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인찬의 집이 있는 아파트의 공동 현관까지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이 열린 순간, 밖으로 뛰쳐나오는 남자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퍽!
“윽!”
그대로 몸이 떠밀려 공동 현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한승범이 평균적인 남자치고는 체중이 심각할 정도로 안 나갔던 탓도 있었고, 뛰어온 인간이 그에 비해 너무 컸던 탓도 있었다. 상대는 너무 멀쩡하게 처음 그 자리에 서 있는데 나 혼자 이렇게 멀리까지 떠밀려 버리니 상당히 민망했다.
‘설마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살았던 거냐?’
바닥에 제대로 넘어진 탓에 부딪친 부분에 계속해서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을 참기 위해 눈살을 찌푸리자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 상태로 욱신거리는 허리를 붙잡고 고개를 올려보니 뭔가 익숙한 머리카락이 보였다.
“…조인찬?”
일반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은 도저히 하지 못할 선명한 붉은색을 발견하고, 나는 내가 찾던 이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동시에 상대방은 실수로 소형 동물을 쳐 버린 것처럼 얼굴을 새하얗게 물들인 채 다급히 ‘괜찮아요?’ 하고 물었다.
‘존댓말…….’
마치 초면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던 탓인지, 새로 염색한 머리카락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녀석이 찾고 있었던 것이 내 원래 몸이었기 때문인지, 조인찬은 조인찬은 눈앞의 인간이 나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내지는 못한 듯했다.
‘늦지 않게 찾아서 다행이다.’
딱히 이해가 안 되거나 서운한 것은 아니었다. 워낙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부러 덤덤한 목소리를 냈다.
“ㅁ‘괜찮아요?’는 무슨, 네가 차운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분명히 보여 주고 난 후에야 조인찬은 내가 서유태라는 것을 인식했는지 숨을 헉 들이켰다. 그리고 곧 미안함이 서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가 왔다는 사실에 안심했는지 겨우 긴장감을 늦춘 채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여, 여기까지 온 거야?”
질문을 묵살하는 건 조금 미안했지만, 상황이 급했기 때문에 나는 조인찬의 팔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강혁우는!”
“아직, 안에…….”
조인찬이 깜짝 놀라 얼떨결에 뱉은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혀를 쯧 차고는 녀석을 붙잡고 차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팔에 힘을 뺀 채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던 조인찬이 불안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형이 나오라고 해서 나오긴 했지만… 강혁우가 계속 집에서 버티고 있을 수도 있어.”
나는 그 물음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 새끼 곧 돌아갈 거다.”
“그걸 어떻게 장담…….”
“지금 이런 곳에서 노가리 깔 때가 아니거든. 한시라도 빨리 회사로 돌아가려고 할 거다. 지금 회사가 활활 타고 있는데 여기 붙어 있으면 그건 진짜 미친놈이지.”
“회사에, 불이 났다고?”
나름 비유랍시고 한 말인데 조인찬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곤 기겁 팔겁을 했다. 뭐, 내가 최적현도 아니고 진짜 불을 질렀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지를 들들 볶았던 회사인데 진짜 불이라도 났을까 걱정하는 저놈도 참 대단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스캔들 터트렸거든.”
“…스캔들?”
“너 계속 인터넷 못 봤냐? 그 새끼들이 지금까지 커뮤니티 써서 헛짓거리 한 거 지금 다 까발려졌어. 내부 직원이었던 임승훈의 증언까지 있으니까 빼도 박도 못할 거야. 잠깐 여유 생기니까 바로 너한테 찾아와서 염병 떠는 거 보니까 영 틈을 주면 안 될 것 같더라고.”
그러곤 차의 문을 벌컥 열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벌인 거냐’는 경악이 얼굴에 그대로 적혀 있는 조인찬을 뒷좌석에 쑤셔 넣었다.
“잠깐, 천천히!”
애초에 저항할 생각도 없이 몸에 힘을 빼고 있었던 조인찬은 뒷좌석의 센터 콘솔에 등부터 덜퍽 쓰러졌다. ‘악’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주변을 돌아봤다. 강혁우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주변에 사람은… 없군.’
밖에 사람이라곤 놀이터 근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뿐이었다. 나는 그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인찬이 나자빠져 있는 뒷좌석에 상반신부터 밀어 넣었다. 한승범의 얼굴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일단 그것부터 숨기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자리에 아직도 올라와 있는 조인찬의 다리를 찰싹 사랑을 담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얼타지 말고. 웬만하면 우리 둘이 같이 있는 모습 강혁우한테 보여 주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안으로 들어가.”
그러자 조인찬은 허겁지겁 그 긴 다리를 고이 접더니 안쪽 좌석에 꾸깃꾸깃 들어가 앉았다. 나 또한 드디어 자리가 생겨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었고 말이다.
“후…….”
‘차가 넓어서 천만다행이다.’
분명 원래 몸으로 봤을 때는 저 몸으로 어떻게 콘서트 뛰고 운동하냐며 혀를 쯧쯧 찼는데 이렇게 보니 애가 남산만 했다. 내 잘못은 아니었다. 비교 대상인 프리즘 최장신 멤버들이 너무 큰 탓이었다.
‘저 몸으로 여지껏 강혁우한테 그냥 맞아 줬다는 건가…….’
구석에 박혀 있던 조인찬이 목 근처 근육을 주무르는 것이 보였다. 강혁우와 예기치 못하게 대치하고, 폭력에 대비하여 몸을 너무 움츠리고 있었던 탓에 저러는 것이었다.
‘상처는 없어 보이네. 다행이다.’
강혁우는 한승범보다도 작은 키였으니 마음만 먹으면 조인찬은 언제든 강혁우를 무력으로 꺾어 누를 수 있었다. 그런데 조인찬은 타고난 성정 때문인지, 잡힌 약점 때문인지 그냥 맞고만 있었다.
‘만약 남이훤 같은 놈이 똑같은 짓을 당했다면 계약이고 뭐고 욱해서 죽기 직전까지 팼을 텐데. 강혁우도 누울 곳 보고 누웠다는 건가.’
나는 위축된 듯한 조인찬의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다가 놈의 팔을 손으로 주무르며 말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문 열어 주지 마.”
“…….”
“계약 끝나면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이사 가고. 그 새끼 찾아오는 일 없도록…….”
그렇게 당부하면서도 솔직히 강혁우는 어떻게든 알아내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도중에 멈추었다. 그러자 조인찬은 자신도 알고 있다는 듯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순해 빠진 그 반응을 보며 깊게 한숨을 쉬고 있을 즈음, 조인찬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그리고 기계처럼 뚝뚝 끊기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 쪽을 확인했다.
“으, 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이는 최적현이었다.
그를 발견하자마자 조인찬은 날것의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털이 삐쭉 솟은 고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채 나를 휙 돌아봤다.
‘뭐 어떡하라고. 내가 어떻게 해 줄까. 뭘 도와줘.’
내가 그냥 뜨뜻미지근한 표정을 짓고 말자 조인찬은 다시 최적현을 돌아본 뒤, 아주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큰 형네 친구를 만난 것도 아니고, 밖에서 그만둔 직장의 사장을 만난 것도 아닌 애매하고도 불편한 인사였다.
그에 최적현은 핸들에 손목을 올린 채 느긋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저놈 또 저러네.’
조인찬 따위는 도와주지 말라고 한 게 고작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앞에서는 저렇게 완벽하게 멀쩡한 사회인의 얼굴을 꾸며 내다니, 잘하는 짓이라고 해야 할지 소름 돋는다고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 아니, 그 사람 형 없으면 진짜 이상하다니까?
– …거기에서 더 나빠질 리가 없는데? 지금도 이미 자기 성깔대로 살잖아. 그 인간은 원래 이상해.
– 하, 진짜 억울하다……. 지금도 이상한 거 맞는데 더 이상해진다고. 형 앞에서 우리한테 이상하게 굴면 화낼 거 뻔히 아니까 보여주기 식으로 내숭 떠는 거야.
멤버들의 말에 따르면 최적현은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태도 차이가 상당히 큰 듯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프리즘 멤버들도 매한가지였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그리 귀담아 듣지 않고, 멤버들이 최적현을 향해 날을 세울 때마다 왜 저러나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 강혁우와는 다른 느낌으로 겁을 먹은 조인찬을 보고 있자면 멤버들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형…….”
조인찬은 최적현의 미소를 보더니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눈치를 보더니 쭈뼛쭈뼛 손등을 내 팔 옆에 바싹 붙었다. 손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따로 좌석이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온다고 해서 그 거구가 가려질 리는 없었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쫄아서 들러붙는 애를 떼어 놓을 수도 없고.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그냥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 뒤에서 자그맣게 ‘왜, 왜 같이 왔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 하니 왜 프리즘 놈들은 하나같이 다 최적현을 이리도 불편해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최적현을 만날 때마다 제이는 그를 죽어라 노려봤고, 이치세나 남이훤은 알아서 피해 가고, 차운과 조인찬은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나마 최적현과 비슷했던 서유성은 동족 혐오인지 뭔지 최적현을 대놓고 경멸하거나 내 옆에서 그를 치우려 온갖 수작을 다 부렸던 것 같고.
‘그것도 그나마 프리즘 놈들이 성질머리가 있어서 그런 거지, 다른 사람들은 다 판테이온 멤버들처럼 쫄아서 제대로 대화도 못 했을걸.’
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프리즘 놈들만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 최적현을 좋아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저놈 인생 잘못 살고 있는 거 아냐?’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최적현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응시했다. 그러자 최적현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특유의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룸미러로 나와 시선을 맞췄다.
‘…행복해 보이네.’
나는 그 얼굴을 눈에 담자마자 최적현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연예인 걱정보다 더 쓸데없는 게 미친놈 걱정이다. 최적현에 관한 고민을 새하얗게 날려 쾌척해진 머리로 나는 조인찬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택시는 안 잡히고 난 면허도 없고… 너는 조금이라도 빨리 건져 와야겠는데 그럼 어떡해.”
그러자 조인찬은 내가 이 몸으로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아.’ 하는 소리를 내곤 ‘…미안해, 또 형한테 폐 끼쳐서.’ 하고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됐어.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왜 프리즘 활동 하는 동안 다 고쳐 놓은 버릇이 다시 나와.”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조인찬은 시선을 아래로 떨굴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지만, 녀석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화제를 돌리듯 어색하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판테이온 멤버들은?”
이 타이밍에 판테이온 멤버들의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묻는 말에 ‘마지막 활동 전 휴식 중. 계약 관련 문제 해결하고 있어.’라고 짧게 대답하자 녀석은 ‘그랬구나…….’ 하고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또, 조금 우울해진 얼굴로 갑자기 불안하게 허공에 떠돌기 시작한 손을 무릎 위에 의식적으로 붙여 두었다. 가뜩이나 안 좋은 무릎을 옥죄고 있는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뻗자 조인찬이 나를 피해 움찔 몸을 뒤로 물렸다.
의식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는지, 조인찬은 ‘실수했다’는 후회감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올려봤다. 나는 나대로 놀라 손을 허공에 뻗은 채 딱딱하게 굳어 버렸고 말이다.
“…….”
“…….”
순간 어색한 정적이 차 안에 흘렀다.
룸 미러 너머로 최적현의 붉은 눈동자가 잠자코 우리 둘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 마른침을 삼킨 조인찬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형, 정말 고맙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강혁우가 있는 곳까지 오지 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