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프리즘과 RH 엔터테인먼트의 계약이 만료되고, 프리즘은 최적현의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계약 조건은 딱 프리즘의 네임 밸류에 부족함 없는, 다른 소속사에서도 제시한 선의 평균으로 결정된 듯했다.
– …분명 계약서 100번 가까이 읽어 봤고, 문제 없는 거 다 확인했는데 왜 이렇게 어디 이상한 데에 팔려 갈 것 같은 기분이지.
내 기억으로 지금 프리즘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차운은 직원들과 여러 번 미팅을 하고 계약을 결정하는 순간까지 새하얗게 털려 있었던 것 같다.
– 왜 하필 이 대표예요. 전 그 사람하고 강혁우만 아니면 되는데 왜, 왜 하필…….
– 친구가 걔밖에 없어서.
– 아아…….
아니, 무슨 신체 포기 각서 쓴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벌벌 떠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옆에 있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이상한 짓을 하겠냐고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차운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결국 형 없으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 못 한다는 거잖아요!’라고 외쳤다.
양심상 그 말을 확실하게 부정할 수 없었던 내가 녀석의 절규를 그냥 외면하고만 있자 주변을 지나가던 이치세가 태평하게 말했다.
– 강혁우가 우리의 약점을 잡고 계속해서 문제를 터트려야 했던 이유는 ‘본인의 무능함 때문에 첫 계약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프리즘을 붙잡을 수 없어서’였잖아. 우리는 우리 자체로 있을 때 가장 가치가 높고, 대표님은 좋은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업 수완은 아주 좋으니까… 우리가 돈이 되는 한 그만큼 대우는 해 줄 거야.
– 뭐, 우리의 가치가 떨어지면 무슨 이상한 짓을 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이제 유태 형이 어떻게든 해 주겠지. 그치, 형?
‘뭔가, 계속 옆에 있으라는 협박처럼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인가.’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구나! 그러면 이제 안심하자!’ 하고 납득하기에도 참 뭐했던지라 차운은 허망한 표정으로 이치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나를 돌아봤다. 입을 벙긋거리는 시늉조차 하지 못했지만, ‘저놈 저거 말하는 것 좀 보세요.’라는 대사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또다시 고개 돌려 그를 못 본 척한 채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아마…….
– 아마? 확신은 못 한다는 거잖아. 큰 문제는 없으면 작은 문제는요?
– 음.
– …형, 내 얼굴을 보세요.
– …….
– 날 봐요!
아무튼 그 뒤로도 나는 차운에게 한참을 시달려야만 했다.
녀석도 녀석 나름대로 강혁우에게 제대로 당한 이후로 계약에 관해 어지간히도 불안해졌던 탓이겠지. 본인도 스스로 이 선택지가 그나마 가장 낫다고는 알고 있지만, 도저히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만 덜 예민했다면 그나마 덜 스트레스 받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한숨을 푹 쉬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도유다를 떠올리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바보보다는 저게 나은가.’
– 형, 저 대표님을 그동안 오해했나 봐요! 목소리도 멋있고, 얼굴도 되게 잘생겼고 어 또… 되게 자상하시고 똑똑하신 분 같아요! 형 친구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대표님 좋아!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안 돼. 그거 아니야.
– 으어? 형 친구면 착한 사람 아니에요?
도유다는 최적현과 만나 몇 분 대화를 나누더니 그럴듯한 껍데기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 이제는 완전히 그의 개가 되어 버렸다. 꼭 도둑을 보며 꼬리 흔드는 우리 집 개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흐헤헥, 형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 그렇게 걱정 안 해도 저는 항상 형이 1등이에요. 대표님은 멋있는 거고 형은 사랑하는 거죠!
– 제발, 유다야. 정신 좀 차려라.
처음에는 직감적으로 최적현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간파했으면서, 직감의 영역을 지나 이성의 영역으로 들어오자마자 그의 지능이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듯했다.
‘저런 애들이 사기를 당하는 거구나.’
아, 도유다는 모르는 사이에 뒤통수 맞고 잉잉 울고 있을 것 같고, 차운은 혼자 위염 걸려서 쓰러질 것 같아 둘 다 안심이 되질 않았다.
딱 이치세처럼 ‘그 사람 자체는 신뢰할 수 없지만, 비즈니스에 관한 부분만큼은 신뢰할 수 있고 지금은 이게 최선의 선택이니 지금은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자잘한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면 된다.’는 스탠스를 취해 준다면 좋으련만, 나도 양심상 그것까지는 강요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치세가 비정상적인 거지. 그놈은 어디 말 하나 안 통하는 곳에 버려 둬도 실실 웃으면서 돌아올 거다.’
그렇게 차운과 이치세, 두 연장자가 서로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머지 동생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 그런 건 멤버들이 적당히 결정해. 어차피 나보다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머리 싸매 주겠지.
남이훤은 멤버들의 판단을 믿고 맡기겠다고 했다. 사실 신뢰는 핑계고, 좀 귀찮았던 게 더 컸던 것 같지만 말이다. 애초에 남이훤은 최적현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의견을 내 봤자 별로 도움이 안 됐을 것이다. 멤버들도 주의 깊게 듣지 않았을 거고.
– …….
유제이는 아직까지도 최적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내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최적현은 그런 유제이를 아주 같잖게 보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럴수록 유제이의 표정은 점점 더 딱딱하졌지만, 결국 차운이 최적현의 회사를 선택했을 때는 별다른 말 없이 그 결정을 따랐다.
그리고 조인찬은…….
– 나는 강혁우만 아니면 형들이 원하는 대로 해도 괜찮아. 그냥… 누가 와도 그 사람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조인찬은 그저 강혁우의 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했다. 그동안 최악의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것을 뺏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왜 그러는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러한 생각은 용납할 수 없었다. 세상에 순진한 연예인의 등골을 빨아먹으려는 놈들이 얼마나 많던가. 지금부터라도 프리즘 멤버들은 높은 하늘 위로 자유롭게 날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조인찬하고는 저번에 대화를 나눈 이후로 아직 만나지 못했으니까… 직접 대화하지는 못했지만.’
– ‘내 심기 거스르다가 내가 다 터트려 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던데. 그 말 때문에 흔들려서 문 열었나 봐.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강혁우는 조인찬에게 또다시 협박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도대체 뭘 터트리겠다는 거지?’
조인찬의 영상을 지우는 것에 성공한 것은 틀림없었다. 만약 강혁우에게 정말로 영상이 남아 있었다면 굳이 조인찬이 혼자 있는 상황을 만들어 ‘다른 약점이 있다’는 불분명한 말로 녀석을 협박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확실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자신만만하게 들이댔겠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조인찬은 경황이 없어 거기까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강혁우는 그날 조인찬을 찾아감으로써 프리즘을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프리즘을 잃을 수 있다는 초조함 탓에 저지른 실책이었다.
나는 그를 확신하면서도 끝까지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
프리즘은 드디어 RH 엔터테인먼트의 지배하에서 벗어났는데도 정작 안심이 되질 않았다.
– [인찬이 영상이 그놈 손에 있을 때는 매일 불안했는데… 형 덕분에 이제야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어.]
– …….
– [고마워, 형. 잘 자.]
– 그래, 너도.
프리즘의 계약이 만료된 후로, 나는 오히려 그 전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원래도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예민하게 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게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심해진 것 같았다.
밤을 꼬박 새우는 동안 연예계 기사란과 익명 커뮤니티에 프리즘에 관련된 문제가 실려 있지는 않은지 강박적으로 뒤지는 건 매일같이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기절하듯 잠에 들면 모든 것을 잃고 프리즘에 앙심을 품은 강혁우가 프리즘 멤버들을 칼로 찌르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
– 헉, 하아… 하…….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뜨면 언제나 식은땀에 옷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
내가 이렇게까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했다.
‘만약에, 만약에 강혁우가 또 다른 일을 터트리면 어떡하지?’
내가 지금까지 봐 온 강혁우는 본인이 떨어질 것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억울해서라도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발목을 붙잡아 함께 떨어지는 인간 말종이었다. 그런데 그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놈들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한계까지 몰아넣은 사냥감이 동귀어진할 각오로 달려들면 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내가 너무 과하게 걱정하는 건가.’
“…….”
‘아니야. 아직 절대 마음 놓으면 안 돼.’
조폭들이 그 사업에 강혁우를 그냥 아무 대가 없이 끼워 줬을 리가 없었다. 이전에 확인한 바로는 그들은 처음부터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원래 강혁우는 프리즘을 통해 연예계에서 상당한 인맥과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저지른 악행이 밝혀진 최악의 상황에 프리즘까지 RH에서 이탈하며 강혁우는 완전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용 가치가 없어진 강혁우를 과연 그들이 그냥 가만히 두고 볼까?
그리고 그 압박감을 강혁우가 잘 버틸 수 있을끼?
‘그동안 강혁우가 최적현을 무서워했던 건 본인이 쥐고 있는 것들을 최적현 때문에 잃게 될까 봐였어. 하지만 그것도 사라진 상황에서는 이제 눈에 뵈는 게 없겠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뭘 어떻게 해야 멤버들이 완전히 안전해질 수 있는 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이 무뎌지기는커녕 점점 날카로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정말 죽여야 끝날지도 모르겠어.’
서늘해진 머릿속에 무심코 그런 생각이 떠오른 순간, 몸이 훅 뒤로 잡아 당겨지면서 고막을 찌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
그에 조금 놀란 채 고개를 뒤로 돌리자 기겁을 한 우강원의 얼굴이 보였다. 멀리서부터 나를 보고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던 녀석은 내 의문이 가득한 시선을 보고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횡단보도요. 빨간불이에요.”
그에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주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보였다.
“아.”
“세게 잡아당겨서 죄송해요. 너무 급해서…….”
“아냐, 덕분에 살았는데, 뭐. 고마워. 못 봤네.”
“괜찮으세요? 아까부터 계속 말 걸었는데 대답도 안 하시길래 걱정했는데.”
‘아까부터 계속 말을 걸었다고?’
누군가의 말소리 같은 것은 방금까지만 해도 전혀 듣지 못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빨간색의 신호등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내 우강원의 얼굴에 걱정이 서리는 것을 보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꾸며낸 채 입을 놀렸다.
“…조금 피곤해서 잠깐 졸았나 봐. 미안. 뭐라고 했어?”
“체중 빠진 것 때문에 다음 컴백 의상용 치수 다시 재야 하나 봐요. 의상 팀에서 선배님 불러 달라고 했어요.”
“알았어.”
그 말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빨갛게 충혈되어 뻑뻑해진 눈을 꾹 감았다.
* *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강혁우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조인찬의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전화를 걸다가,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연락을 돌리고 마지막으로 유제이의 핸드폰에서 가차없이 들려오는 안내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 새끼들이… 누가 그 위치까지 키워 줬는지도 모르고 감히 건방지게 배신을 때려?”
쾅!
“XX!”
그리고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내지르며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액정이 깨져 버린 핸드폰의 전원이 꺼지고, 비로소 조용해진 사무실 내부에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까득, 까득하고 울렸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그래 그럼 어디 갈 때까지 가 보자고. 절대 혼자는 못 죽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