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한재운은 이번 성추행 사건에 대해 ‘술에 취해 넘어질 뻔하여 의도치 않게 신체 접촉이 있었을 뿐,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피해 배우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하지만 그에 대해 휘영 배우님께서 불쾌함을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또다시 입장문을 내놓았다.
휘영 배우가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은근히 느껴지는 글이이었다. 거기에 한재운의 어머니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절절해질 정도로 우리 아들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억울하다고 떠들고 있으니 대중들은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 중, 가해자 측에 이입을 한 사람들은 휘영이 다른 이익을 위해 일부러 문제를 키웠다거나 예민하게 군다는 식의 악플로 휘영 배우를 향한 2차 가해를 시작했다.
‘한재운이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얌전히 연예계에서 사라졌다면 휘영이 이렇게 또다시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됐을 텐데. 끝까지 이기적인 새끼…….’
그 이유는 접촉한 부위가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 술에 취해 있었으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수였다는 것, 한재운은 아직 미래가 유망한 배우라는 것,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 휘영 배우의 지속적인 언급과 공격으로 인해 여러 사람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작품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휘영은 단호하게 대처했다.
– 전 분명히 불편하다고 표현했어요. 거부를 했는데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은 고의성이 있었다는 거죠.
– 피해자인 내가 용서할 수 없는데 도대체 누가 그 사과를 듣고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거죠?
누군가는 휘영 배우의 화법이 예전과 다르게 날카로워져 듣기 싫다고 하거나, 아예 해당 문제로 인한 피로감에 지쳐 별로 알고 싶지 않다고 떠들어 대기도 했다. 다들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무의식중에 그녀를 비호감 이미지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그 반응들을 보면서 상처받지 않을 리가 없지.’
휘영은 그런 대중들을 앞에 두고도 조용히 인내하다가, 내가 소개를 해 준 기자를 통해 녹음 파일을 불시에 풀었다.
그리고 그 영상이 퍼지자마자 천칭은 완전히 기울었다.
– [어차피 다 그 여자도 좋아서 나 꼬신 건데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건데. 변호사가 사과하라면 할게. 재판 결과 잘 나오려면 하기 싫어도 이 악물고 미안한 척할 테니까 형은 신경 꺼.]
‘그 여자도 좋아서 나를 꼬셨다.’는 발언은 그날의 신체 접촉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성적인 의도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었으며, 나머지 발언은 그가 한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혀 버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 [당연히 재운이 말이지! 그 여자, 지금 어떻게 해서든 합의금 받으려고 자작극 벌이는 거야.]
– […온갖 고생 다 하고 이제야 자리 잡아 가는 배우가 본인 이미지 다 포기하면서까지 합의금을 받으려고 한다고요.]
그리고 한재운의 부모들을 향해 내가 나눈 대화는 그동안 몇몇 대중이 한재운을 감싸며 늘어놓았던 이상한 명분에 대한 반박이 되기도 했다.
– [┗ 와 진짜 내말 저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하네 재운아… 너… 뭐 돼? 합의금은 ㅎㅅㅂ 돈으로 줄 거야? 합의금이 목적이었으면 우리 재운이 말고 다른 더 잘나가는 애 털었겠지 ㅠㅠ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재운아~~!!]
– [┗ ┗ ㄹㅇ 합의금 얘기 계속 나오는 것도 어이없음 휘영이 합의 절대 안 해 준다고 못박아 뒀는데; 인지도? 이번 일 안 터졌어도 휘영은 유명했고 이번 일로 오히려 손해 봤다고 해야지 알아서 잘 될 애였음 지로 인지도 얻어봤자 뭘 얼마나 얻는다고…]
그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며 지금까지 휘영을 응원했던 대중들은 환호했으며 한재운의 편을 들었던 이들은 어느샌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공개된 녹음본의 제공자였던 나에 대해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 [한재운 이제 끝났네ㅋㅋ 진짜 저 녹음본이 숨통을 끊어버리는 한수였다]
– [그런데 한승범은 자기 가족 나락 보낼 자료를 다른 사람한테 준 거임? 좀 소름돋는다]
– [┗ 평소에 가족들이 얼마나 ㅎㅅㅂ 한테 말을 함부로 했으면 처음부터 녹음기를 들고 들어갔겠어 저럴 줄 알고 있었다는 거 아냐 한승범이 그 가족들한테 당한 일들 중 확실한 것들만 생각해 봐도 나 같으면 벌써 죽이고 싶었을 듯]
– [┗ ┗ 사람들이 피해 배우 무지성으로 ㅈㄴ 비난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선 거 아냐 지금까지 계속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애가 피해자 도우려고 용기낸 건데 진심 억까 개심하네 한승범 팬 아닌데도 그냥 어이가 없다]
– [한승범 진짜 불쌍하다 어떻게 가족들이 저러냐 세상에 자기 편이 하나도 없네]
– [┗ ㅠㅠ 그래서 멤버들한테 그렇게 사랑 퍼줬던 거 아님?]
– [녹음본 들으면서 너무 속상해서 계속 울었다… 그냥 승범이가 너무 외로웠을 것 같아서… 승범이는 저 말을 면전에서 들었을 거 아냐]
연예인은 잘못을 저질렀든 저지르지 않았든, 안 좋은 일로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다. 왜냐하면 이 직업은 사람들에게 이상을 파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환상을 가지고 싶은데 기껏 모르는 척했던 현실적인 문제를 자꾸 끌고 오면 어느샌가 실망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편들어 준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지. 아이돌한테 동정은 독이 될 뿐이니까.’
사람들의 앞에 노출될 때마다 시선이 의식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감탄과 선망, 애정만이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사이에 동정과 불편함이 서서히 몸을 불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아버지와 관련된 스캔들로 고생을 했을 때와 아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 서유태 씨! 말씀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 아버지 관련 스캔들에 대해 해명하고 싶은 부분 없습니까!
나는 이 자리에 서유태가 아닌 한승범으로서 서 있었다.
분명 그 정도의 분간은 충분히 하고 있었을 터인데, 그때의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다만 그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팬들의 애정만큼은 여전했다는 것이었다. 이번 일은 초반부터 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고, 가해자와 내가 적대 관계에 있어 대중들의 앞에 명확히 선을 그을 수 있었으며, 사건이 애매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대중의 비난이 향할 대상이 명확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것만 있으면 버틸 수 있었다.
‘팬들은 내가 잘못을 한 게 아니라면 최대한 믿고 응원해 주니까.’
괜찮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겠만, 나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저 마땅히 일어나야 하는 일이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 승범 씨, 제대로 인사하려고 찾아왔어요. 이번 일, 잘 마무리된 거 다 승범 씨 덕분이에요. 저 때문에 피해를 입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해요.
지나치게 정직하고 빚지는 것을 못 이기는 휘영 배우는 추후 내게 선물을 사 들고 와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었다. 또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나를 보며 걱정이 된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를 정중히 거절했다.
– 저는 휘영 씨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게 아닙니다. 그러니 제게 감사해야 할 이유도, 사과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 그래도…….
– 무심코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마는 마음은 휘영 씨의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태도를 유지하다간 언젠간 휘영 씨가 지치게 될 겁니다. 이 세상에는 휘영 씨의 선함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 싸움은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
– 한재운을 쫓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남았잖아요. 휘영 씨가 앞으로도 좋은 배우로서 떳떳하게 활동하는 것. 그게 제대로 된 ‘선례’입니다. 그러니 저보다는 본인을 잘 보살펴 주세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도록. 마지막에 한재운이 아닌 휘영 씨가 웃고 있어야 이기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자 휘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을 꾹 다물더니 내 손목을 탁 붙잡았다. 그리고 ‘…그래도 고맙다고는 말하고 싶어요. 도움받은 것을 제외하더라도 제게 너무 다정하게 대해 주셨잖아요. 지금도 그래요…….’라고 다급히 말했다.
“…….”
그 기세에 휘말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마음이 후련해졌는지 그녀는 맑게 미소 짓고는 매니저와 함께 돌아갔다. 들리는 소문으로 그녀는 이전의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버리고, 대대적인 체인지를 계획하고 있는 듯했다.
‘…잘됐으면 좋겠네.’
그렇게 이번 일이 대강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재운은 제대로 화가 났는지 내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그 가족들의 연락처를 차단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빌려 내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 삐리리릭! 삐리리릭!
– 형, 또 전화 와여. 오늘 하루에만 70통 왔네요.
끊임없는 전화에 지쳐 버린 나는 결국 핸드폰의 전원을 꺼 버리고, 임시방편으로 최적현의 쓸데없이 많은 핸드폰 중 하나를 냅다 뺏어 와 지인들과 연락을 취했다.
‘전화번호를 바꿔 버리든가 해야지.’
그렇게 내가 연락을 받지 않자 한재운은 우리 숙소까지 찾아오려 했던 것 같지만, 우리 숙소는 연예인이 여럿 살 정도로 보안이 아주 뛰어난 아파트였기 때문에 발을 딛는 것조차 하지 못한 채 보안 요원의 손에 들려 끌려 나갔다.
‘요즘 애들의 말로는 입구컷이라고 하던가.’
거기에서 딱 멈추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한재운의 폭주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 [너 같은 새끼 동생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었는데! 너 때문에 이씨… 다 망했어!]
술 처먹고 인하트그램의 라이브 방송을 켜서 울고 불고 고함을 지르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 같은 것들 말이다. 유출 금지라고 적어 두긴 했지만, 당연히 해당 라이브 방송은 그대로 녹화되어 사람들에게 조롱당하기 시작했다.
[하 ㅆㅂ ㅋㅋㅋㅋ 눈물 흐를 때마다 넥 워머로 얼굴 가리는 거 왤케 웃기냐] [ㅇㄴ 그거 목도리 같이 생긴 거 좀 가만히 냅둬 ㅠㅠㅠ 이미 축축해졌자나] [아 쟤 또 들어가네 누가 머리끄댕이 잡아서 좀 뽑아라]눈물을 흘릴 때마다 넥 워머를 끌어 올려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보인 후로 한재운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키조개’라는 변명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했던가.
관심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 났다.
별로 웃기지도 않았고.
그렇게 사람들은 한재운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갔고, 나는 나대로 바쁘게 다음 타이틀곡의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시간을 보냈다.
“형… 어쩔작업 하고 계시네요.”
“…그게 뭔 소리야?”
“‘어쩌라고 작업이나 해야지’요. 제가 변형을 좀 해 봤어요.”
“…….”
“아, 망개그 됐네. 냉수 입수하고 올게요.”
속세와의 연을 끊은 것처럼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업을 하자 도유다는 내게 와 장난식으로 말을 걸더니 혼자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작업실을 뛰쳐나갔다.
‘…뭐지?’
나는 녀석의 돌발 행동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냥 뒤통수에 ‘냉수 말고 온수로 해라, 컴백 전에 감기 걸리면 죽는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멀리서 잉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형은 진짜 최악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픽 웃음을 흘리던 참에 프리즘의 단체 채팅방에 알림이 마구 울렸다. 그에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하고 다급히 포털 사이트의 연예계 기사 상단을 확인하자 그토록 기다리던 내용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단독] 프리즘, RH와 전속계약 만료… “새로운 소속사와 함께 활동 이어 갈 것”]프리즘의 계약이 만료되었다.
프리즘은 이제 비로소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드디어…….’
나는 뛸 듯이 기쁜 감정을 만끽하며 숨을 돌리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계속해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