 생존을 위한 본능, 두려움이 다시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서유태는 언제나 우리를 구원해 주는 존재다.’, 서유태가 긴 세월 동안 필사적으로 프리즘 멤버들을 지킨 결과 그들의 삶에 뿌리내린 그 희망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조인찬은 어떻게 해서든 ‘서유태의 말에 따라 강혁우의 앞에서 도망가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는 일심 아래 문을 열었다,
벌컥!
“…….”
그리고 요동치는 눈동자로 강혁우를 돌아본 후, 붙잡을 새도 없이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야!”
문이 닫히고도 강혁우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고막을 찌르는 것처럼 울렸지만, 조인찬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멈춰 서면 강혁우가 바로 자신의 뒤를 뒤쫓아 와 손을 올리든 물건을 던지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타이밍이 좋았다. 그것마저 조인찬을 돕기 위해 서유태와 최적현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타이밍이긴 했지만 말이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잠시 조인찬의 뒤통수로 시선을 옮긴 사이에 해일처럼 쏟아지는 연락에 강혁우는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헤집었다. 그리고 다시 욕설을 지껄이며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문득 느껴지는 위화감에 중얼거렸다.
“…이상해.”
조인찬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려 반항심 따위는 감히 찾아볼 수 없었던 놈이 아까 그 전화를 받자마자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무슨 주인 쫓아가는 개처럼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지 않았던가.
‘도대체 누구 전화를 받은 거지?’
조인찬은 청춘을 모조리 프리즘에 바쳐 친구라 할 것이 거의 없는 놈이었고, 키워 준 조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조인찬이 그렇게까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프리즘 외에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프리즘은 지금 전원이 스케줄로 핸드폰을 자주 만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잠깐 전화를 건 건가? 프리즘 멤버들이 그 시간에 통화를 하고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게다가 조인찬은 본인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나머지 멤버들이 억지로 관여하려 들면 오히려 움츠러들며 겁을 먹는 놈이었다. 클럽에서 영상을 찍힌 후로 본인의 존재가 그들에게 폐가 되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이 깊숙이 박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조인찬이 그나마 마음 편히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하면…….
‘하지만 서유태는 이미 죽고 없잖아.’
유일하게 그럴듯한 존재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굳이 프리즘 멤버들과 서유태 사이를 이간질하여 떨어트려 놓으려고 했던 것도 서유태가 너무 굳건하게 프리즘 멤버들을 지키고 있어 그들을 휘두르는 게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 아니던가.
조인찬은 분명 전화를 받고도 자신의 눈치를 보며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상대는 조인찬의 상태를 바로 짐작한 것 같았고, 그럴 수 있을 만한 존재는 이 세상에 딱 한 명뿐이었다.
자연스레 서유태의 얼굴을 떠올린 강혁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장례식까지 한 거 똑똑히 봤는데 말도 안 되지.’
정체 모를 제3자의 접근보다는 지금 당장 빨리 수습해야 하는 일부터 우선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 화면을 내려보자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사님, 우선 이번 일이 coma-1 멤버들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애들 스케줄은 전면 취소했습니다. SNS 여론 반응이 너무 안 좋습니다. 빨리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 이사, 지금 언론에서 떠드는 이야기 정말인가?] [안녕하세요, 저번에 인사드렸던 ○○일보 김민지 기자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 일과 관련하여 저희와 독점 인터뷰 가능할까요? 최대한 RH 엔터테인먼트 측 배려해서 작성하도록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정신이 없는 게 한눈에 보이는 소속사 직원들과 RH 엔터테인먼트를 저버릴 생각이 가득인 거물들, 이때다 싶어 본인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접근하는 이들에게서 온 것이었다.
강혁우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너튜브를 눌렀다. 그리고 이미 사이버 렉카 채널, 기타 채널에 자신의 개인 정보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온갖 추문을 마치 사실인 양 담긴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소름주의 RH 언플 증거 모음] [연예계 최대 빌런 강혁우 위키] [강혁우, 누구일까?] [n년차 세라가 밝히는 RH의 만행] [(현재 논란되고 있는 그분) 보살님 사주 풀이! 천성이 악하고 무능해서 남의 등골만 빨아먹고 산다?] [와 데뷔할 때도 계속 기사로 관테이온 머리채 잡았구나 나는 그냥 찐으로 이단비가 뒤지게 못한다고 생각했지 ㅋㅋㅋ 욕해서 미안했다 나도 속았던 거였어ㅠ] [┗ 그냥 님이 줏대도 없고 능지도 없고 나보다 잘난 인생 사는 사람 까면서 우월감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 새끼라 그런 거 아닐까용? ㅠㅠ] [┗ 강혁우한테 뇌 맡겨둠? 차라리 아메바한테 맡기겠다 XX아] [진짜 내 말 이 말임 챌린지에서 같이 춤 춘 거 한번 봐보세요 coma-1 애들은 판테이온이랑 그냥 비교가 안 됩니다 ㅅㅂ 판테이온에 못하는 애는 없어요 인간들아!!! 진짜 언플에 휘말리는 거 보면서 내가 다 억을했음] [진심 저렇게까지 해서 돈 벌고 싶나 본인 프로듀싱 능력이나 coma-1 애들한테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이딴 짓을 해? ㅋㅋㅋ 강하다 추혁우야] [쟤 욕 없이는 말 못한다는 소문 있던데 찐임?] [토나온다 ㄹㅇ 이때다 싶어서 나는 예전부터 쎄했다 하는 새끼들도 역겹고 혁우는 그냥 뒤져]“XX! 이 XXX들이…….”
강혁우도 이미 몇 번쯤은 봤던 광경이었다. 서유태의 아버지에 관한 스캔들을 터트렸을 때도, 조인찬의 멘탈을 망가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를 폄하하는 글을 꾸며 올렸을 때도 모두 대중에게 큰 질타를 받도록 만들기 위한 짓이었으니까.
강혁우는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프리즘 멤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면서도 솔직히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했었다. 연예인으로서 돈 벌어먹고 사는 놈들이 고작 저따위의 일에 무너지는 게 말이 되냐고, 그냥 안 보고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었다.
‘안 돼.’
하지만 막상 실제로 당하고 보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느껴 보는 구석에 몰리는 듯한 감각에 강혁우는 이성을 잃은 채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윽박질렀다.
“뭐 해, 뭐 하냐고! 기사 빨리 안 내려?”
[…이사님, 이미 너무 많이 퍼져서 내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아, 됐으니까 어떻게든 해결해!”
[…….]사실 이렇게 언론에 한번 이야기가 퍼지고 나면 무슨 수를 쓰는 것 자체가 도움이 안 됐다. 사과를 하면 사과를 하는 대로, 해명을 하면 해명을 하는 대로 계속해서 타는 불에 장작을 주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까.
이런 상황을 빠르게 잠재우는 방법은 더 큰 가십거리로 덮어 버리거나 아예 무반응으로 일관하여 모든 장작이 재가 되어 불이 꺼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가십거리는 강혁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어 함부로 터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면 몰라도…….’
서유태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았을 때도 최적현이 거물 연예인의 열애설이나 정치계 비리를 연달아 터트려 겨우 대중의 관심을 돌려 놓지 않았던가. 강혁우는 그 정도의 공작까지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하고도 욕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남아 욕을 했던 걸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렇게 한번 일이 터져 버리면 완벽한 수습이라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에는 당사자가 용서하지 않더라도 대중이 멋대로 용서해 주는 잘못이 있었으며, 끝까지 대중의 응원을 받을 수 없는 잘못 또한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의 경우에는 명백한 후자였다.
‘프리즘 놈들도 나간다 만다 하는데 COMA-1까지 말아먹을 수는 없다고!’
보이 그룹을 하나 만드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돈이 들어간다. 초반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나름 [레전드 싱어> 같은 프로그램까지 출연할 수 있을 정도로는 입지를 다져 놨는데 지저분한 뒷공작으로 겨우 뜬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하, 씨… 애초에 터지게 내버려 두면 안 됐는데!”
그렇게 되는 대로 분통을 터트리던 도중 그의 핸드폰에 또다시 전화가 왔다. 전화야 아까부터 끊기질 않고 계속 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기본으로 설정해 둔 벨소리 외의 다른 벨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
다른 전화는 보는 척도 하지 않고 그냥 넘겼던 강혁우는 잠깐 주춤하다가, 화면을 꾹 터치해 전화를 받은 후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동화를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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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 XX!”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던 그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다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목청이 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화분을 들어 TV를 향해 던졌다.
쨍그랑!
몇 번 더 물건을 집어 던지고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 된 후에야 강혁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들끓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무릎과 팔꿈치를 대고 엎드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
“하, 후우, 후… 훅.”
‘도대체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이 모든 일의 원흉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러한 짓을 당할 이유도 없었으므로 본인이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답은 자기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위인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강혁우는 이를 빠득 소리가 나도록 악문 채 실핏줄이 죄 터진 눈을 번뜩이며 움직였다. 그리고 본인을 여기까지 몰아세운 인물을 죽도록 원망하며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한승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