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솔직히 말해서 조금 놀랐다.
[빡치게하지마빡치게하지마빡치게하지마빡치게하지마] [도파민 드디어 맛보나 햇더니 이걸 줫다 뺏네 지금이라도 내놓으면 용서해줌] [영수야 3초 준다] [┗ 영수가 누구임] [┗ ┗ 폭스 대표] [┗ ┗ ┗ 아 ㅋㅋ]대충 내가 예상했던 반응은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ㅠㅠ’ 정도였는데, 다들 정말 전력으로 격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솔직히 아이돌이 술에 취한 모습이 그렇게까지 궁금한가 싶었다. 환상이 깨지는 느낌이라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심의 때문에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우니까 그냥 궁금한 건가?’
[뮤즈들 개화남 ㅋㅋㅋ 다른 것도 아니고 한승범인데 킹정이지] [데뷔 이후로 내내 팠는데 난생 완전 초면인 우리 애 얼굴 보여줘 놓고 튄다고? 이거 범죄야] [맨날 취해서 주정부리는 놈이 또 취함 [ㅇㅉㅌㅂ술 안 마시고 맨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던 애가 취함 근데 주정도 ㅈㄴ 사랑스럽게 부려 [ 세계 4대 진미] [와 나 한승범 저렇게 무해하게 웃는 거 처음 봐… 걍 뒤통수 한 대 처맞은 기분임 충격적이다]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심란한 마음으로 광기에 빠진 채팅창을 그저 무력하게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한 1분가량을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던 나는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매니저를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 수치를 내보낼 수는 없어. 아까 그것만으로도 남이훤이 무슨 소리를 할지 벌써 예상이 가는데.’
이렇게 절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매니저한테 이야기해서 편집을 다시 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취해서 무슨 헛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고…….’
내 기억으로는 완전히 잠에 빠지기 직전에 서유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게 방송에 나가 버리면 정말 대형 사고였다.
아니, 나는 분명 제작진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 그대로 영상에 담긴 것을 보니 점점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2탄은 아직 아직 업로드되지 않았고, 자컨은 방송국이 아닌 소속사에서 주도하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편집하는 것 정도야 가능할 것이다.
“형, 뭐 찾아여?”
고개를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옆에 있던 도유다가 의구심을 담은 눈으로 나를 올려봤다. 그에 ‘매니저님. 2탄 업로드 되기 전에 편집 부탁 좀 하려고.’라고 대답하자 도유다가 알 만하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장난기가 다분한 투로 말했다.
“소용없으니까 그냥 포기하세요, 형. 그거 1탄 올라가고 바로 10분 뒤에 업로드 예정이라고 했거든요.”
“…뭐?”
“지금쯤 다시 시작됐을 텐데… 아, 봐요. 지금 하고 있잖아요.”
아니, 본디 1탄이 업로드되면 일주일 뒤에 2탄이 업로드되는 게 일반적인 스케줄 아니던가? 컴백 전, ‘한승범은 괜찮다’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 업로드하는 영상인 만큼 좀 서둘러서 업로드할 거라는 사실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이건 안 된다.
다시 2탄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하자 분노에 흔들리던 채팅창이 순식간에 온순해졌다.
[용서.] [용서.] [ㅇㅅ.]그리고 1탄의 내용이 짧게 요약되어 지나가고, 다시 벌겋게 익은 내가 카메라에 꽉 차게 보였다.
[[소주 반 병에 만취하심>]머리 위에 하찮은 자막을 단 채 헤실헤실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참 낯설었다.
[[그런데… 진짜 잘생겼다♥>] [와 얼굴 봐ㅋㅋㅋㅋㅋ ㄹㅇ 황당할 정도로 아름답다] [미친사람.] [판테이온 멤버들은 한승범 저렇게 웃는 거 매일 보는 건가요 나도 판테이온 시켜 줘요] [┗ 그건 아닐 거예요 ㅋㅋ 원래 잘 안 웃어서… 안 흔한 모습이니까 저렇게 숨죽이고 있는 거죵]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원래 내 몸으로 똑같이 취했어도 저런 비주얼은 아마 안 나왔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워낙 사납게 생겨서.
[…졸리면 들어가서 잘래?]백기량은 평소랑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겨우 그 한마디를 꺼냈다. 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게서 뺏는 것이냐며 나기 젠에게 물어뜯기고, 한 번에 제압당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냥 얌전히 들어가서 자면 될 텐데, 나는 또 기어코 고개를 젓더니 멍한 얼굴로 옆에 앉은 이화영을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방긋 웃으며 이화영을 안아 들어 올리려 하다가, 정말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그에 나는 아주 슬픈 얼굴로 녀석에게 이렇게 물었다.
[…언제 이렇게 컸어, 응?] [[만취한 사람입니다.>]그러자 이화영은 오류라도 난 것처럼 커다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대로 꽁 얼어서는 허겁지겁 나를 다시 의자에 앉혔다.
[어어, 형 일어나지 마요. 위험하니까 그냥 앉아 있어요.] [있어 봐…….]하지만 화면 속의 나는 그러든 말든 다시 행사 인형처럼 비틀비틀 일어나 다른 멤버들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나기 젠이 제 머리 위에 얹어진 손을 답싹 붙잡고 물었다.
[리다, 저 귀여워입니까?]그러자 나는 무거운 고개를 끄덕이며 짐짓 다정한 투로 대답했다.
[…그럼 귀엽지.]젠은 그게 그리도 기뻤는지 벌겋게 익은 얼굴로 ‘흐헹’ 같은 꾸밈없는 웃음소리를 내며 실실 웃었다. 행복감이 가득한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무슨 웃음이 전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같이 사르륵 녹더니 젠의 볼을 두 손 가득 담아 주물주물 어루만졌다.
[리다, 하루 한 번 술 마셔 주시오. 예쁘다, 예쁘다 좋습니다!]저놈은 부끄러움 같은 것도 없는지 내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정말 웃긴 것은 나기 젠뿐만 아니라 나머지 멤버들이 점점 내 주위에 우글우글 몰려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저놈들도 술에 단단히 취했음이 분명했다.
[(저도 만져주세용…)(나도…)(저두용) 하고 줄 서 있는 거 실화냐 흐아아앙 개기엽ㅠ] [뭐야 한승범 원래 저렇게 예뻐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못했던 거임? 취했을 때가 진짜 그 사람이라던데 어떻게 이래 그냥 전방에 고함 발사하고 싶다] [어케 프로젝트 그룹이 이렇게 끈끈한가 싶었는데 리더 때문이었구나] [나주 나씨 강강쥐냐고… ㅜ.ㅜ 만져주면 만져주는대로 좋아함ㅠ 근데 유다는 물어뜯는]‘아니, 술 아예 안 먹은 멤버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 멤버들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테이블 위에 머리를 박고 잠들었다. 전혀 기억에 없는 일에 입을 떡 벌리자 그런 나를 보며 옆에서 킬킬거리고 있던 도유다가 ‘형, 기억 안 나죠?’라고 내게 말을 걸었다.
“형, 계속 술 취한 아빠처럼 굴었잖아요. 우리 아빠도 그래요. 맨날 뽀뽀하려고 하고…….”
보통 아빠들이 술에 취해서 들어오면 저런 느낌이던가? 내 기억에 우리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욱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내가 서유성을 데리고 밖으로 도망쳐야 했던 일이 빈번했던지라 도유다의 예시가 잘 이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애정이 있다면 저것도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 뒤로 멤버들은 곯아떨어진 나를 두고 조금 더 술을 마셨고, 이윽고 만취하게 되었다.
[택시 불러 주십시오. 저의 숙소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삐이이-)입니다. 패스워드는…….]갑자기 나기 젠이 본인 집 주소를 또박또박 외우더니 도중에 ‘두둥!’ 하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새카맣게 변하며 흰 자막이 커다랗게 나타났다.
[[제작진 철수>] [[사유>]그리고 자료 화면처럼 땅바닥을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나기 젠과 마이크를 쥐고 초고음을 내지르며 쓸데없이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도유다, 그 두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수습해 보려 땀을 뻘뻘 흘리는 두 맏형, 이화영에게 기댄 채 쿨쿨 잠들어 있는 나, 공허한 눈으로 나잇값 못 하는 형들을 응시하는 이단비의 모습이 음소거 상태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멤버들이 생각보다 너무 취함>]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아주 짧게 보여 주었지만, 이미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처참했다.
[아 어케 ㅠㅠ ㅋㅋㅋㅋ 젠 숙소 주소 줄줄 외우는 거 ㅋㅋㅋㄱㅇㄱ] [할미는 안심이다… 우리 젠이 저렇게 만취해도 씩씩하게 한국어로 집주소 외울 줄 아는 기특 레전드 boy라서… 국제미아 될 위험은 없겠구나] [사실 집 주소 못 외웠어도 걱정 안 됨 누굴 만나든 나기 젠이 이길 것 같은데] [┗ 아 ㅇㅈ 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저벅저벅 나타날 것 같아] [아 그냥 편집하지 말고 다 보여주지… 아이돌의 역사를 다시 써보자고 얘들아] [┗ 암살자가 있네?] [★판테이온 주량★우강원: 두 병 (팬싸 질문 참고)
백기량: 한 잔!
니콜라스 화영 리: ??? (취할 때까지 마셔본 적 없다고 함…)
한승범: 반 병
나기젠: 한 병 반
도유다: 다섯 병 (여기까지 마시면 아니 되실 듯)
이단비: 초코우유♥]
그리고 다음 날 내가 잠에서 깨어난 직후의 영상이 이어졌다.
[[좀비굴을 습격하는 PD>] [좋은 아침입니다아아.]‘이런 미친…….’
아니나 다를까, 맨정신으로 잠들어 있는 멤버들을 만지작거리다가 PD에게 딱 걸린 그 장면이 그대로 송출되어 버렸다. 그에 채팅창은 다시 한번 크게 뒤집어지며 난리가 났다.
[미친 ㅋㅋㅋ 우리 엄마도 나 저렇게 안 봐요 진짜 얼탱x] [승범이는 멤버들을 진짜진짜진짜진짜 좋아하나 봐…] [사랑이다 ㄹㅇ] [나는 그냥 합법적으로 자컨 영상 보고 있는데 뭔가 도둑질하다가 걸린 느낌임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기분이라고]수치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잠들어 있는 도유다의 얼굴이 ‘미남’이라는 문구가 얹힌 채 모자이크가 되어 있다는 점과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다는 점 정도일까.
겨우 막힌 숨을 내쉬자 도유다가 눈을 반쯤 감은 채 능글거리는 투로 말했다.
“형, 말실수한 줄 알았죠? 그거 한바탕 놀고 진정 좀 한 다음 일이에요. 매니저 형이 저 날뛰는 거 보고 촬영 더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중간에 멈췄거든요. 형은 저한테 진짜 고마워해야 해요.”
그러니까 취하고 나서 기억이 중간부터 날아가고 마지막만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거다, 이 말 아닌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내가 아무리 취해도 카메라 앞에서 서유성을 언급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 골아……. 나 술 취해서 이상한 짓 안 했냐?
– 평소랑 똑같던데.
지금 이 상황은 최적현의 구라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결과라 볼 수 있겠다. 지금 사태의 책임을 그놈에게 떠안기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자 아까 온 문자가 보였다.
[많이 취했네.] [너는 원래부터 취하면 잘 웃었어.]‘이제 말해 주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이미 카메라에 다 찍혔는데.’
제발 말을 좀 해 줘라, 말을! 나는 평생 동안 최적현의 말만 믿고 내가 술버릇 따위는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단 말이다. 사람 놀려 먹는 데에 도대체 얼만큼의 정성을 쏟고 있는 건가.
‘이 새끼 사실 할 짓 없는 거 아니야? 이딴 거에 시간 낭비나 하는 거 보면…….’
그런 생각을 하며 질색을 하고 있던 중, 문자가 새로 도착했다.
띠링!
[금방 잠드는 건 일부러 말 안 했어. 의존하게 될까 봐.] [어차피 계속 마시면 점점 못 자게 되거든.]“…….”
XX, 이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게 생겼다.
“멤버들, 이제 방송국 이동할게요!”
나는 결국 최적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방송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 * *
한승범의 정체가 서유태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이후로 강혁우는 판테이온의 모든 활동을 빠짐없이 확인했다. 당연히 이번 자컨도 실시간으로 시청한 그는 영상의 특정 부분을 다시 재생했다.
“…하.”
그는 콘서트 리허설이 있을 때마다 서유태의 품에 답싹 안겨 있던 아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금발 머리에 푸른 눈동자…….’
인형같이 커다란 눈망울과 아이들 특유의 뽀얀 볼살을 가지고 있었던 그 아이와 완전히 다르게 지금의 이화영은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눈에 둘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둘을 비교해 보면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그 아이의 주변에는 대개 이새화가 있었고, 니콜라스 화영 리는 이새화와 친척 관계였으니 그 예상이 빗나갈 일은 없으리라.
‘…하, 당연히 애새끼처럼 보이겠지. 오래 걷는 것도 힘들어서 안아 줘야 할 때부터 만났으니까.’
이렇게 방심하면 비슷한 구석이 새어 나오는데, 그걸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미 때가 늦어 버린 후회를 하며 강혁우는 이를 뿌득 갈았다.
‘서유태만 없었다면, 그놈이 있는 것만 빨리 알아차렸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어떻게 해야 서유태를 처리해야 할 수 있을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서유태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존재의 격에 유난히 취약한 편이었다. 프리즘은 이미 서유태의 정체를 짐작하고 들러붙은 것 같았으니 안 됐고, 서유성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이새화는 쉬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남아 있지?
그렇게 머리를 굴리던 강혁우는 태블릿에 재생되고 있던 영상을 내려보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숨을 멈췄다.
“…….”
‘…한승범이 서유태를 따라 하고 있다고 여론몰이를 하면?’
서유태가 이 세상에 있는 게 문제라면, 다시 죽고 싶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바로 세라를 이용해서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