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
32화
갬블 시스템 도입으로 시끄러웠던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우강원은 아직 자는 중이군. 시간이 남는데.’
나는 본격적인 연습 시간이 다가오기 전인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견디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서치나 할까.”
어제 방영분의 마지막 부분에는 갬블 시스템 도입에 대한 내용이 아주 짤막하게 들어간 예고편이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시스템인 만큼 대중들의 반응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멤버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어떤지 또한 파악해야 했다.
‘나는 그 대문짝만 한 찌질이들을 데리고 꼭 1등을 해야겠다고.’
이화영 팀은 소위 말해 ‘어벤져스 팀’이라고 불리는 팀이었다.
멤버들의 성격을 함께 고려해 뽑은 우강원과 다르게 이화영은 단순히 득표에 도움이 될, 인지도가 높은 연습생들을 골랐다는 말이다.
‘어림도 없지, 이 발칙한 니콜라스 화영 리야.’
본래 어벤져스 팀을 듣보잡 팀이 깨부수는 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클리셰고, 나는 그 명장면을 죽어도 가져가야겠다.
소파에 편히 기대앉은 나는 도유다의 태블릿을 가져와 조작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팬들 반응 보겠다고 아주 끼고 살더니 오늘은 테이블 위에 방치해 둔 것 같았다.
‘먼저 커뮤니티 반응부터 볼까.’
커뮤니티 반응은 익명성이 더 짙은 편이라 또라이들도 많지만 그만큼 적나라한 말들이 오고 간다. 쿠션어 없는 명확한 반응을 알아보고 싶다면 커뮤니티를 살펴보는 게 적합했다.
가장 주목받는 게시글을 눌러 보니 예고편에서 다른 팀이 찍힌 장면을 캡처하여 우리 팀이 있는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가 보였다.
[서 있는 순서랑 카메라 각도 보면 이 장면 한승범이 몇 명 회생시키겠다고 발표한 다음 시점인 것 같은데 애들이 다 한승범 다 부둥켜안고 있어 ㅜㅜ. 하 승범이 설마 애들 다 살리겠다고 했냐? 가슴이 벅차오른다….] [└ 대장은 대원들을 절대 버리지 않아 ㅠㅠㅠㅠ. 미쳤다. 과몰입 오져.] [펭귄들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다.] [└ 쟤네 몸집을 봐라 저게 펭귄인가. 북극곰이지.] [아니 대장 ㅈㄴ 쪼꼬미인데 이거 어케 된거임. 단비 옆에 있을 때는 상남자였잖아.] [└ 우강원 옆에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보임…. 어쩔 수 없어.] [└└ 22. 제일 체구 작은 한승범이 180cm 정도인데ㅋㅋㅋㅋ 저 정도면 한승범 학대 아님? 애들 우락부락한 거 미-치-겠-어. 오도방구 팀 피지컬 돌아버렸다.]‘진짜 콩알만 하게 나왔는데 어떻게 찾은 거야.’
게시글을 쓴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캡처된 장면은 우리의 베팅이 끝난 시점이 맞았다. 남산만 한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생각보다 내 팬들 반응이 괜찮네.’
솔직히 말하자면 멤버들이 호구처럼 사는 게 짜증 나서 홧김에 과감한 베팅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리스크가 너무 컸으니까.
[저 팀 힘숨찐 아니냐. 대장이 다 계획이 있어서 회생 선택했겠지. 대장 믿고 있었다구~!!] [└ 대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고작 연습생 따위한테 ㅋ.] [└└ 이교도다. 우! 이놈을 썰어라. 이교도다. 우! 이놈을 썰어라. 이교도다. 우!] [└└└ (칼에 물을 뿜는 망나니 짤)]팬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은 ‘대장’이었고, 나는 어떤 일이든 과감하게 저지르고, 책임감이 뛰어난 성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했다.
‘다들 나의 악독한 책략에 넘어왔군. 하하.’
아이돌은 이미지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확고한 캐릭터성은 곧 매력이 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니까.
아무래도 나는 골목대장 같은 이미지를 쌓은 듯했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몸을 사리며 멤버들을 저버리는 것은 팬들이 지금까지 나에 대해 쌓아 온 해석을 망가트리는 짓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선택을 옳았다고 볼 수 있다.
[한승범 팬들 다 또라이야.] [└ 아멘.] [└ 아멘 2.] [└ ㅇㅁ 3.] [└└ 아니 진짜 얘네 왜 이럼. 대장이 아니라 종교 수준인데.] [└└└ 너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 이교도?]이건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다음으로는 멤버들에 대한 반응을 봐야 했다.
‘…역시 젠 위주로 봐야겠지.’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기 젠이 가장 걱정되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인지도가 너무 낮으니 칭찬도, 욕도 없는 무관심 상태일 가능성일 테지만, 젠은 슬슬 이런저런 반응이 나오는 시점이었다.
[근데 일본인들은 원래 저렇게 머리가 약간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느낌임? 나 일본인 멤 파보는 거 처음이라 그냥 바야바처럼 멍청하게 서 있어.] [┗ 안녕하세요. 일본인입니다. 번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이 이상 이었다면 죄송. 좀처럼 없습니다. 저런 사람. 그냥 특별히 이상한 사람입니다.]젠은 1차 경연에서 엉뚱하고 4차원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것과 더불어 뱀상 아이돌이라며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팬덤이 불어나고 있었다.
[나기 젠 귀엽더라. 나 아직 최애 못 정했는데 일단 얘 찍먹 중임. 좀 ㄱㅊ은 듯.] [┗ 그래봤자 한승범 빨로 겨우 저번 미션 욕 안 처먹고 끝났죠. 직캠으로 보면 뚝딱이인 거 티 조금씩 나던데 다음 미션이야말로 고비일 듯.] [┗┗ 22 ㅋㅋ. 그리고 원래 관상은 과학이라자너~ 곧 사고 칠 듯.] [┗┗┗ 아니 갈 길이나 가세요, 띠발 ㅠㅠ.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 옆에 굳이 쳐와서 우웨에에에엑! 우웩! ㅈㄴ 맛없겠다! ㅇㅈㄹ 하고 있네. 관리자야, 이 새끼 물 흐리는데 밴 해라~!!]그리고 인지도가 늘어남에 따라 녀석을 향한 여러 반응 속에 날카로운 불호 의견이 하나둘씩 나타나는 것 같았다.
‘역시 젠의 실력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 챈 사람들이 나온 모양이군.’
실력이 부족한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박히기 전에 탈출하려면 지금이 적기였다.
아직 너튜브에 분석 영상이 나오지 않은 지금 말이다.
만약 지금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대중들은 이후에 동작 하나하나를 초 단위로 슬로우까지 걸어 분석하며 지적할 것이다.
‘그렇게 트집 잡으려는 마음으로 보면 메인 댄서가 아닌 이상 아무리 성장해도 지적할 부분은 얼마든지 나오겠지.’
정작 장본인인 젠은 이런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젠과 이래저래 엮인 일이 많아서 마음의 짐이 있는 상태란 말이다.
“아오, 머리야.”
두통에 지끈지끈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스크롤을 더 내려 보았다.
[갬블 시스템 뭔 소리인지 못 알아먹어서 머가리 깨질 뻔했잖아. 컨셉질 하나 하려고 룰 존나 복잡하게 만들어 놨어. 나만 이해 안 되냐?] [└ 그건 네가 빡대가리라서.] [└└ 아 ㅋㅋ 살살 때리라고. 니가 때려서 더 바보됨.] [└└└ 위대하신 투탑께서는 빡대가리마저 포용하시니.] [└└└└ 빡대가리인 거 들키면 가장 먼저 죽여버릴 것 같은 두명이자나 ㅠㅠㅋㅋㅋㅋ.] [아니 복잡한 건 둘째치고 이러면 국민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똥 빠지게 열심히 투표해놨더니 반절이 날아가게 생겼네 ㅅㅂ. 내 새끼 너무 착해서 눈치 보다가 억지로 배팅해버릴 것 같다고 ㅠㅠ.] [└ ㄹㅇ. 나 물 떠 놓고 기도 중임. 제발 배팅 안 했으면….] [솔직히 한승범 팬들이랑 이화영 팬들만 안 불안하잖아, 지금 ㅋㅋ. 어차피 1등은 한승범이니까 그쪽은 리스크 없을 거고, 이화영은 인지도 높은 애들만 골라서 탈락 위험 연습생이 없어 ㅋㅋ 실화냐.] [└ 뭔 개소리야. 한승범 팬들도 불안하거든? 갈라치기 ㄴㄴ]새로 도입된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나오는 것 같았다.
기껏 죽도록 투표해 놨는데 팀원들 살리겠다고 베팅하고 탈락해 버리면 팬들 입장에서는 뒤지게 화나는 일이다.
‘단순히 착한 이미지 하나 만들자고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지.’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은 하루 동안 이루어진 연습으로 팀의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한 후 안전빵으로 회생 인원을 고르는 것이다.
딱 도유다가 한 것처럼 말이다.
– 도유다 연습생, 베팅하시겠습니까?
– 네, 베팅하겠습니다.
– 베팅할 연습생의 인원을 말해 주세요.
– 한 명입니다.
– 그렇다면 2차 경연에서 4등을 차지해야 하는데요. 자신 있습니까?
–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도유다가 들어간 이상 그 팀은 4등 이상은 할 수 있을 테니까.’
쿵! 덜컥!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화장실 쪽에서 묘한 소리가 났다.
“…….”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서치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문 앞까지 걸어가니 그 뭉뚝한 소음이 무언가 휘청거리는, 변기 뚜껑을 여러 번 열고 닫는 소리였다는 것을 구분할 수 있었다.
똑똑.
노크를 두어 번 했다.
“도유다, 문 열어.”
“…….”
답이 없었다.
화장실 안에 없는 척을 하는 것 같았다.
택도 없는 짓이었다.
애초에 내가 예정보다 일찍 일어난 이유가 도유다가 침대에서 뒤척이는 소리 때문이었으니까.
‘머리만 숨기는 닭도 아니고.’
놈이 화장실에 들어간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룸메이트가 총 세 명이고 우강원이 자고 있는데 그럼 화장실에 들어 있는 것이 도유다가 아니면 뭐겠는가.
알아서 잘 추스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으나, 안에서 들려오는 구역질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도유다, 안에 있는 거 알아.”
“…….”
문고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문고리 위에 손을 올려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걱정했던 문제가 터졌군.’
상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15분의 제한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첫 번째로 소란스러워졌던 것은 도유다의 팀이었다.
도유다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친분이 아주 깊다나 뭐라나.
회생시키자며 베팅을 강요하는 소리로 떠들썩해져 눈살이 찌푸려졌던 기억이 있었다.
나는 그때, 도유다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도유다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분명히 말했다.
베팅하지 말라고.
내 팀과 이화영의 팀이 있기 때문에 1등과 2등 자리는 차 있다는 가정을 해 보면 남아 있는 자리는 3등과 4등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능할 법한 등수는 4등이 타당했다. 즉, 1명만 회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유다 팀은 탈락 위험 연습생이 2명이었으니, 한 놈만 살릴 바에야 아예 베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버리는 게 낫지.’
그런데도 놈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베팅을 선택했다.
1명의 연습생에게.
‘1명이라도 살리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저놈은 착해 빠졌으니까.’
아무도 살리지 않는 선택보다는 한 명이라도 살리는 선택이 합리적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선택이 이득인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사람의 마음은 효율성 따위로 굴러가지 않으니까.
벌컥!
“형,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할아버지 같아. 하하! 제가 화장실을 너무 오래 썼죠? 아, 거대한 놈 하나 창조해 줬다.”
뒤늦게 문을 연 도유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
차가운 민트 향이 났다. 눈가는 붉게 물들어 물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것은 평소의 습관 같은 헛구역질이 아니라, 제대로 구토를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을 지나가려 하는 놈을 막아 세웠다.
“날 속이려 들지 마. 안 먹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