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조폭들이 강혁우를 본인들의 사업에 끼워 준 이유는 놈이 프리즘을 통해 그동안 연예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연예인을 선망하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이 입는 옷, 좋아하는 음식, 향유하는 문화까지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이상,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강혁우는 조폭들의 사업에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어 주었겠지.
– 와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니까, 응? 이왕이면 무대도 좀 해 주면 좋고.
강혁우가 처음에 클럽을 열었을 때 프리즘 멤버들을 그곳까지 불러내기 위해 별짓을 다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대충 짐작이 되었다.
‘강혁우한테 잘 보이고 싶은 놈들은 종종 거기에 얼굴 비추기도 했다는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강혁우는 커뮤니티를 조종하여 경쟁 가수를 음해하고 급기야는 실제로 위협을 가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연예계에서 완전히 외면받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RH 엔터테인먼트의 기둥이나 다름없었던 프리즘이 이탈해 버리고 난 후,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이제 강혁우는 조폭들에게 이용 가치가 사라진 셈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내 예상에 강혁우는 그들에게 이미 버림받았을 것이고, 강혁우는 그 원망을 만만한 프리즘에게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형, 미안해요……. 내가, 형한테 제대로 사과를 못 했던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사과하려고, 그래서 전화했어요.]스피커를 통해 더듬더듬 들려온 두서없는 말에는 어떻게 숨길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차운은 지금 당장 강혁우의 입에서 나온 여러 거짓으로 인한 억울함보다는, 본인이 저질러야만 했던 일에 대한 후회와 나를 향한 죄책감이 훨씬 더 컸던 것이다.
그를 바로 감지한 나는 미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그걸 왜 사과해. 사과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차운에게 내 말은 닿지 않았는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잘못했어요.]그리고 내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사죄하는 말만이 재차 그의 입에서 나오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형은 용서해 줄 거 아니까…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절대 원망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아니까… 형한테 용서를 빌면 비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 있다가 미안해서 사과해야 할 것 같았는데…….]목소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호흡은 흐트러져 있었으며 말투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어눌해졌다.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지금 차운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멀쩡하게 이 세상에 살아 있는데, 내게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도, 반성 한번도 하지 않은 채 뻔뻔하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상처 입히고 있는데 도대체 차운이 왜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고 있었다.
“차운, 진정해. 괜찮을 거야.”
[아니, 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잖아요, 형. 괜찮으면 안 돼요. 형이 아무리 용서해 줘도 내가 저지른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텐데! 왜 항상 그렇게 원망 한번 안 하고 우리를 감싸안으려고 하는 거예요.]“너는 잘못하지 않았으니까. 네가 무슨 마음으로,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러는 거야.”
차운은 애초에 다른 사람들에게 떠받들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놈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악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놈이었다. 상 하나를 받으러 가는 것조차 민망하다며 피하려 드는 놈이 고작 본인의 명예를 위해 내 노래를 훔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 …나는 형 노래가 정말 좋아. 형처럼 노래 쓰고 싶어요.
차운만큼 내 노래를 아꼈던 놈이 또 어디 있다고…….
“모두 다 강혁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차운은 강혁우의 협박을 받아 내 곡을 사용했다. 그리고 내게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욕심 때문에 곡이 필요한 것이라며 악역을 자처했다. 당시에는 내가 이미 조인찬의 영상으로 협박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진실을 털어놓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
녀석은 내게 이해를 바라지도 않았다. 프리즘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자칫 멤버들의 원망을 받을 수도 있는 역할을 떠맡았다. 고작 ‘리더’라는 위치 하나가 녀석을 그렇게 만들었다.
– 운아, 괜찮다. 리더는 모두를 지켜 주는 존재니까.
– …리더는 모두를 지켜 주는 존재잖아.
그 마음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는데, 내가 어떻게 차운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내가 좀 더 잘했다면,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잖아요.]갈피를 잡지 못한 채 벌벌 떨리던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스피커로 콰득! 하고 핸드폰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차운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한 줄 알았던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
“왜 그래! 차운! 무슨 일이야!”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달그락거리며 핸드폰을 쥐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차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미, 미안해요. 손이 떨려서… 핸드폰을 떨어트렸어요.]순식간에 몰려오는 안도감에 눈앞이 핑글 돌았다. 겨우 테이블에 체중을 실어 기댄 채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차운은 다시 강박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 뒤로 이어진 것은 밭은 호흡 소리뿐이었다.
무어라 먼저 말을 꺼낼 여유도 없이 핑핑 도는 머리를 다잡으려는 사이, 녀석은 내 침묵이 두렵기라도 한 것인지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성급히 입을 열었다.
“…뭐?”
[내가 형을 너무 힘들게 해서…….]내가 왜 죽으려고 했던 것인지는 이미 차운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 바다와 프리즘 멤버들의 앞에서 한 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약속하고 밝히지 않았던가.
굳이 내가 그날 그렇게 대답해 주지 않았더라도 시기적으로 티가 났다.
나는 꽤 긴 기간 동안 차운에게 곡을 주면서도 그전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보냈고, 서유성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로 무너져 일어나지 못했다.
차운은 내게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는 차운을 원망한 적이라곤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오히려 죽는 순간까지도 프리즘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만을 안고 있었다.
[내가 계속 형 옆에 있으면, 다시…….]그런데 자기 때문에 내가 죽었냐니.
이리도 절망적이고, 슬픈 물음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결국 그 자리에 무너졌다.
다리에 힘이 빠져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아아…….’
나의 죽음은 차운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포였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그 공포에 대비하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모두 내 죄였다.
내가 죽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프리즘 멤버들의 곁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강혁우는 감히 이런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을 거고, 멤버들은 내 죽음에 죄의식을 갖지 않아도 됐을 텐데.
“서유태!”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이화영이 기겁을 하며 내 팔을 붙잡아 부축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어 그를 마다한 후, 막힌 숨을 토해 냈다.
“…….”
이지경까지 오고 나면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백번 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운도 아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강혁우이며 과거의 자신에게는 선택지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상태에서나 유지할 수 있는 생각 아니던가.
“내가 거기로 갈게. 거기 가만히 있어, 응?”
판단력이 흐려져 자꾸만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되는 것이야말로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긴 시간 동안 끝없이 반복된 후회와 자책이, 그리고 강혁우에게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우리를 공격한 수많은 악플이 녀석을 그렇게 만들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또다시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덮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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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최적현의 회사로 향하는 동안 나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차운을 욕하는 글들을 읽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지만, 당사자는 이미 그것을 몇 번이고 읽었을 테니 나 또한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 차운이 서유태 노래 가져다 썼다고? 너무 황당한데 혼란하다 혼란해…] [어쩐지 서유태 죽고도 복귀가 너무 빠르더라 지가 죽였는데 당연히 타격 없겠지] [프리즘 망하라고 맨날 기도햇는데 인제 드디어 프리즘도 매장 당하는구나 ㅋㅋㅋ 그렇게 사건사고 많이 격엇으면 신새 조질 법도 한대 계속 버티면서 있는 거 솔찍히 좀 ㅈ같긴 햇자나 열등감 맞음 ㅇㅇ] [아니 얘들아 제발 능지 좀 계약 기간동안 입 꾹 다물고 애들 스케줄 ㅈㄴ 굴리다가 독립하자마자 입 터는 게 무슨 양심 고백임 걍 재계약 안 해 주고 나가니까 앙심 품고 복수하려는 거지 저새끼가 지금까지 병크 터트린 것들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넘어가냐] [┗ 팩트: 차운이 서유태 노래 훔친 거 맞음이거 하나만으로 차운은 이미 나락인데 빠순이들 어떻게든 커버해 보려고 말이 많으세요~] [┗ 그래서 강혁우가 무슨 증거를 댔냐고 녹음 자료든 사진 자료든 하나도 없이 그냥 지금까지 계속 스캔들 터트리던 신문사랑 인터뷰한 게 다인데 네가 뭐라고 팩트니 뭐니 씨부려 그리고 나 프리즘 팬 아님;] [┗┗ 아니 뭔 ㅋㅋ 현실부정 좀 그만 해라 지금까지 계속 있었던 회사 이사임 그 사람 증언이 곧 증거인데 무슨 소리임 증거가 남아 있을 수가 없지 아무리 그래도 자기 소속 가수들인데 약점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겠냐] [딱 보면 각 나오잖아 나는 처음부터 차운 쎄했음 제이한테 계속 꼽줬던 거 생각하면 원래부터 인성이 글러먹은 애였던 거지]
벌써 누군가는 마치 우리의 삶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기도 했고, 누군가는 프리즘을 향해 그저 악의를 쏟아 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나마 안심이 되었던 것은 세라가 아직 차운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냐 아니라고 차운 건들지 마 유태는 이런 거 절대 안 원해 내가 아는 유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멤버들 상처받는 거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제발 애들 그만 좀 괴롭혀 나 운이도 유태처럼 될까 봐 무섭단 말이야] [차운이 노래를 쓸 줄 몰라? 와 ㅋㅋㅋ 이걸 이렇게 정치질하네 (영상 클립) 세라들이 차운 라이브 방송으로 싱포유 작곡하는 거 처음부터 다 봤는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착한 척 정직한 척 위선 떨면서 교묘하게 차운 까내리려는 게 계속 보이고 프리즘이 자기 회사 나가서 그러는 거 아니까 너무 소름돋음] [공격할거리 하나 보이니까 득달같이 달려와서 욕하는 거 왜 이렇게 징그럽지 너희 아무것도 모르잖아 유태가 살아있었을 때 강혁우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고 있긴 함? 오죽하면 세라들 사이에는 애들 협박당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겠어 진짜 다들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나? 서유태는 프리즘 독립시켜주려고 계속 노력했음 그런데 그때마다 일 터져서 못했잖아 소속사는 유태 공격당할 때마다 항상 침묵했고 이게 어떻게 우연임] [이보세요 강혁우 씨 당신 언제부터 저작권 의식이 그렇게 투철했어요 당신 우리 애한테 서유태처럼 노래 쓰라고 강요했잖아 원래 발라드랑 재즈 음악 위주로 작곡하던 애한테 네 노래 들어줄 가치도 없으니까 서유태 카피해서라도 히트곡 들고 오라고 압박했잖아]그동안 강혁우가 저지른 짓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떠나보낸 이로 인한 후회 탓일까. 세라들은 혼란스러운 듯했지만, 차운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최적현의 회사에 도착하고, 이치세에게 미리 전달받은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프리즘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채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차운이 보였다.
“운아!”
다급히 곁으로 다가가자 차운은 줄곧 바닥을 향해 있던 퀭한 얼굴을 들어 천천히 나를 올려봤다.
“…형.”
그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지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내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