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내가 근 며칠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체중에 급속도로 빠지자 정말 당연하게도 팬들은 그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허리 실화냐고 ㅅㅂ 내돌이 뼈말라라니] [맨날 ㅈㄴ 과장해서 1/2 강원 ㅇㅈㄹ 했는데 그게 점점 찐이 되고 있음 나 두렵다 애 쓰러질까 봐] [승범아 너 키가 그렇게 큰데 몸무게가 나랑 똑같이 나가면 어떡하라는 거야 진짜 장난하지 마라] [대장 밥 좀 먹자!! ༼;´༎ຶ ༎ຶ`༽ 리얼리티 보는데 맨날 체중 줄어서 피팅 다시 잡는 것 같아] [읏범 써아사 나왔을 때도 말랐다 말랐다 했는데 지금하고 비교하면 그때 얼굴은 아기 같음 볼에 살이 그나마 있어서] [윾다야 네가 승범이 밥 다 뺏어먹니?] [┗ 뺏어 먹진 않는데 소식좌들이 남긴 거 다 주워먹음 진공청소기인 줄] [┗ ┗ 아 ㅜㅜ 이 먹짱 강아지 어떡함 승범이가 유다 반절만큼이라도 먹어 줬으면 좋겠다]사실 당사자인 나는 워낙 일이 많이 터져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고, 매일 보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외견상의 변화를 자각하지 못했다.
[심각한 한승범 건강 상태 ㄷㄷ]하지만 너튜브에 딱 처음 Survive IDOL에 출연했을 즈음의 한승범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하는 영상이 올라온 후로, ‘아, 살이 많이 내리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프면 마른 사람부터 골로 간다더니,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제야 알겠네.’
보기 흉해졌다거나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점점 서 있는 모습에서 체력이 조금씩 달리는 게 보이거나, 몸을 써야 하는 일에서 힘이 부치기도 했던 것 같았다.
‘분명 중간까지는 처음에 한승범의 몸에서 눈을 떴을 때보다 꽤 많이 찌워 뒀던 것 같은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잘못된 거지?’
새삼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자니 서유성의 죽음을 알게 되었을 때가 문득 생각났다. 어찌저찌 정신력으로 다시 일어나긴 했고 정상적인 생활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만, 어쩐지 그 이후로 몸이 전혀 나아지질 않는 것 같았다.
‘애초에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드니까…….’
나는 스스로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고갈되고 있었다.
“…….”
팬들 중에는 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소속사에서 이미 검사를 마쳤고 큰 병은 없다는 사실을 밝힌 이후로는 대부분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이번 일이 크게 터져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은 단기적인 것도 있지만, 때로는 죽는 순간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가슴에 품어야만 하는 고통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 마련이었기에 나는 차라리 단기적인 문제인 한재운의 일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버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한재운도 조용해졌으니까 금방 괜찮아지겠지 다행이다…ㅜㅜ]원인을 알고 있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해결할 가망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서 비롯되는 피로감의 차이는 상당하니까.
‘다들 한재운의 문제만 해결되면 금방 모든 게 다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나마 덜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거야.’
대중들은 이미 한재운이 무슨 문제 행동을 벌이든 단물이 빠져 버린 껌처럼 큰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으니 한재운은 ‘해결된 문제’라고 보는 게 맞았다. 도대체 언제쯤 해결되는 거냐, 라든가, 이쯤 하면 충분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며 구경하다가 지치기 전에 대중은 이미 그럴듯한 해소감을 느낀 것이다.
‘이제 나만 괜찮아진 것처럼 보이면 돼.’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게 올바른 정답이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계속해서 피로감만을 안겨 줘서야 되겠는가.
소속사도 어차피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었으므로,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 컨디션 문제로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와 스케줄을 마음껏 잡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터였다. 따라서 그들이 마지막 활동을 코앞에 두고, 팬들에게 ‘한승범은 이제 괜찮아졌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필을 하기 위해 취한 전략은 바로 이것이었다.
“오늘 촬영은 여러분께 사전에 말씀드린 대로…….”
“MT, MT MT! 너무 좋아요!”
카메라 녹화가 시작되고, PD가 말을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잔뜩 들뜬 도우다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외쳤다. 매X가 뛰기 시작하자 옆에 가만히 서 있던 패X도 펄쩍펄쩍 뛰다가 제 흥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정수리로 매X의 엉덩이를 들이받았다.
“꾸엑!”
“처리 완.”
“어, 어어, 얘들아. 무슨 일이야. 왜 엉덩이를……. 엉덩이가…….”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우르르 두 바보와 옆에 있던 캐리어들이 무너지자 상식인 우강원은 도대체 왜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사람의 엉덩이를 들이받은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맹한 얼굴로 손을 허우적거렸다.
“형, 저 형들이 이상한 거 하루이틀 일 아니잖아요. 이해해 주려고 하지 마세요.”
이단비의 냉정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봤다.
‘왜 저놈들을 보고 있으면 내 지능이 떨어지는 것 같지?’
원래 베짱이처럼 족구하고 노래하고 게임하면서 술 처먹고 토하다가 깨면 끝나는 게 MT 아니던가. 카메라 앞에서 여가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여 주면 팬들도 안심이 될 거라는 점은 동의한다.
그런데 뭔가 MT보다는 유치원생들을 인솔하여 소풍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이화영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을 같은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은 듯했다. 거의 동네 바보 개들을 바라보는 듯한 한심한 시선을 감지한 나는 녀석의 등을 툭 쳤다. 저 모양이어도 네 멤버니 그렇게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보지는 말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이화영은 나 아무 잘못 안 했다는 듯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를 보며 한숨을 푹 쉰 나는 녀석의 엉덩이를 툭 치고는 바닥에 나자빠져 투닥거리는 두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놈들의 목덜미를 왼손과 오른손에 하나씩 잡아 들고 제자리로 질질 끌고 간 후, PD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내가 이 바보들을 잡고 있을 테니 촬영을 계속 진행하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아까부터 계속 끅끅 웃고 있던 PD가 겨우 웃음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여러분이 알고 계신 대로 이번 자컨은 MT입니다. 여러분이 쉬고 노는 모습을 찍을 예정이니 마음 편히 임해 주세요.”
“오잉, 그게 다예요?”
별다른 방송용 미션 없이 그냥 재미있게 놀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도유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에 PD는 오히려 씨익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럼요. 하지만 리얼리티가 콘셉트이기 때문에 풀 빌라까지도 여러분이 직접 운전해서 가야겠죠?”
직접 운전을 해서 가라는 말을 듣자마자 멤버들은 눈 앞에 덩그러니 놓인 두 대의 PPL 차량를 멍하니 응시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면허 있는 사람?”
신뢰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표정들이었다. 특히나 이단비는 더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갓 스무 살을 탈출한 병아리들이 운전을 해 봤자 얼마나 해 봤겠는가.
“…….”
묘한 정적을 깨고 가장 먼저 비장한 목소리를 낸 것은 우강원이었다.
“나, 면허 있어.”
이제 멤버의 반절은 무면허 운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멤버들의 표정이 사르르 녹았다. 하지만 그것도 고작 몇 초만 이어졌을 뿐, ‘그럼 나머지 반절은? 그냥 죽으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다시 낯빛이 칙칙해지자 PD가 이화영을 보며 말했다.
“음, 우리 사전 인터뷰에서 면허 가지고 있는 사람 한 명 더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이화영은 눈꺼풀을 조금 빠른 속도로 깜빡거리더니 마지 못해 ‘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 눈치를 조금 보다가 눈을 굴려 앞에 놓인 차를 흘끔 확인하는 것을 보니 난생처음 해 보는 차종이라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듯했다.
녀석의 그 태도를 잘못 읽기라도 한 건지 도유다는 PD를 향해 우당탕 뛰쳐나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령, 머리를 앙앙 물어뜯는 것처럼 말이다.
“아아악! 유다야, 살려 줘!”
뭐… 사적으로 친한 사이이니 문제야 되지 않겠다만 보기에 약간 추하긴 했다.
“바른대로 말하세요, 승민이 형. 이거 암살 시도죠? 제가 그렇게 미웠어요? 무면허 차에 태울 생각을 하게?”
“아니, 아니! 면허 있잖아!”
“저 사람, 평생 남이 운전하는 차만 타던 사람이라고요! 애초에 영국이랑 한국은 운전하는 법 다르잖아요! 영국에 면허 있다고 한국에서 운전해도 되는 거 아니라고요! 저는 도련님 운전 연습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아요!”
도유다의 디스에 이화영은 다급히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국제 면허야!’, ‘그리고 나 운전 많이 해 봤어.’라고 다급히 해명했다.
‘그걸 왜 나한테 해명하는 거냐.’
아까까지만 해도 운전하는 걸 별로 안 내켜 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또 자기 운전할 줄 안단다. 그냥 ‘나는 아직 애라 운전 못해요’라고 핑계대면 될 것을 왜 저렇게 열심히 해명하는 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뭐, 너‘도’ 금방 운전은 잘하게 될 것 같은데.”
최적현의 부드러운 핸들링을 떠올리며 그런 말을 뱉자 이화영의 미간 사이가 팍 구겨졌다. 한참을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녀석은 PD의 앞으로 척척척 걸어 나가 자동자의 키를 받아 왔다.
그리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너, 내 차 타.”
“…어어, 알겠다.”
그렇게 판테이온은 우강원과 이화영, 이 두 사람의 차량으로 나뉘어 풀 빌라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목숨이 아까웠는지 운전 경력이 꽤 되었던 우강원의 차량에 타고 싶다는 멤버들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각 멤버들이 탑승할 차량은 잔혹한 서바이벌을 통해 결정하게 되었다.
– 안 내, 안 내, 안 내면 진다! 가위 바위 보!
그 결과 우강원의 차량에는 백기량과 이단비가 탑승하게 되었고, 이화영의 차량에는 도유다와 내가 탑승하게 되었다. 나는 이화영의 압박으로 가위바위보에 참가하지도 못한 채 이화영 차량의 조수석에 앉게 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뭐, 불만은 없었다. 나라도 옆에 있어야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을 것이고, 이화영을 내버려 두고 혼자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나는 자기도 우강원의 차에 타겠다며 차에 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도유다를 두고 조수석에 가만히 앉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진에게 풀 빌라의 위치를 전달받은 이화영이 선글라스를 쓰고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밖에서 이화영의 화보 같은 모습을 발견한 도유다가 입꼬리를 히죽이죽 올리며 말했다.
“혀어엉, 폼 잡는 거예여? 운전한다고 선글라스도 끼구, 카메라에 멋있게 나오고 싶었구나앙. 흐하항.”
이화영은 원래 멜라닌 색소가 적어 햇빛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운전을 할 때는 선글라스가 필수였다. 그걸 알 턱이 없는 바보 도유다가 혓바닥을 마구 낼룸거리며 놀려 대자 이화영은 바로 도유다에게 헤드록을 걸고, 눈을 뜨고 있도록 눈꺼풀을 바짝 잡아당긴 채 하늘을 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직빵으로 햇빛을 마주하게 된 도유다는 퇴마당하는 악귀처럼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눈부셔요! 으아아악!”
선글라스를 껴야 하는 이유를 손수 보여 준 놈은 만족했는지 가차없이 도유다를 뒷자석에 쑤셔 넣고 운전석에 앉았다.
“…….”
그리고 평소 본인이 운전하던 차와 달라서인지 한참을 삐걱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실수로 어떤 버튼을 눌렀다.
찍.
워셔액이 창문에 찍 뿌려지는 것을 본 녀석은 또다시 놀란 고양이처럼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를 돌아봤다.
“뭐 어떡하라고. 내가 어떻게 해 줄까.”
두 손을 펼쳐 보여 주며 그렇게 말하자 놈은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입을 앙다물어 버렸다. 그리고 다른 버튼을 하나씩 누르며 새로운 차에 빠르게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엉뜨 켜졌어요! 이렇게 날이 더운데 저 구워 먹으려고요?”
“…….”
“형, 여기 엉뜨 켜졌다니까요? 왜 아무도 대답 안 해요?”
“…….”
“…살, 살려 주.”
과연 도유다의 불타는 엉덩이는 실수일까, 고의일까.
우리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도유다의 비명만을 남긴 채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