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1)
31화
“[Motorcycle> 팀의 탈락 위험 연습생은. 조명 아래의 4명입니다.”
“네 명이나?”
충격적인 발표에 우강원이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낸 채 입을 벌렸다.
“와, 쟤네 어떡해.”
“네 명이면 반절이나 빠지게 되는 거 아닌가?”
무대 아래에서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본인들도 머지않아 여기에 불려 나와서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될 텐데 뭘 떠드는 건지 모르겠다.
‘하긴, 우리 팀만큼 탈락 위기 멤버가 많은 팀은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인가.’
무려 반절이다.
한숨이 나왔다. 예상했던 숫자보다 사실 조금 더 심각했다.
대략적으로 저번 시즌의 1차 탈락자 숫자를 생각하며 계산해 보니 다른 팀보다 우리 팀이 유난히 탈락자가 많은 것 같았다.
‘이렇게 탈락자가 많이 나오면 곤란한데.’
멤버 수가 너무 많이 변동되면 원곡자들의 동선을 참고하기도 힘들어지고, 멤버들은 파트 소화를 버거워하게 될 것이다.
멘탈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멤버가 반절이나 날아갔는데 시시덕거릴 수 있는 놈은 드무니까.
“얘, 얘들아…….”
봐라, 우강원만 해도 벌써 얼굴이 사색이 되지 않았는가. 탈락 위기로 지목된 연습생들은 이미 입을 닫아 버린 뒤였다.
“오.”
젠은 도통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고.
차분히 상황 파악을 하고 보니 기분이 뭣 같았다.
메인 PD를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이 인간이 돌았나.’
그러자 메인 PD가 내 눈빛을 못 본 척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눈치 보면 뭐하나. 진짜 확 그냥.
‘뭐, 방송 내용 자체는 사전에 기획됐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나 때문에 굳이 바꿀 수는 없었겠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반전 요소가 존재해야 하고, 출연자들에게 끊임없이 시련을 부과하여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중들이 아무리 선의의 경쟁을 보고 싶다며 외쳐도, 그걸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시청자들이 말하는 대로 방송을 기획하면 그 방송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
‘아, 나는 천박하고 자극적인 게 좋은 쓰레기 취향이니까 서로를 짓밟으며 지저분하게 치고 패고 싸워 보거라.’라고 말하는 시청자는 없으니까.
Survive IDOL이 지금의 화제성을 유지하려면 끝없이 자극적인 소재가 나와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방송 전개 자체를 싸가지 없게 짜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싹수가 없어도 너무 없잖아.’
짜증이 나는 건 사실이었다.
어린애들 인생 가지고 장난하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대본에 따라 양하준이 가장 가까운 위치의 탈락 연습생에게 말을 걸었다.
“탈락 위기 연습생으로 지목된 김여영 연습생, 지금 심정이 어떤가요?”
“어어, 제가 등수가 낮은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는데요. 어… 이게 오늘 이렇게 발표가 날 줄은 사실 예상을 못 했습니다. 2, 2차 경연까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어요.”
양하준의 질문에 우리 팀 멤버가 더듬거리며 억지로 답했다.
이미 마음이 복잡한 놈을 잡아다 인터뷰를 해 봤자 저런 대답밖에 들을 수 없다. 제작진은 오히려 그런 것을 원했을 수도 있지만.
“만약 탈락이 확정된다면 멤버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나요?”
이미 해탈한 듯 보살 미소를 지은 양하준이 대본의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우강원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듬직한 몸을 가진 멤버가 갑자기 들숨 날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했다.
“어… 음. 흡! 같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가 많이 부족해서, 크흡, 흐응. 미안해애.”
‘우냐…….’
“흐어엉, 여영아! 울지 마!”
“으, 흐으…….”
마이크를 쥔 놈이 훌쩍거리니 나머지 멤버들에게도 울음이 전염되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같이 울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웃지도 못하고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우리 열심히 연습했는데… 흐엉, 이렇게 끝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렇게 끝나 버리면 나는 메인 PD를 던져 버리겠다.
‘탈락 연습생도 아니고, 탈락 위험 연습생이라고 했으니까.’
지금 당장 탈락 연습생을 호명하지 않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분명 탈락 연습생과 관련해서 발칙한 짓을 벌여 놓았음이 틀림없었다.
“네, 소감 잘 들어 봤습니다. 우선 [Motorcycle> 팀은 무대에서 내려가 주세요.”
“흐어?”
벌써부터 눈물이 핑 돌아 울먹거리던 멤버들이 양하준의 멘트에 뚝 멈췄다. 지금 감정 다 북받쳐 올라서 울 준비 마쳤는데 뭘 내려가라는 것인지 전혀 이해 못 한 얼굴이었다.
“내려가요? 우리?”
“네, 내려가면 됩니다.”
“응, 내려가.”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멤버들을 질질 끌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도 멤버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맹하니 서로를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우?”
“우리 아직 탈락 아니야?”
“응, 아니야.”
“오오…….”
“그렇구나……. 좋다…….”
아무래도 충격이 커서 제대로 된 사고가 작동하지 않는 듯하였다.
바보가 된 멤버들을 바닥에 앉혀 둔 나는 차분히 무대를 올려다봤다.
“다음으로 [Very very> 팀의 탈락 위험 연습생을 발표하겠습니다.”
탈락 위험 연습생 발표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니까.
.
.
.
제작진이 마련한 대본에 따라 순차적으로 각 팀의 탈락 위험 연습생이 발표되고, 이윽고 마지막 팀까지 그 모든 순서가 돌아갔다.
“생각보다 탈락 위험 연습생들이 많다.”
“응,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의 1차 탈락 예정자보다는 확실히 너무 많아.”
“크응, 그럼 탈락 위험 연습생 모두가 탈락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네.”
“그래, 그러니까 그만 울어.”
나는 그제야 겨우 인류의 지능을 회복한 멤버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승범이는 당황도 안 하고 항상 침착하네. 부럽다.”
“…….”
내 예상대로라면 탈락 위험 연습생들은 이대로 탈락하지 않을 터였다. 아마 특정한 조건을 두고 회생시켜 준다던가 하는 진행이 이어질 것 같았다.
‘이 팀의 멤버들은 이대로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기에는 너무 순한 감이 있었지만, 평범하게 데뷔한 아이돌이었다면 꽤 잘될 것 같은 놈들이었다.
나는 이놈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위험 감수를 할 의향이 있었다.
연속으로 1등을 기록하고 있는 내가 너무 쉽게 또 1등을 차지해 버리면 시청자들이 너무 질릴 수도 있고 말이다.
‘어차피 우승은 한승범’ 같은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으니 절벽에서 공중제비라도 해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자, 이로써 모든 팀의 탈락 위험 연습생의 수를 모두 발표했는데요. 여러분께 당장, 탈락 확정 연습생을 말씀드리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연습생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양하준만이 남은 무대에 핀 조명이 켜졌다. 그리고 그것을 제외한 모든 불빛이 사라졌다.
탈락 예정 연습생들을 발표해 놓고 비장한 연출이나 하고 있는데 이어질 전개는 뻔했다.
“Survive IDOL은 시청자분들이 여러분에게 베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죠. 하지만 말입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에게 베팅을 한다면 어떨까요?”
“뭐야, 뭐가 또 있어?”
여지를 주는 듯한 말에 탈락 위험 연습생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탈락 위험 연습생 회생 시스템 말하는 거잖냐.’
예상했던 대로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양하준의 멘트를 기다렸다.
“각 팀에는 가장 많은 득표 수를 가진 멤버가 있죠?”
“네!”
“해당 연습생은 베팅을 하는 플레이어로서 본인 팀의 탈락 위험 연습생을 원하는 수만큼 지목하여 2차 경연 무대를 강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여기에서 최다 득표 멤버가 왜 나와?
“탈락 위험 연습생의 회생에 필요한 조건은 단 하나, 목표 등수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양하준의 멘트에 맞춰 무대 위의 스크린에 갬블 시스템에 대한 이미지 자료가 촤르륵 펼쳐졌다.
“4명의 연습생을 회생시킬 경우 2차 경연에서 팀 경연 1위, 3명의 연습생의 경우 2위, 2명의 연습생은 3위, 1명의 연습생은 4위를 차치해야 하는 방식이죠.”
요컨대 많은 연습생을 회생시키고 싶다면 2차 경연에서 높은 등수를 차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불길했다.
최다 득표 연습생이 회생을 결정하는데, 목표 등수의 획득에 실패할 경우 그 리스크를 지게 될 사람은 뻔했다.
“만약 베팅한 목표 등수보다 낮은 등수를 획득할 경우, 베팅을 선택한 플레이어 연습생은 획득한 표의 50%를 잃게 됩니다.”
역시나였다.
치솟는 혈압에 뻐근해진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차근히 주물렀다.
‘결국 우리 팀을 살리려면 내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네.’
“멤버들과 상의할 시간, 단 15분 드리겠습니다. 시작!”
손해 보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는데 상의 시간까지 주는 친절함은 필요하지 않았는데.
하.
* * *
상의 시간이 주어짐과 동시에 체육관 안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다.
“제발, 우리 잘할 수 있잖아! 2등 정도는 그냥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좀 살려 줘!”
탈락 위험 연습생이 최다 득표 연습생에게 비는 것이 소음의 주된 내용이었다.
‘갈등을 부추기기 딱 좋은 시스템이야. 무대를 강행할 수 있는 것은 바라던 바였지만, 생각보다 리스크가 크군.’
문제는 몇 명의 연습생을 회생하느냐였다.
한참 고민에 빠져 있던 중, 멤버들이 내게 다가왔다.
“승범아, 머리가 복잡하냐? 짜식.”
“괜찮은 거 맞지?”
다른 팀의 멤버들처럼 내게 희생을 강요하러 왔나 싶었는데, 놈들은 코끝을 슥 문지르고 그냥 내 머리를 북북 어루만질 뿐이었다.
“허?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아 뻣뻣하게 굳었다.
“너는 너무 많은 걸 혼자 떠안으려고 해, 몸도 약한 주제에.”
“우리는 너보다 형이라고. 우리를 의지해!”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하니까.”
이게 뭔 개소리인가?
또 이 청춘 드라마 같은 장면은 무엇인가?
새파랗게 어린 놈이, 덜 자란 구황작물이 내 머리를.
내 머리를 만져?
형으로 태어나 선배님으로 산 내 머리를?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
심지어 젠은 내 등에 붙어 눈물을 콸콸 쏟고 있었다.
순간 회생을 위한 고도의 개수작인가 싶었다. 그런데 놈들의 눈이 너무 깨끗했다.
나는 멤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연습에 중간부터 빠졌다고 책망해야 할 입장인데 오히려 이렇게 나에 대해 걱정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이놈들 도대체 왜 이래?’
단순히 이놈들의 성격이 너무 좋은 건지, 아니면 내가 쓰러진 동안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는지 감도 안 왔다.
“너한테 아무런 득도 없는데 괜히 우리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우리는 네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원망한다든가…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베팅하지 마, 승범아.”
“만약 지금 탈락한다면 우리의 능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거겠지.”
“부담 갖지 말고 너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해라! 괜찮아.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어!”
음심 하나 없이 촉촉한 눈동자를 한 멤버들이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엄지를 척 들고 미소 지은 놈도 있었다.
비눗방울 효과라도 줘야 할 것 같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이해해 버렸다.
이 구황작물들의 방송 분량이 왜 그 모양 그 꼴이었는지.
왜 우리 팀에서 카메라 감독이 나한테만 붙어 있었는지.
‘이 인간들… 개호구야.’
나는 저놈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어떤 얼굴로 연습하고 있는지 이미 봐 버렸단 말이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밤새워 가면서 연습했다면서.’
그리고 불과 15분 전까지만 해도 무대 못 한다고 질질 짜던 놈들이 저런 말을 해 봤자 신뢰도는 0이었다.
나는 이를 빠득 갈고 입을 열었다.
“누구 마음대로?”
그러자 멤버들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누구 마음대로 탈락하냐고.”
“응?”
“우리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2차 경연으로 간다. 멤버들 의견은 필요 없어.”
왜냐하면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닥치고 내게 기생해, 이 호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