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채찍처럼 허공에 사납게 튀어오른 오른손이 막을 틈도 없이 아이의 뺨을 내리치는 것을 보며, 나는 경악에 빠졌다.
‘지금, 무슨 짓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가지만 해도 내가 알던 강혁우가 아닌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는데, 이제는 그의 내면에 대해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폭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봐라, 손을 휘두른 본인조차 스스로 저지른 짓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걸.
강혁우는 내내 뛰어다닌 듯 옷이 전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호흡은 흐트려져 있었으며, 얼굴은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아들이 소중해서, 무슨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저렇게 겁을 먹고 화가 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그렇게나 사랑하는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는 거지? 왜 그 관계를 땅바닥에 스스로 내던지는 짓을 하는 거지
“채율아, 제발…….”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강혁우는 급기야 손을 벌벌 떨며 제 아들을 억지로 품에 안으려고 했지만, 아이는 그를 거부하며 뒷걸음질 쳤다.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든 방금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존재의 품에 안기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하지만 강혁우는 그게 아주 충격적이었는지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상황이 낯선 것은 아니었다. 저것은 나 또한 익히 당했던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걸 방금까지 내 품안에 안겨 있었던, 지금까지 오직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가 당하는 건 싫었다.
“채율아!”
서둘러 바닥에 내팽개쳐진 아이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그러자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강혁우를 올려보며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아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내게 달려와 와락 안겼다. 그리고 내 품이 안심이 되었는지 그제야 와앙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그걸 보고 있으니 가슴 한쪽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우선 놀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이를 꽉 안은 채 연신 등을 도닥이다가 가슴팍이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갈 즈음, 아이의 고개를 천천히 들어 보았다.
“얼굴 보자. 괜찮아?”
아이의 얼굴은 그 짧은 사이에 퉁퉁 부어울라 색이 변하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아픈지 내 손끝이 닿자마자 아이는 다시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아파, 아파. 엉엉…….”
이를 악문 채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결국 아이를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옆에서 핸드폰에 온 연락을 확인하고 있던 최적현을 향해 말했다.
“안 되겠어. 일단 병원부터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차 시동 걸어.”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병원’이라는 말을 또 어떻게 주워듣기는 한 건지 아이는 고개를 마구 휘저으며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 반응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혁우는 얼굴을 화색으로 물들이며 아이를 향해 재차 손을 뻗었다.
“그래! 아빠랑 집에 가자. 금방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아이는 내 품에 더욱 깊게 파고들며 강혁우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혹여나 놓칠까 내 옷을 꽉 움켜쥔 작은 손이 희게 변해 있었다.
“…….”
완강한 거부의 표현에 강혁우는 완전히 절망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아이의 뒤통수를 멍하니 응시했다. 저렇게까지 시커멓게 죽은 강혁우의 얼굴은 정말 처음 본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뒤로하고 최적현의 차에 몸을 실으려고 했다.
강혁우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봤자 아이에게 좋을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득달같이 달려와 순식간에 아이를 붙잡은 강혁우에 의해 막혀 버렸다.
처음에는 머리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급하게 방향을 바꿔 팔뚝을 움켜쥔 것 같았다.
아이는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아버지가 자신을 붙잡기까지 하니 괴물을 마주한 것처럼 완전히 겁에 질려 팔을 마구 휘저으며 비명을 질렀다.
“싫어! 저리 가!”
그러자 강혁우는 순간 충격을 받은 듯 몸을 움찔 떨더니 아이를 붙잡은 손의 힘을 풀었다. 나는 그사이에 몸을 빠르게 뒤로 물리고 팔을 둘러 아이의 몸통을 조금이나마 더 깊이 품 안에 숨겼다.
아까까지는 아들의 의사고 뭐고 상관하지 않은 채 힘으로 질질 끌고 갈 것처럼 살벌하게 굴더니 지금은 저렇게 머뭇거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조용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숨 막히는 정적을 깨트리듯 꿈틀, 하고 녀석의 눈꺼풀이 움직였다.
그리고 분노와 원망으로 희번득 빛나는 눈동자가 나를 향해 굴러왔다.
“서유태.”
‘서유태’와 ‘한승범’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내 정체를 눈치챈 것 같았다. 떠보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녀석은 내 반응 따위는 확인하지도 않고 몸을 축 늘어트린 채 제 얼굴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있었으니까. 나의 정체에 대해 완전히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꼭 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비틀비틀 몸을 휘청거리던 강혁우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 네가 꾸민 일이지. 나한테서… 나한테서 내 아들 뺏어 가려고. 이렇게 복수하려고 했던 거지? 나 한번 엿 먹어 보라고 애까지 납치해서 이런 일 벌인 거잖아. 나한테 아들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냐? 스토킹이라도 했어? XX, 소름 끼치는 새끼……. 왜, 이렇게라도 하면 내가 조인찬한테 한 짓이 조금이라도 용서될 것 같냐?”
굳이 조인찬의 이름을 언급하는 말에 나 자신도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내 혀끝을 스쳐 나왔다.
“…조인한찬테 한 짓?”
그렇게 입을 연 순간,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얼굴을 채율이가 볼 수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정말 그게 전부야? 아니잖아, 너.”
분명 끔찍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초점을 잃은 채 풀린 눈과 미약한 웃음기를 머금은 입 그리고 힘없이 풀린 눈썹까지 전형적인 분노와는 전혀 다른 것들뿐이었지만, 강혁우의 반응을 보면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수많은 일을 겪은 후, 처음으로 ‘한승범’이 아닌 ‘서유태’의 앞에 강혁우가 서 있다는 사실에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 그동안 향해야 할 대상을 잃고 떠돌며 나를 할퀴기만 했던 분노가 드디어 주인을 찾아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떠보려고 하지 마. 네가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내 동생’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자 강혁우의 울대가 꿀렁 움직였다. 그리고 동요를 감추지 못한 채 황금히 바닥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무의식중에 자신의 아들을 흘끔 올려봤다.
나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녀석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녀석이 지금 저렇게 아들을 의식하는 건 위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급소를 확인하려는 것이거나 제 아들이 본인이 저지른 짓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것.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거나 둘 다였다.
“지금 당장 채율이가 내 옆에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 그게 아니었으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르겠거든.”
“…….”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거. 그러니까 얌전히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그렇게 말한 후, 나는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다가 귓가에 속삭였다.
“너희 아버지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
그러자 아이는 바로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나는 ‘그래’라고 짧게 대답한 후, 강혁우를 내려보며 말했다.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채율이는 내가 데려갈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어린애한테는 절대로 손 안 대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 통보에 강혁우는 당장이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은 듯했지만, 빠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물고 있을 뿐이었다.
프리즘 멤버들을 협박할 수 있는 도구는 이제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유일한 약점인 아들의 존재까지 알려지고, 심지어는 그 아이는 나를 매우 따르며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 자리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나였다.
나는 결국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는 강혁우를 두고 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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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아이가 잠에 빠지자마자 최적현이 내게 물었다.
“회사 차원에서 이번 일에 대해 대응을 하면 네가 조금 더 편해지지 않겠어?”
“왜, 이번처럼 네가 압력 넣게?”
“필요하다면.”
“나를 무슨 무개념 연예인으로 만들고 싶기라도 한 거냐? 너는 진상 학부모고? 아직 폭스나 SU와의 계약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네가 그렇게 계속 관여하려 들면 예의가 아닌 거 알잖아.”
“지금 회사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
“이런 문제는 공식적으로 대응을 해 봤자 꼴이 우스워질 뿐이야.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게 넘어가는 게 최선이지. 누구나 다 너처럼 그냥 내 상품 가치보다 내 생활을 우선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야.”
“…무대에도 예정대로 올라갈 생각이야?”
“당연하지. 나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해. 거기에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의도적으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백미러에 비친 시선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에 작게 한숨을 쉬곤 내가 마냥 억지만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괜찮아. 조금만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있으면 돼. 이젠 그런 목소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팬덤 특성상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들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기를 기대하면 안 됐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팬덤 안에는 아이돌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건강한 팬이 있다가도, 사생이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모두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내게 팬이라는 사실을 앞세워 비난을 하는 이들이 정말로 내 팬일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 [사랑해, 유태야.]
나는 이미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심했다. 조금의 여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 사실을 다시 상기할 수 있으니 나는 괜찮았다.
우우웅.
그러던 중, 갑자기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여느 때처럼 알림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눈을 감고만 있자 백미러로 나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던 최적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확인해 보는 게 좋을 텐데.”
내가 뭘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놈이 굳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 뭐 했어.”
“‘소속사로서’ 뭘 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최적현의 의미심장한 말에 불안감이 솟아올라 다급히 SNS를 확인하자 실시간 키워드에 ‘뮤세연합’, ‘강혁우’, ‘한승범’, ‘서유태’, ‘RH’ 등 아주 기묘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 ㅅㅂ 뮤세연합 개웃김 오로지 강혁우를 패기 위해 뭉친 그녀들] [뭐임? 낮잠 자다가 일어났더니 옆집 칼춤 추고 있는데? 뭐임??] [(정리글) 강혁우 언플 타임라인] [가만히 있으니까 그냥 다 속아넘어가는 줄 알았냐? 증거 모으고 있었다 이 새끼야] [후배님 활동하기 좋은 연예계로 만들어줄게.] [┗ 아 말하는 거 봐 ㅋㅋㅋㅋ]SNS에는 이미 세라와 뮤즈의 입장문과 함께 강혁우와 사이버 렉카, 신문사와의 유착 관계 그리고 놈의 뒤 구린 사업에 대한 여러 증거들이 정리된 글이 나돌고 있었다.
‘뭐야, 이게?’
강혁우가 너무 무리하여 일을 벌이고 있고, 그로 인해 꼬리를 잡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금방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네 팬들이 너를 돕고 강혁우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 조용히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까지 모은 자료들과 임승훈의 증언을 그럴듯하게 추려서 뿌렸어. 팬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나는 그것들을 찬찬히 읽 어보다가 무심코 욕설을 중얼거렸다.
“하, 씨… 이 미친놈…….”
“나도 네 팬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그러자 최적현은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능청스레 대답했다.
아, 오늘만큼 최적현이 친 사고를 보며 열받지 않는 날이 있었던가?
나는 이마에 손을 짚은 채 헛웃음을 흘리다가 말했다.
“…이래야 내 팬이지.”
“그럼. 당연하지.”
오