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5)
325화
차운은 지금까지 서유태 노래을 통해 얻은 이득에 단 한 번도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그저 정해진 대사를 읽는 것처럼 묵묵히 감사 인사를 줄줄 읊고,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했던 차운을 보며 대중은 종종 ‘감사할 줄을 모른다.’, ‘건방지다.’ 같은 말을 하며 차운을 비난하곤 했다.
하지만 강혁우의 악행이 세상에 밝혀진 후, 그동안 프리즘의 타이틀곡과 관련하여 작곡 능력을 칭찬받았을 때나 작곡 관련 상을 받았을 때 보였던 차운의 반응이 재조명되었다.
사이버 렉카들은 해당 영상들을 모아 ‘차운이 상을 받고도 웃지 못했던 이유’, ‘서유태를 그리워하는 차운’ 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함께 업로드했고, 그것은 곧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차운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프로듀서 상 받을 때마다 유태 봉안당에 트로피 넣어 놨던 거구나. 그래서 수상 소감 얘기할 때도 하늘만 봤던 거고. 운이는 한번도 그게 자기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야.] [수상소감 할 때 안 웃는 거 보면서 건방지다고 ㅈㄹ했던 거 다 기억하는데 여론 바뀌는 거 봐 에라이 못돼 처먹은 놈들아] [혁우도 문제긴 한데 그새끼가 지금까지 한 짓 뻔히 알고도 또 속아서 뇌 빼고 신나게 팬 사람들도 이해 안감 사람 죽을 때까지 욕하는 거 너무 재밌지?] [지금 보니까 차운 작곡으로 상 받고 진심으로 웃는 거 싱포유 때 처음 본 듯 프리즘 이제 힘든 일은 다 잊고 꽃길만 걷자] [나 싱포유 무대 차운 관객석 직캠 보고 혼자 벅차올라서 지하철 사연녀 됨 사람 눈동자가 어떻게 그렇게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거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아릅다운 것 같다 얘들아…… 유태 떠나고 나서 그런 눈빛 하는 거 처음 봄] [┗ 그렇게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애한테 남의 노래 베끼고 뺏어서 쓰라고 했으니…… 사람이 어떻게 그러냐 진짜 죽어죽어죽어제발죽어] [┗ 이 분위기에 이런 말 하는 거 미안한데 나 그거 보고 차운이 한승범 낳은 줄;] [┗ ┗ ㅅㅂ 내 눈물 돌려줘] [┗ ┗ ┗ ㅠㅠ 아 근데 솔직히 차운이 한승범 ㅈㄴ 애절하게 쳐다본 건 맞잖아 ㅜ] [┗ ┗ ┗ ┗ 어 그러네ㅋㅋㅋㅋㅋㅋ 왜지… 한승범이 무대 소화를 워낙 잘하긴 함 나 같아도 자기 노래 그렇게 잘 살려주면 이뻐 죽으려고 할 듯] [먼저 선빵 쳐서 정치질 하려고 했던 것도 얼탱이 없음 ㄹㅇ >막지 못해 죄송[ ㅇㅈㄹㅋㅋㅋ 지가 시킨 거면서; 만약에 서유태가 유서 안 남기고 죽었거나 이치세가 저 영상 안 가지고 있었으면 차운 얄짤없이 매장당했을 것 같아서 간담히 서늘하다…] [나는 강혁우가 유태 죽은 거 운이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려고 했던 게 진짜 선 넘었다고 생각함 가뜩이나 힘들어했던 애들이잖아 당사자가 아무 말도 안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자기가 뭐라고 누구 때문에 죽었다고 떠들고 다니는 거임 짱돌로 개패고 싶다] [┗ 나는 왤케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솔직히 세라들은 다 알고 있었잖아 애들 윾태 죽고 나서 멘탈 갈린 거 ㅇㅇ 강혁우도 옆에 있었으니까 멤버들 상태도 봤겠지 프리즘 멤버들이 유태한테 죄책감 갖고 있으니까 미안해서 반박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벌인 일 아님ㅁ?] [┗ ┗ 와 이게 맞다 소름]그리고 그런 대중들의 반응을, 강혁우 또한 똑똑히 지켜보게 되었다.
“하, XX, 진짜…….”
조용하기 짝이 없는 이사실에 초조하게 다리를 떠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다가, 곧바로 습관적인 욕설이 울렸다. 그리고 또다시 시계 초침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찾아 왔다.
“…….”
조용했다.
지나치게 조용했다.
이 정도로 큰 위기 상황이 찾아왔다면 어떻게든 해결해 보기 위해 다같이 바삐 움직여야 할 텐데,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곤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회사의 직원들이 이미 강혁우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질렸거나, 업계의 동향을 살피고 눈치 빠르게 RH 엔터테인먼트를 빠져나간 탓이었다.
‘지금까지 일할 수 있게 해 준 게 누구인데 감사한 줄도 모르고 이렇게 배신해?’
침몰하는 배 위에 홀로 남겨지기라도 한 듯한 불안감에 강혁우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채 머리를 책상에 쿵, 쿵 박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상상대로였다면 지금쯤 대중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진 채 서로 싸움질을 하느라 진실 따위는 내팽개쳐야 했고, 프리즘 멤버들은 감히 RH 엔터테인먼트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을 반성하며 제게 납작 업드려야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 모든 게 ‘프리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심지어 대중들은 이제 COMA-1 멤버들도 RH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진 탓일까, 강혁우는 COMA-1 멤버들도 슬슬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새끼들이, 내앞에서 빌빌 기어다닐 때는 언제고 상황 좀 안 좋아지니까 바로 기어오르기는’.
그동안 청춘을 바쳐 쌓아 올린 RH 엔터테인먼트가 붕괴하는 모습을 보며, 강혁우는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 자존심 따위를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없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
전화를 받지 않고 그냥 방치해 두자, 벨소리가 멈추고 곧바로 문자가 문자가 도착했다.
[강 이사님, 이러면 곤란하지.] [우리 사업이 지나치게 공개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내가 여러 번 부탁했었잖아. 이러면 내가 이사님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그동안 협력 관계에 있었던 조폭에게 온 문자였다.
여론이 뒤집히고 난 후부터 그들에게 연락이 끊임없이 도착하고 있었다. 강혁우를 도와주겠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며 재촉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차운의 사정이 알려지며 생긴 변화에 있었다.
[강혁우가 프리즘 런하니까 복수하려고 일 터트린 건 알겠음 근데 프리즘은 도대체 뭐 때문에 강혁우 말을 따라야 했던 거임? 뭐로 협박했냐고] [┗ 계약 때문에 그랬던 거 아닐까 소속사랑 척지면 그냥 방치될 수도 있잖아] [┗ ㅍㄹㅈ 애들 성질머리를 봐라 겨우 그거 무서워서 가만히 있게 생겼는지 회사 도움 없이도 어떻게든 잘 될 애들임 그리고 걔네가 RH 수입원이었는데 방치하는 것도 말 안됨 아티스트가 잘나가면 회사는 당연히 굽힐 수밖에 없어]‘RH 엔터테인먼트는 도대체 무엇으로 프리즘을 협박한 것이냐’는 물음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반응들을 보며 강혁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공포를 느꼈다.
‘내가 조인찬의 영상으로 협박을 했다는 게 알려지면 절대 안 돼.’
프리즘 멤버들의 앞에서는 심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얼마든지 까발려져도 괜찮은 것처럼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그 또한 지금까지 벌여 놓은 불법적인 사업이 알려지면 안 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자신의 쓸모가 없어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조폭들과 강혁우는 동료가 아니었다. 동등한 관계가 절대 아니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한순간의 실책으로 그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순간, 그들은 강혁우를 처리하려 들 게 뻔했다.
‘조폭들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 오는 전화는 모두 그에 대한 경고였다.
‘설마, 프리즘 멤버들이 말하지는 않겠지? 어차피 클럽에서 있었던 일이 밝혀지면 조인찬도 연예계 인생은 쫑 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초조하게 이를 악물고 있으니 언젠가 서유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스스로 영리하게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 너는 그냥 네 약점을 스스로 늘리고 있을 뿐이니까. 언젠간 다 돌려받게 될 거야, 그거.
– 나는 네가 무섭지 않아. 정말 무서운 건 당신처럼 더러운 사람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지.
“…웃기지 마. 웃기지 마! 웃기자 마!”
서유태의 말이 맞았다.
강혁우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은 순전히 본인의 잘못이었다.
애초부터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착실하게 실력을 늘려 연예계에 진출했다면, 프리즘 멤버들과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 주었다면, 조폭들의 불법적인 사업에 욕심을 내지 않았더라면 RH 엔터테인먼트는 이 지경까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든 사람들 마음을 이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수습할 방도가 보이질 않았다.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증거는 대개 진실의 손을 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차운이 여러 증거로 여론을 엎은 것이 그에 딱 어울리는 예였다.
하지만 그를 인정할 수 없었던 강혁우는 재빨리 ‘대신 탓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XX, 이상해. 이상하다고…….’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차운은 죄책감에 아무 말도 못한 채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할 터였다. 아무리 남이 시켜서 한 짓이라곤 하지만, 서유태의 곡을 훔쳐야만 했던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런 그가, 이번 강혁우에게 화살을 돌리며 ‘서유태가 죽은 건 나 때문이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었을까.
이상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실 강혁우는 당연히 차운이 이번 일로 멤버들에게 매도당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서유태에게 큰 애정을 느끼며 차운과 평소부터 자주 날카로운 말을 주고받았던 제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의 예상과는 달리 프리즘은 너무나도 견고하게 차운을 향한 지지를 표하고 있었다.
‘…이 대표가 프리즘을 책임져? 말도 안 돼. 그 인간은 서유태 외에는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써.’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적현이 프리즘의 일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강혁우가 봐 온 최적현은 서유태가 없는 프리즘에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할 사람이었으니까.
죽은 친구가 남긴 것을 지킨다? 웃기지도 않은 소리였다.
이새화는 제 부모의 유골도 고작 뼛가루에 불과하다며 쓰레기통에 버릴 인간이었다.
정말 기묘한 일이었다. 도대체 누가 차운의 자책을 끊어 낸 후, 멤버들 사이에 응어리진 감정을 풀고, 최적현을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걸 해낼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그는 이미 죽고 없을 텐데.
쎄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서유태가 아직까지도 프리즘을 지키고 있는 듯한, 그런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내가 그 새끼 죽는 걸 봤는데.”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말도 안 되는 가능성에 헛웃음을 흘리고 있을 즈음,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다.
– 아무래도 장래가 유망한 회사로 가야 좋잖아요. 저도 뭐가 이득인지는 알아요.
– 시킨 대로 쳤는데, 시킨 대로 쳐서… 어, 어어어?
– 모르겠어요, 갑자기 기억이 안 나. 방금까지만 해도 기억했는데. …내가 무슨 말 했지?
– 야, 진정해. 어차피 너한테 한승범은 그냥 남 아니야? 그놈이 어떻게 되든 말든 너랑은 상관없잖아. 왜 그렇게 흥분해.
생각해 보니 한승범이 나타난 이후로 모든 게 다 꼬이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한승범은 도대체 왜 처음부터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냈을까. 왜 달리는 한승범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까. 차에 남아 있는 무언가를 친 흔적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떻게, 연습생 생활을 고작 몇 달도 하지 않은 주제에 처음부터 완벽한 실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무슨 수로 프리즘과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어쩐지… 서유태와 한승범 사이에 너무 많은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나?
‘서유태는 절대로 어린애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 생각까지 마치고 나니 머릿속의 안개가 싹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번쩍번쩍 튀는 시야를 꾹 감고 있던 강혁우는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 올려 웃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
“…뭐든 좋으니까 한승범 학교 다닐 때 흔적 찾아 와. 시험지든 영상이든 다 상관없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