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형, 정말 고맙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강혁우가 있는 곳까지 오지 마.”
“…….”
서유태는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조인찬의 얼굴을 올려봤다.
조인찬은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맞는 거야.’
그 영상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릴 수 있었던 것도, 당장 오늘 강혁우의 앞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서유태의 덕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서유태에게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지나치게 모순적이며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 또한.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자신의 한계를 통감하면서도 굳이 서유태를 밀어낸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의 서유태가 온전히 그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우리 때문에 또 형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공동 현관 앞에서 몸이 부딪쳤을 때, 조인찬은 실감했다.
한승범의 몸은 지나치게 약했다.
오죽하면 부딪친 사람이 더욱 놀라 그 몸에 함부로 손을 대지도 못한 채 서 있었겠는가.
서유태는 워낙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슬슬 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저 몸은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건강상에 무언가 문제가 있거나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종종 서유태가 무리를 하여 완전히 쓰러지는 일이 있지 않았던가. 서유태의 정신력은 강한 수준이 아니라 강박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 미련하게 참는 것에 익숙한 이가 남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벌써 몸부터 부하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런 상태에서 서유태가 강혁우를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강혁우가 아직도 여기 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 거야!’
지금까지 조인찬이 봐온 강혁우는 폭력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특히나 불법적인 사업을 시작하며 조폭들과 연관되고, 자신에게 한두 번 손찌검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의 폭력성은 나날이 심해지기만 했다.
‘그렇게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걸 스스로 확인했으니까.’
게다가 강혁우는 타고나길 욱하는 면이 있어 가끔 충동적인 짓을 저지르기도 하는 사람이었다. 앞뒤 안 가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 또한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 야, 너희 한승범이랑 뭐 있냐?
강혁우는 이미 ‘한승범’에게 큰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이번 스캔들이 터진 것을 계기로 그 의심은 더더욱 커져 결국에는 원망과 증오의 형태를 띠게 되었을 터였다.
만약 지금 이 상태에서 강혁우가 완전히 코너에 몰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 발악으로 한승범을 끌고 함께 죽으려 든다면 과연 서유태는 어떻게 될까.
‘이미 ‘한승범’은 강혁우의 눈밖에 났어. 어떤 형태로든 해코지를 하려 들 거야. 그런데 이렇게 무작정 나 하나만 보고 찾아오면 어떡해!’
조인찬은 서유태가 자신이 당했던 일을 실수로라도 똑같이 당하지 않길 바랐다.
원래 서유태의 몸이었다면 강혁우에게 신체적으로 밀릴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겠지. 하지만 한승범의 몸으로는 일방적으로 폭행당하기만 할 것이다.
그런 생각 하에 조인찬은 지금의 서유태가 강혁우와 더 이상 연관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나서는 게 결국 너를 위한 일일 거라고 생각해?
– 계속해서 프리즘에 연관되었다가 저번처럼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생각 안 해 봤어?
최적현이 서유태가 프리즘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꺼려했던 것 또한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보디 가드를 아무리 여러 명 배치해 둬도 그건 그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낮춰 줄 뿐, 0이 되도록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서유태의 존재를 갉아먹을 것이기에 정말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만 했다.
“…….”
그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최적현이 지금 서유태의 행동을 묵인하고, 돕기까지 하는 이유는 프리즘 멤버들에게 이상이 생겼을 경우, 예전처럼 서유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인찬은 서유성이 죽은 이후의 서유태를 모르고 있었기에, 그저 서유태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만을 고려하며 깊은 불안에 빠졌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잖아. 강혁우는 기회면 되면 ‘한승범’도 아무 죄책감 없이 처리할 거라고…….’
서유성이 죽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찰나의 순간 벌어진 사고로 목숨을 잃어버리면 모든 게 다 끝장이다. 그 뒤에 어떻게 복수를 하든 서유태를 잃어버린 이상 다 의미가 없었다.
‘…저번에도 나 때문에 사고가 났는데, 또?’
이미 한번 서유태는 한승범의 몸으로 강혁우에게 공격받아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 강혁우가 달리를 조종해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던 것 말이다. 멤버들은 모두 그때를 회상하며 형에게 기묘한 능력이 있지 않았다면 정말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유태가 자신의 영상을 제거하기 위해 임승훈과 계속해서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정에 휘말려 프리즘 멤버들과 그날 함께 있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강혁우에게 만날 사람들과 장소를 보고하지 않았더라면 서유태는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형도 그렇게 살아날 수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고.’
프리즘 멤버들이 조인찬의 집을 숙소 삼아 쳐들어온 이후, 조인찬은 독한 술을 홀로 연거푸 마시고 있는 남이훤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혼자 술 마시지 말라며 앞에 앉자 남이훤은 술김에 조금 몽롱해진 정신으로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놓았다.
– 그날 사고 당하고 나서 내가 형을 붙들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 감각이 안 잊혀져서 미칠 것 같아. 아픈지 계속 내 품안에서 바르작거리더라. 그리고 점점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어. …그냥, 일상생활 하다가도 갑자기 생각나니까…….
– 형한테는 말하지 마라.
남이훤이 그렇게 될 정도였다면 꽤 크게 사고가 났다고 보는 게 맞겠지.
육체가 수복되었다고 해서 통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터였다. 그런데도 서유태는 또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강혁우를 무너트리기 위해 가해자들의 근처에 맴돌고 있었다. 본인이 겪을 고통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은 것처럼.
‘다음에도 또 그렇게 나을 수 있을지도 장담 못 하잖아.’
조인찬은 그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러나 그는 이성으로는 ‘이쯤 놓아주어야 서유태가 훨씬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더이상 우리의 앞에 나타나지 마’가 아닌, ‘강혁우가 있는 곳까지 오지 마’라고 굳이 애매한 화법을 취했다.
정말로 서유태가 프리즘을 두고 멀리 떠나 버리면 본인이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련과 두려움, 애정까지 이 관계에서 풍화된 것이라곤 무엇 하나 없는데 그의 공백을 견딜 수 있을까?
조인찬은 자신을 서유태와 함께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고, 처음에는 서유태가 살아 있기만을 바랐던 마음이 그를 이루고 나니 이제는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정말 깊숙한 속마음으로는 판테이온 멤버들이 부럽고 때로는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서유태의 모습을 보면 무심코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어질 정도로.
‘그런데 그건 내 욕심인 거잖아.’
조인찬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강혁우로 인한 패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평소보다 비이성적인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서유태가 고통에서 비롯될 공포가 그의 부재에서 비롯될 공포 사이에 마구잡이로 얽히자 조인찬은 무엇 하나 제대로 빠져 나오지도 못한 채 그저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고 생각하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릴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서유태는…….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겨우 작은 목소리를 냈다.
“…왜?”
매서운 바람 앞에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촛불 같았다.
하지만 눈을 감고 목소리만 듣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서유태는 원래 목소리를 꾸며 내는 것에 능했다. 서유태는 최적현이 마련한 거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간간히 그의 지인들에게서 오는 연락을 마치 아무 문제 없는 양 받아 내야 했으니까. 이미 연습은 충분할 정도로 많이 한 상태였다.
“미안해.”
서유태에게는 정말 다행이었던 점은 조인찬이 극심한 죄책감으로 고개를 푹 숙여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고, 불행이었던 점은 그 죄책감 탓에 혹여나 변명처럼 느껴질까 봐 서유태에게 제대로 된 대답도 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를 듣든 서유태가 납득하지 못하고 끝까지 포기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서유태에게는 그 변명이 필요했다.
아무리 허술한 거짓말이라도 상관없었다.
– …미안해, 또 형한테 폐 끼쳐서.
– 됐어.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왜 프리즘 활동 하는 동안 다 고쳐 놓은 버릇이 다시 나와.
사과만 아니면 괜찮았다.
그러한 말들은 선을 긋는 것만 같아 싫었다.
무언가 이유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합리화하고 흘려 넘기도록 노력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반박하거나 설득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득해지는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그러자 코앞에서 닫혔던 프리즘의 대기실 문이 불현듯 떠올랐다.
서유태는 그 기억을 지워 내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조인찬의 붉은 머리칼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던 노을이 지고, 밤하늘이 캄캄하게 떠오르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
그렇게 서유태가 묵묵히 입을 다물고만 있으니 조인찬은 그제야 무언가 이상을 감지하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서유태의 얼굴은 이미 그의 시야에 담기지 않는 곳을 향한 뒤였다.
결국 조인찬이 서유태의 도움을 거부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서유태 또한 그의 말에 긍정을 표하지도, 부정을 표하지도 않은 채 대화는 단절되었다.
끼이익.
그리고 그들이 탄 차는 어느덧 차운과 이치세가 촬영을 하는 방송국의 앞까지 다다랐다. 차가 멈추자마자 서유태는 조인찬을 향해 가라앉은 어투로 말했다.
“당분간은 멤버들 집에서 지내. 내가 아까 미리 연락해 뒀어. 이왕이면 이치세 집이 좋을 거야, 그놈은 강혁우가 유난히 어려워하니까.”
“…….”
“조심히 들어가.”
“…응, 형도.”
그러자 끝까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서유태에 영 불안한 내색을 숨기지 못하던 조인찬이 짧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가 방송국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최적현은 서유태를 돌아봤다.
“…….”
조인찬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서유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인찬이 건물로 들어간 순간, 서유태는 몸을 웅크리고 두 팔로 푹 숙인 머리를 감쌌다.
아까까지 자신의 말에는 따박따박 반박을 하며 고집을 부렸으면서, 또 멤버들의 앞에서는 저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낙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걸 좋은 거라고 여겨야 하는 건지, 나쁘다고 여겨야 하는 건지 참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조인찬이 원하는 대로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묻자 한참 뒤에 짧은 답이 돌아왔다.
“…아니, 할 건 해야지.”
그리고 편의점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기니 대충 이 정도만 봐도 알았다. 저것은 담배를 찾는 것이었다. 서유태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항상 흡연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유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왔다. 피곤에 절어 있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자 서유태는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한승범 몸인 걸 깜빡했네.”
자조적인 웃음이 한차례 지나가고, 서유태는 힘이 죄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숨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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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 엔터테인먼트의 이사실에서 강혁우는 바쁘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기자로부터 온 것이었다. 요즘 업계 분위기가 안 좋네, 어쩌네 길게 신경전을 늘이던 강혁우는 결국 거액의 결국 보수를 제시한 후에야 그에게서 어떤 정보를 전달받았다.
[왜, 그 한승범 동생 있지 않습니까. 한재운이요. 한승범 동생이라고 언플 엄청 했잖아요. 그 친구 요즘 안 좋은 소문 돌던데…… 그쪽으로 한번 터트려 보는 건 어떠십니까?] [원래 가족 일에는 다들 이성을 잃잖아요.]그리고 통화를 마치자마자 강혁우는 끅끅끅 웃음을 참지 못하고 흘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찾았다.’
한승범의 이미지를 단번에 손상시키며 지금 이 스캔들을 덮을 수 있을 만한 무기. 드디어 그것이 손에 들어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