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내놔! 자꾸 그딴 거나 주워 보고 있으니까 허튼 생각이나 하는 거야.”
대화를 나눈 후, 차운은 서유태에게 거의 쥐어뜯기다시피 모든 전자기기를 빼앗긴 채 적절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일광이 있는 방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운 형, 차 좀 마실래? 얼마 전에 직원 결혼했다고 답례품으로 수제 청 엄청 들어왔어.”
“…단 거 싫어.”
“응, 유자청으로 타 줄게. 마시고 진정 좀 해.”
“내 대답은 신경도 안 쓸 거면 뭐 하러 물어본 거야.”
“…….”
“…….”
“이제는 아예 무시하네.”
본인의 의지대로 그 방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휴식이 아닌 프리즘 멤버들의 감시하에 격리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지만, 서유태가 말하기를, 이는 어디까지나 인도적인 차원의 개입이었다.
차운도 처음에는 서유태를 향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쓸데없는 짓 하지 않겠다.’, ‘형은 나를 도대체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나 이제 서른세 살이다’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저항했다.
“까불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차운을 한참 어린아이로 보고 있었던 서유태에게 그러한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차운은 우울한 낯으로 얄짤없이 안락한 환경에 갇혀 있게 되었다.
사실 차운은 평균보다 월등히 큰 몸집이었으니 정 싫으면 힘으로 탈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운은 서유태에게 그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며, 쓸데없이 힘만 장사인 이치세에게 끝내 제압당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얌전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는 짓하면 최적현 사무실에 처넣을 거니까.”
“형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결정적으로 그딴 짓을 벌였다가는 최적현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근본 없는 공포가 차운을 지배하고 있었다. 분명 최적현은 차운을 ‘서유태가 소중히 여기는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라 여기며 딱히 적대하지도 않았으나, 차운은 그에 관한 온갖 소문을 주워듣고 일방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 전에 유제이가 이성을 잃고 서유태를 그대로 들어다가 가둬 놓으려고 했을 때 얼마나 정신이 아찔했던가. 그 당시 차운은 유제이가 혹시 모르는 사이에 실종될까 두려웠다.
서유태는 차운이 최적현을 보며 겁에 질려 있을 때마다 항상 ‘최적현도 그 정도는 아니니 오버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다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당신한테만 그 정도가 아닌 거다’는 말이 목 끝까지 튀어나왔지만, 차운은 매번 최적현의 눈치를 보며 그를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완전히 패닉에 빠진 채 사과문을 올리겠다며 연신 고집을 부리던 차운이 서유태의 등장 이후로 눈에 띄게 얌전해진 모습을 보고, 남이훤은 대놓고 조소를 흘렸다.
“하, 유태 형 오기 전까지는 우리 말 듣지도 않더니 꼴좋다. 얼굴 꼴 좀 봐.”
“남이훤, 조용히 해.”
장난을 치기에 아직 상황은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으나, 일단 그는 서유태에게 정신 나간 놈이라는 말을 밥 먹듯이 들을 정도로 기묘한 인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멤버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차운이 조금이라도 빨리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또, 서유태가 이 자리에 옴으로써 지금 이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들었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들 내심 남이훤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다들 서유태의 앞에서는 차마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그랬다.
– 나는 네가 필요해. 그러니까 날 위해서, 너를 지킬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서유태가 차운에게 했던 말 또한, 그동안 그들이 품고 있었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잠재워 주었다.
서유태가 이제는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 줄 것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변화였는지…….
“형,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컴백 준비 때문에 정신없다고 했잖아.”
“네 문제 해결은 하고 가야지.”
“…바쁜데 무리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런 말 할 필요 없어.”
“…….”
아니면 아직도 프리즘이 서유태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아 생긴 변화였는지는 그들도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자신의 고통이 그대로 서유태의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더이상 스스로를 몰아세워선 안 된다.’ 차운은 몇 번이고 속으로 그렇게 되새기며 복잡한 머릿속을 애써 비워 냈다. 그리고 길쭉한 몸을 꼬깃꼬깃 접어 서유태의 옆구리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차운은 긴장이 풀렸는지 급작스레 몰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바쁘게 핸드폰을 조작하고 있는 서유태에게 작게 물었다.
“…사람들이 많이 실망했겠죠?”
핸드폰을 빼앗긴 탓에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지 못해 한 질문이었다.
“누구는 너를 욕할 거고, 누구는 널 끝까지 응원할 거고. 딱히 이번 일이 터지기 전에도 그건 항상 똑같았잖아. 그러니까 궁금해하지도 말고 휘둘리지도 마.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책임 느낄 필요도 없어.”
서유태는 무뚝뚝한 얼굴로 아주 정석적인 답만을 해 주었다.
차운은 예상하고 있었던 답이 돌아오는 것에 시선을 천천히 바닥에 떨궜다.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일일이 신경 쓰고 상처 입으면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쯤은.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하곤 했다. 그냥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 말은 누군가가 내 등 뒤에 칼을 찌를지도 모르는데 앞만 보고 달리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그’ 서유태마저도 끝까지 극복하지 못한 문제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서유태는 틀에 박힌 해결 방법을 말하거나, 극단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해 버리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차운은 그를 깨닫곤 아버지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완전히 무너진 채 서유성의 팔을 붙잡고 겨우 버티던 서유태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제 서유성은 이 세상에 없는데, 앞으로 형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버틸 생각이야?’
이건 해결 방법을 알고 있어도 정작 해결은 안 되는 문제였다.
애초에 공격하는 사람이 없다면 다치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봐 온 대중의 모습이 그러했다.
차운은 그에 깊은 절망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에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루머가 확산되어 버렸는데. 강혁우가 먼저 손을 써 버려서 완전히 뒤엎는 건 어려울 거예요.”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일이 터지고 서유태가 도착하기 전까지 보고 있었던 무분별한 악플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뒤덮었다.
– [아니 그러니까 셀프 프로듀싱 부심 안 부리고 분수에 맞게 활동하면 됐을 거 아니야 아이돌이 무대 잘하면 됐지 ㄹㅇ 서유태빨로 뜬 거 티 안 내려고 무리하는 거 ㅈㄴ 티나 얘들아 제발!]
– [서유태 죽여놓고 무슨 낯짝으로 살아 있는 거임?]
– [나는 얘네 같이 활동했을 때도 서유태한테 열등감 갖고 있는 거 너무 티나서 보기 좀 그랬음]
– [서유태도 프리즘 애들 지긋지긋해서 탈주한 것 같은데 끝까지 쫓아가서 노래 내놓으라고 한 거 봐 나 같았으면 죽기 전에 다 까발렸다 서유태도 개호구네]
막막했다.
사람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최대한 ‘욕하기 좋은’ 결론을 단정 지어 놓고 해명 따위는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매장당한 연예인이 한둘인 것도 아니잖나. 그들이 아무리 억울함을 표출해도 대중은 그를 외면했고, 추후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유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걸까.
“결백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힘이야. 다 강혁우의 거짓말이라는 걸 까발리기만 하면 되잖아. 네가 지금 당황해서 악플만 보이니까 잘 모르는 모양인데, 지금 사람들 반응이 그렇게 나쁘기만 하지는 않거든. 말했잖아, 세라가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최근에 강혁우가 헛짓거리하다가 들킨 것도 있고, 애초에 지금 너희가 최적현이 지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부터 강혁우의 주장에는 모순이 생겨 버렸는데 어떻게 널 무작정 의심할 수 있겠어.”
서유태의 불친절한 설명에 차운은 서둘러 머리를 굴렸지만, 끝끝내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서유태는 사무실에 있는 ‘YT’라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차운은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짧게 신음을 흘렸다.
“이쪽에는 그놈의 모순을 공격할 수 있을 만한 ‘서유태의 최측근’이 한가득 몰려 있어. 그리고 사람들은 다수의 일관된 진술에 더 큰 신뢰를 느끼지.”
최적현이 설립한 회사의 이름은 ‘YT 엔터테인먼트’였다.
대표의 이름과 완전히 무관한 이니셜이 담겨 있는 그 회사명을 본 대중들은 아마 곧바로 서유태를 떠올렸을 것이다. 최적현은 대중의 앞에 ‘이새화는 아직까지도 서유태를 소중한 친구로 여기고 있으며, 그를 위해 소속사를 설립하여 프리즘을 데려온 것이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힌 셈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서유태가 정말로 차운 때문에 고통받았다면, 과연 그의 보호자에 해당했던 사람이 프리즘 멤버들을 책임지려 했을까? 프리즘 멤버들은 차운을 끝까지 포용하고 있었을까?
“지금이야말로 프리즘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야.”
정답은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가슴속에 점점 희망이 피어오르는 것을 겨우 억누른 차운은 마지막 불안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오히려 소속 가수니까, 같은 멤버니까 싸고도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서유태는 끄떡도 하지 않고 태연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 갔다.
“문제없어. 너, 지금까지 내 노래로 들어온 저작권료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지.”
“당연한 소리를…….”
서유태는 도대체 그게 무슨 질문이냐는 듯 반사적으로 터져 나온 차운의 대답에 안도감이 가득한 표정을 잠깐 지으면서도, 역시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차운의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꽉꽉 누르며 윽박질렀다.
“누가 그렇게 미련하게 모셔 두래. 돈은 쓰라고 있는 건데. 내가 멤버들이랑 잘 쓰라고 했어, 안 했어. 건드리지도 않았으면서 세금은 또 네 돈으로 내고 있었지.”
“…내가 그걸 어떻게 써요. 내 돈이 아닌데!”
서유태는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곧장 반박하는 차운의 모습을 보며 깊게 한슴을 쉬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덕분에 네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으니까 잘한 짓이라고 해야겠지.”
“…….”
“그 돈, 전부 기부해. 어린이 병동이든, 어디든 좋은 곳 찾아서 기부하자. 그리고 ‘서유태의 의지에 따라 지금까지 모아둔 저작권료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말하면 돼. 처음부터 나랑 합의된 일이었다는 사실을 크게 화제되도록 밝혀야 하니까.”
차운이 ‘그 돈이 도대체 얼마인데 전액 기부를 하라는 거냐’는 대꾸를 하기도 전에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최적현이 들어왔다. 그를 마주한 차운이 꽁 얼어 버린 사이, 서유태는 그가 건넨 서류봉투를 받아 차운의 머리 위에 철썩 얹어 놓았다.
그리고 한번 확인해 보라는 듯 까딱 고갯짓을 했다.
“이건…….”
그에 얼떨결에 그 서류봉투의 안을 확인한 차운은 소스라치게 놀라 혹여나 누군가 빼앗아 가기라도 할까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혼비백산하여 서유태를 올려봤다.
서유태의 얼굴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했지만, 차운의 얼굴은 그와 상반되게 점점 엉망으로 구겨지기만 했다.
왜냐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서류는 임승훈이 강혁우를 상대하기 위해 가지고 있었던 마지막 무기이자 프리즘 멤버들이 그토록 찾아 해맸던 서유태의 마지막 흔적이었기 때문이다.
“강혁우는 임승훈이 유서를 완전히 파기한 줄 알고 있겠지. 하지만 임승훈은 혹시 모를 일을 위해서 그걸 끝까지 보관하고 있었어. 달리하고 나눈 대화 내역을 넘겨주는 대가로 받아 냈어. 이미 필적 감정은 마쳐 뒀으니까 증거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차운은 서유태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다급히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훑으며 읽다가 어깨를 떨며 눈물을 쏟았다.
“…….”
[미안하다, 운아.]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돼. 나는 괜찮아.]서유태가 프리즘을 위해 작성했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순간까지 프리즘은 읽어 보지도 못한 서유태의 유서. 그것이 바로 지금, 프리즘의 손에 돌아왔다.
“말했잖아, 프리즘이 함께 있다면 이겨 내지 못할 건 없다고.”
서유태는 결국 마지막까지 프리즘을 지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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