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MT 영상이 공개된 후, 우리는 일정대로 컴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음악 방송을 위한 무한 대기의 늪에 빠진 채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던 참이었다.
“이번 노래 도입부 형이 부르는 거 너무 좋아서 저 맨날 돌려 듣잖아요. 언제 또 그렇게 보컬 연습을 한 거예요?”
“연습이야 항상 하지.”
“제발 그만 잘해 주실래요? 형이 이제 노래도 잘하면 저는 어떡하라고요. 형 옆에 있으면 매일매일 초조해서 미치겠어요.”
“초조하면 연습해.”
“…네엥.”
내 단호한 대꾸에 도유다는 강아지처럼 꼬리와 귀가 축 처진 채 담요를 둘둘 말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간간이 ‘…저도 알고 있는데! 저도 아는데! 열심히 하는데!’, ‘제가 바란 건 그런 게 아니라고요.’, ‘T 인간 진짜 최악이에요.’라고 꿍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오는 담요 애벌레가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보컬 멤버가 아니라고 해도 할 수 있는 한까지는 최선을 다해야지.’
음원이 공개되고, 팬들이나 대중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 보컬에 뜨거운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동안 춤과 프로듀싱, 외모 외에도 노래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보컬 연습에 공을 좀 들였는데, 그 성과가 드디어 발휘된 모양이었다.
‘한승범의 목소리에 어울리게 파트를 짠 덕도 있겠지만…….’
나는 팬들이 내 노래 중 좋아하는 부분을 모아서 편집한 영상을 벌써부터 너튜브에 업로드한 것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팬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보답받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
그렇게 다른 팬들의 반응도 확인하기 위해 어플의 관련 영상을 쭉쭉 내리던 중, 무언가 이상한 영상이 보였다.
[서유태 따라하는 한승범 ㄷㄷ]‘…조회수가 왜 이렇게 높지?’
이전에 태의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던 영상과 아주 흡사한 제목이었다. 썸네일은 아주 찰나의 순간, 이상하게 찍힌 내 사진과, 마치 나를 노려보는 것처럼 배치된 공성화의 사진이 합성된 것이었다.
나와 한승범 사이의 유사성이 대중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나는 다급히 그 영상을 터치했다.
그러자 정말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슬로우를 걸어 ‘서유태’와 ‘한승범’을 비교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몇 가지는 정말 내가 숨기지 못한 습관이 맞았고, 몇 가지는 정말 억지였다. 하지만 영상은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승범이 서유태를 따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편집되어 있었다.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댓글을 열어 봤다.
[승범아 넘볼 걸 좀 넘봐라 피지컬도 커리어도 ㅈㄴ 딸리는데…] [정성도 대단하다 참 지금 보니까 자는 자세도 똑같네 저렇게 사소한 습관까지 따라하는 건 좀 소름끼치지 않냐] [한승범 분명 동창이 얘 음식 가리는 거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연습생 되고 나서부터 서유태처럼 입맛 까다로워짐] [서유태가 데리고 다녔던 그 금발 애기 니화리인 것 같던데 설마 이화영이랑 친하게 지낸 것도 서유태 따라하려고 그랬던 건가? ㄷㄷ 소름…] [한승범 내성적이고 조용해서 자기 팀 멤버들 외에 친한 연예인 없다고 하더니 잘나가는 프리즘한테는 존나 들러붙는 거 보면서 사람이 참 이중적이다 싶긴 했는데ㅋㅋㅋ 이게 이제야 터지는구나] [한승범 예전에 롤모델 특별히 없다고 하지 않았나? 우욱 씹 서유태 영상 0.25 배속으로 돌려보면서 따라하는 주제에 롤모델은 없습니다 ㅇㅈㄹㅋㅋㅋㅋㅋ] [공성화는 이미 알고 있었네ㅋㅋㅋㅋ 한승범 쳐다보는 눈빛 개살벌함 하긴 얘는 서유태 찐팬인데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겠지] [애가 처음에 나왔을 때는 괜찮았는데 점점 이상해지네 역시 욕심이 사람을 망친다] [얼굴 잘생겼어 실력 좋아 그런데 도대체 왜 남을 따라하냐고 그냥 본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뭐 동정도 못해줌 지팔지꼰이라] [┗ 내가 저런 애들 주변에서 많이 봤는데 저건 평생 안 고쳐짐 자존감에 문제 있는 거라서 ㅇㅇ] [┗ ┗ 그런데 나는 솔직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함 ㅠ 저번에 한재운 터진 거 생각해 보면 사랑 못 받고 자란 거 같은데… 좀 마음 아프다]이미 댓글창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채널의 관리자가 댓글을 의도적으로 관리 중인 건지, 오직 나를 까 내리는 글만이 높은 추천수와 함께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유태 건드리지 마 아무도 유태처럼은 될 수 없어] [왜 자꾸 이런 일 겪어야 하는 건데 유태가 연예계에 끼친 영향력 충분히 잘 알고 있고 성공한 만큼 아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도 모르지는 않음 그런데 유태 죽었잖아 제발 이미 세상 떠난 사람한테 최소한의 존중만큼은 보여줘야 할 거 아냐]해당 영상에는 소수의 세라도 있었으며, 그것을 확인한 뮤즈들은 댓글이 삭제되는 너튜브 앱을 벗어나 SNS에서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주 소설을 써라 니네 유태 별로 안 따라하고 싶다니까?ㅋㅋㅋㅋㅋ 레전드다 뭐다 떠받들어주니까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안심하세요 우리 애는 패륜아에 그룹 버리고 튄 새끼 따라할 생각 1도 없음 한승범이 책임감이 얼마나 강한데 ㅋㅋ 가서 이 닦고 잠이나 자라] [하여간 저 팬덤 자아 비대한 건 알아줘야 함 저 능지로는 앞으로 등장할 리더 작곡멤 다 서유태 따라한다고 우기게 생겼네 기괴하다 기괴해] [사람 성격에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 그걸 하나하나 뭐 대단한 것처럼 트집잡아서 패고 있어 ㅅㅂ 오늘부터 머한민국 MBTI 금지임 사유: 세라님들이 하지 말라고 하셔서] [아니 뭔 사이버 렉카 영상 하나에 이렇게까지 어그로 끌릴 일임? 그냥 먹금하면 되지 이걸 이렇게 크게 만드네 늒네 팬덤이라 그런가] [┗ 니네가 먼저 렉카한테 동조하면서 따라쟁이 아류작 이미지 다 퍼트렸으면서 뭘 이제와서 자기들 처맞으니까 그만 하쟤] [┗ ┗ ㅅㄹ가 언제 먼저 했어 ㅁㅈ가 먼저 유태보고 살인자니 뭐니 선 넘었잖아] [┗ ┗ ┗ 그건 뮤즈 아니에요 지능형 안티들이 한승범 욕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뻔히 보이는데… 그냥 이때다 싶어서 한승범 까는 거 아니고요?] [┗ ┗ ┗ ┗ (캡처) 뮤즈 맞습니다 계정에 관테이온 얘기만 얘기만 있었어요] [프로듀서 멤이 리더 맡는 건 서유태 데뷔하기 전부터 있었던 관습임 근데 그게 무슨 머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1. 서유태랑 한승범 둘다 리더+작곡멤임[ 이딴 거나 써놓고 카피캣 프레임 박는 거임?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한승범 조지겠다는 거로밖에 안 보인다] [┗ 이미 한승범이 서유태 말투나 버릇 따라하는 거 증거 다 있는데요 유태 덕질 오래 한 사람들은 다 감 오지 저거 절대로 우연 아님 ㅋㅋㅋㅋ 원래는 안 그랬다는 동창 증언까지 있잖아요 그리고 프리즘한테 ㅈㄴ 찝쩍댄 건 어떻게 해명할 건데요?] [┗ 아~ 님 지금 사이버 렉카들 개억까 영상 쳐보고 와서 이렇게 말꼬리 잡고 늘어진 거세요? 그놈의 ㅅㅂ 공성화 눈빛 당연히 경연 프로 출연했는데 경쟁자들 보면서 헤실거리지는 않겠지 본방 보면 판테이온 말고 다른 그룹 애들한테도 똑같이 했던데 ㅋㅋ; 그리고 한승범이 서유태 따라한 게 찐이면 프리즘도 패야지 지네 형 따라하는 애한테 같이 작업하자고 쫓아다니지를 않나 레전드 싱어 섭외 추천을 하지를 않나 그게 기만이 아니면 뭐임 아니면 서유태 죽고 자기들 나락갈 것 같으니까 비슷한 애라도 써먹으려고 했던 건가?] [┗ ┗ 제정신인가 여기에 프리즘을 끌고 오네 네 새끼가 의도했던 게 그거잖아용 ㅋㅋ;;; 서유태랑 비슷하게 굴어서 가뜩이나 유태 잃고 힘들어하는 프리즘 애들이랑 인맥 좀 쌓아보려고 했던 거 ㅇㅇ 안 그랬으면 프리즘 애들이 시퍼렇게 어린 신인 상대나 해줬겠어용?]나를 응원해 주던 사람들이 걷잡을 수도 없을 만큼 심하게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양쪽 모두 서로를 찍어 누르기 위해 서로가 사랑하는 것을 매섭게 공격하고 있었다.
팬덤 싸움에서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제발, 그만…….’
다만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들이 공격하는 대상이 모두 나라는 점이었다.
삐이이익.
“…윽.”
잠시 이명이 울려 귀가 멍멍해졌다. 그에 한쪽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던 중,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는 게 느껴졌다.
“판테이온 생방 들어가겠습니다!”
“형, 우리 올라가야 한대요!”
얼떨결에 그 손길에 이끌려 무대 위에 올라가자 천장에 놓인 조명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에 처박아 두었던 고개를 든 순간, 바닥을 향해 있던 방청객들의 시선이 기계처럼 움직여 나를 향하는 것만 같은 환각이 보였다.
– [살인자 새끼]
– [내가 지금까지 좋아했던 네 모습이 다 그냥 연기였던 것 같아]
이건 현실이 아니다.
애초에 사람의 움직임이나 표정이 저렇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똑같을 리가 없었다.
고로, 이것은 모두 내 상상이었다.
그걸 모르지 않을 터인데, 숨이 막히고 근육이 경직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에 봤던 여러 댓글과 방금 본 댓글이 어지럽게 섞여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내 편일 텐데.
분명 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존재들인데…….
이 감정은 뭐지?
“승범아? 대형대로 서야지.”
무대의 끄트머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멤버들은 다 함께 나를 돌아봤다. 그러자 나는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선에 꿰뚫리는 듯했다.
그대로 뻣뻣하게 굳은 채 움직이지 못하자 멤버들은 내가 센터에 서야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지 활짝 미소 지으며 나를 무대의 중앙까지 이끌었다.
그러던 중 내 손을 붙잡고 있던 도유다가 눈을 여러번 빠르게 깜빡이더니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물기가 묻어나온 제 손을 멍하니 내려보다가, 고개를 서서히 들어 나를 바라봤다.
“…형?”
이상했다.
손발은 찬데 평소에는 잘 나지도 않던 땀이 비 오는 것처럼 쏟아져 의상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분명 도유다의 저 반응은 그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겠지. 걱정도 많고 호들갑도 많이 떠는 놈이니 신경 쓰지 말고 무대에 집중하라고 말해 줘야 할 텐데, 그럴 정신이 없었다.
“…….”
나는 그저 빽빽하게 들어찬 방청석의 앞에서, 꼼짝도 못한 채 무력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지금 나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무대에서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음악은 이미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마음으로 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
가까스로 입을 움직이니 뻣뻣하게 마른 입천장에 혀끝이 닿았다.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있는 것이 한계까지 메마른 것에 맞붙었다가 찐득하게 떨어지는 감각이 느껴진 후에야 내가 줄곧 입으로만 호흡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건조해진 목 안이 금방이라도 기침을 할 것처럼 따끔거렸다. 이대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생각에 다급히 입을 다물고 입안을 적시려 하자 이제는 코로 숨을 쉬는 게 버거웠다.
‘안 돼.’
심장이 너무 가파르게 뛰어 곧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피가 하나도 안 통하는 것처럼 저리는 감각이 손발에서 전신으로 퍼져 갔다.
– [진짜 뻔뻔하다 어떻게 자기 아빠가 그렇게 사기를 치고 돌아다녔는데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지? 나같으면 쪽팔려서 아이돌 관둠]
안 된다. 이건 생방송이었다. 이런 실수가 나오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단 말이다. 빨리, 빨리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내가 불러야 하는 도입부 파트가 이미 지나 버리는 순간까지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웃어? 뭘 잘했다고? 적어도 반성하는 티는 보여야 하는 거 아냐?]
– [표정 봐라 뭐 씹은 것도 아니고 ㅋㅋㅋ 쟤 하나 때문에 분위기 X됐잖아]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이미 방송 사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사태가 커져 버렸단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호흡 하나도 제대로 정돈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갑갑한 가슴팍을 마구 할퀴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헉… 허윽.”
그러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벌레떼의 날개 소리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쇳소리 섞인 호흡이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뭐야?”
“왜 저래?”
“이상한 것 같은데.”
– [너무너무 미워 왜 너 때문에 프리즘 애들이 욕먹어야 하는 건데]
– [서유태 때문에 일 터져서 그룹 활동 지장받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함]
– [탈퇴한 멤버 언급하지 말라고요 진짜 짜증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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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날개 소리는 곧, 내 기억 속의 매서운 바람 소리로 이어졌다.
캄캄해진 시야를 다시 감았다가 뜨자, 가슴께가 서늘해질 정도로 높은 빌딩 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조명을 위한 어둑한 실내는 밤하늘이었으며, 천장의 수많은 조명은 하늘을 빼곡하게 채웠던 별이었고, 응원봉은 빌딩 아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였다.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환각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홀린 것처럼 허공에 발을 딛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기억과 똑같이 몸이 붕 뜨는 감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우뚱, 몸이 앞쪽으로 치우쳐졌다.
그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쿵!
“꺄아아아악!”
그래, 너무 빠르게 몸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는 것 정도일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