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나는 언제나 서유성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죽여 버릴까 두려웠다.
왜냐하면 서유성은 항상 그런 놈이었으니까.
서유성은 매번 전조도 없이 갑자기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평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내게 조언을 구하거나 상의를 하려고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 [안녕하세요. 유성이 형이죠? 저 유성이 담임입니다. 혹시 유성이한테 이번 일 들으셨나요?]
– 무슨 일 있었나요?
– [반 애들이 전부 다 입을 다물어 버려서 저희도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어요. 평소에 유성이한테 계속 시비를 걸어서 선생님들도 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학생이 있거든요.]
– 어떻게 시비를 걸었다는 겁니까. 웬만한 정도였으면 서유성이 참았을 텐데요.
– [유성이가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까 처음에는 친해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전혀 받아 주질 않아서 마음이 상했던 것 같아요. 유성이 가정 형편이 안 좋은 걸 욕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래도 유성이가 반응을 안 하니까 얼마 전에 큰소리로 형 욕을 좀 한 것 같더라고요.]
– …제 욕을 했다고요.
– […네, 그… 너희 형 상하차 일 하냐, 딸배냐, 아니면 어디 이상한 곳에서 일하냐. 그냥 그런 말들……. 제대로 알고 한 말은 아닐 거예요. 워낙 유성이 형 외모가 출중하다 보니 그런 소문이 돌아서…….]
– 그런 건 됐습니다. 그래서요?
– [그런데 그 이후로 갑자기 그 학생이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기 시작하더니 상태가 점점 이상해졌어요. 그리고 어제 전학을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애초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겠지. 내게 말도 없이 RH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던 것 정도야 정말 양반인 수준이었다.
– 서유성, 학교에서 문제 있었다면서. 왜 말 안 해.
– 이미 다 해결됐으니까 알 필요 없어.
– 그게 어떻게 다 해결된 거야. 나는 네 보호자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어야지. 심지어 내가 관련된 일이었다는데.
– …들어가서 자. 내내 일했잖아. 피곤해 보인다.
– 서유성!
잘못된 짓을 저지를 때마다 내가 ‘그렇게 하지 말아라’고 지적하면 조금씩 자제하려 노력하긴 했지만, 그 부분만큼은 정말 마지막까지 변하질 않았다.
그런 녀석이 술에 취한 아버지가 내게 패악을 부릴 때마다 그저 고요하게, 깨진 술병의 파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 너는 서유성이 나를 어떤 눈빛으로 쳐다보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싸고돌 수 있는 거야.
– 저 새끼는 애비도 죽일 놈이라고.
내 동생은 타고나길 다른 사람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나는 언젠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녀석이 무슨 일을 저지를까 항상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만큼 더욱 불안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유성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최적현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 응, 내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
나를 마구잡이로 모욕하고 헐뜯는 기자가 나타났을 때, 최적현은 내게 언질도 주지 않은 채 조용히 그를 자살까지 내몰았다. 우리의 관계는 그 사건을 계기로 크게 틀어졌고 최적현은 그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었을 터였다.
– 내가 언제, 언제 이딴 짓을 벌여 달라고 했어!
그 기자의 죽음을 알게 된 내가 너무나도 큰 충격에 최적현을 밀어내며 분노를 터트리자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놈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동공이 조금 커졌던 것 같다.
내가 마냥 좋아하지는 않을 거란 사실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크게 거부감을 표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 또 사람을 죽게 만든다면 나는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도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고.
나를 위하자고 한 일이었는데, 돌아온 것은 책망과 거부뿐이이었다.
– 죄 없는 사람 시켜서 죽일 건가? 아니면 네가? 그딴 짓 하기만 해 봐라. 그때는 진짜 끝이야.
그후로 최적현은 자신이 사람의 심리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보다 심층적으로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 듯했다. 애초에 그 전에는 다른사람의 마음 따위에 공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더 맞는 설명이겠지만.
그는 다시 나를 만나고 나서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 죽여 줄까?
‘그’ 최적현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건 다소 우습지만, 예전에 비하면 훨씬 온건한 방향으로, ‘가능한 한’ 내 반응을 확인한 후에 모든 일을 실행에 옮기도록 변했다. 설령 대응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내게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던 탓이겠지.
‘그날 호텔에 판테이온 멤버들을 끌고 왔던 걸 생각해 보면 내 목숨줄이 왔다 갔다 할 때는 제외인 건가.’
남의 애를 부모의 허락도 없이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만으로도 이미 아웃이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내게 저 아이를 보여 주지도 않은 채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강혁우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주고 싶다면서.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유태야.”
이건 ‘너를 대신하여 강혁우를 죽여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을 거절한 내게, 녀석이 제시하는 또 다른 선택지였다.
그리고 내가 정말 숨기고 싶었던 것은… 최적현이 제시하는 이 끔찍한 선택지가 내게 아무런 매력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딱히 너를 조종하거나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은 게 아니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도록 만들어 주고 싶어. 그게 이상적인 가족의 울타리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정말 솔직하게.”
“…….”
“나는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 줄 수 있어. 그게 범죄라고 하더라도.”
녀석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나는 속으로 그 기자가 사라지길 바랐다는 사실을 이제 대부분 인정한 상태였다. 때문에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최적현이 아주 가끔, 내 추한 욕망을 귀신같이 읽고 마땅히 져야할 책임과 무게를 덜어 내 앞에 보기 좋게 내밀고 있다는 사실을.
“‘서유태’와 ‘한승범’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한 최초의 영상을 올린 사이버 렉카를 팠더니 정체 모를 어딘가에서 돈을 꽤 받은 것 같더라. 그걸 사주한 게 누구인지는,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
“…….”
“참아주는 것도 이만하면 충분하잖아. 먼저 선을 넘은 건 강혁우야.”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한 마음을 생판 남인 그놈이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것이냐 묻는다면, 녀석이 내 밑바닥을 보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지저분하든, 깨끗하든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조차 창피해 보이지 않는 척하며 숨겨 두려 했던 것을, 그것 또한 나의 일부분이라 여기며 받아들였다.
“너는 고갈되고 있어.”
“…….”
“그러니까 이만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난 그걸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을 네 앞에 제시해 주는 것뿐이야.”
최적현은 지금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나를 위해 저 아이를 이곳까지 데려왔다.
‘안 돼. 애는 아무 잘못 없잖아.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쿵, 쿵, 쿵 터질 듯 크게 뛰는 심장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서유성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멋대로 재생되었다.
– 날씨 때문에 바다가 너무 거칠어서 수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물이 넘쳐서 흔적도 별로 남아 있지 않고요.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 노력해 보겠습니다.
– …안 죽었어. 아직 안 죽었다고!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짐작할 수 있겠는가.
직접 당해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강혁우가 똑같이 느끼길 바랐다.
강혁우가 서유성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 번쯤은… 아니, 수백 수천 번은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죽음으로도 가릴 수 없었던 상실을, 과연 강혁우의 목숨 따위로 채울 수 있을까?
나는 강혁우에게 소중한 사람이 없길 바랐던 마음만큼이나, 저 아이가 존재하길 원했던 마음이 컸다. 내 동생을 죽인 그놈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내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고통을 안겨 주고 싶다고.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서, 그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다고 몇 번이고 빌었다.
혹시 강혁우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강혁우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악독하고 비열한 놈이기를, 내 가슴에 칼을 꽂아 넣는 놈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만 내 죄책감이 덜할 것 같아서.
그런데 지금,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복수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형태로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지도 못한 채 가파른 호흡을 가까스로 내뱉으며 강혁우의 아들을 내려봤다. 이미 희뿌옇게 변한 아이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김채율’은 사라지고, ‘강혁우의 아들’만이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저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프리즘 멤버들의 목을 졸라서 번 돈이겠지.’
나는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휘청휘청 다리를 움직여 아이의 팔을 낚아챘다.
그러자 아이들 특유의 작은 손이 내 손바닥 안에 오밀조밀 들어차는 것이 느껴졌다.
– 형 손 잡아. 안 잃어버리게.
– 응.
서유성이 어렸을 때, 녀석의 손을 잡으면 꼭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무너져내렸다.
‘나는 못해. 절대로…….’
순식간에 구역감이 몰려와 이를 악물었다.
나는 이렇게 작은 아이를 미워하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와 시선을 맞춘 나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삼촌이랑 놀까? 혼자 있느라 심심했지?”
“형, 나랑 놀아 줄 거야? 와아아!”
그러자 아이는 히어로 피규어를 쥔 손을 번쩍 들더니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며 내 품에 답싹 안겼다. 나는 아이의 작은 몸을 천천히 감싸안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최적현은 그런 나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 * *
“재미있어?”
“응! 이 블록 새로 나온 건데 아빠가 계속 바빠서 못 사 줬거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블록을 조립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만약에, 네 아버지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라면 어떨 것 같아?”
그러자 아이는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마구 저으며 소리쳤다.
“우리 아빠 악당 아니에요. 우리 아빠 집에 잘 안 들어와도 나한테 새로 나온 핸드폰도 사 주고, 화도 안 내고……. 맨날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또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도 된다고 했어요.”
알고 있다.
저 아이에게 남아 있는 가족이라곤 강혁우밖에 없었다.
강혁우가 죽으면, 이 아이는 혼자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강혁우는 적어도 우리 아버지보다는 훨씬 좋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제 아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아비를 잃어버리면 저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형아가 우리 아빠 미워하면, 나도 형 미워할 거야.”
나는 아이의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쓸어넘기며 대답했다.
“…응,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해.”
모르겠다. 내 인생을 모조리 망가트린 존재가 누구에게는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건지.
나는 가족 하나 없이 홀로 남겨지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나는 아마 저 아이의 인생에 최악의 악당이 되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