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날 속이려 들지 마. 안 먹히니까.”
내 단호한 말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던 입매가 순간 일그러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갔다.
“2차 경연 팀 멤버들 때문에 그래?”
“형, 저 진짜 괜찮아요.”
문제의 원인에 대해 묻자 생뚱맞은 대답이 되돌아왔다.
“…….”
‘또 거짓말.’
그마저도 진실이 아니었고.
괜찮을 리가 없었다.
도유다는 어디 가서 소외당할 성격은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팀원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었다.
내가 도유다의 팀을 지켜본 결과, 그들 사이에는 이미 도유다를 제외한 상태로 과할 정도의 유대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 왜 나를 회생시킨 거야! 이럴 바에야 나도 그냥 하차할래. 나 혼자서 뻔뻔하게 살아남아서 무대를 해도 하나도 즐겁지 않다고.
– 무슨 기준으로 회생시킬 놈을 결정한 거야? 네가 누군가의 탈락을 결정할 정도로 그렇게 잘났어?
– 그러니까 두 명 다 살리자고 했잖아, 내가. 표가 그렇게 아까웠냐? 너는 표 많잖아. 충분할 정도로 있잖아.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아까워서 걔를 떨어트렸어?
– 네 팬들은 네가 착하다고 그렇게 좋아하던데… 네가 이런 놈인 걸 알게 되면 그 사람들은 널 그대로 사랑해 줄까?
‘하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속사 직원들 앞에서 덜덜 떠느라 말도 못 하는 주제에.’
도유다의 멤버들에게 능력을 사용해 본 결과 그런 종류의 화제는 애초에 거론되지 않았다. 헛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유대감에 취해 있는 것이 뻔히 보인다고 해야 할까.
‘친구를 잃고 슬픔에 빠진 나’에 과하게 몰입해 카메라 앞에서도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도유다에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서슴없이 뱉는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제작인이 원한 대로 베팅 시스템의 늪에 빠져 버렸으니, 악마의 편집도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할 터였다.
“…….”
벽에 기대 조용히 서 있자 놈으로부터 변명 같은 말들이 흘러나왔다.
“다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운이 안 좋아서 이렇게 된 것뿐이에요. 조금만 더 마음 추스르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 혼자 나불나불 떠드는 것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 불안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거기에 대고 부정해 봤자 팀원은 바꿀 수 없으니까.’
그나마 희망이라도 가져 보려는 놈에게 현실을 말해 주는 게 나을지, 아니면 합리화라도 할 수 있게 두는 게 나을지 고민되었다.
요즘 애들은 섬세하다던데.
나는 기대고 있는 벽에 노크하듯 약하게 주먹을 부딪쳤다. 그러자 도유다가 내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말해. 도와줄 테니까.”
“어떻게요?”
“알잖아, 그런 놈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가장 잘 먹히는지.”
자신의 어떤 모습에 심취한 사람을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현실을 깨닫게 해 주면 된다.
본인이 얼마나 추한 마음을 가졌는지,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람인지.
“지금이 우정 놀이나 하고 있을 때야?”
“…….”
“네가 못 하겠다면 내가 해 주겠다고, 그거.”
“…참고로 형이 하겠다는 방법을 쓰면 멤버들은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는 건가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야 알아서 찌그러질 것 아닌가.
나는 그리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 품 안에 있는 것들과 그 외의 것들의 구분이 명확했고, 내 것을 건든 놈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눈앞에서 치워 버릴 생각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걸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건데.”
솔직하게 부정하자 도유다가 눈썹을 왕창 늘어트리고 부리 같은 입을 내밀었다.
“…싫어요. 무서워요.”
“무서워?”
“형처럼 깡 있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사람들 보내버리고 잘 다니지 저 같은 소시민은 못 한다고요! 흐어엉! 저 때문에 그 사람들 잘못되면 저 잠 못 자요!”
드디어 내 앞에서 괜찮은 척을 하겠다는 고집을 버린 건지 도유다가 평소처럼 찡찡거리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잠 못 자잖아, 이놈아. 시뻘건 눈을 해서는 ‘져 괜챤얘유.’ 이러고 있네.”
“더 못 자! 더!”
도유다는 남한테 할 말 다 하면 오히려 본인이 악몽을 꾸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 놈이 내릴 대답 정도는 알고 있었다.
‘고작 내가 보기 답답하다는 이유만으로 다 엎어 놓을 수도 없고, 이거 참.’
“너희 팀이 고른 2차 경연 노래, 분명 프리즘 선배님들 노래라면서.”
“네.”
“너도 알잖아. 연습생 수준에서 그걸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그런데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할 수 있겠어?”
의기투합해서 함께 나아가도 충분하지 않을 상황에 분열이라니.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형이 해 주겠다는 건요! 뿔뿔이 흩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폭탄 터트리는 거잖아요!”
“분위기 흐리는 놈은 빠져 주는 게 오히려 팀을 위한…….”
“아아, 됐어! 됐어요! 이 비정한 사람아!”
도유다가 급히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듣지 않아도 아는 것 같았다.
“사실이잖아.”
나는 입에서 도유다의 손을 떼어 내고 불퉁하게 말했다.
“…힘든 일이 생겨도 그냥 꾹 참고 넘어가면 언젠가는 버텨지겠죠. 어차피 이번 팀은 일시적인 거니까요. 2차 경연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
구겨질 대로 구겨진 내 표정을 발견한 도유다가 푸흐흐 웃음을 터트렸다.
“형은 진짜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그 정도로 걱정할 일 아니에요. 그냥… 지나갈 일 중의 하나인 거지. 이번 일까지 형한테 의지하기 싫어요!”
“…그럼 가서 잠이라도 자든가. 그래야 연습할 힘이 있지.”
“진짜 무지개 반사다. 형한테 그런 말 듣기 싫어요. 이 정도도 혼자 못 견디기에는 저 이미 다 컸거든요.”
“까불어.”
웃음을 흘리고 고개를 들자 창문을 넘어 아침의 햇빛이 넘어오는 것이 보였다.
슬슬 우강원이 일어날 시간이었다.
* * *
무언가를 가르칠 때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전 멤버들을 통해 톡톡히 깨달았다.
하여 이번 생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은 반드시 부처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르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하지만 말이다.
“왜… 발성을 그렇게 하는 거지?”
“우리 사무소 사장님이 이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농! 농! 농! 농! 농!”
‘…미치겠네.’
젠이 입만 열면 뒷골이 당겨서 미치겠다. 한마디도 안 했던 1차 경연에 비교하면 차라리 다행이었지만, 젠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뇌가 점령당하는 느낌이었다.
“주먹을 그렇게 아기처럼 움켜쥐고 있는 이유는 뭐지?”
“주먹을 세게 쥐면 춤은 반절은 먹고 들어간다. 우리 사무소 댄스 트레이너님의 지론입니다. 강한 주먹에 뛰어난 실력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강한 주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여기가 격투기 훈련소도 아니고,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강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도대체 저놈의 소속사 사장님과 댄스 트레이너는 애한테 뭘 가르쳐 놓은 건지 모르겠다.
“너희 회사 댄스 트레이너가 누구인데.”
“사장님 동생님입니다!”
‘아, 하늘이시여.’
눈앞이 아찔하여 천장을 올려다봤다.
예체능 계열은 한번 안 좋은 습관이 붙어 버리면 그것을 고치기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안 좋은 습관 하나 없는 원석들에게 선배 가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이고, 작은 습관 하나의 개선에 몇 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안 좋은 습관을 쑤셔 넣다니.’
안 들어 봐도 알 수 있었다.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연예 엔터테인먼트를 차렸지만, 노래는 아직도 놓지 못한 대표와 부족한 실력으로 혈연이 아닌 이상 직장을 구하기 힘든 동생.
‘아무것도 모른 애 앞에서 온갖 쓸데없는 잘난 척은 다 해 놨네.’
내가 장담하건대 성공하지 못한 것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는 법이고.
“…나기.”
“…리다가 갑자기 성으로 부릅니다. 이게 한국의 손절인 것 같습니다. 강원 형, 저는 지금 죽을 위험에 처해 있습니까?”
진지하게 젠을 부르자 젠이 우강원의 뒤로 가서 숨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화는 좀 많이 난 것 같아.”
“살려 주십시오. 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그곳에서 나오지 않으면 정말 네가 걱정하던 사태가 벌어질 거야.”
놈을 살벌하게 바라보며 말하니 눈동자를 도르륵 도르륵 굴린 놈이 쭈뼛쭈뼛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우강원은 허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러자 젠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엎드려.’를 하는 강아지처럼.
‘돌겠네.’
“그거 말고. 앉아.”
아무리 화가 나도 인간에게 ‘엎드려.’를 시킬 생각은 없었다. 이마를 짚고 앉으라고 정확히 말하자 그제야 젠은 무릎을 꿇어앉았다. 그냥 좀 평범하게 앉으면 안 되나.
“저기 왜 저래?”
“한승범 화났대.”
“아하.”
쑥덕쑥덕 들려오는 말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팔짱을 꼈다.
“젠.”
“네, 듣고 있습니다.”
“지금 네 실력이 어떻지?”
“부족합니다.”
“너는 연습을 소홀히 한 거냐?”
“…아닙니다.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했습니다.”
눈치를 보던 놈이 눈을 질끈 감더니 말했다. 내가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핀잔을 주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 너는 열심히 하고 있어. 나는 그걸 잘 알고 있어. 그럼 연습 방법이 잘못된 거겠지. 지금부터 우리는 그걸 바꿔야 해. 이대로는 안 돼.”
“…….”
“나를 믿어?”
“믿습니다.”
“네 고집이고 뭐고 모두 버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전부 따라올 수 있어?”
“모두 버립니까?”
벙찐 얼굴을 한 젠이 멍하니 되물었다.
“그래. 전부 비워 버리고, 처음부터 완전히 내 방식대로 다시 채우는 거야.”
“…….”
“두려워할 게 뭐가 있어? 지금보다 더 떨어질 바닥도 없는데. 약속할게. 반드시 이번 무대에서 네가 빛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나를 믿지?”
젠은 침을 꿀떡 삼키고, 고개를 비장하게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이놈은 내게 가진 신뢰도가 엄청났다. 프릭과의 일화 때문인가?
나는 씨익 웃어 보이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럼 일어나. 그리고 이거부터 써.”
[외출 신청서]“외출… 신청?”
놈이 종이 안의 글씨를 차근차근 읽었다.
“미용실 방문이라고 써.”
“미용실 갑니까, 우리?”
무언가 극적인 변화를 보여 주고 싶다면.
외적인 변화를 동반할 경우 효과가 좋다.
변화의 첫 번째 순서는 이미 정해 두었다.
“그래, 네 의견은 필요하지 않아.”
나는 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입맛에 맞게 바꿔 놓을 것이다.
내 입맛이 곧, 대중의 입맛이니까.
일단 그 빌어먹게 촌스러운 머리부터 어떻게 해 보자고.
상큼하게 웃으며 놈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놈의 길쭉한 몸이 주르륵 딸려 올라왔다.
나는 마이크를 아래로 잡아 내리고 놈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내 계획을 속삭였다. 그러자 젠이 눈을 빛내며 외쳤다.
“오, 피*츄!”
…그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