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차운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내 손목을 동아줄처럼 붙잡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멤버들 또한 내게 무어라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웠는지 차운과 똑같이 바닥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자리에는 내가 탈퇴한 이후에도 줄곧 프리즘의 타이틀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된 멤버도 있었으나, 차운을 책망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프리즘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감정은 깊은 후회와 죄책감뿐이었다.
왜 강혁우에게 그런 영상을 찍혀서 강혁우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수 없게 만든 것일까.
왜 차운이 강혁우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차운을 비난했던 것일까.
…왜, 이 아이들을 두고 가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을까.
투둑, 툭.
간헐적으로 새어 나오는 헐떡이는 호흡 소리 사이에 눈물이 바닥에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를 붙잡은 손은 깊은 두려움에 지배되어, 뿌리치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뿌리칠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한 힘만이 담겨 있었다.
“형, 내가… 내가 형한테…….”
“…….”
내 사람이 이토록 무너진 모습을 보는 것은 몹시 가슴 아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차운은 더욱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차운의 손을 감싸쥔 채 말이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마저 차운에게는 지나친 관용이라고 생각되었는지, 녀석은 내 손의 온기가 제게 닿자마자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손목을 놓더니 곧장 불안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
혹여나 내가 거부당했다고 느낄까 걱정이 된 것이었다.
‘…설마, 내가 조인찬한테 거부당한 뒤에 프리즘을 나가서 그런 건가?’
이제는 더 이상 같은 그룹에 남아 있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차운은 내가 상처를 입기라도 할까 겁에 질려 있었다. 그렇다면 당장 놈이 걱정하는 ‘헤어짐’이란 그룹이 탈퇴가 아닌, 내가 또다시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리라.
차운은 그렇게 비정상적인 간격으로 내 기색을 살피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 도망치듯 바닥을 내려봤다. 그리고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멍하니 바닥에 꿇어 앉아 있더니 내 신발 위에 더듬더듬 제 손을 올려놓았다.
발목을 움켜쥐어 멀어지지 못하도록 만든 것도 아니었으며, 제발 용서해 달라 애걸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 행동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저것은 그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차운은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일어나, 형.”
그 모습을 본 차마 보고 있기 힘들었는지, 이치세가 차운의 팔을 잡아 억지로든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차운은 끝까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에 남이훤은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리며 숨을 돌리려는 듯 얼굴을 덮은 손바닥 사이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제발… 형 잘못 아니야. 이렇게 된 건 다 나 때문이잖아.”
조인찬은 곧 쓰러지기라도 할 것 같은 안색으로 계속해서 차운에게 애걸하고 있었다. 내가 차운을 전혀 원망하지 않듯, 차운 또한 조인찬을 원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들은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제이는 멤버들보다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손가락 하나 꿈쩍하지 못한 채 차운을 내려보고 있었다.
– 형은 지금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야. 서유태 없이 잘해 낼 자신이 없으니까. 지금 저지르고 있는 일은 언젠가는 자기 목을 조르게 될 텐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거잖아.
– 원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 줄게. 지금의 형을 보고 있으면…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
언젠가 차운을 크게 책망했던 적이 있었던 탓일까.
크게 벌어진 눈동자가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위태 분위기가 길게 이어지던 중, 차운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빨리 사과문 써서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멤버들이 하지 말라고 계속 말리고, 대표님도 허락을 안 해 주셔서 아직 못 올렸어요. 미안해요. 금방 올릴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사과문?’”
방금 들린 말 중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단어를 중얼거리자 ‘내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절대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하고 본인이 용서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말을 강박적으로 덧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문이라니. 그것이야말로 강혁우의 뜻대로 놀아나는 것이었다.
지금 차운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과를 해 버리면 강혁우의 거짓말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되어 버린다. 애초에 사과를 한다고 해서 용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사자가 용서를 해 준다 하더라도 대중은 끝까지 차운을 비난하고 조롱하려 들 것이다.
정말이지, 프리즘 멤버들이 옆에서 차운을 말려 주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멤버들이 막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최적현의 선에서 제지되긴 했겠지만, 대중의 지나친 비난으로 패닉에 빠진 연예인이 소속 회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불시에 돌발행동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는 않으니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건 안 돼.”
그에 정신이 번쩍 들어 녀석의 어깨를 붙잡고 단호하게 일갈하자 녀석은 어깨를 움찔 떨더니 우물거렸다.
“팬들도 내가 계속 가만히 있으면 불안할 거예요. 조금이라도 빨리…….”
“불안한 게 문제가 아니야. 다들 너를 믿으면서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밝혀 주기만을 기다리면서 싸우고 있어. 네가 사과해 버리면 다들 너를 더 이상 지켜 줄 수 없게 된다고. 그러면 강혁우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거야.”
그렇게 말하자 차운은 그 부분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처럼 두 눈을 깜빡깜빡 뜨더니 이내 내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내 잘못도 분명히 있는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모르는 척해.”
차운도 본인이 아닌, 다른 멤버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이성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리더인 만큼 다른 멤버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이 상황을 해결했을 수도 있겠지.
녀석이 이렇게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이 사건의 당사자가 본인이기 때문이었다. 녀석에게 있어 자기 자신은 프리즘에 비해 하등 쓸모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프리즘 멤버들에게 피해를 끼칠 바에야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차운의 안에서 자기 자신은 내 노래를 빼앗고, 내가 죽게 만든 원흉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아마 변명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프리즘의 타이틀곡을 잘 쓰지 못해서, 강혁우의 협박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형의 노래를 가져다 써야 했고, 그것 때문에 형이 힘들어했던 것도 사실인데.”
‘…강혁우!’
그리고 프리즘을 오랜 기간 핍박했던 강혁우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였다. 강혁우가 내 죽음의 원인이 마치 차운 때문인 것처럼 대중에게 알려 버렸고, 이는 ‘죄책감’이라는 차운의 역린을 찌르는 것과 같았다.
“아니야. 네가 내 노래를 가져다 써야 했던 건 강혁우가 프리즘의 약점을 잡아서 협박했기 때문이었어. 나는 네게 노래를 써 주면서도 힘들었던 적 따위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너를 원망했던 적도 없었어.”
이대로 차운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목조목 그 자책을 반박하려 했으나 놈은 그 말에 더욱 죄책감이 느껴지는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나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목소리를 토해 냈다.
“…알아. 형이 그렇게 말할 줄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데 그거 비정상적인 거잖아요. 누가 자기 곡 뺏어 가서 내 거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형은 항상 우리만 생각하니까… 형이 상처 입든 말든 상관없는 것뿐이잖아.”
“그건…….”
“그걸 이제 알아 버렸는데 어떡해요. 형이 죽고 나서 형의 애정 아래에서 편하게 살았던 내가! 얼마나… 얼마나 비겁하고 한심한 새끼였는지 뼈저리게 느껴 버렸는데! 내가 나를 용서할 수가 없어요.”
자조와 절망감이 한데 섞여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기묘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
그 얼굴을 눈에 담은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덜컥 겁이 나 강혁우든 뭐든 그냥 모두 내팽개친 채 지금 당장 녀석을 내 품 아래에 숨겨 두고 싶기까지 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짓들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 …내 세상에서 나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야! 나를 위하는 일이 내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 형은 그냥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거야. 살아 있는 게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로 미운 거라고.
아,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이토록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린 나는 천천히 팔을 움직여 차운의 앞에 똑같이 무릎 꿇어 앉았다.
그리고 녀석의 손을 단단히 붙잡은 채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하다. 너희를 두고 가서, 이런 겪지 않아도 될 문제를 겪게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사라지는 걸 무서워하게 만든 것도, 전부 다 내 잘못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형이 왜…….”
“‘형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지? 하지만 실제로도 내가 살아 있었다면 이번 일이 터졌을 때도 너희의 결백을 바로 증명할 수 있었을 거고, 너희가 내 죽음의 원인으로 꼽히는 일도 없었을 거야.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겠어.”
여기까지 향하는 동안 속으로 수없이 삼켰던 생각을 솔직하게 쏟아 내자 차운의 낯빛이 점점 파랗게 질렸다. 방금 본인이 했던 말들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놀렸다.
“…나를 원망해?”
“그럴 리가 없짆아!”
힘없는 어조로 던진 질문이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부정의 답이 돌아왔다. 멤버들의 반응을 대강 예상은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중에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나는 티가 나지 않도록 숨을 돌렸다. 그리고 차운을 향해 시선을 돌린 후, 녀석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어때, 아파?”
그 말에 차운은 정곡을 찔린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를 보며 작게 웃음 지은 후, ‘나는 아팠어. 칼로 찌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하고 먼저 그 질문에 답했다.
“네가 너 자신을 상처 입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 왜 그런지 알아?”
“…….”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니까 .다른 멤버도 똑같을 거야. 프리즘은 어차피 한 명이 희생한다고 해서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어. 네가 다른 멤버들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도 너를 아끼고 있다고.”
내가 한 마디, 한 마디 뱉을 때마다 가파르게 뛰던 차운의 심장 박동이 점차 안정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곧, 가슴께가 미세하게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녀석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리자 울컥 눈물이 고인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그것을 지긋이 응시하며 이어 말했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런 거야. 우리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 버렸고, 이미 흉터투성이가 되어 버렸잖아. 그러니까 우리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히려 들지 말자.”
“…….”
“나는 네가 필요해. 그러니까 날 위해서, 너를 지킬 수 있게 해 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